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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건강과의 관계에 대하여 지금처럼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오래된 것이 아니다. 선진국의 사람들이 개발도상국가의 사람들에 비하여 특정 질병에 있어서 8배에서 100까지 더 많이 노출된다는 사실을 보면서 그 원인을 추적하는 중에 매일의 식사에 있어서 섬유질의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식이섬유는 인간의 소화 작용으로는 영양섭취와 무관하지만 소화생리와 배변생리에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하여 건강과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준다. 식이섬유가 많은 음식은 생활 습관 병의 대부분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질병의 발생과 식생활
미국의 상원 영양문제 특별위원회에서는 세계 각국의 질병의 형태와 원인을 조사하여 5,000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는데 그 주요내용은 식생활과 질병발생이 아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며 이렇게 질병발생의 원인이 되는 변질된 식생활의 주된 내용은 식이섬유 섭취의 부족이라고 지적하였다. 얼마까지만 해도 섬유질은 중요한 영양소로 여기지 않았으나, 최근 식생활의 변천과 더불어 전에 흔하지 않던 질병들이 만연하자 학자들이 질병과 섬유질과의 관계를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세계적으로 식이섬유에 대하여 방대한 연구 업적을 남긴 사람은 벌키트(Burkette)와 트로웰(Trowel) 그리고 사우스게이(South -gate) 같은 이들이다.
과거에는 식량부족이 커다란 현안문제였고 도정기술이 발달되지 않은 때이므로 곡류를 자연그대로 사용하게 되고 식이섬유를 풍부하게 섭취했었다. 그러다가 식량증산 기술에 힘입어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식량부족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되었으며 식품의 선택에서 양적인 측면보다는 촉감이나 미감 등 감각적인 기호식품으로 기울어지게 하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촉감적인 부드러운 질감과 매혹적인 맛을 추구하면서 육류섭취가 증가하고 흰쌀이나 흰 밀가루와 같은 정재곡류를 즐기게 되고 기름과 설탕이 범벅이 된 인스턴트식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리게 되었다. 이런 식생활의 변화가 가져온 주요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식이섬유의 부족이다.
식이섬유와 관계되는 질병 발생률
식생활과 건강에 관한 연구에 기여한 전문가들이 원시 형태로 식생활을 하는 나라 사람들의 질병 형태와 문명국의 정제 가공된 식생활을 하는 나라 사람들에게 만연되는 질병 형태에 대하여 조사한 내용은 보면 다음과 같다.
표 1 식이섬유와 관계되는 질병 발생률 질병상태 서구의 문명국 개발도상국
허혈성 심장병
게실염
식도 열공증
담석증
대장용종(ployps)
대장암, 직장암
정맥류
비만증
치질 발생률이 높다.
높다.
20%높다
10%높다
20%
폐암 다음으로 높다
15%
<20%
50세 이상 50% 발생률이 낮거나 없다(사하라 지역)
아주 드물다.
<5% 아프리카 인도
남아프리카에는 아주 드물다.
아프리카에는 아주 드물다.
아프리카에는 아주 드물다.
<2% 아프리카 인도
드물다
드물다
각종 질병으로 사망한 시신들의 검시결과를 정리하여 조사한 결과 서구의 문명국들은 각종 질병 발생률이 개발도상국들에 비하여 매우 높게 나타났다. 소위 문명이 발달한 선진국들의 식사 내용에는 개발도상국보다 식이섬유의 함량이 적다. 아래의 표 2의 내용은 문명국인 미국인이 주로 먹는 식사 형태를 보게 한다.
