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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대중교통을 이용해 '봉명4교 → 절골 → 봉명폭포 → 발교산 → 쌍고지고개 → 명리치 → 병무산 → 평해황씨 전사각 → 봉명로 사실항 버스정류장'의 10.7km 구간을 5시간 동안 달릴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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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무산[兵務山]
높이: 920m
위치: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 동면
발교산[髮校山]
높이: 995.2m
위치: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
발교산은 등산코스로 개발된 지가 오래되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경관을 간직한 오염되지 않은 흙산이다.
횡성군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청일면 서북쪽에 있는 이 산에는 아름다운 커다란 폭포(30m)가 있고, 봄·여름에 싱그러운 낙엽송 숲이, 입구의 협곡은 운치가 있으며 조그마한 분지가 있어서 호젓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산이다. - 한국의 산하
2025년 1월 네 번째 목요일일 23일은 목요 오지 산행으로 횡성의 병무산과 발교산을 연계해 달리기로 했다. 이번에 연계해 달리는 두 산은 2024년 5월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의 최신 글을 보다가, 대중교통을 이용해 개인적으로 다녀온 산행기를 통해서 알게 됐다. 해서 나 또한 그 산꾼과 같은 방식으로 갈만한 산일 없을 때 가기 위해 산행 계획을 만들어 두고, 시기만 보고 있었다. 그런데,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던 목요 오지팀 산행으로 일정 게시판에 공지된 걸 보고, 신청했다. 사실 대중교통으로 가도 되지만, 아무래도 버스 시간과 정류장 등의 제한이 있어, 하고자 하는 코스를 달리는 게 쉽지 않아, 목요 오지팀 산행을 신청했다. 그리고 비용도 별 차이가 없고! 2024년 11월 27일 산행이 공지되고 얼마 되지 않아, 그 공지를 발견했지만, 공지를 클릭해 신청자를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빈자리가 셋인가 넷인가 돼서, 그나마 그중 제일 좋은 자리를 신청해야 했다. 와중에 계속 신청자가 늘어 대기자까지 있어, 조금만 늦었으면, 대중교통으로 갈 뻔했다.
혹시 취소자가 있으면, 자리를 옮기기 위해 이후 수시로 신청자를 확인했으나, 요지부동이라 자리 옮기는 건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산행 일주일 전 빈자리가 생겼으니, 자리를 옮기라고 오지팀에서 같이 선두를 보고 있는 선배에게서 전화가 와, 바로 산악회 사이트로 들어가 확인하니 잘 아는 두 명이 취소해 로열석이라 할 수 있는 단독석으로 바로 옮겼다. 그런데, 취소자가 계속 나와 산행 이틀 전인 화요일에는 여섯 자리가 비었다. 해서 혹시 당일 날씨가 좋지 않아 그런 것일 수도 있어 기상청 사이트로 들어가 중기예보를 확인했으나, 비나 눈이 오는 것도 아니고, 기온 또한 겨울치고는 따뜻한 -2℃~5℃ 사이라. 날씨가 이유는 아니다. 혹시 당일 더 중요한 다른 산행이 있나 궁금해 역시 산악회 일정 게시판도 찾아봤으나, 없다. 그런데, 평소 목요일은 적어도 4대 많으면 8대까지 출발하는데, 이번 목요일은 세 대만 출발하는 게, 이상하기는 했다. 혹시 설 준비를 목요일부터 하는 사람이 많나? 하긴, 목요일 등산객은 거의 은퇴자들이라 해외여행을?!
당일 병무산과 가까운 태기산의 기상청 산악날씨에 의하면, 산행 내내 구름이 반 정도 끼어 흐리고, 기온은 -4℃~3℃ 사이에, 바람은 1㎧~2㎧ 약해, 체감온도는 -4℃~1℃ 사이가 될 거라는 예보다. 해발 1,261m의 태기산 예보라, 해발 995m에 불과한 발교산은 그보다 따뜻할 전망이다. 하긴 일요일 다녀온 한남금북정맥 5구간 산행[산행기] 때는 완연한 초봄 날씨였으나. 봄이 일찍 올 거라는 기상 전문 유튜버의 말이 맞는 듯하다. 해서 산행 준비는 일요일처럼 한다. 다만, 김밥은 연서시장표가 아니라 사당역표 김밥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하산 후 식당에 관한 정보가 없는 게 들머리든 날머리든 인가가 없어, 식당 또한 없기에,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1시간의 식사 시간을 갖는다는 공지다. 애초 횡성 봉복산을 목표로 갔던 태기산이라, 심설에 겁을 먹고 태기산만 올라, 따로 산행기를 쓰지 않은 1월 9일 태기산행 후 갔던 '하동 추어탕' 집에 다시 가려나? 아니면, 당시 추어탕집과 비교 대상이었던 '지구촌 전통가마솥설렁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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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목요 오지 산행은 2021년 9월 다녀온 상원산[산행기]이라 제치고 대신 화요일 동해 초록봉[산행기], 일요일 한남금북정맥 구녀산과 좌구산[산행기]을 연계해 다녀와, 목요 오지 산행은 2주 만에 참여하는 거다. 하지지만, 평소 산행과 같이 기상해 아지트로 나와, 의식을 치르는 동안 밤새 변한 게 있는지 확인했다. 산행 계획은 변함이 없고, 다만 그사이 신청자가 둘이 늘어, 최종 인솔 대장 포함 24명이 참여한다. 기상청 일별 남병산 예보에 따르면, 하루 전 확인한 태기산 예보와 크게 다른 건 없고, 기상 특보는 없으나, 초미세먼지가 '나쁨'이라 조망처가 있다고 해도 시야가 좋을 거 같지는 않다. 그리고 레이더 영상을 보면, 산행 중 갑작스러운 비나 눈을 만날 일도 없다. 그 모든 걸 확인한 후 아침을 먹고, 5시 45분경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 나서 사당으로 가기 위해 구산역으로 갔다. 그리고 거기서 5시 58분 열차를 타고, 삼각지에서 환승 후 6시 39분경 사당역 도착했다. 이후 즉석 빵집의 틈새 상품인 김밥을 사 주머니에 넣고, 화장실에 들른 후 1번 출구로 나가, 산악회 버스가 대기 중인 공영주차장으로 갔다.
