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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스토리 텔링3
4년전 그 귀여운 방울이 얼굴을 떠올리며 난 죽은 방울이를 애타게 불러봤지.
난 그 동안도 방울이를 몇 번 보고 싶어 찾아가 보려고 했지만 할머니가 극구 반대를 하는 바람에 못 가 봤지.
또 할머니가 방울이에게 개사료를 사다준다기에 그게 얼마나 맘이 아팠는지 몰라.
한 마리 밖에 없는 방울이에게 자식이라고 하면서, 고맙다고 하다니… 개사료도 겨우 만원도 안 되는 제일 싼 사료를 사다주다니?
그것도 대형 푸대 자루에 든 것 말이지. 한 푸대에 1만원도 아니고, 9천 원하는 개사료를….
이제야 말하지만, 방울이는 4년을 할머니랑 살면서도
사료 9푸대를 먹었다고 할머니가 나중에 말하더군.
맙소사!
9천 원짜리 9푸대면 얼마지? 잘 계산해 봐!
{난 길냥이들에게 18~20키로 짜리 사료를 한 달에 한 푸대내지 두 푸대씩 전용 사료를 사고, 개 사료는 일 주일에 20키로 한 푸대씩 사고, 편의점이나 각종 음식점에서 먹거리를 얻어다 길냥이들 먹이는 데 말이지.
나 아는 분은 냥이 전용 사료를 20키로짜리로 일주일에 2~3푸대씩는 사지.
그리고 밤마다 돌아다니면서 몇 시간씩 서너 마을을 돌아다니며 먹여.
대단하지…존경스러울 정도야.
그 집에도 다 주워온 길냥이들이 십 여 마리가 넘어.
새끼 낳아 잘 자라면 내보내고 또 아픈 애들, 또는 꼭 돌봐야 하는 아이들을 데려다가 보살피다가 방사하고 그러지…
한 달이면 그 사료 값이 얼마나 나오는지 알어? 그 애들 대부분 아프거나 다치거나 한 애들이니까 병원비며 약값이 얼마나 나오는 지 알어? 며칠 입원시키고 데려오는데도 7, 80만원을 카드로 긁고 온다고 했어. 그래도 그 분은 그렇게 해. 왜? 자기 맘이 불편하니까…하는 거야. 직장 다녀서 월급에 전부를 길냥이들 먹이는 데 다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아무튼, 지나치게 무엇엔가 헌신 하는 분이지. 그걸 누가 미련하다, 어리석다 할 수 있지? 그렇게 말하는 이들은 그런 희생적인 맘을 갖고 살아보지 않아 이해를 못하는 것 뿐이지. 그러니까, 비난하고 조롱하는 이들은 이런 단계의 목숨을 걸어본 적 없는 이들이야. 손가락질 하는 이들은 희생과 헌신을 하는 이들의 그 맘에 숭고함을 소유하려면 얼마나 더 진화해야 할까? 난 그렇게 생각해!
한 마디로 말하면 이런 분들은 하늘이 낸 분이라고 난 말하지 않을 수 없네.
그런 분에게도 흠집은 있었어. 누구에게나 흠집은 있는 것이니까. 그 분이 내게 치명타를 안겨줘 지금은 만나지 않지만 그런 봉사정신과 숭고한 희생정신에서는 존경스러워.
일반인들이 보면 이렇게 하고 다니는 우릴 미친 것들이라고는 하더만….
미친 것은 누구다? 그렇게 말하는 것들이 미친 것이지. 또 엄밀히 따지면 미쳐 살기는 다 마찬가지야. 니나 내나 할 것 없이 말이지. 모두가 우린 자기가 살고 싶은 대로,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아보려고 이 세상에 온 거야.
그러니까, 각자 근사한 예술품을 조각하고 빚고 하는 거지.
나의 전용 영화, 내가 주인공인 연극을 하는 거야.
알간? 그 분이 내게 잘못을 한 것, 그런 잘잘못을 떠나서 그렇다는 거야.
난 전에도 할머니에게 전용 사료 한 푸대를 사 보내겠다고 주소를 가르쳐 달라고 했지.