표 2 미국인 식사 중의 식이섬유 섭취량 식이섬유가 없는 식품 식이섬유가 많은 식품
육류와 계란 23%
지방과 기름 18%
설탕 17%
우유 17%
총섭취량 86% 과일과 채소 8%
정제하지 않은 통곡류(통밀, 현미)3%
두류와 견과류 3%
총섭취량 14%
표 3 미국인과 아프리카인들의 질병발생 비교 질병 명 아프리카인 미국인
대장암 1 8배
치질 1 20배
정맥류 1 20배
맹장염 1 50배
탈장 1 100배
대장용종 1 100배
허혈성 심장병 1 100배
대장염 1 100배
표 2와 3에서 보는 것과 같이 미국인들은 식이섬유가 없는 식품을 86%나 먹고, 식이섬유 식품은 14%밖에 먹지 않기 때문에 섬유질을 정상적으로 먹는 아프리카 사람보다 각종 퇴행성 질병의 발병률이 8배, 20배, 50배, 100배나 더 많다. 식이섬유가 부족한 식생활을 하면 각종 퇴행성 질병이 이렇게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식이섬유란 무엇이며 어떤 기능을 하는 것인가?
식이섬유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해서 식물의 뼈대를 말한다. 동물은 칼슘과 무기질로 된 뼈대로 모양이 바르게 유지되고, 식물은 섬유질로서 그 모양을 유지한다. 동물의 뼈대는 무기질이나 식물성 섬유는 유기질이다. 식이섬유란 인간의 소화효소로서는 가수 분해되지 않는 것으로 인간의 소화기관에서는 소화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배설되는 비소화성 탄수화물 곧 다당류(polysaccharide)를 총칭하는 말이다. 식이섬유는 6대 영양소로 구분이 되지만 칼로리는 제로이다. 식이성 섬유질에는 대별하여 셀룰로즈(cellulose), 반섬유소(hemicellulose), 리그닌(lignin), 펙틴(pectin) 등 네 가지가 있고 식물의 잎, 줄기, 뿌리, 씨앗에 들어 있다. 그 외에도 수지, 점액질, 키틴, 글루코만난, 알긴산, 그리고 한천 등도 섬유질에 속한다.
셀룰로즈는 식물의 세포벽의 기본조직으로 알칼리나 산, 그리고 미생물이 분비되는 효소로 분해되면 포도당이 되므로 사람의 대장에서 미생물에 의해 25% 정도 분해되나 흡수되어 영양소로 이용되는지는 불분명하다. 풀만을 먹고 사는 소와 같은 반추동물의 소화기관에서는 50-90% 소화되어 힘과 열을 내는 영양소로 이용된다. 식품가공에서 식품의 부피를 크게 하는 중량제와 농후제로 이용된다.
헤미셀룰로즈는 조섬유로서 식물의 본질화 된 잎과 종자에 함유되어 있는 다당류이며 분해되어 영양적으로 이용되지 않는다.
리그닌 역시 조섬유의 하나로서 식물 조직에 셀룰로즈와 헤미셀룰로즈와 함께 있으며, 분해해도 영양소가 되지 않으며, 식물세포의 막에서 시멘트 물질로 목질(木質)을 형성하고 볏짚, 겨에 15-20%, 나무에 20-40%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펙틴은 식물의 세포막과 그 사이에 있는 엷은 층에 있으며 세포와 세포 사이를 메워 결착시켜 주고 묽은 묵과 같은 물질로써 뿌리, 줄기, 열매에 많이 들어있고, 복숭아, 포도, 사과, 딸기들에 설탕을 넣고 졸이면 쨈이 되는 것은 펙틴 때문이다. 펙틴은 점성이 강하여 설탕과 산의 존재 하에 묵과 같은 상태를 이루는데 이 상태를 젤(gel)화 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식물의 상처부위에서 생성되어 잎이나 또는 수피에서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수지, 종자나 해조류에 들어있는 점액질, 곤약이나 구약 감자에 많이 들어있는 글루코만난, 다시마나 미역의 끈끈한 성분인 알긴산, 우무가사리라고도 하는 한천, 그리고 유일한 동물성 식이섬유이며 새우나 게의 껍질에 들어있는 키틴 등이 식이섬유에 속하는 성분들이다.
