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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릴 틈이 없어
미나 아 리코더 그거 저쪽 안에 놔주세요
장씨 오케이
아이1 (뛰어오며) 누나지 한자 7급도 100점 맞았어요~
미나 와~~ 정말? 잘했어 이리 와서 라면 먹어~
아이1 안돼요 학원가야 돼요 저 미술학원 끊었거든요 잇히
미나 (웃더니) 어? 계주의 여왕!! 어디가?
소영이와 태권이와 민희와 주영이가 같이 걸어온
소영 시장가요~ 할머니랑 주영이 엄마 도와드리러
1려가 번개패들과 어울린
해
3살 해식의 쌍둥이 동생 주문진 번개 패거리들의 실세였으나 배신자로 오해를 받아 서울로 상경한 공장을 운영하나 부도를 맞고 쌍둥이 형인 해식의 정보원으로 비루하게 살이 자신의 삶을 비관 해식의 권총으로 아이들과 함께 자살한
번개
0세 남자 번개 패거리의 두머리 과거에는 해과 함께 주문진에서 날리는 사람이었으나 이제는 배신자라는 낙인과 함께 예전의 부하 종두에게 시달림을 받는
중사
32세 퇴역중사 불명예 제대라는 상처를 안고 번개 패거리에 들어와 같이 어울려 니고 있 번개와 함께 종두의 횟집을 인수하려 하지만 무산된
전도사
리를32세 과거에 해 번개 종두와 함께 불법으로 말조개 잡이를 하 사고로 왼팔과 왼쪽 절게 되었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면서도 번개 패들과 어울린
종두
30대 초반 과거에 해 번개와 함께 불법어로 작업을 했이 번개의 배신으로 감옥살이를 하게 된 감옥에서 출소 후 급속도로 세력을 키워 주문진을 장악한
해식을 해으 오해 린치를 가하고 번개 패들을 괴롭힌
창회
0대 초반 종두의 부하 종두파의 행동대장 약간 바보스러운 캐릭터 코믹한 웃음을 자아내게 한 열심히 하지만 항상 못미친
박경장
3세 남자 형사 해식의 조수 해식과 함께 니면서 해의 죽음에 관련된 사건들을 조사한
영란
30대 초반 여자 번개의 아내 과거 해의 애인으로 번개와 결혼하여 허름한 횟집을 운영하고 있
미스 김
20대 초반 여자 시골방 레지 주문진에서 해식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유일한 상대
1 어둠 속의 총소리 (저녁)
어둠
거칠은 숨소리와 어린아이들이 흐느끼는 소리
여자아이 (소리) 아버지 죽고 싶지 않아요 제발 살려주세요
어두웠던 화면이 점점 밝아지면 얼굴을 바닥에 대거 엎드려 있는 사나이 이해식의 얼굴이 화면에 가득 찬
화면 밖에서 여자아이가 흐느끼는 소리와 남자의 거칠은 숨소리가 들리고 두려움 때문인지 해식의 꼭 감은 눈꺼풀 속에서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린
남자의 거친 숨소리와 여자아이의 흐느끼는 소리가 숨을 죽이는 순간
탕! 탕!
좁은 방안을 뒤흔드는 두발의 총소리
경기를 일으키듯 부들부들 떨면서 조심스럽게 실눈을 뜨면
해식의 눈 앞 노란 장판 위 엎질러진 하얀 밥알 위로 시뻘건 피가 몰려온
시 어둠
2 쌍둥이 (아침)
화면이 밝아지면
해식에게 가장 혼란스러운 순간에 떠오르는 과거의 이미지가 보인
1970년대 말의 모래내나 중랑천 뚝방 비슷한 곳의 버스 정류장
앙상한 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미루나무 밑에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해식과
친구가 여학생을 상대로 히히덕 거리고 있
해식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지고 해식 쪽으로 덥수룩한 머리에 불량스러운 걸음으로
그 또래의 소년이 가온
그들의 얼굴은 놀랄 만치 닮아 있 쌍둥이
장발의 소년 해은 해식을 빤히 보면서 남학생의 모자를 뺏어서 날려 버린
아뭇소리도 못하는 해식 일행들
해식 발치에 침을 찍 뱉고는 담배를 피워 물고 가버리는 해
3 방안 (저녁)
무엇인지 분간이 안가는 검붉은 색의 화면 위로
꿈결에서 들려오는 듯 기분 나쁜 남자의 음성이 들려온
해 (소리) 이해식 일어나-
옷가지가 스치는 소리가 아득하게 들리고
검붉은 색 화면의 초점이 서서히 맞아가면
노란 장판 위에 고였던 시뻘건 피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또 한번 남자의 목소리가 기분 나쁘게 들린
해 (소리) 일어나!
