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물 고성기시인의 제정하고 제주시조시인협회(회장 강상돈)가 주최, 주관한 제1회 늘물섬문학상 당선작이 발표됐다. 첫 번째 주인공은 경북 포항시 출신의 박한규 시인의 시조 『로딩 중인 섬』이다. 이 작품은 시조의 전통적인 틀을 현대적이고 참신한 방식으로 풀어내며,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제1회 늘물섬문학상 작품은 전국에서 210편이 응모 했다.
늘물섬문학상은 제주시조시인협회와 고성기 시조시인의 뜻 깊은 후원으로 제정됐다. 이 상은 ‘섬을 노래하는 시’라는 주제로 전국 공모로 진행했으며 매년 시조의 발전을 도모하고 새로운 작품을 발굴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500만원 상금이 주어진다.
박한규 시인의 당선작인 『로딩 중인 섬』은, ‘섬’이라는 전통적 이미지에 현대적인 요소인 컴퓨터 ‘로딩’과 같은 디지털적 특성을 결합해 섬과 바다 그리고 고립의 느낌을 독특한 방식으로 그려냈다.
특히 ‘검색 → 아이콘 → 모니터 → 커서 → 더블클릭’이라는 점층적인 구사를 통해 섬이라는 주제의 깊이를 디지털 시대의 감각으로 새롭게 풀어냈다. 이와 같은 시의 구성은 시조에서 보기 드문 확장과 은유를 성공적으로 시도하여 심사위원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번 심사에서는 여러 작품이 경합을 벌였고, 「보재기」, 「오동동 따개비」, 「아버지의 바다」 등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박한규 시인의 『로딩 중인 섬』이 작품성과 참신성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시조에서 자주 사용되지 않는 ‘디지털 로딩’의 개념을 섬과 바다의 이미지와 연결 지은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박한규 시인은 당선 소감을 통해 “늘물섬문학상 첫 수상자로 선정되어 감격스럽고, 시조와의 인연이 제게 큰 의미가 있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시조를 통해 일상의 애환과 시대적 정서를 담아내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왔다며 이번 작품은 그동안의 고민과 수많은 고민의 결과물이라 설명했다.
“제 시의 화두는 ‘섬’이었습니다.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섬, 이것이 우리였고 나였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시조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문학적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늘물섬문학상은 고성기 시조시인의 고귀한 뜻에 따라 제정되었으며 이 상을 통해 제주 시조문학의 전통을 계승하고, 새롭고 창의적인 시조 작품들이 세상에 소개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고성기 시조시인은 시조문학의 발전을 위해 이번 상의 설계를 도왔으며 앞으로 이 상이 제주 시조문학의 중요한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늘물섬문학상은 매년 작품 공모를 시작할 예정이다. 고성기 시조시인은 이 상이 제주 시조문학의 발전과 아름다운 시조 작품 창작에 기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고성기 시조시인은 1950년 제주도 한림에서 태어났으며 제주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제주여자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를 거쳐 교장으로 재직했다. 2013년 은퇴 후 시조 창작에 집중해 왔다. 그의 첫 시집 『섬을 떠나야 섬이 보입니다』를 포함해 여러 시집과 칼럼집을 출간했으며 제주문학상, 동백예술문화상, 제주특별자치도 예술인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문학상은 고성기 시조시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제주시조시인협회가 주관하며 2044년까지 매년 시조의 미래를 밝혀갈 예정이다.
한편 시상식은 오는 11월 제주시조백일장 시상식과 함께 열릴 예정이다.
<제1회 늘물섬문학상 당선작 >
로딩 중인 섬
박한규
비릿한 근성으로 설정되는 안부 있어
한사리 우련 붉게 검색 창에 깔리는 날
아이콘 홋줄을 풀고 그 섬으로 가고 싶다
얼마나 닿고프면 해비늘로 떠있을까
겹겹의 세월마저 물결에 펼쳐 두고
모니터 그러안은 채 꿈을 꾸는 섬 하나
연착된 하늬바람 스크롤을 하는 밤도
과분한 섬 향나무 달빛으로 벌채해서
오징어 먹물의 창에 커서의 길 밝힌다
파도는 어찌하여 혼잣말로 로딩할까
해안선 홑겹 줄이 더블클릭 할 때마다
누웠다 서는 멀기에 그리움이 로딩된다
<심사평>
▲ 이지엽 심사위원장 ⓒ데일리제주
확장은유를 통한 높은 완성도의 작품
심사위원 일동은 대상 작품 전체를 읽고 좋은 작품을 각 일곱 작품을 선정하였다. 심사기준은 다른 무엇보다 작품성의 우수성과 참신성이었다. 응모작품 수가 많아 일독을 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작품의 전체적인 수준이 고르고 높은 편이었다. 그중에서 심사위원 모두가 주목한 작품은 「보재기」,「오동동 따개비」,「아버지의 바다」, 「로딩중인 섬」 등이었다.