식이섬유의 종류
식이섬유에는 수분 흡수력에 있어서 수용성(30%)과 비수용성(70%) 두 종류가 있다. 수용성은 물에 잘 녹으며 비수용성은 물에 녹지 않는다. 대부분의 식이섬유는 이 두 종류를 혼합하여 함유한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수분을 보유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며 마치 물을 흡수하는 스펀지 역할을 하여 위를 팽창시키고 장에 영향을 주어 장운동을 증가시키며 배변시간 단축, 배변량 증가, 부드러운 대변 등 건강한 배변생리에 필수요소이다. 비수용성 식이섬유는 수분을 보유하는 능력이 낮고 하부 장관에서 그 부피가 커진다. 수용성 식이섬유에 비하여 장운동에 대한 역할이 떨어지지만 배변시간을 단축시키는데 수용성 식이섬유와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식이섬유의 수분보유 능력은 식품의 종류에 따라 다르며 곡물의 배아는 식이섬유소 무게의 2-6배의 물을 보유하고 야채나 과일은 식이섬유소 무게의 30-40배의 물을 보유한다.
식이섬유의 특성
식이섬유는 인체 내에서는 영양과는 상관이 없는 칼로리 공백식품이지만 뛰어난 수분흡수력 때문에 소화생리와 배변생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선 식이섬유는 화학물질로서가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유용한 물질로서 그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런 물리적 특성은 수분의 흡수력과 보수력이며 또한 양이온 교환력을 들 수 있다. 이런 식이섬유의 특징이 소화생리에 영향을 주고 배변시간을 단축시킨다. 소장 내에서의 음식물의 정체시간은 일반적으로 8-150시간이다. 리그닌과 대부분의 셀룰로즈는 대부분 발효되지 않고 대변으로 배설된다. 그러나 일부 셀룰로즈(6-50%)와 대부분의 헤미셀룰로즈와 펙틴은 결장에서 미생물에 의하여 발효되며 비피더스균과 같은 유익한 미생물이 증식된다. 대변의 수분 량은 70-80%이고 나머지 고형물의 절반은 미생물이며 다른 절반은 발효되지 않은 식이섬유이다. 그래서 식이섬유가 많은 음식을 먹게 되면 대변의 양이 증가하여 배변생리를 쉽게 한다.
식이섬유의 생리작용 및 질병예방
식이섬유는 물을 흡수하여 묽은 묵과 같은 모양(젤화)을 이루는데, 이 능력은 식이섬유의 성질에 따라 다르다. 밀기울(bran)에 있는 식이섬유는 자기 무게의 4배의 물을, 당근에 있는 식이섬유는 20배의 물을 흡착 보유한다. 그래서 사람의 소화관에서 식이섬유가 물에 퉁퉁 불어서 대변의 부피를 크게 하고 무르게 하여 배변을 쉽게 하며, 그 반대로 식이섬유를 적게 먹으면 변이 굳어지고 부피도 적어 변비가 된다.
사람의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세 가지 기준은 1) 먹는데 거리낌이 없고(쾌식), 2) 잠을 잘 자고(쾌면), 3) 배변을 문제없이 수월하게(쾌변)하는데 둔다. 일반적으로 먹지 못하고 소화를 잘 시키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를 삼으나, 배변에는 별 문제를 삼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배변에 문제가 있으면 온갖 퇴행성 질병들이 발생하게 된다. 배변은 규칙적으로 수월하고 시원스럽게 그리고 무르게 많은 양을 내 보내야 한다. 세계적인 영양학자인 호프만은 건강한 배변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정의 했다. 1) 하루 세 번씩 규칙적으로 배변한다. 2) 냄새가 적다. 3) 소시지처럼 형성되지 않고 묽어야 한다. 4) 밑으로 가라앉지 않고 둥둥 떠올라야 한다. 5) 그리고 배변 시간은 30초면 충분하며 10초 정도면 중요한 것이 다 나오고 나머지는 20초 사이에 해결된다. 이런 모양의 배변을 하려면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해야 하는데 현대 문명사회에서 정제 가공된 음식을 주로 먹는 식생활을 피하고 원시 식생활대로 정제 가공하지 않은 원곡류 즉 현미나 통밀가루와 잡곡으로 된 주식과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할 것을 권장하였다.
