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잎 앞에서/오탁번
연잎에 내리는 여름 한낮 빗방울처럼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는 그리움 따라
연잎마다 크낙한 손바닥 하나씩 펴고
호수 위에 떠다니는 내 마음 손짓하네
물결 따라 일렁이는 푸른 연잎을 보면
내 눈빛 잠자리 겹눈처럼 밝아지지만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그때 그 입술은
예쁜 연꽃 봉오리로 아직도 숨어 있네
이른 아침 연잎에 내리는 이슬방울인 듯
마주보며 피워올린 첫사랑의 꽃봉오리!
아무도 모르는 물밑 아득한 깊이에서
지울 수 없는 사랑으로 피어나는 연꽃!
연잎에 내리는 저녁나절 빗방울인 듯
아직도 눈에 밟히는 그리운 얼굴아
잔잔한 호수 물결 지는 듯 다시 일 때
서늘한 연잎 위에서 푸른 눈썹 떠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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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번 시인 약력
*1943년 충청북도 제천 출생(2023년 2월 14일 별세).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
*196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시) 당선.
*시집 : 『아침의 예언』, 『너무 많은 가운데 하나』, 『생각나지 않는 꿈』, 『겨울강』,
『1미터의 사랑』, 『벙어리 장갑』, 『손님』 등.
*한국문학작가상, 동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수상.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
첫댓글 좋네요 추천합니다
"연잎에 내리는 저녁나절 빗방울인 듯
아직도 눈에 밟히는 그리운 얼굴아
잔잔한 호수 물결 지는 듯 다시 일 때
서늘한 연잎 위에서 푸른 눈썹 떠오르네"(오탁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