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2'(극본 박재범/연출 박보람)는 김해일(김남길 분) 신부가 세상에 숨어 있는 악과 싸우는 내용이다.
기획의도에는 “낮에는 사제, 밤에는 벨라또(천사파의 보스!) 분.조.장 열혈 신부가 부산에 떴다! 국내 최고 마약 카르텔과 한판 뜨는 노빠꾸 공조 수사극”이라고 한다.
김해일 신부와 박경선 검사. ⓒSBS
여기서 ‘벨라또’란 바티칸의 비밀 요원이고, 분.조.장이란 분노조절장애라는 말인데, 정식 명칭은 ‘간헐적 폭발 장애’이다. 노빠꾸란 무슨 일이 있어도 되돌리지 않는다는 뜻인데 고집이 세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열혈사제2’에는 벨라또 김해일 신부를 돕는 조력자 꼬메스로 박경선(이하늬 분) 검사와 구대영(김성균 분)과 구자영(김형서 분) 형사, 신학교 채도우(서범준 분) 부제, 그리고 오요한(고규필 분) 쏭삭 테카라타나푸라서트(안창환 분) 고독성(김원해 분) 등 여러 명이 있다.
김해일은 구담성당 신부인데 성당에서 복사(신부·사제를 돕는 어린 소년)를 맡고 있던 중학생 이상연(문우진 분)이 미사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상연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했는데 이상연을 중태로 만든 이유가 헤파닐이라는 마약 중독 때문이었다.
구대영 김해일 구자영. ⓒSBS
김해일이 구담경찰서 구대영(김성균 분) 형사와 마약의 루트를 조사하는데 갑자기 대검 마약 수사팀이 수사 기록 일체를 가져가 버렸다. 대검 수사관들이 마약왕이라도 잡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는데, 이는 터진 걸 막으려 하거나 뭔가를 덮으려고 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했는데 그 줄이 부산으로 연결되고 있었다.
마침 부산 교구청에서 김해일을 신학교 교수로 초빙했다. 김해일은 구대영과 같이 부산으로 내려갔는데 부산에서 우마경찰서 마약반 구자영 형사를 만났다.
마약 조직에서는 대부분이 별명으로 불리는데 김해일과 구대영이 부산 불장어를 잡았더니 구자영이 와서 한패인 줄 알고 다 같이 수갑을 채웠다가 신원이 확인되어 풀어 주었다.
구자영은 우마경찰서 마약반 형사인데 마약반에서 마약 사범을 잡아도 남부지청의 남두헌(서현우 분) 부장 검사가 청와대 정무수석과 짜고 자기들 마약반 활동에 초를 친다고 했다.
김홍식과 부하들. ⓒSBS
태국에서 마약 카르텔의 우두머리로 성장한 김홍식(성준 분)이 부산으로 와서 마약 우두머리 회장으로 행세하면서 남두헌 부장 검사와 짝짜궁이 되었다. 어떻게 된 것인지 김홍식은 부산에 오자마자 지역 경찰과 공생하면서 단번에 지역 경찰을 해치우는 잔혹함까지 보였다.
김홍식은 김해일 신부와 구대영 형사가 눈엣가시였다. 그래서 자기 수하들을 풀어서 김해일과 한판 붙게 했다. 김홍식은 김해일 간보기였으므로 그만하면 됐다면서 철수시켰다. 김해일이 맞붙어 보니까 무에라오(라오스의 전통 무술) 같았다.
김해일이 라오스 말은 잘 모르므로 라오스 말을 안다는 쏭삭(안창환 분)과 오요한(고규필 분)을 불렀다. 이로써 김해일 벨라또의 꼬메스는 박경선 검사, 구대영과 구자영 형사, 고독성(김원해 분), 김인경(백지원 분) 수녀, 한성규(전성우 분) 신부, 채도우(서범준 분) 신학교 부제 등 여러 명이 되었다.
구대영 형사, 한성규 신부. 김인경 수녀. ⓒSBS
김홍식은 김해일 신부가 나가는 우마성당에 20억을 기부하고, 기부금 많이 내면 천국 가느냐고 물었다. 김해일은 천국에는 갈 수 없지만, 지옥에는 갈 수 있다고 했다. 김홍식은 경로당에도 기부금을 많이 내고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주었다. 노인 일자리는 마약 만드는 일을 시켰는데 절대 비밀이라고 했다.