다음의 표는 식이섬유를 적당히 먹는 우간다인들과 식이섬유가 부족한 식생활을 하는 영국인들의 배변시간과 변의 무게를 측정해 본 것이다.
표 4 식사형태와 대변무게 및 대장에 머무는 시간 식사형태 나라 대변의 대장 채류시간 하루 배변량(g)
정제하여 식이섬유가 없음
식이섬유와 혼합식사
식이섬유와 혼합식사
정제하지 않은 자연식 영국
영국
우간다
우간다 78.8시간
41.7
47.0
35.7 107
200
185
470
표 4에 의하면 정제하지 않은 원시형 식사일수록 대변의 부피가 크고 대장에 머물러 있는 시간도 짧다. 그 반대로 대장에 변이 오래 머물러 있으면 각종 질병들이 발생한다.
식이섬유의 부족으로 오는 일반적인 병변
치질(hemorrhoid): 오랜 변비는 배변 시 힘을 많이 줘야 하기 때문에 직장과 항문이 센 힘의 영향을 받아서 혈관이 부풀어 오르고 늘어나서 혹이 된다.
게실염(diverticulitis): 표 1에서 보는 것과 같이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나라 사람들은 게실염이 적은데 게실염이란 오랜 변비 때문에 생기는 질병으로서 예방이 가능한 질병이다. 즉 변비로 배변이 어려워지면 장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서 옆구리로 불규칙적인 주머니가 생긴다. 이 주머니에 변이 고여 질병 상태를 더 악화시켜 염증이 된다.
맹장염(appendicitis): 문명국의 식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질병이며 원시적인 식생활을 하면 변비가 없고 배변이 수월하고 깨끗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맹장염이 생기지 않는다. 맹장은 소장이 끝나고 대장이 시작되는 위치에 있으면서 인체 내에서 중요한 림프구들이 모여 있는 면역기관 중의 하나이다. 즉 소화가 다 된 음식 찌꺼기가 대장으로 이동될 때 소장의 무균상태를 유지하고 대장 안에서 서식하는 병균들과 분비물들을 잘 알아차려서 막아내는 항체들을 생성하기 좋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충수돌기 곧 맹장의 주름들은 대장균들이 모여들기 쉽게 되어 있으므로 병들지 않고 멀쩡하게 성한 맹장(충수)을 미리 돈 들여 뗀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를 어기는 무모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식도 열공증(食道裂孔症, hiatus hernia): 식도 열공증은 횡격막에 식도만을 위해 뚫린 구멍이 만성변비로 인하여 비정상적으로 늘어나고 커져서 위의 윗부분이 당겨 올라간 상태로서 수술하지 않고는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질병상태이다. 극심한 소화기 장해의 증상과 통증과 고통이 따른다. 이 증상은 선천적으로 식도가 짧아서 생길 수도 있으나 극히 드문 예이고 일반적으로는 식도가 짧은 사람이 심한 변비로 힘주어 배변할 때마다 식도가 지나오는 횡격막 구멍이 조금씩 커지는 것이다. 조금씩 횡격막의 식도구멍이 커지면서 계속해서 복압이 높아지는 배변을 하면 무력해진 위의 윗부분이 계속 딸려 올라가서 심각한 증상으로 진전된다. 이런 진행은 1-2년 동안에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긴 세월을 정제 가공된 식생활을 하면서 배변이 어렵게 이루어졌을 때 서서히 진행하는 것이다. 식도 열공증은 오랜 섬유질 결핍으로 인한 변비 때문에 생성되는 질병으로서 소화 작용에 심한 장애를 준다.