공영주차장에 주차해 있는 병무산행 버스를 찾아 사각지대로 우회전했으나, 다른 때와 달리 3대만 출발함에도 금방 눈에 띄는 두 대는 와룡산과 방장산행이고, 병무산행은 와룡산행 뒤에 숨어 있어, 처음에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와룡산행 뒤에 또 다른 버스가 있는 걸 발견하고 자세히 보니, 병무산행이다. 해서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버스로 가, 그대로 탄 후 친숙한 산꾼들과 인사를 나누며 내 자리로 갔다. 그리고 배낭에서 산행에 불필요한 것들을 뺀 후 그건 선반에 올렸다. 이후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고, 가장 편한 자세로 앉아. 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다른 때 같으면, 선두 조 선배 중 한 명이 인원을 점검한 후 기사에게 출발해도 좋다고 통보하는데, 오늘은 그런 절차 없이 기사가 인원을 확인하더니, 6시 59분경 공영주차장을 출발해 1차 정차지인 양재 국립외교원으로 향했다. 혹시 통보하는 걸 못 봤나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후 양재에서 인솔 대장 포함해 많은 인원이 타는 걸 보고, 인사도 나눈 후 잠을 청해 바로 잠이 들었다.
잠결에 죽전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우고, 영동고속도로로 우회전하는 것도 알았다. 그런데, 비몽사몽간에 평소에도 많이 막히기는 하나, 오늘은 유난히 많이 막히는 듯해, 벌써 설 연휴가 시작됐나, 생각했다. 이후 잠이 깨 시계를 보니, 8시 10분경으로 대략 50분 정도 잔 듯하다. 그리고 다시 잠을 청했으나 오지 않아, 패드로 책을 읽고 있자, 실내등이 들어온다. 오늘은 유난히 많이 막혀 횡성휴게소는 멀었는데, 어디로 들어가는지 궁금해하고 있다가, 버스가 휴게소로 들어가 정차한 후 차에서 내려, 화장실로 가며 앞으로 보니, 문막이다. 하행에서 문막휴게소는 처음인 듯한데, 정확하지는 않다. 어쨌든 화장실에 들른 생각보다 추워 바로 버스로 돌아와, 버스에 비치된 보온병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 늘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보리차 티백으로 차를 우려 마셨다. 이후 20분의 휴식을 마치고 출발한 버스에서 인솔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그런데, 시작이 심상치 않다. 목요 오지 산행의 자랑이 선두 조가 앞서가며 바닥에 방향 지시나, 나뭇가지에 산악회 리본을 다는 것인데, 그걸 중지하겠다는 거다.