그동안 김해일 신부는 부산의 불장어를 비롯하여 뽈락 해파리 열빙어등 조무래기들과 싸웠는데 그 위에 박대장 그리고 회장이라고 불리는 김홍식이 있었다. 그리고 김홍식은 남부지청의 남두헌 부장 검사와 맞닿아 있었다.
김해일 신부는 박경선 검사를 남부지청으로 내려오게 했는데 김해일 신부와 박경선 검사는 비밀 접선을 하고 있었다. 남두헌 부장이 박경선에게 이 후진 곳에 왜 왔냐니까 박경선의 윗선이 비리에 연루가 되었는데 박경선이 그 죄를 뒤집어쓰고 좌천을 왔다고 했다.
남두헌 부장과 박경선 검사. ⓒSBS
남두헌 부장 “부산이 좌천의 아이콘이가? 사고 치면 일로 오구로?”
남두헌 부장이 부산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잘한다 싶어서 탤런트가 누군가 찾아보니 남두헌으로 분한 서현우가 부산 출신이란다.
‘열혈사제2’는 김해일 신부와 박경선 검사가 벌이는 마약과의 전쟁이다. 내용이 너무나 잔혹하고 웃기지도 않는 코미디라서 그냥 그러려니 했다. ‘열혈사제2’는 총 12부작이라는데 금토드라마이므로 지난주에 6회를 했다. 이제 절반을 한 셈이다.
그런데 ‘열혈사제2’에는 매회 부제(副題)가 붙어 있다. 지난 금요일 5회 부제를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 지금이 때가 어느 땐데 이런 제목을 붙일 수가 있을까? ‘열혈사제2’ 5회 부제는 “지랄병에 목침이 약”이라고 했다.
5회 ‘지랄병에 목침이 약’. ⓒSBS
‘열혈사제2’는 김해일 신부가 박경선 검사와 여러 명의 꼬메스와 함께 남두헌 부장 검사와 김홍식 마약 회장을 때려잡는 마약과의 전쟁이다.
구대영과 구자영 형사는 집안사람일 거라고 윗대 종친에게 알아보니 구자영이 구대영의 고모뻘이라고 해서 처음에 조카라고 큰소리치던 구대영이 구자영에게 고모라고 부르고 있었다.
아무튼 김해일과 구대영과 구자영이 마약 밀수 장면을 망원경으로 지켜보면서, 구대영과 구자영이 동시에 외쳤다. “지랄병에는 목침이 약이다” 나쁜 놈들을 혼쭐낼 때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말이란다. 김해일이 “대대로 뼈대있는 집안이구나”라며 칭찬했다.
지랄병 놀이하는 구자영. ⓒSBS
김해일은 마약 약팔이들을 격투기로 때려잡고 구자영과 구대영은 전기충전기로 마약 조직과 한통속인 경찰까지 일망타진했다. 구대영과 구자영은 그들에게 ‘지랄병’이라고 했고 구자영 형사는 그들을 때려잡는 자신도 ‘지랄병 놀이 함 할까’라며 자신을 지칭했다.
드라마 ‘열혈사제2’에는 고맙게도 자막을 지원하고 있었다.
‘지랄병’이란 뇌전증(腦電症)의 비속어이다. 여기서 말하는 ‘지랄병’이란 갑자기 일어나는 경련 또는 발작을 말하는데 ‘지랄병’이 언제부터 있어왔는지는 잘 모른다. 다만 조선 후기에 이의봉이 역대의 우리말과 중국어·일본어 등 여러 나라의 어휘를 모아 해설한 어휘집 ‘고금석림’(古今釋林)에 나와 있을 뿐이란다.
“窒斡. 本朝. 俗稱肝疾爲窒斡”(질알. 본조. 속칭간질위질알)
‘고금석림’에도 지랄이라는 용어가 어디서 왔는지는 알 수 없고 '간질(肝疾)을 속칭으로 지랄이라고 한다'는 내용만 나와 있다. '지랄'의 뜻과는 관계없이 음만을 맞추기 위하여 窒(막힐 질), 斡(돌 알)을 사용하여 '질알'로 적었을 뿐이다.
고금석림에서 간질. ⓒ나무위키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법’은 1981년에 제정되었는데 제정 당시의 장애유형은 지체부자유, 시각장애, 청각장애, 음성·언어기능장애, 정신박약 등 5가지였다.
2000년 1월 1일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어 장애유형에 5개가 추가되어 10개가 되었다.
지체장애인, 뇌병변장애인,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언어장애인, 정신지체인, 발달장애인, 정신장애인, 신장장애인, 심장장애인.