대장암(colon cancer): 표 4에서 보는 것과 같이 식이섬유가 부족한 정제 가공식사를 계속하면, 먹은 음식이 배설되기까지 79시간, 즉 3일 이상이 걸리므로 음식물과 함께 잘못 유입된 유해한 발암물질과 음식물이 대장에서 부패하여 생긴 유독성분이 오랜 시간 머물러 있으면서 암 발생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문명을 모르고 원시생활을 하는 훈자(Hunza)나라 사람들은 이런 질병의 이름도 모르고 산다고 한다.
대장용종(ployps): 오랜 세월 배변을 수월하게 못하고 대변이 장시간 대장에 머무르고 있으면 게실염, 대장암, 직장암, 충수염(맹장염)등이 생기기 쉽고 대장 벽에 군살이 생긴다. 이 군살이 크게 많이 생기면, 배변에 장해가 되지만, 작은 것이 여러 개 분산되어 있을 때는 나타나는 나쁜 증상 없이 일생을 마치게 된다. 표 1에 보면 서구의 문명국 사람들은 아프리카 사람들보다 20%나 대장용종 발생률이 높다. 레이건 대통령은 재임 시에 두 번이나 대장 내의 군살을 뜯어내는 수술을 하였다.
정맥노장과 정맥류(varicose vein): 장단지의 정맥이 정상 이상으로 늘어났으나 실제 다리의 길이는 함께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다시 다리의 길이에 맞추어 오그라든 상태로서 군데군데 정맥이 오그라들어 혹처럼 된 것이 겉으로 보인다. 정맥은 동맥보다 조직이 약하기 때문에 식이섬유 부족으로 변비가 되어 힘을 많이 주면 다리로 뻗어있는 정맥들이 영향을 받아서 노장한다. 비만증일 때는 더욱 심하게 나타나며, 아이를 많이 낳는 다산모에게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이다.
식이섬유 결핍과 주요 질병
사람의 소화 기관은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9m나 되는 긴 관이다. 사람이 먹은 음식물은 이렇게 긴 관을 적당한 속도로 통과하면서 음식물을 소화 분해시키고 소화 분해된 영양소는 장의 적당한 움직임에 맞추어 장벽으로 흡수되어 혈류로 들어가서 힘과 열을 내고 피와 살을 만든다. 그런데 식이섬유가 부족한 식사를 하면, 장벽에서 영양소를 흡수하는데 거치적거리는 식이섬유가 없기 때문에 긴 소화관을 다 통과하지 않고도 소화관 상부에서 일찌감치 흡수되고 만다. 그림 A는 식이섬유가 충분히 섭취되었을 때 영양소가 식이섬유 속에서 적당히 분산되어 농도가 낮기 때문에 소화 분해된 영양소가 소장 벽에 닿는 기회가 적어서 기나긴 소화관을 긴 시간 통과하면서 천천히 흡수된다는 설명이다. 그림 B는 그 반대로 식이섬유가 없어서 영양소가 장벽에 닿자마자 즉각 흡수되어 혈류로 급류되기 때문에 혈당이 갑작스럽게 높아졌다가 갑작스럽게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사람이 당질을 먹으면 입과 소장에서 소화되고 소장 벽으로 흡수되어 혈액 속으로 들어간다. 건강한 사람의 혈액 속의 당은 혈액100ml(1이)당 0.1%인 100mg%정도이고, 이에서 초과하여 140mg/dl 가 되면 혈당은 글리코겐으로 저장되고 그러고도 남으면 체지방으로 합성된다. 글리코겐과 체지방으로 합성되기 위해서는 췌장의 랑겔한스(Langerhans)섬의 β-세포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 라는 호르몬이 나와서 남아도는 혈당을 글리코겐으로 합성, 저장되도록 빨리 도와야 한다.
