정치권의 관심 밖이던 10·27 재·보궐선거에 여야 지도부가 뒤늦게 뛰어들고 있다. 이번 재·보선은 국회의원 선거 없이 기초단체장 2곳( 광주 서구, 경남 의령군 ), 광역의원 1곳(경남 거창군 ), 기초의원 3곳( 부산 사상구 나·라선거구, 전남 곡성군 가선거구) 등 영·호남에서만 치러지는 '초미니 선거'다. 하지만 여야 모두 텃밭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말들이 돌면서 총력 지원체제로 바뀐 것이다.
◆한나라당, "PK 민심을 사수하라"
한나라당 은 지난 6월 경남지사 선거에서 무소속 김두관 지사에게 패했고, 부산시장 선거의 경우 민주당 김정길 후보에게 절반가량(45%)의 득표를 내주며 망신을 당했다. 이번에도 PK(부산·경남)에서 부진하면 '텃밭 민심 이반'이 고질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안상수 대표와 나경원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는 지난 20일에 이어 23일에도 경남 의령을 찾았다. 안 대표는 지원 유세에서 "한나라당이 이제 정신을 바짝 차렸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지역 여론조사에서 의령군수 선거는 한나라당 김채용 후보가 무소속 서은태·오영호 후보에게 앞선 것으로 알려지지만 무소속 단일화가 성사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6·2 지방선거 득표율은 지난 9월 별세한 무소속 권태우 군수 48.2%, 한나라당 김채용 후보 39.7%였다. 부산에서 구의원을 뽑는 사상구 2곳에선 이미 한나라당 후보들에 맞서 민노당 과 민주당 후보가 '반(反)한나라당 연대 단일 후보'로 나섰다.
PK 민심이 예전 같지 않아 지도부는 고민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TK(대구·경북)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지율이 60% 안팎을 기록했지만, PK는 이보다 10~20%포인트가량 낮다.
여권에선 "한나라당이 PK에서 너무 오랫동안 지방 권력을 쥔 것에 대한 피로감과 함께 현 정부 들어 TK가 인사 등에서 득세한 데 따른 소외감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안형환 대변인은 "자신감 회복을 위해서라도 이번엔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야 4당, 광주 서구 격돌
야권(野圈)은 '야·야' 대결이 벌어진 광주 서구청장 재선거에 집중하고 있다. 당초 민주당 김선옥 후보와 야 4당(민노· 창조한국 · 진보신당 · 국민참여당 ) 단일 후보인 서대석 후보(국민참여당)가 지난 6·2 지방선거에 이어 '리턴 매치'를 벌이는 구도가 예상됐으나 민주당 소속으로 서구청장을 지낸 김종식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혼전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6·2 지방선거 때 무소속 후보에게 내줬던 광주 서구를 이번에 다시 잃을 경우 타격이 클 것이란 관측이 높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조만간 민주당과 군소 야당 간 연대·통합 협상이 가시화될 텐데 "전초전격인 이번 선거에서 패하거나 고전할 경우 '더 양보하라'는 군소 야당의 요구에 힘이 실리게 된다"(민주당 당직자)는 것이다.
야권의 유력 차기 후보군에 속해 있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유시민 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 간 '대리전'이란 점도 이 지역을 과열시키고 있다. 호남의 전폭적 지지로 당 대표에 당선된 손 대표는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재확인시켜 줄 필요가 있다. 반면 유 원장은 자신이 지원하는 참여당 후보가 선전할 경우 호남 교두보 마련이란 의미가 있다.
이 때문에 야당 지도부는 지난 주말 이후 '화력 지원'을 본격화했다. 민주당 손 대표는 16~17일에 이어 24일 광주를 다시 방문했고, 23일엔 박지원 원내대표, 정세균 · 이인영 · 박주선 최고위원, 지역 국회의원들이 총출동했다.
야 4당에서는 참여당 이재정 대표와 유시민 원장, 민노당 이정희 대표,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가 23일 지원 유세를 한 데 이어 24일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서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