또 울 방울이를 보겠다고 한 번 가 보겠다고 해도 할머닌 내게 절대로 보여주지도 않고, 오지도 못 하게 했지.
왜냐면 할머니 사는 집은 수 십 년된 고리짝 흙집이고 사는 게 누추하다보니 그랬던 거야.
난 알지만,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란 말이지.
할머니는 가난해서가 아니라, 한 마디로 말하면 청승을 떨며 사는 분이지.
청승으로 말하면 나처럼 청승맞게 사는 자도 사실 있으려나?
하지 않아도 되는 짓을 골라가며 하고 사니 말이지. 그래서 누구보다도 난 할머니를 충분히 이해해. 내가 그런 족속이거든. 그런 부분에서는…
할머닌 자녀들도 모두 사회에 저명한 분들이지지. 땅도 많이 갖고 있고, 논도 임대를 해서 거기서 쌀도 몇 가마씩 나와, 지금은 나라에서 노령연금이라고 해서 30만원씩 나오고, 교통비도 무료고, 또 뭐도 나온다고 방송에서 그러더래. 그래서 그것도 알아보고 타 먹겠다고 하시더군. 욕심이 많으시지? 그러면서도 자식들에게는 손을 안 벌리셔. 자식들 어렸을 때 잘 해 주지 못하고 공부도 변변치 못하게 가르치고 고생시켰다고 하면서. 용돈은 절대로 받지도 않지. 그게 맞는 건지 모르겠어. 내 입에서는 가슴에서는 그 할머니에게 들려드리고 싶은 얘기가 한도 끝도 없이 줄줄줄 새어나와. 들려드리고 싶어. 할머니 그러시면 안 된다고. 그 연세 사는 내내 그런 사고 방식으로 굳어졌는데 내가 연고를 발라준다고 해서 낫겠어. 깊이 가슴에 패인 주름이 펴지겠느냐고. 그래도 간간이 만나면, 요즘은 내가 수시로 들리고 다니는 편이야. 다 방울이가 죽고 나서의 일이지만.
만날 때마다 난 조금이라도 내 얘기를 들려드리고, 수다를 떨지.
할머니 날 만나는 걸 무지좋아하셔. 내가 갈까봐 더 붙잡아. 그 맘 알지.
그리 사는 것도 다 할머니의 팔자지. 난 이렇게 말도 해 드려.
“이건 다 선생님 팔자예요. 팔자! 제가 이렇게 사는 것도 저의 팔자이 듯이요. 팔자 타령하면 기분 나빠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아요. 팔자대로 살아야 사실은 잘 사는 방법이에요. 지금 누굴 원망하겠어요. 없어서 이렇게 사는 것도 아니고, 남들이 부러워할 수도 있는 판국에 이렇게 스스로 자처해서 고달프고, 초라하다 못해 비참하게 사는 걸 즐기는 데 말이지. 이왕 이렇게 살려면요. 차라리 즐기세요. 즐겨요…”
내가 이렇게 할머니에게 또 말했지.
“선생님은 아들 며느리에게 서운해할 것 없어요. 스스로 그렇게 사시는 분이네요.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아들들이 그렇게 잘 사는데…이게 뭡니까? 왜 아들, 며느리, 딸 욕 먹이면서 사세요? 집을 지어준다고 해도 싫다고 했다면서요? 마을회관에도 못 가는 게 그 분들이 아들들 욕하잖아요. 또 읍면사무소에서도 조사를 해 보면 아들들이 다 잘 살아서…정부 보조금을 덜 받는 다고 한다면서요?
그리고 며느리가 형광등 고장나 사갖고 왔는 데도 앉아 보지도 않고 서 있다가 그냥 갔잖아요. 그걸 두고 서운해 하지 마세요.
선생님! 앉을 자리를 좀 마련하고 앉아 있다가 가기를 원해야지요. 여기 앉을 곳이 어딨어요? 깨끗한 방석이라도 준비해 뒀다가 앉으라고 해야 앉을 것 아니에요. 그래요 안 그래요?