2003년 7월 1일 ‘장애인복지법’ 개정에서 5개가 더 추가되어 총 15개가 되었다.
지체장애인, 뇌병변장애인,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언어장애인, 정신지체인, 발달장애인, 정신장애인, 신장장애인, 심장장애인. 호흡기장애인, 간장애인, 안명장애인, 장루·요루장애인, 간질장애인.
그리고 2007년 발달장애인은 자폐성장애인으로 변경되었고 정신지체를 지적장애인으로 변경하였다. 2011년에는 정신장애인에서 정신분열병을 조현병으로 변경하였고, 2014년 간질을 뇌전증으로 변경하였다. 간질이라는 용어가 주는 사회적 낙인이 심하기 때문에 뇌전증(腦電症) 이라는 용어로 변경되었다.
이름이 변경되었다는 것은 그 이름에 비하 요소가 강하게 내포되어 있어서 당사자 등 관계자들이 바꾸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2023년 장애인등록 현황. ⓒ보건복지부
‘지랄병’이라는 용어 외에 ‘땡깡’이라는 용어가 요즘도 자주 쓰이는데 간질을 일본에서는 전간(癲癇)이라고 했는데 ‘땡깡’이라는 단어가 간질을 의미하는 일본어 ‘덴칸’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땡깡이 간질에서 온 말이라는 것을 잘 모르는지 언론에서도 걸핏하면 ‘땡깡’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땡깡’은 ‘생떼’ 등으로 바꿔 쓸 수가 있지 않을까 싶다.
드라마 ’열혈사제2‘에서 ’지랄병’이 진짜 뇌전증장애인을 지칭하는 말은 아니다. 드라마에서는 마약쟁이 또는 마약팔이를 뭉뚱그려서 ‘지랄병’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굳이 ‘지랄병’이라고 해서 뇌전증장애인들의 아픈 가슴을 후벼 파야 했을까.
드라마에 나온 것처럼 “지랄병에는 목침이 약이다.”라고 했다간 정말 큰일 난다. 이 말은 “지랄병을 하는 사람에게 말로 타이르거나 겁을 주어 정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니 나무토막으로 된 목침으로 패서 자빠트려야 지랄병을 그친다는 뜻이다.” 그러나 뇌전증장애인에게 이렇게 하면 절대로 안 된다.
뇌전증장애인을 목침으로 때렸다가는 장애인 학대를 넘어 사망에 이르게 하는 길이다. 뇌전증장애인이 경련발작을 일으킬 때는 주위에 위험한 물건이 있으면 치워주고 조용히 지켜보면 된다. 경련발작은 2~3분 안에 끝이 나므로 그 후에 본인이 원하는 것을 도와주면 된다.
언젠가 한 뇌전증장애인이 길에서 경련발작을 했는데 나중에 가슴이 아파서 알아보니 119가 와서 심폐소생술을 심하게 했더란다. 뇌전증장애인은 심폐소생술을 할 필요가 없고 해서도 안 된다.
뇌전증장애인의 경련발작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놀라고 당황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뇌전증장애인은 자신의 병을 자신이 잘 알고 있을 것이므로 5분 이상 경련발작이 지속된다면 그때 119에 연락해 주기 바란다.
구자영과 구대영이 마약과 내통한 경찰을 잡다. ⓒSBS
1950년대 식모(食母)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말 그대로 밥해주는 사람인데 비하 용어에다 천시 풍조까지 있어 가정부 파출부 도우미로 불리다가 요즘은 메이드라고 하는 것 같다.
버스가 처음 등장할 때 버스 기사 외에 버스 차장이 있었는데 이 역시 비하 용어라고 버스 안내양으로 바뀌었다가 이제는 버스 안내양마저 없어졌다.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부정적인 의미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도우미 속에 ‘식모’의 의미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활동지원사나 자원봉사자를 도우미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 같다.
‘지랄병에는 목침이 약이다.’라는 못된 짓을 하는 자에게는 엄격한 징벌을 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지랄’을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용어로 순화하자면 ‘웬 난리야?’ ‘웬 헛소리야’ 등으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열혈사제2’는 목을 베고 다리를 자르는 등 너무나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에다 웃기지도 않는 코미디는 그렇다 치고, ‘지랄병’이라는 장애인 비하 용어까지 버젓이 등장하고 있으니 참 뭐라고 할 말이 없지만, ‘열혈사제2’ 관계자들이 ‘지랄병’이 뇌전증장애인을 지칭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사용했을 리는 만무하지 않겠는가.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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