소위 '깔지'라 부르는 바닥의 방향 지시를 믿고 혼산하는 일이 많은데, 겨울 혼산은 위험해, 깔지를 없애겠다는 거다. 지도나, 앞선 산꾼의 트랙을 이용해 길을 찾아가는 재미를 느껴야 제대로 된 산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고도 했다. 말은 그럴듯한데, 내가 없었던, 지난주 목요일 상원산행 때 무슨 일이 있었든 듯하다. 그리고 사실 눈이 쉽게 녹지 않는 겨울산은 눈 위에 인적이 뚜렷해 별도로 방향지시를 하지 않아도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어쨌든 그건 나중에 선두 조와 하산주를 마실 때 확인하기로 했다. 이후 목요 오지 산행의 두 번째 특징인 하산주 식당은 내가 예상한 식당이 아니라, '맛조아맛집'이라는 초면의 식당으로 메뉴는 '양푼비빔밥 제육볶음, 떡만두국, 생고기 김치전골' 세 가지라, 우리 선두 조이자, 주당은 '양푼비빔밥 제육볶음'을 주문했다. 이후 다시 취침 상태로 들어갔으나, 여전히 잠이 오지 않아 책을 보다가, 버스가 고속도로를 벗어나고 조금 후, 등산화로 갈아 신은 후 강원도 산이라, 미니가 아니라 롱 스패츠를 착용했다. 그리고 바람막이 안에 입고 있던 패딩을 벗어 선반에서 내린 배낭에 넣는 거로 산행 준비를 마쳤다. 이후 9시 43분경 들머리인 사슴목교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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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도착이 예정이었으나, 그보다 17분가량 이른 9시 43분 사슴목교에 도착하는 바람에 마감도 4시에서 3시 50분으로 10분 당긴다고, 인솔 대장이 버스에서 내리기 전 공식 발표했다. 이후 버스에서 내려, 기상청 날씨알리미로 현 위치의 날씨를 확인했다. 새벽 집에서 확인한 것과 거의 같다. 이후 들머리 주변 이정표를 기록으로 남긴 후 두 등산 앱의 지도로 사슴목교의 높이를 확인하니, 위성과 동기화가 늦은 산길샘에는 어떠한 정보도 없다. 하지만, e-산경표 지도에 의하면 365m로 이번 산행 최고봉인 해발 998m의 발교산 발기봉과는 633m의 고도차로 한국 산치고는 올려야 할 높이가 꽤 높다. 와중에 버스에서 인솔 대장이 코스 설명 때 언급한, 병무산과 발교산 중간 명리치까지 300m 넘게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야 해 쉽지 않은 산행이다. 와중에 대장이 계획한 코스 중 병무산으로 오르는 길은 두 지도에 없는 게 정규 등산로는 아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며 내가 계획한 대중교통을 이용한 코스를 보니, 산악회와는 진행 방향만 반대일 뿐 완전히 같다. 앞선 산꾼의 산행기를 토대로 만든 건데, 같은 걸 보면 다들 이 코스로 달리는 듯하다.
날씨와 고도차를 확인하고, 그동안 내린 눈이 빙판이 된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위로 올라가는 선두의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9시 51분 발교산 갈림길에 도착해 이정표와 함께 중앙에 보이는 높은 봉우리가 발교산인 듯해 같이 기록으로 남겼다. 보통, 등산객은 여기서 명리치로 오른 후, 병무산을 왕복한 다음 발교산으로 오르는 코스를 택한다. 사실 그게 정규 코스다. 하지만, 목요 오지팀 대부분은 왕복을 싫어하는 산꾼들이라, 대장이 왕복 구간을 없애는 대신, 체력 소모가 심한 비정규 등산로를 택했다. 대장이 버스에서 설명한 것에 따르면 명리치에서 병무산까지 왕복 1.5km의 급경사를 오르내려야 해, 그걸 버리고 다른 코스를 택했다고 했었다. 그리고 다시 빙판의 아스팔트를 따라 곡석재 갈림길로 향하다가, 저 멀리 정상 부근에 눈이 쌓인 봉우리가 병무산인 듯해 기록으로 남겼다. 그렇게 개울 옆으로 난 포장도로로 올라, 9시 58분 곡석재 갈림길이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오른쪽에는 대장도 정확하게 모르는 듯 대충 얼버무려 명확하게 명칭을 듣지 못해 용도가 무엇인지는 모르나, 서낭당으로 보이는 건물이 있다.
그런데,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두 등산 앱 지도에 의하면 곡석재에서 병무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는 없다. 오히려 곡석재로 우회전하지 않고, 이 도로를 따라 계속 가면, 임도가 이어지는 듯하고, 어느 지점부터 등산로로 바뀌어 병무산까지 올라간다. 사실 난 그 길도 궁금했다. 지도를 보다가 계곡을 따라 난 명리치와 병무산으로 올라가는 두 정규 등산로 중 병무산으로 바로 올라가는 계곡에 호기심이 생긴 거다. 하지만, 그건 다음에 기회가 있을 때 시도해 보기로 하고, 오늘은 능선 위로 난 비정규 등산로를 탐험하기로 했다. 이후, 정체가 궁금한 서낭당으로 보이는 건물로 가려고 보니, 선배가 그걸 사진으로 남긴 후 되돌아오고 있다. 비록 짧은 거리지만 왕복하는 건 마음에 안 들어 지나치려다 보니, 선두가 그 건물을 지나자마자 바로 우회전해 가는 게 보인다. 그리고 그 길과 건물의 경계는 작은 개울이라, 건물로 갔다. 그리고 기록으로 남기며 보니, '평해황씨 전사각(平海黃氏 傳事閣)'이라 한자로 쓴 현판이 걸려 있는 게 서낭당은 아니다. '전사각(傳事閣)?' 그게 뭐지, 궁금한 건 못 참는 인간이라, 구글링했다!
하지만 결과는 시원치 않다. 어쨌든 '평해황씨 전사각은 경상북도 울진군 평해읍 월송리에 있는 평해황씨 시조 '황락'의 제단비입니다.'이란다! 울진에 있다는데, 횡성에는 왜? 한 분파가 이 동네에 자리 잡은 건가? 다른 집안사에 관여할 일이 아니라, 건물의 정체를 안 것으로 만족하고, 도로로 돌아가지 않고, 왼쪽의 마른 개울을 건너, 선두의 뒤를 따라갔다. 그런데, 선두가 임도로 계속 가는 게 아니라 바로 우회전해 능선으로 치고 올라간다. 해서 오른쪽 임도 방향을 보니,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고 중앙에 버티고 있는 가옥이 보인다. 즉 직진은 사유지다. 해서 여기서 능선으로 오르는 듯했다. 예상은 했지만, 시작부터 낙엽 쌓인 급경사를 오르는 건 쉽지 않다. 당연히 인적이 없어, 선두가 남긴 인적을 따라갔다. 그런데, 낙엽 쌓인 간혹 그 위에 눈도 쌓인 미끄러운 급경사를 헉헉대며 올라가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선두가 임도로 보이는 길을 따라, 직진이 아니라 왼쪽으로 가고 있다. 아니, 그럼 처음부터 임도로 가는 게 낫지 않았나? 임도가 사유지라 통과하나? 그런데, 임도로 올라가는 길목을 벌목한 나무가 가로막고 있어, 그것도 쉽지 않다.