「보재기」의 작품은 어업에 종사하는 주름살 속의 바다를 속내 깊게 그려냈으나, “근대사의 기록” 이라는 육화되지 않은 시어가 전체의 상을 깨뜨리고 있었으며, 「오동동 따개비」는 수평선에 당겨지는 팽팽한 서정성이 잘 그려졌지만 깊이가 다소 평이하고 새로움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가 되었다. 「아버지의 바다」는 바다라는 생활 공간을 아버지의 일상에 접목하여 그 애환과 슬픔을 잘 그려내고 있지만 어조의 안이한 반복(~읽어보면, ~올리면)과 평이함이 지적되었다.
「로딩중인 섬」 은 응모작 중 가장 주목이 된 작품이었다. 섬과 바다라는 소재를 컴퓨터 로딩하는 과정에 밀도 있게 밀착 묘사함으로써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견인하고 있는 자세가 믿음직스러웠다. 특히 시조에서는 구사하기 힘든 확장은유를 “검색 → 아이콘→ 모니터→ 커서→ 더블클릭”시어들을 단계적으로 잘 어울리게 배합함으로써 높은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 이정표가 될 만한 작품이라는 판단을 하였다.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한국시조단을 위해 좋은 작품을 창작해주길 부탁드린다.
심사자: 오영호, 문태준, 이지엽(글).
< 당선소감 >
▲ 박한규 경북 포항시 출신 ⓒ데일리제주
늘물섬문학상 당선이라는 큰 영광을 안게 되어 벅찬 감격을 느낍니다. 더욱이 그 첫 회 수상자로 제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은 제 삶에 있어 다시없을 기쁨이자 무거운 책임이라 생각합니다. 시조와의 인연은 어느 날 예기치 않게, 선물처럼 제게 다가왔습니다.
시조의 정격미와 압축된 표현의 힘이 제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던 것이지요. 그러나 시조를 공부하는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쇠가 수많은 두드림을 거듭하며 단단해지듯, 저 또한 수없이 부딪치고 고민하며 시조라는 문학의 옹골찬 틀 안에서 제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부단히 노력해 왔습니다. 정년퇴직 후 느껴진 허전함과 코로나라는 역병의 긴 시간을 건너는 동안 제가 기댈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시조뿐이었습니다.
시조로 새벽을 열었고 시조로 저녁을 닫았으며, 하루 시간의 대부분을 시조와 함께 보냈습니다. 간간이 텃밭을 일구기도 했으나, 회사 다닐 때 시조쓰기에 집중하지 못했던 것을 그렇게 몇 번의 겨울과 봄·여름을 거치며 온전히 시조쓰기에 매진하였고, 그 결과 소소한 열매들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이는 소시민의 삶과 시대적 정서를 담아내는 현대시조를 쓰고 싶다는 제 마음을 더욱 굳히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로딩 중인 섬」에서 ‘섬’은 신비의 섬, 울릉도를 가리키는 동시에 평생 노 저어 가도 닿을 수 있을까 말까한 시조의 세계를 은유합니다.
제 부족한 작품을 선選해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뜻 깊은 문학상을 제정해 주신 늘물 고성기 선생님의 고귀한 정신을 가슴에 깊이 새깁니다.
오늘의 영광을 아내 김00 권사와 아들, 며느리, 그리고 귀한 손주와 함께 나누며, 앞으로도 정성을 다해 시조의 텃밭을 가꾸어 나가겠습니다.
세상 떠나는 날까지 시조와 함께하겠다는 다짐을 드리며, 이 길을 걸어오고 또 걸어갈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이번 상은 저 개인의 성취를 넘어, 시조라는 전통의 맥을 오늘에 이어가고 내일로 확장해 가야 한다는 사명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출처 : 데일리제주(http://www.dailyjej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