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결혼 50주년을 맞은 스탠리와 게이노어부부를 통해 몇 몇 나이드신
로컬 분들을 만날 기회를 갖곤 합니다.
워낙 떠벌이기를 좋아하는 스탠리때문에 가끔씩 살짝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들을 통해서 그나마 호주의 생활을 느낄 수 있기에 어디를 함께
가자고 하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따라 나섭니다.
에들레이드에서 차로 약 15 ~ 20분거리에 스털링이라는 아주 아름다운 마을이
있습니다. 숲이 울창하고 단풍이 드는 나무가 많은 탓에 가을에 가면 더욱
운치있는 마을이지요. 일요일에 서는 로컬인들이 주로 모이는 선데이 마켓도
작은 즐거움을 주는 볼거리 가운데 하나랍니다.
마을에 들어서서 얼마 지나지 않은 곳에 위치한 브루스의 집은 방 15개짜리
낡은 저택입니다. 70이 넘은 영감이 혼자서 집을 관리하고 거기에 딸린 넓은
부지의 정원과 뒷산의 나무까지 보살피려니 하루가 모자랄 것 같았습니다.
건물의 외관은 다소 낡고 주변의 숲이 워낙 울창한 탓에 약간 등골이
으슥거리는 귀곡산장의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응접실에 들어서니 벽난로에서 타오르는 장작과 클래식 보컬리스트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다소 공포감이 누그러 들었습니다.
이윽고 방 소개. 각 방마다 가득찬 그림과 고가구들.
너무 많은 소장품들로 인해 오히려 그 아름다움이 반감되는 안타까움이 있었지만
2층 테라스에서 바라 본 숲의 전경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더군요.
에들레이드 남쪽에 위치한 메르세데스 고등학교 뒤에는 캐릭 힐이라는 저택이
있습니다. 저택을 일반인에게 유로 개방을 하고 넓은 정원에서 간단한 피크닉도
즐길 수 있는 곳인데 부르스 이 양반은 이러한 영리에는 뜻이 없는 것 같아 보였어요.
자신이 죽으면 시에다 저택을 기부해서 가난하고 병이 든 아이들을 위한 모자 케어
센터로 쓰이길 바란다는군요.
소장하고 있는 가구는 팔아서 기금을 마련하겠다는 이야기에 제 딸아이가 솔깃해
했습니다. 게스트룸에 있는 침대가 너무 맘에 든대요. 다음에 가게 되면 슬며시
네고를 해 봐야겠습니다. 어떻게 실어 오느냐도 커다란 문제지만...
아무튼 가뭄이 들면 목이 마를 나무들이 걱정이 되어서 양동이에 물을 받아다가
나른다는 말을 듣고 문득 나무를 심는 사람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삶을 어떻게 사느냐는 각자의 몫이지만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삶이 존재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물질과 욕망으로 가득한 바쁜 한국사회의 눈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이곳
사람들의 지극히 단조롭고 단순한 삶.
그런데 그런 삶이 한없이 부럽습니다.
첫댓글 저두요..글을 읽으면서...뭐..저는 아는것이 별루없는 무식한 아줌마지만..글에서 풍기는 향이 제가 좋아하는 브론테자매들(뭐 썩 친하진 않지만..^^)이 느껴집니다..오랫만에 발레리아님을 대하니 넘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