벌목한 나무의 방해가 덜한 곳을 찾아, 임도에 도착해 보니, 쓰러진 나무가 임도로 올라가는 것만 방해하는 게 아니라, 임도 통행 자체도 방해하고 있다. 의도한 건가? 어쨌든 선두가 간 방향으로 임도를 따라가, 고개를 돌자, 오른쪽으로 희미한 인적이 있는 능선이다. 즉, 여기서부터 정규는 아니나, 등산로다. 병무산 정상까지 능선으로 이어진 등산로라, 길을 잃을 염려는 없어, 어쩌다 보이는 인적과 리본은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다는 증거일 뿐이다. 하지만, 비록 등산로 표시는 없으나, 수시로 지도를 확인하는 건 잊지 않았다. 그렇게 올라, 10시 19분 이번 산행에서 처음 보는 산악회 리본과 인솔 대장이 주요 이정표라 얘기한 쌍무덤에 도착했다. 거기서부터 능선이 완만한 경사로 바뀌어 한숨 돌릴 여유가 생겼다. 당연히 처음 만난 산악회의 리본을 기록으로 남기고, 완만한 능선을 따라가니, 역시 한국 산의 능선이라, 수많은 기복이 반복된다. 말인즉 헉헉대고 정상에 올라서면 다시 완만한 능선이고, 그걸 따라 얼마를 가면 다시 앞을 가로막는 봉우리, 다시 완만한 능선을 반복하며 병무산을 향해 고도를 높인다.
10시 27분 선두가 매단 산악회 리본이 있는 565.8봉을 넘어, 오른쪽은 음지라 눈이 쌓인 급경사, 왼쪽은 양지라 낙엽 쌓인 급경사의 칼등 능선을 따라가며 오른쪽을 보니, 낙엽 져 앙상하나 울창한 숲 사이로 보이는 게 이번 산행 최고봉인 발교산이 듯해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양쪽이 거의 수직 절벽처럼 보이는 칼등 능선으로 계속 가, 낮은 언덕에 올라서자, 선두가 등산로에서 벗어나, 왼쪽으로 간다. 해서 아래를 보니, 대장이 얘기한 주요 이정표 중 하나인 수직굴이라, 일단 위에서 사진을 찍은 후 그곳으로 가 아무런 방해 없이 굴을 감상했다. 깊지는 않지만, 으스스한 느낌이 강하게 드는 굴이다. 왼쪽으로 수직굴과 연결된 수평굴도 있는 게, 2024년 10월 대중교통을 이용해 포천 금주산 단독 산행 때 관모봉으로 향하는 능선에서 본 수직굴과 형태가 같다[산행기]. 이것도 한국 산의 특징 중 하나? 어쨌든 두 앱의 지도에 수직굴의 위치를 표시하고 길을 재촉하며, 오른쪽 아래를 보니, 흰 눈이 계곡을 따라 이어진 게 보인다. 임도? 내가 궁금해했던 그 등산로로, 산경표 지도에 의하면 계곡을 따라 병무산까지 이어진다.
오른쪽에 보이는 고개는 명리치로 우가 발교산, 좌는 병무산이다. 그리고 바로 그 아래까지 마을이 있어 기록으로 남겼다. 비록 조망은 좋지 않지만, 그래도 새로운 게 보이면, 기록으로 남기며 가, 10시 52분 나뭇가지가 방해하지만 처음으로 발교산의 전경이 보이는 곳에 도착해 상봉이 어느 건지 추측하며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몇 개의 기복을 넘어, 11시 4분 병무산의 모습이 울창한 숲 사이로 보이는 곳에서 잠깐 멈춰 감상하고 기록으로도 남겼다. 그런데, 많은 한국 산이 그렇듯이 병무산 또한 쌍봉으로 보인다. 어쨌든 다시 걸음을 재촉해 조금 더 가자, 앞을 가로막는 암봉이다. 대장이 얘기한 두 암봉 중 첫 번째로, 코스 설명 때 넘는 게 가능하다고 했는데, 당시에는 그게 기억이 안 났다. 그건 나만 그런 게 아닌 듯 다들 우회한다. 하지만, 암봉을 앞에 두고 그냥 갈 인간이 아니라, 넘을 수 있을 듯해 잡목을 헤치고 바위 아래로 가서 보니, 예상대로 오를만해, 기어올랐다. 다만, 낙엽 쌓인 급경사를 오를 때 배낭에서 꺼낸 등산지팡이가 방해돼, 그건 위에 올려놓고, 올라간 후 다시 집어 들고 가는 방식으로 올라, 11시 7분 암봉 정상에 도착했다.