단 한 번도 딱기를 해요. 쓸기를 해요. 그러니까 제가 치워 드릴 게요. 제발~ 전 청소하는 것 아주 잘해요. 아주 깨끗하게…”
지난 추석 전에 난 큰 맘을 먹고 며칠에 걸쳐서 대충이라도 치워드릴 생각을 갖고 말해 봤는데 손사레를 치며 한사코 그만 두라고 하더라고.
그래도 마당이라도… 안 해도 돼!
마루 바닥이라도 그런 소리 하지 말어.
그러니 내가 도리가 있는가? 아무도 못 말리는 고집쟁이인데 말이다.
그거 아는가?
아무리 자녀들이 잘 살아도 부하게 살만한 데도 이 할머니처럼 해주고 싶어도 해주지 못하는 자녀들도 있다는 것을…
할머니가 그런 분이다. 솔직히 말하면 내게 할머니가 사는 그런 흙집이라도 갖고 있다면 난 아주 매우 아름답게 꾸미고 살 자신 있다.
그 주변 환경은 또 얼마나 좋은가…산과 들엔 맨 먹을 것 투성이이고, 공해 염려 조금도 없다.
밭은 고사하고 그 주변에만 씨앗 몇 개씩만 심어 놔도 얼마든지 배 곯지 않고, 풍성한 식탁을 마련해 줄텐데. 먹고 살 수 있을텐데 말이다.
얼마나 좋아….
난 어려운 환경에서 폐기 주우러 다니는 분들과 시장에서 새벽부터 나와 앉아 장사하시는 할머니들 봐라.
그 분들이 할머니같으면 어땠을까? 라고도 얘기해 준다.
뭐든지 자신만 보기 때문에 비참한 것은 아닐까? 상대를 보면 위안을 받는다. 상대를 보면서 위로를 받고 맘을 새롭게 할 계기가 된다. }
희망이 스토리 3탄
2배 속의 속도로 읽어내려 갈 게요.
4년전 그 귀여운 방울이 얼굴을 떠올리며 난 죽은 방울이를 애타게 불러봤지.
허허벌판, 가로등조차도 보이지 않는 곳에 서서.
까닥 잘못했다가는 하천, 또랑으로 차가 빠질 뻔도 했어.
“방울아, 너의 마지막 모습을 이렇게나마 보러 가려 하는데 도저히 난 못 찾겠다. 어쩌면 좋니? 도와줘라!”
중얼거리며 뒤를 돌아보니 어디선가 ‘번쩍’하고 작은 별이 반짝이는 거야.
반짝반짝~~
운전대를 잡고 초라해 보이는 그 빛을 따라 쌍라이트를 켜고 서서히 방향을 잡아
한 농가 집 앞에 다다랐어.
그 불빛이 새어나오는 문 틈으로 안쪽을 들여다 보니 한 아주머니가 장작을 태우느냐 화로 앞에 서 있더군.
“아주머니, 아주머니…”
등뒤에서 들리는 내 목소리를 듣고는 놀라서 뒤를 돌아보더군.
부엌 문을 삐끄덕~하고 열고 나오더니
“누구요?”
“이 곳이 이러이러한 지명 맞아요?”
계속 난 아주머니와 말이 엇박자만 났어.
{왜냐면 나도 할머니와 전화 통화하면서 듣고 쓴 종이 쪽지라 발음이 부정확하고, 받아 적은 메모도 틀렸던 거지.}
그러다가 우린 입을 겨우 맞췄어.
무슨 무슨 ‘리’라고 하더군.
아주머니는 깨우뚱거리며 긴가민가하더군.
난 할머니와 전화 통화를 하게 해 줬어.
‘누구 엄마, 누구네…’라고 하니까 서로가 금방 알더라고.
‘허허 이럴 수가?’
난 그제서야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지.
어찌어찌해서 내가 그 인근까지는 가기는 했더군. 다행이지?
