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4,11-19; 마르 9,38-40
+ 오소서, 성령님
제1독서에서 계속해서 집회서의 말씀을 듣고 있습니다. 어제까지의 독서에서는 ‘지혜’가, 우리가 찾아야 할 대상으로 표현되었는데요, 오늘 독서에서 ‘지혜’는 정신과 마음을 훈련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행위자로 묘사됩니다. 지혜가, 마치 사람인 것처럼 의인화되어 표현되는데요, 이와 같은 표현 방식은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는 요한복음 1장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말씀이시며 하느님의 지혜이십니다.
오늘 독서 말씀을 보면 지혜는 생명, 기쁨, 영광, 안전, 유산 등의 상급을 주지만, 이것이 언제나 즉각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지혜를 찾는 이는 가시밭길을 걷기도 하고 두려움과 공포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이 시기를 통과해 내는 이에게는 지혜가 돌아와 자신의 더 깊은 비밀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길을 버리는 사람은 파멸하게 됩니다.
제가 거룩한 독서 요한복음 강의 시간에 이냐시오 성인께서 말씀하신 ‘위안’과 ‘메마름’에 대해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요, 이와 비슷하다 하겠습니다. 우리는 영적으로 ‘위안’의 시기와 ‘메마름’의 시기를 번갈아 가며 겪게 되는데요, 위안의 시기는 ‘생각이나 계획, 느낌, 혹은 내적 충동이 나를 주님과 더 가까이 이끌어 주고, 그분을 알아보고 일치시켜 주는 때’입니다. 이에 비해 메마름의 시기는 ‘죄를 향한 유혹, 주님으로부터 멀어짐, 마음속의 그늘진 우울함, 혼란스러움, 주님을 신뢰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들, 믿음과 희망의 부족, 사랑의 냉담함 등이 심해지는 때’를 의미합니다.
메마름의 시기에는 위안의 시기에 정했던 목적이나 결정을 바꾸어서는 안 되고, 인내심을 갖고 주님께서 위로해 주실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이것이 오늘 제1독서의 뒷부분의 말씀과 비슷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요한 사도는 예수님께 말씀드립니다. “어떤 사람이 스승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저희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므로, 저희는 그가 그런 일을 못 하게 막아 보려고 하였습니다.”
앞서 복음 말씀과 연관이 되는데요, 월요일 복음에서 제자들은 아이에게서 더러운 영을 쫓아내지 못했습니다. 어제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어린이 하나를 세우신 다음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오늘 요한 사도는 자신들이 해내지 못한 일을, 누군가가 ‘예수님의 이름으로’ 해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그를 막아 보려 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요한 사도의 말이 중요한데요, “그가 예수님 당신을 따르는 사람이 아니므로”가 아니라 “그가 우리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므로”였습니다. 즉 그가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인지보다 자기들 편인지가 더 중요했다는 것입니다.
‘우리’라는 말은 너무나 좋은 말입니다. 그런데 그 뒤에 어떤 단어가 붙느냐에 따라 매우 나쁜 말로 변할 수 있습니다. ‘우리끼리만’, ‘우리한테만’ 이렇게 배타적인 단어가 붙을 때 ‘우리’는 나쁜 말이 됩니다. “우리끼리만 먹자”, “우리가 남이가?” 이런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사랑은 확장합니다. 성부, 성자, 성령의 사랑은 확장되어 세상을 창조하시고 당신께서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에게로 그 사랑을 넓히십니다. 그리하여 사랑에는 ‘뿐만 아니라’라는 단어가 붙습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이웃과 나눠야 해.’ 이 말은 ‘우리끼리만’과 반대말로서, 좋은 말이 됩니다.
누군가 예수님의 이름으로 옳은 일을 했다면, 함께 기뻐할 일이지, 통제하고 못하게 할 일이 아닌 것입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에서 ‘옳은 일을 위해 연대하라’는 예수님의 초대를 듣습니다.
우리는 약자 보호를 위해, 정의와 사랑을 바탕으로 한 공동선의 실현을 위해, 지구를 살리기 위해 연대해야 합니다. 그 어느 분보다 연대를 강조해 오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많이 편찮으십니다. 우리는 교황님의 건강을 위한 기도에도 연대해야겠고, 교황님께서 말씀하신 복음의 가치 실현을 위해 세상과도 더욱 연대해야겠습니다.
오늘 집회서의 말씀이 교황님을 더욱 떠오르게 합니다.
“지혜를 받드는 이들은 거룩하신 분을 섬기고
주님께서는 지혜를 사랑하는 이들을 사랑하신다.”
하느님께서 교황님께 힘을 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교황님께서 입원해 계신 로마 제멜리 병원 밖에서 기도하는 사람들
출처: Pope Francis ‘alert and well oriented,’ participates in Mass at hospital - The Catholic Leader
성 베드로 광장에서 교황님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
출처: Faithful unite in St. Peter's Square praying for pope's heal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