대장이 코스 소개 때, 병무산 정상은 조망이 없고, 암봉이 유일한 조망처라고 했는데, 역시 맞다. 바위 전망대의 높이가 낮아, 조망이라고 해봐야, 건너편 발교산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정도기는 하지만! 일단 바위 전망대에서 건너편 발교산의 전경을 기록으로 남기고, 반대편으로 내려가자 또 다른 바위다. 두 번째 바위 전망대로, 대장이 우회해야 한다고 한 바위다. 한눈에 봐도 오르는 게 쉽지 않아, 첫 번째 바위 전망대에서는 뒤를 따라왔던 일행 모두가 포기하고 오른쪽으로 우회했다. 결국 나만 정상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니, 첫 번째보다 높으니 보이는 것도 많다. 그래봐야 건너편 발교산이지만! 다만 나뭇가지의 방해 없이 병무산 쌍봉의 모습을 감상한 건 여기가 유일했다. 물론 사진에도 담았다. 그리고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역시 정상이 멀지 않아, 경사는 더 급해지고, 길은 더 험난해, 오르는 게 쉽지 않다. 와중에 좁은 암벽 틈으로 올라가며 보니 앞선 산꾼이 설치한 밧줄이 보인다. 평소라면 그거 없이 올라가는 게 더 편해 보이나, 눈이 쌓여 있어, 밧줄이 없었다면 올라가는 게 불가능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후 쌓인 눈을 선두가 다져, 빙판이 된 급경사 암릉이라, 네발로 기어도 위험해 사진으로 기록을 남길 엄두도 나지 않아, 조용히 기어서 오르자, 갑자기 암봉이 나타나고 그 정상에서 일행이 나누는 대화가 들린다. 병무산이다. 그리고 선두 조 선배가 아래에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사진 찍어 줄 테니 빨리 올라오라고 재촉이다. 그런데, 정상으로 향하는, 눈이 쌓이고 급경사의 좁은 길이 이번 산행 최고의 난관이다. 하지만,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일념으로 왼손에 핸드폰을 들고 동영상을 촬영하며 오르느라, 핸드폰을 든 왼손을 엉덩이가 대신해야 했다. 그렇게, 기어올라, 11시 36분, '병무산, 해발 920m'라 음각한 작은 정상석이 있는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먼저 도착한 일행 대여섯이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거나, 주변을 사진으로 남기고 있었다. 나 또한 선두 조 선배의 도움으로 인증을 남긴 후, 정상석만 따로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대장이 더는 바닥에 방향 지시 즉 깔지를 놓지 않겠다고 했으나, 후미를 위해 선두 조 선배가 바닥에 깐 방향 지시를 기록으로 남긴 후 발교산으로 향하는 길목인 명리치로 가기 위해 정상을 떠났다.
그런데, 병무산과 발교산의 산세와 위치가 애매해 명리치로 내려가는 길을 혼동해 일행들 사이에 설왕설래 중이다. 그중 경험이 많은 여성 산꾼이 정상에서 바로 오른쪽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일리가 있다. 문제는 아래에서 보기에 쌍봉으로 보였던 두 번째 봉을 향해 벌써 출발한 일행 몇이 있다는 거. 그런데, 그렇게 설왕설래할 필요가 없었던 게, 정상에서 20여 미터 거리에 있는 이정표가 여성 산꾼의 주장이 맞다고 알려준다. 깔지 논란의 이유가 어떻든 일단 대장이 언급한 주변을 자세히 관찰하지 않고 진행한다는 건 정확하다. 그 이정표를 지나친 일행이 대여섯이나 되고, 처음 그 이정표를 발견한 게 선두 조 후미인 나였으니 말이다. 그 이정표로 논란이 잠잠해지자, 자기의 주장이 옳았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 여성 산꾼은 점심을 먹고 가겠다며 눈이 녹은 낙엽 위에 주저앉고, 벌써 저만치 갔던 노년의 산꾼 몇도 되돌아온다. 아직 점심 생각이 없던, 우리는 가야 할 급경사 등산로에 쌓인 심설을 보고, 배낭에서 아이젠을 꺼내 착용하고 명리치로 출발했다.