그 동네 사람이니 서로서로 다 알잖아. 할머니는 그 아주머니더러 날 집에 까지 데리고 오라고 했어. 울먹이면서…
어찌어찌해서 그 아주머니가 날 그 곳까지 산길을 타고 구불구불 올라가는 그런 곳에 데려다 줬지.
그런 거야. 내가 방향 감각을 잃었을 때 바늘 구멍만한 빛이 날 도와 줬지.
이렇게 도움은 하늘에서 늘 언제나 우리에게 오지. 바늘 구멍만한 곳에서~
아마 예수가 말하는 낙타가 바늘 구멍으로 들어가는 예화가 이런 것은 아닐까.
늘 그랬던 것 같아. 우연이, 아주 사소한 무엇이, 어쩌다가, 찰라에…벌어지는 일들이 모두가 상황을 완전히 전환시켜 줘.
가만히 돌이켜 봐. 상황의 역전, 전이는 꼭 그렇게 돼더라고.
할머니는 방울이를 박스에 넣어 방안에 놓고 징징거리고 있었지.
난 방울이를 보는 순간 너무 놀랬어. 내가 생각했던 그 방울이 모습이 아니거든.
엄청 큰 고양이가 됐더군.
그 작은 아이가 이렇게 자라났다니… 울어야 할 판국에 웃음이 터져 나왔어.
“어머어머 이 애가 방울이 맞아요?”
날 그 곳까지 데려다 준 아주머니가 보기에 얼마나 기가 막히겠어. 고양이 한 마리 죽었다고 대성통곡하고 식음을 전폐하고 울고 있으니 말이야.
우리들에게나 그들이 가족이고, 내 친구이지, 그런 우릴 이해하겠어?
하여튼, 아주머니에게 정말 고맙더라고.
적재적소에 딱 맞게 그 장소, 그 자리에 있게 만든 조화는 말이지…
다 천사를 보내준 거야. 천사…
{우린 대부분 천사그러면 날개 달고 하얀 드레스 입고 내려와야 천사라고 하지.
그렇지 않아.}
{이런 걸 보고 천사라고 하는 거야. 그러니, 내가 누군가의 천사가 많이 됐으면 좋겠지? 무엇의 천사가 되어준다면 좋겠지?}
할머니도 내게 그러더군. ‘여길 어떻게 찾아왔대?’
너무 신기해서 묻고 묻고 또 묻고 하더군.
깊은 산속 옹달 샘과 같은 곳에 집이 위치해 있었으니까.
대낮에 찾아와도 헤맬텐데, 야심한 오밤중에 찾아왔으니 말이야. 그렇겠지?
내가 가기는 했어도 얼마나 내 자신이 신통방통한지 내가 봐도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더군.
난 할머니에게 이실직고, 방울이에게 물었더니 삽시간에 이 곳으로 데려다 줬다고…
난 사실 도무지 못 찾고 그냥 돌아갈 뻔했으니까. 할머니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어.
아주머니는 집에 가봐야 하고 그래서 아주머니는 혼자 밤길을 내려가셨어. 맙소사~
다음에 들려 뭐라도 사다드려야 겠어.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너무 무심했구나 싶네.
또 할머니는 그랬어.
올 해가 자기가 운명을 달리할 거라고 그랬다는 거야. 누가?
그 시동생이! 그 시동생은 무당이야.
그런데…최근에 할머니가 그러더군. 그 시동생이 별안간 아파 병원에 입원했다고 했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름시름 앓더니 며칠 전에 죽었대.
뭔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
{그걸 너가 알런가 몰러!}
그나저나 참 아이러니 하지?
할머니에게 난 일러줬지.
“선생님, 선생님은 안 죽어요. 방울이가 선생님 대신 갔어요. 그러니 방울이에게 고마워 하세요. 방울이는 선생님이 이렇게 우는 것 안 좋아해요. 방울이 영혼이 자유롭게 떠나갈 수 있도록 앞으로는 더 행복하게 살아야 해요. 더 건강해 지실 거에요. 봐요! 내 말이 틀리나 맞나요!”