고여있는 피를 따라 카메라가 올라가면
피 웅덩이에 얼굴을 묻고 있는 사내 이해식의 얼굴이 드러난
또 한번의 소리 이번에는 몹시 거칠고 위협적이
해 (소리) 이해식!
부르는 소리에 이해식이 눈을 뜨고 고개를 들자
장판과 피에 엉켜서 말라붙어 있던 얼굴이 찌지직
괴상한 소리를 내며 떨어진
등뒤로 손에 수갑을 찬 몸을 힘들게 일으키는 이해식
겁에 질려 주눅든 눈으로 방안의 모습을 천천히 둘러본
좁은 방안에는 여섯 살 정도의 남자아이가 심장부근에 빨간 매직으로 그려진 동그라미 안에 총구멍을 내고 이미 죽어서 벽에 기대어 있고
그 옆에는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천장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는
역시 가슴의 동그라미 속 구멍에서 피를 흘리며
아직 붙어있는 숨을 내쉴 때마
동그라미 속 구멍과 입에서 피를 울컥 울컥 쏟아내고 있
그 옆에 벽에 기대고 앉아있는 사나이
놀랍게도 해식과 똑같이 생긴 얼굴의 사나이가
해식에게 총을 겨누고 있 해식의 쌍둥이 동생 해이
해은 웃는 건지 은 건지 알 수 없는 입모양으로 물거린
해 미안하 너나 나나 인생 쫑이
해은 자신을 비웃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입술을 실룩거린
해식에게 겨누었던 총구가 흔들리자 두 손에 힘을 주어 바로잡는 해
해 난 무죄야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가 어쩌 이렇게 됐냐?
(사이) 이 좆같은 세상 잘못 태어났 생각하고 같이 가자
자기 앞에 겨누어진 총구를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치는 해식
해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해식에게로 겨누었던 총구가 힘없이 내려간
해은 고개를 절래 절래 젖고는 자기 관자놀이로 총구를 가져간
해 해식아- 이 개 같은 새끼야-
해이 눈을 감으며 관자놀이에 총구를 힘주어 댄
곧 닥칠 참혹한 모습을 피해가듯
카메라가 서서히 사내의 머리 위를 지나 벽으로 올라가면
탕!!!
요란한 소리와 함께 해의 머리 위 싸구려 벽지가 들어찬 빈 화면 위로
화약 연기가 해의 영혼처럼 피어오른
연기를 따라 올라가던 카메라가 멈추면
벽에 걸린 사진 액자 위에 방금 해의 머리통에서 튄 살점이 붙어있
살점에 붙어있던 머리카락에 맺힌 피가 반짝 빛을 반사한
사진 속에는 바을 배경으로 잠수복과 수영복을 입은 사내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
그 속에서 밝게 웃고 있는 해
화면이 서서히 어두워진
해 저물녘의 바 타이틀
어두운 화면이 서서히 밝아지면 해 저물녘의 바이 드러난
죽어버린 해의 마지막 순간에 떠오른 이미지인 듯이
음침하고 불길한 표정의 생선 썩는 내음이 진동할 것만 같은-
그 위로 하나 둘씩 떠올랐이 사라지는 글씨들
5 경찰서 비상구 (오전)
창밖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등지고 선 해식
그늘이 져서 잘 안 보이는 해식의 얼굴 위로 반장의 소리가 들린
반장 (소리) 미치겠구만- (해식이 눈을 부릅뜨고 반장을 본) 이경장 마음도 괴롭겠지만
일단 고비는 넘겨야 할거 아냐? 자네 동생이 범인인 것은 확실하잖아?