그림 A와 B 식이섬유와 영양소 흡수
만일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거나 작용을 못하면 혈당은 170mg/dl까지 상승해서피의 농도가 짙어지면서 끈끈하고 무거워지고 심장은 혈액 순환을 시키는데 힘이 들게 되므로 이런 위험한 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인체 자동조절 장치는 진한 피가 신장으로 들어갔을 때 신장에서는 소변으로 혈당을 흘려 내보낸다. 그런데, 앞에서도 말했듯이 섬유질이 부족한 식사를 하면 농도가 짙은 영양소가 갑작스럽게 흡수되고 혈당도 급상승하여 순식간에 150-170mg%가 된다. 당뇨병환자가 아닌 정상인은 이 높아진 혈당을 저장했다가 쓰기 위해서 인슐린이 갑작스럽게 분비되어 혈당을 갑작스럽게 처리해주므로, 그림 B와 같은 현상이 된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비만이 되고 당뇨병이 되고 심혈관계 질환이 걸리고 담석증도 되고 암도 걸리게 된다.
섬유질과 비만증: 섬유질이 부족한 당질은 영양소가 농축되어 적은 양을 먹고도 많은 열량을 내므로 모르는 사이에 과식을 하게 된다. 그리고 정상 흡수 속도를 벗어나서 갑작스럽게 분해되고 급상승된 과잉 혈당을 처리하여 체지방을 합성하게 된다. 또한 급히 올라간 혈당이 급히 처리되면 다음 식사 때까지 정상적으로 서서히 힘과 열을 낼 연료가 일시에 푹 솟았다가 일시에 사라져버리게 되어 힘과 열을 낼 연료가 떨어진 상태가 되므로 공복감을 느끼면서 간식을 하게 되면 과잉 열량 섭취가 되고 이것마저도 대부분 식이섬유가 없는 정제 가공식을 먹기 때문에 체지방 합성을 악화시켜 비만증을 초래하게 된다. 이 같은 과정은 매일 매끼 악순환을 계속하게 되어 감당할 수 없으리만큼 병적인 비만이 된다
표 5 식이섬유 섭취와 열량 효율 600g 섭취 섭취된 열량 흡수된 열량 대변으로 손실된 열량 300섭취에 소요된 씹는 시간
식이섬유가 있는 통밀가루 음식 2,470Cal 2,150Cal 321Cal 45분
식이섬유가 없는 흰 밀가루 음식 2,555Cal 2,455Cal 99Cal 35분
통밀가루와 흰 밀가루 식사의 열량 섭취 차이는 305Cal/하루
연간 30파운드(1bs)의 체중차이: 식이섬유 식사는 30파운드(1bs) 감소, 식이섬유 식사는 301bs 증가
표 5에서 보는 것과 같이 같은 무게의 통밀가루와 흰 밀가루의 경우 섬유질이 부족한 흰 밀가루 음식은 식이섬유가 정상적으로 있는 통밀가루보다 상대적으로 섭취열량이 많고 흡수율도 높으며 반대로 대변으로 배설되는 양은 99Cal 밖에 안 되므로, 하루 섭취된 열랑(Cal)의 차이는 365Cal나 되어 정제되어 식이섬유가 없는 흰 밀가루를 주식으로 하면 과잉 열량이 섭취되어 비만이 된다.
식이섬유와 당뇨병: 식이섬유의 부족과 관계되는 질병 가운데 하나인 당뇨병이 발생하는 원리는 다음과 같다. 그림 A와 B에서 보는 것과 같이 식이섬유가 부족한 식사는 혈당을 급상승시키고 급상승된 혈당은 인슐린의 긴급분비를 요구하고, 항상 인슐린을 긴급히 과잉 분비시킨 결과로 췌장세포를 과로시킨다. 인체는 신경계나 소화계, 호르몬계가 모두 타고난 체격과 활동량에 맞추어 작용하므로, 췌장의 인슐린 분비도 그 사람의 체격과 활동량에 맞게 조절 분비되고 있는데, 과잉 섭취로 인한 과잉 혈당 처리로 인슐린이 과잉 분비되어 과로한 췌장의 β-세포는 곧 노쇠하고 퇴화되어 정상적으로 인슐린을 분비할 수 없게 된다. 인슐린 분비 기능이 퇴화된 어린이형 당뇨병으로서 제I형(IDDM)인슐린 의존성 당뇨병이라고 한다.