얼마 후! 그 할머니를 만나러 또 갔지. 글쎄 할머니 안색이 해맑아지고 얼굴에 주름이 쫙~~~ 펴진 거야.
팔자 주름조차도…볼도 탱탱해 지고…마치 봄 꽃이 활짝 핀 것처럼 뽀쌰시해졌지.
한 마디로 놀랬어.
“선생님! 선생님 얼굴에 봄이 왔어요. 새색시처럼 볼도 발그레해지고, 시집가도 될만큼 젊어졌어요. 이상하네?”
그랬더니, 할머니가 그러는 거야. 그렇지 않아도 일주일에 두 번씩 물리치료 받으러 가는 곳의 한의원 원장도 그러더래.
그 할머니의 얼굴을 뚫어져라 빤히 쳐다 보더래.
왜 보느냐 물었더니,
“며칠 사이에 얼굴이 확 펴졌어요. 아니, 어떻게 이렇게 며칠 사이에 달라질 수 있죠. 저 몰래 무슨 좋은 것 드셨어요. 산삼이라도…”
그러면서 고개를 계속 꺄웃뚱해 가며 눈길을 접지 못 하더래. 여기서 접지 못한다는 말을 부연 설명하자면 말이지. 이런 거야. 눈길을 떼지 못 한다는 소리지.
또 형광등이 깜박거려 며느리에게 형광등을 사다달라고 했다는 거야. 며느리가 형광등을 사갖고 들렸는데, 얼굴을 빤히 들여다 보며 그러더래.
“어머님, 지금 한참 농번기라 힘들어 하실텐데 얼굴이 아주 좋아졌네요. 뙤약 볕에 그을려 새까맣게 돼 계실 줄 알았는데 안색이 더 밝아졌어요.”
별일이지…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고 있네. 방울이 할머니 얘기도 앞으로 할 생각인데 이미 이 곳에서 한 보따리 또 풀어놓고 말았군.
{그나저나 꼽사리 끼는 예문들이 하도 많아, 희망이 이야기가 점점 길어져 큰 일이구먼. 어쩌면 좋아!
점차로 말문이 수문이 열리듯 안 닫히고 더 폭포수처럼 활짝 열리고 있으니까 말이지.}
바로 이거야. 이거!
말은 진화된 문화에서는 최후의 방식이래. 누가? 신이…
그 대신 미물이라 여기는 벌레, 곤충, 짐승, 식물, 나무, 돌, 바위…들은 우리 인간의 느낌 이상의 감을 갖고 살어.
촉을 세우고 살지. 그래서 그 작은 미풍, 소소한 낌새도 금새 눈치 채고, 담방에 알아채 움직이는 거야.
작은 것들은 큰 것의 축소판이지.
작은 것을 보면 큰 것을 다 그래서 알 수 있게 돼.
그 속내를 다 파악하고, 분석이 가능하게도 돼지.
내 안에 그 작은 소리, 미미한 촉각에 그래서 우리가 귀 기울이고, 그 소리에 예민해 져야 하는 거야.
어떤 이성이 너 앞에 나타났어.
맛난 음식이 너 앞에 차려졌어.
멋진 차가 너 앞에 나타났어.
좋은 지 나쁜 지, 부러운 지 안 부러운 지, 맛있는 지 안 맛있는 지 어찌 알지?
다 촉으로 아는 거야. 누가 가르쳐 준 게 아니라 촉으로.
이성이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나? 안 했어도 그냥 저절로 ‘저 사람은 내 거야. 사랑하고 싶어.’ 하게 되는 거지.
살아 오면서 수 많은 사람을 만났어도 어떤 인자 앞에 서면 그냥 떨려, 부들부들.
그리고 가슴이 두근거려져 두근두근.
뜨거워져, 화끈화끈.
또 말도 더듬어…더듬더듬…그리고 또 고백도 하고 싶어져.
아~저~~~하고…다 그런 이유가 대체 뭘까?
촉으로 아는 거야. 느낌으로…
너가 말해서 아는 게 아니라고….
알겠어.
.
.
.
희망이도 그걸 안 거야.
