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노 게이치로의
형태뿐인 사랑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 히라노 게이치로가 사랑에 관해 다룬 첫 소설 『형태뿐인 사랑』. 자신의 작품에 일련번호를 붙여 각 단계별로 구체적인 형태를 부여하는 작업을 해온 저자의 이번 작품은 《결괴》, 《던》을 잇는 분인주의를 바탕으로 한 3기 문학으로, 그동안 주로 이야기해온 죽음, 인간의 본성, 내면의 문제와 대비되는 구체적인 형태로서의 몸, 육체와 타인과의 관계를 전면에 내세운 사랑에 관한 저자만의 특별한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다.
비가 거세게 쏟아지는 밤, 빗길에 큰 사고가 난다. 사고가 난 차량에 다리가 깔려 신음하던 사람은 스캔들을 몰고 다니며 항상 화제의 중심에 있어 마성의 여자로 불리는 인기 배우 가나세 구미코였다. 당시 그녀와 함께 차에 타고 있던 연인이자, 기획사 사장 미카사 류지는 불륜사실이 언론에 알려질까 두려워 구미코를 놔둔 채 도망친다. 아이라는 사고현장을 지나가다 구미코를 발견하고 응급실로 데려간다.
디자이너인 아이라는 그날의 사고로 다리를 잃은 구미코를 위해 의족을 만드는 일을 시작한다.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줄로만 알았던 애인의 배신과 다리를 잃었다는 사실에 구미코는 나락으로 떨어진 듯한 기분을 느낀다. 하지만 그런 순간 옆에서 힘을 주고, 자신을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아이라와 점차 가까워져 서로에게 특별한 상대가 된다. 아이라는 구미코와 함께하는 동안 가족을 버리고 떠났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과 정면으로 마주하며 진실을 찾고, 아이라와 구미코는 그렇게 서로를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 그리고 누군가를 향한 진실한 사랑의 감정을 되찾아간다.
일본 문단의 ‘문제적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가 포착해낸 사랑의 의미
“당신으로 인해, 처음으로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됐어.”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이자, 꾸준히 인간 내면의 문제를 탐구해온 히라노 게이치로의 첫 번째 연애소설 『형태뿐인 사랑』이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23세에 발표한 데뷔작 『일식』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문단에 등장한 후, 깊이 있는 주제와 고풍스러운 문체를 트레이드 마크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자신의 작품에 일련번호를 붙여 각 단계별로 구체적인 ‘형태’를 부여하는 작업을 계속해온 점 역시 독특하다. 『형태뿐인 사랑』은 『결괴』, 『던』을 잇는 ‘분인주의(分人主義)’를 바탕으로 한 3기 문학으로, 사랑에 관한 히라노 게이치로만의 특별한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다.
『형태뿐인 사랑』은 히라노 게이치로가 사랑에 관해 다룬 첫 소설이다. 이제껏 그가 주로 이야기해온 죽음, 인간의 본성, 내면의 문제와 대비되는 구체적인 형태로서의 몸, 육체와 타인과의 관계를 전면에 내세웠다. 작가는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배우와 그녀의 의족을 만들게 된 디자이너의 사랑을 통해, 살아 있는 인간 사이의 관계, 인간의 육체를 이야기한다. 나아가 ‘나’와 ‘타인’이라는 서로 다른 존재가 나누는 사랑과 그 본질을 되짚어 간다.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배우와 그녀의 의족을 만들게 된 디자이너
서로의 존재를 통해 자기 자신을 알아가고 사랑하게 되는 두 사람
비가 거세게 쏟아지는 밤, 빗길에 큰 사고가 난다. 사고가 난 차량에 다리가 깔려 신음하던 사람은 스캔들을 몰고 다니며 항상 화제의 중심에 있어 ‘마성의 여자’로 불리는 인기 배우 가나세 구미코였다. 당시 그녀와 함께 차에 타고 있던 연인이자, 기획사 사장 미카사 류지는 불륜사실이 언론에 알려질까 두려워 구미코를 놔둔 채 도망친다. 아이라는 사고현장을 지나가다 구미코를 발견하고 응급실로 데려간다. 디자이너인 아이라는 그날의 사고로 다리를 잃은 구미코를 위해 의족을 만드는 일을 시작한다.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줄로만 알았던 애인의 배신과 다리를 잃었다는 사실에 구미코는 나락으로 떨어진 듯한 기분을 느낀다. 하지만 그런 순간 옆에서 힘을 주고, 자신을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아이라와 점차 가까워져 서로에게 특별한 상대가 된다.
아이라는 구미코와 함께하는 동안 가족을 버리고 떠났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과 정면으로 마주하며 진실을 찾는다. 구미코를 바라보며 어머니를 이해하고, 어머니의 죽음과 지난 과거의 시간을 받아들이게 된다. 구미코 또한 아이라를 만나면서 ‘가나세 구미코’라는 배우의 이름으로 주인 없는 사랑을 갈구하며 살던 자신의 과거를 뒤로한다. 가명이 아닌 ‘나카무리 구미’라는 본명으로, 순간적인 감정이 아닌 한 사람의 진실한 사랑만을 원하는 본래의 자기 모습에 다가간다. 아이라와 구미코는 그렇게 서로를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 그리고 누군가를 향한 진실한 사랑의... 감정을 되찾아간다.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감미로운 악몽 같은 순간을 지나,
사랑이 남긴 상처를 다시 사랑으로 치유하기까지
“그는 지금, 구미와 함께 있을 때의 자신이 좋았다.
