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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풋볼뉴스(Football News) 원문보기 글쓴이: 블루문
[박승하의 스포츠 심리학] 상대 속이는 축구 기술, 무엇이 필요할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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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에서 해설자로 활약하고 있는 이영표 해설위원이 현역시절 많이 사용했던 기술 중의 하나가 일명 ‘헛다리 짚기’이다. 수비수와의 1대1 상황에서 한쪽 방향으로 드리블을 치고 나갈 것 같이 공을 타고 넘는 듯한 동작으로 수비수를 속이고, 상대 수비수가 이 동작에 반응할 때 반대 방향으로 드리블을 해 나가는 기술이다.
한편 안정환 해설위원은 ‘ㄴ자 슛’이라는 재미있는 용어를 사용해 주목을 끌었다. ‘ㄴ자 슛’이란 드리블에 이은 슛까지 공의 궤적을 ‘ㄴ’글자에 비유하여 붙인 이름으로, 오른쪽 사이드 쪽에서 중앙 쪽으로 드리블하다 거의 90도를 꺾어 왼발로 슛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네덜란드의 로번과 아르헨티나의 메시가 스페인과 크로아티아전에서 각각 ‘ㄴ자 슛’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이 슛은 골문 쪽 방향으로 드리블하여 수비수를 제치고 슛하는 것이 아니라 골문과 평행한 방향으로 드리블을 하다 슛을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수비수가 슛 타이밍을 잡지 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공격자는 드리블 하면서 슛을 할 듯 말 듯한 동작으로 수비수를 속이는 것이 필요하다.
위의 두 기술은 모두 상대 수비수를 속이는 것과 관련이 있다. ‘속이다’의 사전적 의미는 ‘거짓된 행동을 참이라고 알게 하다’로, 일상적으로는 매우 부정적이다. 그러나 구기 스포츠 경기에서는 상대방을 얼마나 잘 속일 수 있는지가 중요한 기술적 요소가 된다. 그렇다면 상대를 잘 속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기본적으로 참(실제)과 같은 거짓된 행동(속임수 동작)이 필요하다. 즉, 실제로 왼쪽으로 드리블을 해 나갈 것 같은, 실제로 슛을 할 것 같은 동작을 정확하게 취해야 한다. 잘 속이기 위한 또 하나의 요소는 속이는 동작과 실제 동작 간의 시간 간격이다. 스포츠 심리학에서는 자극과 반응 간의 관계, 특히 반응시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제시하는 자극의 개수를 하나 또는 두 개 이상으로 하거나, 두 개의 자극을 연속적으로 제시했을 때 나타나는 반응시간의 결과로 인간의 움직임 원리를 설명했다.
위의 이중자극 패러다임 연구에서 첫 번째로 제시하는 자극에 대한 반응이 일어나기 전에 두 번째 자극을 연속적으로 제시하면 두 번째 자극에 대한 반응이 늦어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공격수가 속임수 동작(첫 번째 자극)을 하게 되면 수비수는 이에 반응을 하게 되는데, 수비수가 반응하기 전에 실제 동작(두 번째 자극)을 하게 되면 그만큼 실제 동작에 대한 수비수의 반응이 늦어지는 것이다. 수비수의 반응이 늦어지면 공격 성공률은 높아진다.
그런데 어떤 선수가 습관적으로 속임수 동작을 사용한다면 어떨까? 수비수는 속임수 동작에는 반응하지 않고 실제 동작에 대해서 빠르게 반응할 것이다. 이처럼 속임수 동작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수비수가 사전에 예측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공격수와 수비수는 서로 속이려 하고, 서로 속지 않으려고 한다. 공격수는 수비수를 속여 한 템포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반면 수비수는 공격수의 움직임에 빠르게 반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격수의 습성과 기술적 특성을 잘 파악하여 사전에 공격수의 움직임을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