좋을 때는 좋지만, 귀찮아 한다는 걸 눈치로,
눈치를 챈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
희망이 엄마는 어떨 때는 집에 들어가면 청소를 해야 해 짜증이 폭발할 때는 희망이 거실에 두고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간다고 했어.
그렇겠지. 나도 그랬으니까.이해는 해. 그렇지만, 자주 그런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
아무튼 여러 가지가 작용해 희망인 싸남뱅이가 돼 버렸어.
주인이 그러더군. 처음에 내게 와서 미용을 하고 간 후 한 동안은 희망이가 너무 편안해 보이고 그 표정에서 따뜻함이 전해져 왔다고. 우리 집에 다녀오면 희망이가 완전히 달라져 있더라고.
신은 희망이에 대해서 또 여러 차례 걸쳐서 말을 했지.
희망이가 오래 살 지 못할 거란 말도 했어. 그것은 희망이 문제도 아니고, 누구의 문제도 아니야. 희망이의 때가 차서 가는 것 뿐이야.
희망인 이 세상에 올 때 자신의 어떤 경험과 목적을 달성했기에 가는 것 뿐이야.
그리고 지금의 마르티스라는 털옷을 벗고 새 옷을 갈아입기 위해 그 영혼이 떠나는 거지.
멋진 여행을 가는 가야.
좋은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데 누가 말릴 수 있지? 말려서도 안 되지. 축하하고, 더 진화된 영혼으로 다음 생을 준비하도록 박수 쳐 줘야 하는 일이야.
신에게서 희망이에 대해 여러 말을 들었는데 기억이 사실 안 나.
떠오르는 대로 써보도록 하지.
희망인 아무튼 어떤 자신의 영혼의 목적을 위해 이 땅에 왔고, 우리도 다 마찬가지지만. 한 예로 말을 하는 것 뿐이야.
자신의 임무가 다 끝나면 이 번 여행도 종착역에 도달할 거야. 우리도 마찬가지고.
그래도 애석하지만, 난 기꺼이 보내줄 맘을 항상 준비하고 있어. 기쁘게….
희망이 살이 햐얗고 뽀앴어. 얼마나 이쁜지 몰라. 그런데 얼마전부터 목욕을 하려고 보면 살이 갑자기 검버섯이라고 해야 하나? 전체적으로 거무티티하게 온 몸에 생겼어. 급격하게 노화가 진행되는 것은 아닐까?
놀라웠어….
날도 선선해서 미용 하지 않고 당분간 길러주려고 하는데, 며칠전에 하늘에서 그러더군.
희망이 미용을 해 주라고 하더군.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어, 하라니까 해야겠지, 조만간…
우리 강아지들 몇 마리도 모두 하늘의 어떤 싸인이 늘 있었고 그에 따라서 운명을 달리했어.
마지막으로 나랑 20년 가량을 함께 동거동락했던 똘똘이를 데려가기 위해서는 하늘이 한 4년 가량을 계속 날 시험에 빠트렸어.
{그 당시는 세상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난 밤새도록 기도 하고, 울고, 미사를 드리려 가서도 똘똘이를 위해서 드리고 온통 그 애 생각뿐이었지.}
그런 시련의 시기를 통해 난 점차로 강해지고, 굳건해 져 갔어. 나와 정을 떼기 위해 울 똘똘이와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저런 시련를 주는 구나. 싶었지.}
{나중엔 그럴 때마다 난 똘똘이가 불쌍해서 차라리 빨리 데려가 달라고 기도했어.
그게 내가 더 편하니까. 똘똘이를 느닷없이 내 눈앞에서 휙휙 날아다니게 하고, 느닷없이 침대 위에서 굴러 떨어지게 하고, 혼줄이 빠지도록 서 있지도 못하게 픽 쓰러지게도 하고…이렇게 신은 날 깜짝 놀래게 했지.
그건 다 나를 위한 거였어. 내 마음을 하루라도 빨리 접고 똘똘이가 다른 여행지로 가게 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지.}
장작 4년이란 시간 동안. 그리고 드디어 똘똘이는 딱 일주일간 비실비실거리다가 내가 자는 사이에 갔어.
