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산 미역 이야기
나는 양식 미역을 못 먹는다. 입안에서 맴도는 까칠함 때문이다.
자연산 미역은 매끄럽다.
마치 키스 할 때 입안을 돌아다니는 여자의 침처럼 달콤한 것이 자연산 미역이다.
금진항과 심곡항에는 자연산 미역을 말린다. 매년 4,5 월이면,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품질 좋은 자연산 돌 미역을 채취한다.
그런데, 금진항과 심곡항의 미역 작업 시스템은 다르다.
금진항은 미역 바위를 어촌계에서 개인에게 팔아서 개인이 미역 작업을 주도하고 판매를 한다. 그래서 고모가 매년 금진항 미역 바위를 사서 직접 채취하여 판매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말리는 작업은 공동작업의 형식을 취한다.
심곡항은 마을 공동 작업이다. 파도 치지 않는 새벽이면 마을 회관 마이크에서
"오늘은 미역 작업을 하는 날이니, 시간이 있는 분들은 전부 항구로 모이라"
고 한다. 그럼, 각자 운반 도구를 들고 항구에 나타나서 자신이 작업을 할 수 있는 양 만큼 미역을 가져가서 자신의 집에서 말리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수협에서 수매를 해 준다.
품질면에서는 단연 개인이 하는 금진항 미역이 뛰어나고 가격도 비싸다.
심곡항 미역은 수협에서 일괄 수매 하기 때문에 품질이 좋을 필요가 없다. 대신 싼 값에 파는 것이다.
심곡항의 작업 시스템은 공동 작업의 형태와 경쟁 작업 방식을 취한다. 자신의 능력 만큼 작업을 하고 판매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매년 미역철이면 가까운 도시에 나가 있던 식구들까지 작업에 참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역 작업이 아니더라도, 어촌에는 공동작업의 형태가 꽤 있다. 농촌에서는 공동작업의 경우가 거의 사라졌지만, 바다라는 특수한 위험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이 그 형태가 잔존하게 되었을 것이다.
특히, 날씨가 좋지 않아 파도가 치거나 안개가 끼거나 조류가 심한 경우에는 남의 도움 없이는 작업을 못할 경우가 종종 있다. 또, 같은 항구에 여러 척들의 배가 항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터라, 공동 작업의 형태는 피할 수 없는 처지이다.
생산을 같이 하는 공동작업의 경제 시스템이 바로 공동체의 기본적인 밑바탕이다.
도시의 아파트의 경우에는 각자 다른 경제 행위를 하다가 같은 밀집 지역에서 생활 형태를 띠지만, 사실 그것은 무의미 하다. 오히려, 그런 경우 같이 살아서 문제를 일으키기가 쉽다.
즉,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서 같은 이해 관계가 없으면 공동체 성립이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서울 마포의 성미산 공동체는 그런 난관을 잘 극복한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각자 다른 생산 시스템에서 돌아와, 생활 공동체로서 조건들을 서로 공유하게 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금진항 심곡항 동네가 그러하기 때문에 아무리 서로를 미워해도 떨어질 수가 없다.
매일 같이 모여서 다른 사람을 흉보더라도 그것은 도시민들 처럼 등을 돌린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람들이 모여 살다 보면 싸우고 웃고 떠들고 미워하고 좋아하고 하는 것은 인지상정인지라, 그것이 어떤 경제 시스템으로 묶여 있는 것에 따라 사람들 간의 관계는 변하기 마련인 것이다.
사회주의의 단서는 정치적인 권력의 문제로 해결 하려는 것은 무의미하다.
경제 시스템의 공동 작업과 공동체 형성에 그 실마리가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가 민주주의라고 철석 같이 믿고 있는 대의민주주의는 사실,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을 담기 위한 그릇에 불과하다. 유럽 각국은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통상 교역이라는 어거지 이유를 대고 선교사와 군함으로 무장하고, 제 3 세계 국가들을 위협하여, 그들의 공동체와 경제 시스템을 파괴하였다.
그 위에 오늘날 제 3 세계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각국에는 유럽의 민주주의가 공동체를 대신하여 자리잡게 된 것이다.
공동체의 부활없이는 민주주의는 요원하다.
현재, 진보 좌파를 역설하는 정치인들은 오로지 의회에 입성하는 것으로 그것의 소임을 다했다고 착각을 하는데,
그것은 그들이야말로 착각을 하는 것이다.
국회의원 대가리 숫자와 진보정치의 성공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들의 진보는 사실 권력의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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