문제는 자네 총이라고- 경찰이 총을 빼앗긴 게 말이나 돼? 일단 보고서에는
해이가 총을 구입했이 했어 죽은 사람은 말이 없어
동생이니 니 총을 훔친 건 너 나 죽은 동생 이렇게 밖에는 몰라!
실루엣으로 보이는 해식의 얼굴에서 미세하게 눈꺼풀이 움직이고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눈부신 것인지 아니면
반장이 말하는 소리가 듣기 싫은 것인지 미간이 씰룩거리는 해식의 얼굴
반장은 주머니에서 넥타이를 꺼내어 해식의 목에 억지로 걸어준
해식의 눈을 힘주어 바라보는 반장 해식은 그의 눈길을 애써 피한
반장 (눈길을 피하는 해식에게 얼굴을 바짝 붙이고) 야 임마! 내 눈 똑바로 봐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알았지! 넌 독 안에 든 쥐야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난 무사히 정년퇴직하고 싶어!
6 경찰서 회의실 (오전)
등을 보이고 앉은 해식의 한쪽 어깨에는 블라인드 친 창문으로 들어온 햇살이 흐리게 머물고 있
해식 앞에는 타과인 형사과 과장 해식이 속한 방범과 과장과 반장
그리고 감찰 반장이 책상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아 있
형사과장 용의자 이해이 암시장에서 구입한 총으로 조필이를 살해한 것까지는 그렇 치고 문제는 어떻게 경찰인 형을 앞에 두고 용의자가 가족과 동반자살을 하는 상황이 되었냐는 것입니
해식 -
감찰반장 (못 마땅한 듯) 용의자가 자기 아들 딸을 죽일 때 뭘 하고 있었습니까?
경찰이기 전에 친형이라면 적어도 그런 상황이 되기 전에 미리 손을 써야되는 것 아닙니까?
해식 용의자가 사전에 치밀하게 마련한 자살극을 무슨 수로 막습니까?
그 음 일은 기절해 있어서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습니-
어색한 침묵
감찰반장 이경장 난 이 사건에 대한 당신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아
(과장들에게) 결과를 놓고 볼 때 이경장이 얼마나 범인을 잘 잡는 형사였었는지 몰라도
떳떳한 수사방법으로 용의자를 수사했이 보기는 힘듭니
사사로운 감정이 개입된 과잉 수사가 아니냐는 겁니
해식 (당황을 감추며 감찰반장을 노려본)-
감찰반장 일단 이경장을 이 사건의 수사에서 제외시키고
나머지 공범들은 방범과장이 알아서 수사하도록 합시
방범과 과장이 고개를 끄덕이고 감찰반장이 서류을 집으려는데
해식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
방범과 반장이 불안한 눈빛으로 해식을 본 감찰반장 고개를 끄덕이고
해식 형사 생활 10년간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사람을 죽이는 수천의 사건을 보아 왔습니
이것도 그런 수천의 사건들 중 하나입니
(사이)
나는 형사이고 동생은 전과 2범의 전과자입니 만약 한 순간이라도 제가 법을
집행한은 사실을 잊는이 범죄자들과 똑같아집니 수사 과정에서 그 사실을 잊은 적은
한번도 없었고 잘못한 것도 없었습니 그걸 증명할 기회를 내게 주십시오
을씨년스러운 공장의 시멘트벽을 끼고 걷는 해식과 박 경장의 뒷모습
해식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온몸이 불만 덩어리처럼 길 한가운데를 떡 버티고 걷는
해식과 박경장 뒤로 봉고차가 바싹 가와 비켜달라고 신경질적으로 크락숀을 누르자
해식은 일부러 약올리듯 느릿느릿 걷고 박경장이 슬쩍 뒤를 돌아보고 귀찮은 듯 길가의
종이 커피 잔을 주워 봉고차 앞 유리창에 던진
박경장의 험상궂은 행동에 겁을 먹었는지 봉고 차는 크락숀을 멈추고 해식과 박경장을 피해 길 한쪽으로 간신히 붙어서 조심스럽게 골목을 빠져나간
해식과 박경장이 걷는 길옆으로 문을 닫은 공장의 유리창이 깨진 수위실과
두기: (가슴팍을 내밀며) 사람 죽일 깡 있으면 쏴 보라구!
상환: ……. 에이씨!
후다닥 튀어나가는 상환.