1 년 전에.
난 삶과 죽음에 대해서 또 한 번 많은 생각을 갖게 되었고, 보냄에 대한 생각도 묵상하게 되었지.
또 이젠 희망이를 신은 말하고 있어. 희망이….
그러나, 난 그 의미를 이제는 알기에 얼마든지 보낼 의향이 있고, 저렇게 귀엽고 깜찍스런 아이 영혼의 길을 축하해 주고 싶어.
내가 보기에 희망인 다음 생에 김연아처럼 스케이팅 선수로 태어나지 않을까 싶어.
얼마나 공중 부양을 잘하고, 뱅그르르 도는 걸 정말~ 잘하는지 몰라.
아, 생각난 게 하나 있다.
7월 중순 경인가 봐. 신이 그러더군. ‘희망이가 자기 집으로 돌아간다.’ 라고 했어.
난 그래서 ‘아, 희망이를 그 가족이 드디어 데려가는 모양이구나.’ 싶었지.
그 날 희망이 엄마를 만났는데, “오늘은 내가 희망이 물건들을 정리해서 다 갖고 나올 게.”
띵~뒷통수를 한 대 얻어 맞은 기분이었어.
그러더니 집에 가서 희망이 짐보따리를 다 싸들고 내게 왔더라고.
난 그래서 의문이 들었지.
희망이 집으로 간다고 하더니 짐 보따리가 내게로 왔네…어찌 된 거지?….
희망이 집이 우리 집인가? 그런 사념에 또 사로잡히게 되었어.
아마도 희망이 원래 집이 나랑 사는 것이었나 봐. 아직도 사실 완전하게는 이해를 못 했지만, 대충 그런 것 같아.
희망이가 우리 집에 오고 나서 내가 희망일 데리고 편의점 자신의 주인 집에 들리면 거기에 오는 분들, 직원들도 모두 희망일 너무 반가워했어. 또 희망이가 많이 변했다고 했지.
어떤 분은 고개를 꺄우뚱하며 ‘이 애가 그 애 맞어?’ 라고 했지. ‘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사람도 싫어하고 등등등…’
희망이와 편의점에서 잠시 근무를 하면 손님들이 오면 다 먼저 달려나가 냄새를 맡고 아무나한테 안기고 꼬리 흔들고 자기 아는 체 안해 주면 쫄쫄 따라다니면서 껑충껑충 뛰기도 했어. 그러면 손님들도 ‘이 애는 희한한네. 나에게 꼬리를 흔들어. 날 반가워하네….’이러면서 웃어주고 만져주었지.
희망이는 아마도 동물들을 싫어하는 이들에게도 동물들을 꺼려하는 이들에게도 좋아하게 만드는 그런 마력이 있는 듯 해.
손님들은 자기도 저런 강아지 키우고 싶다고 하고, 관심을 많이 보였지.
또 날 또 보게 되면 “희망이는 요?” 라고 먼저 묻기도 했어.
“낼도 희망이 보러 와야지…”라고 하면서 갈 때 난 그러지.
“우리 낼은 없어요. 우린 필요할 때만 잠시 들려요. 어쩌죠?”
이렇게
희망인 완전히 희망의 아이콘 처럼 모든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고 분위기를 쇄신시키는 데 일조 했지.
누가 편의점에 물건 사러 왔다가 그렇게 한바탕 웃고 가고 시끌벅적하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갈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나도 할 수 없는 일을 희망인 몸으로 해.
희망인 목욕할 때도 앙칼지게 물어대고 화를 내지만 지금은 안 그래.
또 밖에 나갔다가 와 간식을 주기 전 “희망이 손 닦고 밥 먹자!”
그러면 어디론가 사라져.
난 처음에 방금 전까지도 내 앞에 있었는데 없어져 하늘로 꺼졌나 했어.
“희망아~” 부르며 두리번 거리며 찾다보면 욕실에 들어가 수도꼭지 옆에 서서 날 올려다 보고 있어.