제II형 당뇨병(NIDDM) 은 비만증이 된 어른들에게 흔한 증세로서 역시 식이섬유가 부족한 정백된 곡류와 설탕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한 결과 발생한다. 이리하여 발생한 당뇨병 환자가 여전히 정백된 곡류와 설탕으로 된 식생활을 하면 당뇨증세는 점점 악화되어 급속히 각종 합병증세가 나타나서 잘못하면 죽음에 이르게 되나, 식이섬유를 적당량 섭취하면 혈당이 정상으로 유지되면서 당뇨증세가 완화되고 합병증세도 지연되거나 나타나지 않게 된다.
식이섬유질과 담석증: 담즙은 수명이 다하여 파괴된 혈색소인 빌리루빈과 콜레스테롤과 담즙 산 그리고 몇 가지 무기질과 물로 되어 있고 간에서 만들어져서 담낭에 고여 있다가 담도를 거쳐 소장으로 분비되어 대장을 통하여 배설된다. 사실 담즙은 인체의 대사 작용의 부산물로 아무런 쓸모없는 쓰레기와 같은 존재이지만 배설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매우 중요한 일을 하게 된다. 우선 지방의 소화 분해를 돕고, 또한 소장 내의 음식물을 소독하여 소화가 마치기까지 썩지 않도록 하며, 소장을 수축시켜 음식물을 아래로 내려가도록 해준다. 이렇게 인체의 신비한 작용을 보게 되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교훈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같은 담즙이 소장으로 분비되었으면 대변으로 배설이 되는 것이 정상적인 생리인데, 식이섬유가 충분하면 식이섬유에 함빡 묻혀서 깨끗이 배설이 되지만, 식이섬유가 부족한 경우 담즙은 대변으로 배설되지 못하고 장벽을 통해서 도로 혈류를 타고 간으로 돌아가고, 간은 새로 만든 담즙과 함께 담낭으로 도로 밀어 보낼 수밖에 없고, 담낭은 수용 능력의 한계가 있으므로 담석이 만들어진다. 이를 장간회로라 하고, 계속 돌고 돌며 순환한다(간 →담관→장 흡수→간(화학변화)→담낭). 그래서 원시 형태의 식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담석증이 거의 없고 선진국에서는 발병률이 높다. 정제 가공된 식품을 주로 먹는 식생활을 계속하면 생리작용에 중요한 식이섬유가 부족 되어 인체의 생리와 대사 작용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비정상적인 작용이 잇달아 일어나면서 그 다음에 또 다음 대사과정에 영향을 주어 전체 생리와 대사 작용이 본래의 질서를 잃고 혼란을 거듭하게 된다.
표 6 채식과 담즙생산 관계 미국의 일반인 재림 교인, 일본인, 중국인 채식인
담 즙 총 량 260mg %/day 50mg %/day
담즙
분해물 Deoxycholic acids 110 30
Lithocholic acids 85 20
*담즙은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에게서 채식하는 재림 교인보다 5배 이상 많이 생산되었다. 많이 생산된 담즙은 대장암의 원인이 된다.
식이섬유와 콜레스테롤 심혈관계 질환: 표 6에서와 같이 상대적으로 고열량이 섭취되어 비만증과 함께 콜레스테롤이 많이 만들어져서 혈액순환을 장해하여 심혈관계 질환의 원인이 되고 식이섬유가 적은 장 안에서 담즙을 빨아들여 배설시켜 주지 못하기 때문에 담즙의 주성분인 콜레스테롤이 혈액으로 도로 돌아가서 혈관 벽을 두껍고 굳게 하여 동맥경화와 심장병을 일으킨다.