최 순경: (뒤따라 나가며) 얌마! 유순경! 유순경!
깡통: (어리둥절해하는 부하들을 보며) 뭐해! 저것들 잡아!!!
씬 29. 거리에서 학교까지 - 실외/낮에서 저녁으로
사람들을 뚫고 미친 듯이 달리는 상환. 뛰고, 뛰고, 또 뛰고……. 완전히 탈진해버리는 상환……. 어느새 자신이 졸업한 초등학교 운동장까지 달려왔다. 털썩 바닥에 주저앉는 상환……. 아무도 없는 운동장에서 고함을 지른다. 고개를 들어 교실을 바라보는 상환.
씬 30. 상환의 회상
초등학교 교실 안.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준비물을 빼앗기는 상환……. 점프하면, 상환이 준비해 온 준비물을 대신 내놓고 검사를 무사히 빠져나가는 덩치들. 상환은 준비물을 제출하지 못해 선생님에게 매를 맞는다.
중학교 화장실. 중학생 상환이 휴지를 들고 급하게 화장실로 뛰어 들어오는데, 발빠른 다른 녀석이 상환이 들어가려던 칸을 치고 들어간다. 옆 칸으로 가려는데, 다른 한 녀석이 상환이 들고 있던 휴지마저 빼앗아 화장실로 들어간다. 윽!……. 다음 칸을 여는데, 양아치 한 녀석이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으며 고독하게 담배를 피우고 있다. 양아치와 눈이 마주치자 슬쩍 눈을 피하며 옆 칸으로 피하는 상환. 마지막 칸을 여는데- 덩치들이 약해 보이는 모범생을 붙잡아놓고 교육중이다. 자포자기 하는 상환. 바지가 젖는다…….
고등학교 등굣길. 선도부 완장을 차고 살벌하게 생긴 친구들과 함께 아이들의 복장 검사를 하는 상환. 복장이 불량한 한 녀석을 잡는데, 다른 친구들이 그냥 통과시켜주라고 위협한다. 시선을 피하며 조용히 보내는 상환.
고등학교 쓰레기장. 상환이 쓰레기를 버리려는데, 등굣길에 걸렸던 복장불량 맨이 친구들과 함께 상환을 향해 다가온다. 들고 있던 쓰레기통을 버리고 잽싸게 튀는 상환. 하지만 결국 녀석들에게 잡히고- 쓰레기장으로 상환을 몰아붙이며 다짜고짜 상환을 때리기 시작하는 녀석들……. 상환을 때리며 담배를 피우는데……. 망보던 한 녀석이 달려와 "떴다!!!"……. 피우던 담배를 버리고 후다닥 사라지는 녀석들. 이 뒤로 이들을 쫓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피를 닦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는 상환. 이 앞으로 선생님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상환이 버렸던 쓰레기통을 한 손에 들고, 상환의 앞에 떨어진 담배꽁초를 발견하는 선생님. "이 새끼가……. " 상환을 한 대 쥐어박고 상환의 귀를 잡아끌고 나간다. "아아아-!" 절규하는 상환…….
씬 31. 침술원 앞 - 실외/저녁
꾸부정하게 어깨를 늘어뜨리고 터벅터벅 거리를 걷는 상환의 뒷모습. 어느 새 침술원 앞을 지나가고 있다. 발길을 멈추고 잠시 침술원을 바라보는 상환. 들어가 볼까?……. 말까?……. 머뭇거리다 결국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침술원 앞을 지나쳐간다. 한산한 거리. 썰렁한 바람이 거리를 훑고 지나가는데- 잠시 후 다시 상환이 프레임 안으로 들어온다.
씬 32. 침술원 입구 - 실내/저녁
쾅! 하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상환.
상환: 아저씨! 도사 아저씨!
의진: (소리에 놀라 뛰어나오며) 누구세요? 어?
상환: 야, 너 말고 나한테 도술 가르쳐 준다는 아저씨들 어디 있어?
뒤따라 자운이 모습을 보인다.
상환: ……. 아저씨들이 나 가르쳐 준다는 거 배우면 싸움 잘 해요?
씬 33. 침술원 시술실/시술실 앞 - 실내/밤
시술실. 얼굴에 멍이 든 상환, 거울을 향해 총을 뻗고 있다.
