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질문이 하나 들어왔습니다. "전례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코드가 있나요?" 였습니다. 신학생 때부터 교회 음악에 관심가지고 활동해왔고, 지금도 공부를 하고 있는 저의 입장에서는 조금은 황당한 질문이었습니다.
그래도 저의 부족한 답변으로 인하여 혼란과 파장이 생길 것을 염려하여, 이 질문을 로마 가톨릭 내 최고 권위의 교회 음악 학교인 'Pontificio Istituto di musica Sacra'에서 석박사를 하신 타교구 신부님께 문의해보았습니다. 신부님께서는 두 가지 측면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먼저 '전례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코드'는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교회 내에는 여러 가지 선법과 종지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자주 사용한다는 것이지 그것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흔히 텐션 코드(기본적인 코드에 코드음 외의 음을 추가하여 만든 코드) 라고 불리는 것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 사용하지 못하는 코드와 코드 진행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추가적으로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텐션 코들르 한 곡에 너무 자주 사용하는 것은 지양하였으면 한다' 는 것이었습니다. 텐션 코드는 곡에 살짝씩 텐션을 주면서 새로움을 주는 역활을 하지만 한 곡을 텐션 코드로만 꼭차게 구성을 하게 되면 노래를 부르는 입장에서, 혹은 합주를 하는 입장에서 자칫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말씀을 들으면서 '우리의 신앙생활도 이와 같겠구나' 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본당에서 열심히 전례에 참여하고, 신심 단체 활동도 하고, 기도도 하고 하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때론 이러한 반복되는 신앙생활 속에서 자칫 흥미를 잃어가거나, 지루함을 느끼는 때도 있습니다. 그러할 즈음에 하는 것이 있습니다. 단체 성지순례를 가기도 하고, 어디 시설에 봉사활동도 가기도 하고, 때론 술 한 잔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것들을 가끔씩 하면서 신앙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어 주고 응집력을 높여 주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러한 것들이 없었다면 점점 기운이 빠질지도 모르셌습니다.
그러나 너무 몰두해서 이러한 것들이 주가 되는 경우는 경계해야 합니다. 본당의 신앙생활은 뒷전이고 놀러만 가거나, 술만 마시거나 하면 그 본질은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것은 활력도, 응집력도 높여주지 않는 행동입니다.
그러니 그 '정도' 를 잘 지켜야 할 것입니다. 너무 치우치지도, 너무 배척허지도 않는 그러한 '정도'를 말입니다.
2024. 07.14 주보 사제단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