급경사에 거의 무릎에 육박하는 심설이라, 아이젠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은 심설을 뚫고 내려가며 보니, 이미 산꾼이 다녀간 듯 러셀은 된 상태다. 그나마 다행은 병무산 정상으로 오른 길은 비정규 탐방로라 어떠한 안전시설도 없었으나, 명리치로 향하는 길은 정규 탐방로라, 나무 기둥을 박고 그사이를 밧줄로 연결한 안전시설이 있어, 그나마 좀 편하게 내려갈 수 있다. 그래봐야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고, 일어나기 싫어 그대로 미끄러져 내려가기도 했지만. 와중에 그 길을 따라가며 앞에 보이는 발교산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며 가, 12시 7분 명리치에 도착했다. 명리치 이정표에 따르면, 병무산까지는 0.9km로 대장이 얘기한 거보다 더 먼 왕복 1.8km다. 그리고, 발교산까지 남은 거리는 1.7km, 무엇보다 나를 놀라게 한 건, 명확한 지명 없이 우회전 방향으로 '하산, 0.6km'라는 방향 지시다. 그럼, 600m 아래에, 위에서 본 마을이 있다는 거다. 당연히 거기까지 차가 올라오고! 그 이정표 바로 옆에는 의자가 있어, 선두 조 선배가 거기서 점심을 먹고 가자고 해, 가던 길을 멈추고 각자 준비한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사당역표 김밥도 양이 많아, 내가 가장 늦게 점심을 먹고 출발했다. 와중에 바로 발교산으로 향하지 않고, 하산 방향에, 이쪽에서는 내용이 보이지 않는 이정표가 있어, 아래로 내려가 그걸 확인했다. 특별한 게 아니라, 글로 쓴 산행 안내다! 그것도 기록으로 남기고, 발교산으로 오르다가, 명리치와 발교산의 고도차가 궁금해 조금 늦었으나, 두 등산 앱의 지도로 현 위치의 높이를 찾아봤다. 656m~682m로, 해발 998m인 발교산 정상과는 316m의 고도차로 꽤 높이 올려야 한다. 그나마 다행은 1.7km에 이르는 도상 거리라 완만한 능선이라 생각하고 갔다. 그런데, 오판이다! 완만한 경사를 조금 올라가자, 급경사 정규 등산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를 땅에 박아 만든 나무계단이다. 그리고 그 오른쪽에는 나무기둥을 박고 그사이를 밧줄로 연결한 안전시설도 있다. 처음에는 아무런 도움 없이 나무계단을 올라갔으나, 위로 가면 갈수록 경사가 심해져, 막판에는 안전시설의 밧줄을 잡고 올라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와중에 20m 올라가고 10초 쉬는 깔딱 등산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물론 10초 쉬는 동안 뒤로 돌아, 병무산을 감상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걸 잊지 않았다.
일단 급경사를 올라 정상 부근에서 완만해지는 능선을 따라 계속 가자, 다시 짧지만, 급경사 깔딱이다. 그 깔딱을 오르자, 정상에 쉴 수 있는 의자가 있는 쉼터다. 그리고 거기서 왼쪽으로 보이는 쌍봉 중 하나가, 발교산 정상으로 보인다. 고로 발교산도 쌍봉이다. 그것도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길을 재촉해, 정상까지 남은 거리가 궁금해 수시로 지도를 확인했다. 그리고 12시 42분, 발교산 0.8km 이정표를 지나, 몇 개의 기복을 넘은 후 갈림길인 '쌍고지고개'에 도착했다. 고개의 이정표에 의하면, 직진은 하산으로 2.8km, 좌회전이 발교산으로 0.4km, 즉 400m 남았다. 현재 시각 1시 3분, 발교산 0.8km 이정표로부터 21분을 왔는데, 고작 400m 왔다는 거다. 고로 그 400m가 얼마나 힘든 구간인지 두 이정표가 대변하고 있다. 어쨌든 발교산 정상이 멀지 않아 좌회전해 발교산 정상으로 향하는데, 이 구간 또한 병무산에서 내려올 때와 같이 급경사 심설이라, 뒤에서 따라오던 일행이 '또, 내려갑니까?' 하며 한숨을 쉰다. 나 역시 한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마지막 힘을 내, 심설을 뚫고 내려가, 1시 7분 선바위를 통과했다.
선바위를 보고 다른 산, 선바위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데 하며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다. 그리고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아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 1시 16분 삼각점이 있는 정상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니, '발기봉, 해발 998m'라 음각한 정상석이 서 있다. 그리고 '발기봉' 옆에는 음각한 게 아니라, 매직으로 '발교산'이라 쓴 글도 있다. 볼 것도 없이 정상석을 만들며 다니는 선두 조 선배의 작품이다. 그런데, 발기봉이라는 이름은 의외다. 해서 옆의 안내문에 혹시 그에 관한 단서가 있을까 해서 자세히 읽어 봤는데, 없다! 궁금한 건 못 참는 인간이라, 산행 후 선배에게 물어봤다. 그러자, 선바위 얘기를 꺼낸다. 아, 선바위와 발기를 연결하지 못한 내가 둔했다! 그렇게 상봉의 명칭 유래는 해결했다. 남은 건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인데, 삼각대를 꺼내 설치하는 동안 뒤에서 따라오는 일행이 도착할 듯해, 그를 기다리며, 나뭇가지의 방해가 그나마 덜한 곳으로, 정상에서 조금 내려가 반대편 병무산의 전경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조금 후에, 도착한 일행과 서로의 인증을 남긴 후 이정표가 가리키는 '하산 3.1km' 방향으로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했다.