상환: 당신을 폭행 및 협박, 공무 집행 방해죄로 체포한다. 당신은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으며,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권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때리며) 아! 병신 왜 이걸 못해?! 응?!…….
이 때, 문이 화르륵 열리며, 의진이 들어온다. 화들짝 놀라 총을 뒤로 숨기는 상환.
의진: 어디서 또 그렇게 터지셨나…….
상환: (의진의 손에 들린 침술기구를 보고) 뭐하게? 또…….
의진: 치료해야지.
상환: 할 줄 알아?
의진: (무시하고) 뒤에 숨기고 있는 거 뭐야?
상환: (엉덩이 밑으로 총을 숨기며) 몰라도 돼…….
의진: 몰라도 되긴……. (상환의 팔을 꺾어 제압한 뒤 엉덩이를 들추며) 앗!……. 이거! 총 아냐! 너 권총도 있어? 야, 한번만 만져보자.
상환: 안 돼, 이거 아무나 만지는 거 아니란 말야.
이 때, 시술실로 들어가려던 자운. 안쪽에서 소리가 들리자 멈칫하고, 귀를 기울여 이들의 대화 내용을 듣는다.
의진: 야, 딱 한번만……. 옛날부터 진짜 만지구 싶었단 말야. 넌 심심하면 맨 날 만지작거릴 거 아냐.
침을 꿀꺽 삼키는 자운. 문을 열까말까 고민한다. 다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자운.
의진: 진짜로 만져만 본다니까. 너 장풍 쏘는 거 배우러 찾아왔다 메? 공짜로 가르쳐 줘, 맞은 데 치료해 줘, 근데 이거 하나 못 만지게 하냐?
상환: ……. 좋아, 딱 한번만이야. 대신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의진: 알았어. ……. 와, 한 손에 쏙 들어오는데……. 생각보다 작네.
시술실 안에서 조심스럽게 총을 만지며 대화하는 두 사람.
상환: 야, 크다고 다 좋은 거 아냐.
의진: 너……. 이거 써 본적 있어?
더 이상 참기 힘든 자운. 폭발 직전이다…….
상환: 한 번……. 이거 잘못 놀리면 인생 종친다고 봐야지…….
의진: 이거 나한테 한 발만 주면 안 돼? 나, 처음이란 말야.
"안 돼!!!" 결국 문을 발로 걷어차고 안으로 들어가는 자운. 놀라서 돌아보는 상환과 의진.
상환: (권총을 뺏으며) 거 봐…….
자운, 갑자기 긴장이 풀리며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씬 34. 길거리 - 실외/낮
사람이 붐비고 있는 한낮의 도심 거리. 빠르게 걷고 있는 의진 뒤로 한참 뒤쳐져 있는 상환. 뛰어와 속도를 맞출라 하면 어느새 또 멀어진 의진.
상환: (짜증내며) 같이 가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
의진: (뒤도 돌아보지 않으며) 따라오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
상환: (도저히 못 따라가겠는지 자리에 멈춰 서서) 야! 찾아오면, 도술 가르쳐 준다 메! 장풍 쏘고 하늘 날고 구름 타고 그런 거!
소리친 상환이 뭔가 썰렁한 듯 주위를 살피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상환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씬 35. 공원 - 실외/낮
거리를 걸으며 설명하는 의진.
의진: 득도한 남자를 마루치라고하고 여자를 아라치라고 불러. 마루라고 하는 건 산마루 들마루 할 때처럼, 정상이란 뜻이야.
상환: ?
인터컷 - 석양을 등지고 산등성이에서 외롭게 권법을 수련하는 한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이 위로-
의진 (소리): 한문으로 할 경우 마루 종(宗) 자로, 신성하다 뭐 그런 거지. 여기에 사람을 뜻하는 치가 붙어 마루치, 한 마디로 신성을 받은 자라 이거야.
화면 바뀌면 고대무사의 복장을 한 여인이 현란한 검술을 펼친다.
의진 (소리): 또 아라는 아름답다, 아랑 할 때 아라라는 뜻도 있고, 알이란 뜻도 있지. 알이란 게 또 주몽 신화에도 나오듯이 신성하다는 뜻도 되거던.