희망인 지금은 대소변을 보러 갈 때도 올 때도 행동이 완전 180도 달라졌어.
지금은 베란다에 신문지를 깔아놓으면 그 위에 용변을 다 보지. 다른 곳에 일제 보지 않고 흘리지도 싸지도 않아.
전에는 소변 보러 갈 때 자기를 보나 안 보나 뒤돌아서 한 번 확인 사수하고 몰래 가서 얼른 하고 볼 일을 보고 왔는데 이젠 눈치 보는 것 싹 사라졌어.
도리어 자랑스럽게 소변을 보고 오면 방방 뛰면서 달려오지.
대변을 보고 오면 100미터 달리기 선수처럼 한 시름에 미끄럼 타듯, 쭉~미끄러지듯 달려와.
그리고 뱅그르르뱅그르르 도는 데 그 발 소리가 얼마나 큰지 몰라.
난 가서 확인 사수 후에 박수를 요란하게 치며 “잘했어요.” 칭찬 세례를 마구마구 퍼 붓고나서 똥꼬를 딱아주고 간식 주지.
희망인 아마도 공중 부양을 최소한 10번 이상은 하는 것 같아.
그것도 한 번에 3~4번 도는 것은 기본이지.
응가를 편안하게 하고 소변도 눈치 안 보고 하고 그러니 희망인 우리 집에 오는 날 부터 잠을 잘 때 하늘로 배를 드러내 놓고 자.
만사 편하게…그 모습이 하도 신기해 난 처음엔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지금은 어지간 해서 안 찍어. 일상이 돼 버렸으니까.
소변도 절대로 지리지 않는다는 사실도 기억해!
모든 사람들 좋아하는 희망이지만, 딱 한 사람 희망이가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어.
그 분은 희망이 엄마가 새로 맞이한 새 신랑이야. 그 분을 보면 희망인 쥐구멍으로 들어가듯 구석으로 몸을 움츠리고 두 눈이 불안에 바들바들 떨어. 바닥엔 도망가면서 흘린 오줌 자국이 줄줄줄 줄 서 있지. 왜 그런 일이 있을까?
희망이가 그 분이 온 후로 울기 시작했다고 했어. 그래서 주인도 많이 아파했지. 완전히 천덕꾸러기가 돼 버려 나더러 빨리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을 정도야.
난 그런 사실을 모르고 내가 한 두 달 후에 데려 가겠노라고 했었지. 나중에 그런 사실을 알고 난 후 즉각 말했지.
“그럼 지금 당장 얼른 데려오세요.”
우리들이 동물들에게 잘못하면 어떤 삶의 역경을 맞이하고 곤경에 처하는 지 알게 되면 놀랄 걸.
사람에게나 어떤 무엇에도 마찬가지지만 내 가족인 동물들에게 잘못하면 그대로 자신이 한 대로 자신이 그 처지에 꼭 처하게 돼.
우습게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하지.
아, 숙제 했네~ 숙제 했어. 1123분전에 끝냈으니까 된 거야…아~
지금은 1035분. 대충 글을 써놨으니,
여기서 마무리 짓고 식사 한 후 다시 정리하든지 해야지.
드디어 숙제했다. 미뤄뒀던 숙제를…
참고로, 8월 25일날 써 놨던 글입니다.
최근의 하늘이 준 메시지까지 첨가했어요.
희망이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고, 여기서는 신이 준 숙제까지만 이에요.
아마도 희망이에 대해서 쓰라고 할 때는 틀림없이 어떤 목적이 있을 겁니다.
지금 당장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겠지만, 신의 목적으로 이 글이 언젠가 쓰
여질 것 같아요.
그래서 준비를 해 두는 거죠.
20년 전에 성모마리아가 저에게 그랬어요.
일기를 써라. 라고요. 전 그때부터 조금씩 일기를 써 놓았는데, 몇 년 전에 그 일기를 정리할 시간을 줬죠. 그리고 읽으며 정리하는 중 살이 떨리는 경험을 했어요.
아마도 희망이에 대한 이야기도 어떤 충격이 될 겁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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