올라온 방향과는 반대로 조금 내려가자, 오른쪽으로 무인 기상관측소라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가, 1시 24분 수리봉 갈림길에 도착했다. 갈림길 이정표에 의하면 직진은 수리봉 즉 능선을 타고 계속 가는 거고, 좌회전해 계곡 방향으로 내려가는 게 하산으로 2.9km 거리다. 그런데, 결과적인 얘기로 하산 중에도 남은 거리를 확인하기 위해 수시로 두 앱의 지도를 확인했는데, 수리봉의 위치가 이정표와는 달리, 진행 방향에 있다. 하긴 왼쪽의 주 능선이 크게 원을 그리고 있으니, 반 바퀴를 돌아, 앞에 있는 걸 수도! 어쨌든 능선이 낮아, 좌우의 높은 능선에 가려 햇볕이 들지 않아, 심설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능선을 따라가며 보니, 의자를 넘어 평상이 설치된 쉼터도 보였다. 그리고 등산로는 거기서 왼쪽 계곡으로 내려간다. 거꾸로 올라온다면 심한 깔딱이라 쉬라고 평상을 설치한 듯하다. 당연히 왼쪽으로 내려가면 계곡일 거로 생각했는데, 아니다, 아직 능선이 끝나지 않았다. 해서 계속 능선을 따라가는데, 겨우살이 군락이 보여 그걸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그렇게 내려가다가, 앞에 있는 봉우리가 수리봉인 듯해 그것도 기록으로 남겼다.
그 수리봉을 찍은 위치에서 등산로는 좌회전해 계곡으로 내려가, 1시 43분 섬강 발원지라는 절골 지류에 도착했다. 거기 이정표에 의하면 발교산에서 2.4km 내려왔고, 하산은 2.3km를 더 내려가야 한다. 둘을 합치면 발교산에서 하산까지 4.7km라는 거다. 그럼, 정상의 이정표에 있는 3.1km는? 결과적인 얘기로, 4.7km 맞다. 고로 3.1km는 오류이거나, 우리가 내려온 길이 아니라 다른 길을 가리키는 걸 수도 있다. 그게 아마 절골 코스가 아닐까? 어쨌든 계곡을 따라 난 길로 계속 하산해, 1시 57분 하산까지 1.2km 남은 돌탑 이정표를 지나, 1시 59분 봉명폭포 상단 갈림길에 도착했다. 그런데, 대장이 코스 소개 때 얼어서 위험하니 될 수 있으면 가까이 접근하지 말라고 했었다. 해서 위험한 짓은 하지 않기로 하고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서 보니, 폭포로 내려가도 전혀 위험해 보이지 않아, 내려갔다. 그런데, 내려가서 보니, 봉명폭포가 2단이라는 걸 알았다. 지금 위치는 1단 하류, 2단 상류다. 그리고 대장 말 대로 아래 2단은 가까이에서 내려다보는 건 위험해, 멀찍이 떨어져 사진에 담았다. 와중에 따라온 일행이 볼만한 게 있는지 물어 고개를 저었다.
끝으로 봉명폭포 상단에 유일하게 남은 발자국을 기록으로 남기고 그와 함께 갈림길로 돌아와, 하산하며 보니, 아래에 나무다리로, 봉명폭포 하단으로 가는 길이다. 해서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계속 가자, 다시 갈림길로 거기에는 봉명폭포 안내문과 이정표가 있어, 먼저 안내문을 기록으로 남기고, 당연히 폭포를 왕복해야 하는 거로 알고, 이정표를 보니, 그게 아니다. 우회전은 계곡 길, 좌회전은 능선 길이다. 고로 왕복하지 않아도 된다. 해서 기쁜 마음으로 다시 동영상을 촬영하며 계곡 길의 시작인 봉명폭포 하단으로 향해, 2시 4분 폭포 하단에 도착해, 폭포의 웅장한 모습을 기록으로 남긴 후 꽁꽁 얼어 위험한 계곡 길로 1.0km 하산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오른쪽에서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는 작은 계곡을 지나칠 수 없어 입을 대고 들이켰다. 이후 얼어붙은 계곡으로 내려가, 2시 13분 능선 길 합류 지점에 도착했다. 하산까지 남은 거리를 0.7km! 이정표를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길을 재촉해 내려가자, 암벽이 나타나고, 그 아래 안내문이 있는 듯해 다가가 읽어봤다.
