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나와 같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라. - 존 그레이 -
2024.07.12
흔하게 잘못 사용되는 어법 중에 ‘다르다’와 ‘틀리다’가 있다. ‘다르다’는 ‘같지 않다’는 뜻의 형용사다. 한자로는 다를 이(異)나 별(別)이다. 이 말은 가치 중립적인 표현으로 말하는 이의 판단으로부터 자유롭다. 영어로는 ‘디퍼런트’(different)이다. ‘틀리다’는 ‘옳은 것이 아닌 상태가 되다’는 뜻의 동사이다. 오류라는 한자어도 있듯이 한자로는 그르칠 오(誤)나 류(謬)이다. 이 말은 가치 측면에서 부정적이고 옳지 않으며 나쁜 것이라는 의미이다.
황희 정승에 관한 일화이다. 집안 노비 둘이 다투다가 한 노비가 다른 노비의 잘못을 고했다. 황희 정승은 “네 말이 옳다”고 했다. 이어서 또 다른 노비가 와서 앞서 다녀간 노비의 잘못을 고하자 “네 말도 옳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서 이를 듣고 있던 정경부인이 “아니 이쪽도 옳고 저쪽도 옳다고 하면 대체 어느 쪽이 틀렸다는 말씀입니까?” 하자 “오호, 그 말도 옳소”라고 답했다고 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서로 “너는 틀렸다”고 하는 상호비방과 손가락질이 난무한다. 일제 식민치하, 군사독재의 잔재 그리고 극단적 진영논리로 우리의 의식 혹은 무의식에 ‘다른 것은 틀린 것’ ‘다른 것은 나쁜 것’이라는 뿌리 박힌 편견이 자리 잡고 있다. 그 바닥엔 ‘모든 것은 같아야만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획일주의가 버티고 있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면 갈등은 끝이 없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달라야 당연하고 그것이 진정 ‘옳은 것’이다.
나는 당신의 의견에 반대한다.
하지만 당신이 그 말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
당신과 같이 싸우겠다. - 볼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