대장의 미생물 무리(microflora)변화와 대장암: 사람의 대장 안에는 100여 종류의 미생물들이 무리를 지어 사는데, 매일 장내로 들어오는 음식물들과 장 내에서 분비 또는 배설된 것을 영양으로 해서 생존 번식하면서 각종 다양한 물질과 효소를 만들어 내는데, 이 효소들은 인체에 유익한 것도 있고 해로운 것도 있다. 사람이 어떤 종류의 음식을 먹는가에 따라, 대장에 기생하는 미생물의 무리들(균 총)의 종류도 달라지고, 만들어내는 물질과 효소들도 달라진다. 식물성 식품인 곡식과 채소를 주로 먹고 사는 채식인들의 대장균 총과 고기, 생선, 계란, 우유 등 동물성 식품과 고도로 정제 가공된 흰 쌀, 흰 밀가루, 흰 설탕으로 되어 섬유질이 없는 음식을 주로 먹고 채소와 과일을 덜 먹는 식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대장균총은 다르다.
동물성 식품을 주로 섭취하고 사는 서구인들이 대장암에 잘 걸리는 이유는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에서 잘 번식하는 대장균 총이 만들어내는 물질과 효소 때문인 것으로 학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육류를 적게 먹고 채소와 과일 그리고 원곡류(정제하지 않은 현미, 잡곡, 통밀가루)로 된 식생활을 주로 하는 아프리카나 훈자인들은 대장암을 모르고 산다고 한다. 커밍스(Cummings)는 섬유질의 장 안에서의 기능을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는데 질소(N)대사의 변화와 담즙산(bile acid)의 탈 포합과 탈 수산(dehydroxylation) 작용으로 담즙대사에 영향을 주어 장 내의 미생물 번식에 변화를 초래하며, 이로 말미암아 암 발생을 조장하거나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과 식이섬유의 섭취
건강을 위해 하루에 식이 섬유를 얼마나 섭취할 것인가? 한국 영양학회의 권장량은 1일 20-25g이다. 한국 사람이 평소에 먹는 양보다 1/3을 더 먹자는 제안이다. 한국인들이 하루에 섭취하는 식이섬유의 양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 자료는 아직 없지만 서울대학교의 연구보고에 의하면 한국의 학생들은 하루 14-18g의 식이섭유를 섭취한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식이섭유의 섭취량을 하루에 25-30g, 그리고 미국의 식약청(FDA)은 20-35g으로 우리나라의 경우보다 더 많이 권장한다.
미국 암협회에서는 식이섬유가 대장암을 줄여준다고 선언하였다. 미국에서 9만 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시행한 한 연구보고에 의하면 하루에 식이섬유를 25g 이상 먹은 집단은 9g 이하 섭취하는 집단에 비해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40%나 적다고 한다(미국 임상영양학회지, 1999). 남성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였다.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식이섬유를 충분하게 섭취하는 것은 치질, 게실염, 맹장염, 식도 열공증, 대장용종, 정맥류와 같은 일반적인 질병은 물론 암, 심장병, 뇌졸중, 비만, 당뇨, 담석증과 같은 생활습관성 질병들은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필수요소가 된다.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갑자기 많이 먹게 되면 소화불량, 가스발생, 헛배, 설사, 복통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보충제 형태로 식이섬유를 다량 섭취하면 칼슘이나 철분 등 미네랄의 체내흡수에 방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식이섬유를 먹으면서 물을 적게 마시면 또 다른 형태의 변비를 일으킬 수 있다. 식이섬유의 섭취는 점진적으로 늘려나가고 매일 8컵 이상의 깨끗한 한 물을 마시는 것도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육류나 생선에는 식이섭유가 없고 정제가공 식품에도 식이섬유가 매우 적다. 결국 자연그대로의 건강식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자연으로 돌아가면 건강이 보인다. 식이섬유가 많은 채식 위주의 자연 건강식을 먹는 것을 자연친화적인 생활양식이며 건강장수의 비결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