눈물을 흘리며 떠났다는 명맥이라는 새에 관한 전설이 남은 암벽이다. 그런데, 그 암벽 위에 쌓인 눈이 녹으며 낙수가 되어 떨어지는 게, 마치 바위가 눈물을 흘리는 듯해, 그걸 동영상으로 남겼다. 2시 21분 상수원보호구역 경고문이 붙은 철책에 도착하고, 거기서 3분가량 내려가자, 펜션이다. 말인즉 마을에 도착했다. 이제는 산악회 버스가 대기 중인 시내버스 정류장까지 가면 된다. 그런데, 남은 거리가 감이 안 온다. 해서, 무턱대고 주변을 구경하며 내려가다가, 이번 산행에서 처음 보는 '발교산 등산로 안내판'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물론 뒤로 돌아, 발교산 또는 병무산이라 생각되는 봉우리도 사진에 담으며 가는데, 팔자 좋은 수탉이 놀고 있어, 그걸 동영상으로 촬영하며 10여 미터를 가자, 주차해 있는 산악회 버스다. 현재 시각 2시 39분 산행 종료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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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유유자적 내려왔으나, 마감보다 1시간 11분이 빠른 2시 39분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 버스에 타서 일단 산행 전 배낭에서 삔 것을 다시 배낭에 넣고, 그건 선반에 올렸다. 그리고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후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지 고민하다, 일단 패드로 책을 보려고 시도했으나, 눈에 안 들어와 포기했다. 그렇다고 잠이 오는 것도 아니라, 버스에서 내려 여기저기 구경하며 돌아다니다가, 다리 아래 개울로 가 물이 새는 등산화 덕에 젖은 양물을 벗고 손과 발을 씻었다. 그런데, 조금 시간이 지나자, 발이 어는 듯해 바로 물에서 나왔다. 그렇게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냈으나, 아무래도 마감에 맞춰 후미가 도착하기 힘들어 보여 은근히 걱정됐다. 늦은 귀가가 문제가 아니라, 분명 내 양을 넘는 김밥을 먹었는데도, 벌써 배가 고팠다. 아마 체력 소모가 심해 소화가 빠른 듯했다. 말인즉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다. 그런데, 역시 경험 많은 산꾼들의 목요 오지 산행이라, 마감 10여 분 전에 모두 도착해, 공식 마감인 3시 50분보다 2분 이른 3시 48분경 하산주 식당으로 출발해, 4시 10분경 '맛조아맛집'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식당으로 들어가자, 이미 메뉴별로 세팅이 끝난 상태라 각자 주문한 메뉴에 맞게 식탁에 끼리끼리 모여 앉았다. 우리 주당도 양푼비빔밥 제육볶음이 세팅된 한 식탁을 차지하고 앉아, 일단 냉장고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빨갱이 있어 그것과 맥주 그리고 잔을 꺼내 와, 먼저 소맥으로 무사 산행을 축하했다. 그리고 주인장이 알려주는 대로, 비빔밥 재료가 이미 들어 있는 양푼에 밥을 넣은 후, 제육볶음도 넣고, 비빈 후 그걸 안주로 소맥, 빨갱이 순으로 술을 마셨다. 그런데, 맛은 괜찮은데, 양푼비빔밥이라 그런지 1인분인데도 양이 너무 많아 나는 절반 가까이 남겼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남긴 사람에 많았다. 배가 불러, 비빔밥으로 안주를 할 수 없어, 우리 식탁은 '생고기 김치찌개' 2인분을 안주용으로 주문해 다시 그걸 안주로 술을 마시며, 깔지 사태에 관해 물어봤다. 역시 예상대로, 지난 상원산행 때, 약간의 실수로 돌아가는 일이 발생해 좋지 않은 소리를 들어, 인솔 대장에게 욕먹어 가며 할 일은 아닌 듯하다며 앞으로 안 하겠다고 선언했다고 했다. 이런 일이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에서도 발생했었다.
당시 나와 목요 오지팀 주요 선수 중 한 명인 여성 산꾼 둘이 마치 서로 얘기하는 것처럼 앞으로는 길 안내하지 말라고, 산행 대장에게 큰 소리로 애기했었다. 사실 애매한 게 대가 없는 봉사로, 선두에서 길을 안내하려면 다른 건 무시하고 전적으로 거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내 돈 내고 봉사하러 산에 다니는 건 아니라, 딜레마다! 특히 주변에 주요 이정표가 있으면 코스에서 이탈해 다녀오거나,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 나 같은 인간은 더욱 그렇다. 해결책은 빠른 산꾼은 알아서 가게 놔두고 후미를 위해 유유자적 길을 안내하는 거다. 그런 얘기를 나누며 술을 마신 후 5시 5분경 파했다. 이후 버스에 타서 자리에 앉아, 발을 보니, 양 엄지발가락이 등산화에 짓눌려 맛이 간 모습이라 기념으로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5시 10분 출발한 버스에 휴게소 도착을 알리는 실내등이 들어와 잠에서 깼다. 용인이다. 휴식이 끝나고 출발한 버스가 죽전에서 승객을 내려주는 걸 보고, 여분으로 가지고 다니는 양말을 꺼내 신고, 온풍 구 입구에 놓아, 바짝 마른 등산화를 신었다. 이후 선반에서 배낭을 내려 나머지 짐을 넣는 거로 하차 준비를 끝냈다. 7시 14분 양재 국립외교원 앞에 정차한 차에서 내려, 2차 유혹을 뿌리치고 집으로 향하는 거로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안내산악회 목요 오지팀 계획대로 '사슴목교 → 평해황씨 전사각/삼거리(곡석재 방향) → 수직굴 → 병무산 → 명리치 → 830.3봉 → 쌍고지고개 → 발교산 → 봉명폭포 → 계곡 길 → 봉명4교 버스정류장'의 11.92km(산길샘) 오지를 4시간 58분 동안 달렸다. 이동 4시간 23분, 휴식 35분!
지난 일요일 한남금북정맥을 달릴 때와 같이 초봄 날씨였으나[산행기], 햇볕이 들지 않는 음지에는 눈이 남아 있어 기대하지 않았던 심설과 얼어붙은 폭포를 감상할 수 있어 좋았던 산행이다.
내세울 만한 조망이 있는 산은 아니라, 마주 보고 있는 병무산과 발교산, 서로를 감상하는 것도 괜찮았다.
오지를 좋아하면 반드시, 그렇지 않더라도 산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올라야 할 병무산과 발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