이런 나 자신이라면 사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처음으로 들었다.”
“당신에게 사랑이란 뭐야?” 소설은 아이라가 지금은 헤어진 아내의 느닷없는 질문을 떠올리면서 시작된다. 아이라에게 사랑은 “물이나 공기처럼 없으면 죽을 정도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길고 긴 여정을 거쳐 비로소 사랑이란 “상대의 존재가 스스로를 사랑하게 해주는 것”이고, 자신의 곁에 있는 구미코의 쾌할한 웃음을 보고 싶어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아이라와 구미코는 각자의 상처로 인해 자기 자신조차 사랑하는 법을 모르며 홀로 떨고 있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만나면서 자신도 알지 못하던 자신의 상처와 조금씩 마주하게 된다. 욱신거리는 통증과 정면으로 마주하고서야 비로소 두 사람은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사랑하는 곳에는 반드시 상처가 있다.
『형태뿐인 사랑』 곳곳에는 사랑에서 오는 욱신거림이 묘사된다. 구미코가 다리가 없어진 자리에서 느끼는 환통(幻痛)에 빗대어 사랑을 이야기하는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데도 있는 것처럼 느끼는 이 고통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고통이기도, 타인을 사랑하는 데에서 오는 고통이기도 하다.
왜 인간은 어떤 사람에 대해서는 사랑하고, 다른 어떤 사람에 대해서는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 사랑이란 상대의 존재가 나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그는 지금 누구보다도 구미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웃는 얼굴이 자신 곁에 있을 때 가장 쾌활하기를 원했다. 그녀에게 자신이 그런 존재이고 싶었다.
(…) 그는 지금, 구미와 함께 있을 때의 자신이 좋았다. 다른 어느 누구와 함께 있을 때의 자신보다도 좋았고, 이런 나 자신이라면 사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처음으로 들었다. (442쪽)
서로 다른 ‘형태’인 두 사람이지만 자신에게 없던 빈 부분을 서로 채워주며 비로소 하나가 된다. 혼자서 텅 비어 있던 아이라는 “구미와 함께 있을 때의 자신”을 좋아하게 되고, 구미코와 함께하는 자신의 모습을 이제는 사랑할 수 있다는 마음을 품게 된다. 아이라와 구미코 둘에게 서로의 존재를 마주한 것은 구원이었다.
해외 리뷰
▶히라노 게이치로가 각 시기마다 그 자신의 논거를 차곡차곡 쌓아온 궤적이 구체적인 ‘형태’로 눈에 보여서 역자로서, 그리고 독자로서 흐뭇하고 든든하다. 이 소설에 묘사된 사랑의 ‘형태’ 역시 그러한 흐름에서 읽어본다면 그 의미가 더욱 실감 나게 다가올 것이다._양윤옥(「옮긴이의 말」)
▶전작들과 달리 난해하지 않아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지만, 동시에 지적이고 문학적인 깊이가 있어 사랑이란 어려운 주제를 결코 가볍지 않게, 히라노 게이치로 답게 표현했다.
_일본 아마존 독자평
▶사랑은 이타적이면서 이기적이다, 라는 주제가 무척 흥미로웠다._독서 미터 독자평
▶의무감에서 시작된 감정은 남녀의 사랑이 될 수 있을까? 때로는 웃어도 좋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진지하고 항상 냉정한 주인공이 여러 가지 이유로 변화해 가는 이야기. 히라노의 작품은 읽어서 절대로 손해보지 않는다. 무언가를 반드시 얻어낸 기분이 든다.
_독서 미터 독자평
저자
히라노 게이치로 소설가
1975년 6월 22일 아이치 현 출생. 섬세하고도 날카로운 시각으로 현대사회의 문제점들을 바라보는 신세대 작가이다. 명문 교토 대학 법학부에 재학중이던 1998년 문예지 '신조'에 투고한 소설 '일식'이 권두소설로 전재되고, 다음해 같은 작품으로 제120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미시마 유키오의 재래再來’라는 파격적인 평과 함께 일본 열도를 히라노 열풍에 휩싸이게 하며 출간 직후 일본 내에서만 40만 부 이상이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1999년 메이지 시대를 무대로 젊은 시인의 탐미적인 환상을 그려낸 두번째 소설 '달'을 발표한 이후 3년여 동안 침묵을 지키며 집필을 계속해, 2002년 19세기 중엽의 파리를 배경으로 낭만주의 예술가들의 삶을 그려낸 대작 '장송'을 완성한다.
같은해 특유의 섬세하고도 날카로운 시각으로 현대사회의 문제점들을 바라본 산문집 '문명의 우울'을, 2003년에는 이윽고 작품의 배경을 현대 일본으로 옮겨 젊은 남녀의 성을 세심한 심리주의적 기법으로 추구하는 등 실험적인 형식의 단편 네 편을 수록한 '센티멘털'(원제:다카세가와)을 발표한다. 2004년에는 더욱 심화된 의식으로 전쟁, 가족, 죽음, 근대화, 테크놀로지 등 현대사회의 여러 테마를 아홉 편의 단편으로 그려낸 '방울져 떨어지는 시계들의 파문'을, 2006년에는 인터넷 성인 사이트를 소재로 삼아 현대인의 정체성을 파헤친 '얼굴 없는 나체들'을, 2007년 소설집 '당신이, 없었다, 당신'을 잇달아 발표하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첫댓글 형태뿐인 사랑...
영혼 없는 사랑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