의진이 인터컷 화면 앞으로 나와 마치 일기예보를 하듯이 설명을 이어간다.
의진: 그러니까 아라치도 신성을 받은 사람이란 뜻이라고 보면 돼.
상환: (썰렁하게) 그래서 어쨌다고?…….
어느 새 고층 빌딩 앞에 서있는 두 사람. 의진은 조용히 손가락으로 초고층 건물에서 유리창 닦기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카메라 가까이 다가가면 안전 끈에 매달려 있는 물통과 공구들.
의진: 저 사람들이 뭐 믿고 저렇게 올라가 있는 거 같냐?
상환: 뭘 믿긴 뭘 믿어?…….
의진: 저게 경공이란 거야……. 건설현장에서 더 자주 볼 수 있지.
씬 36. 빌딩축조 현장 - 실외/낮
철근뼈대를 높이 세우는 작업을 진행 중인 건설인부. 마치 원숭이 같이 철근에 붙어서 30미터 위로 오르고 있다. 못 믿겠다는 듯이 고개를 빼고 보고 있는 상환의 옆으로 다가와 서는 의진.
의진: 나름대로 도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의외로 많아.
씬 37. 은행 - 실내/낮
은행에서 기계보다 빠른 속도로 돈을 세는 여자 은행원.
의진: 얼마 전에 은행 무장 강도를 맨손으로 잡은 주인공 있지? 겉으로 보기에 그렇게 약해 보이는 여자가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올 수가 있겠니?
은행 강도의 팔을 꺾어 제압하는 여자 은행원의 모습을 CCTV로 잡은 뉴스화면……. 은행원의 활약을 다룬 뉴스화면에서 실제로 벌어진 괴상한 사건들을 나룬 자료화면들이 이어진다. 이와 더불어 옐로우 페이퍼에 실린 각종 희귀 소식들도 자료화면으로 보이고……. 이 위로-
의진 (소리): 왜 생활하다보면 꼭 화장실 다녀오는데 한 시간씩 걸리고 심부름 보내면 세월아 내월아 하는 사람들 있지? 그런 사람들이 대부분 사람들 모르게 도를 닦으며 악한 기운과 싸우는 사람들이야.
상환 (소리): 야, 그렇게 엄청난 사람들이 왜 저렇게 꾀재재하게 사냐?
의진: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해야 되는데, 자리 잡고 사는 게 쉽냐? 힘이라는 게 또 쪼끔만 방심하면 금방 권력이 되거든. 우리 도 닦는 사람들은 또 권력 같은 거 체질적으로 싫어하잖니.
씬 38. 거리 - 실외/낮
계속 걸으며 상환에게 설명하는 의진.
의진: 뭔 일이 터졌는데 좀 이상한 냄새가 난다 싶으면 대충 알겠지?
의진이가 설명하는 동안 주위를 둘러보는 상환. 상환의 두리번거리는 시선 속으로 들어오는 일상적이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놀라운 그림들이 펼쳐진다. 고층 빌딩에서 유리창을 닦는 사람, 대형 건물 철골을 자유자재로 오르는 사람. 그 옆으로 마치 외 줄타기를 하듯 공사장 위를 오가는 사람, 자세히 보지도 않고 무거운 짐을 주고받는 사람들, 무거운 짐을 이고 자유자재로 걸어 다니는 할머니, 엄청난 양의 짐을 실은 채 달리는 퀵 서비스 아저씨, 아무렇지도 않게 한 방에 못을 박는 목수 아저씨, 몇 층씩 쟁반을 쌓아서 나르는 밥집 아줌마, 차에서 던져주는 신문 더미들을 기가 막히게 받아내 놀라운 속도로 끈을 풀고는 놀라운 휘리릭 전단지를 끼우는 신문보급소 직원들……. 이 위로 들리는 의진의 목소리…….
의진 (소리): 하지만 도를 닦는다고 모두 깨달음을 얻는 건 아니지. 우리 아빠하고 칠선 선생님들이 찾는 건 득도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마루치야. 어쩜 우리 세대엔 마루치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상환: 마루치가 없으면 어떻게 되는데?
의진: 작은 불로 어둠을 밝히는 덴 한계가 있는 법.
상환: 뭐야?……. 썰렁해…….
의진과 상환이 거리를 걸으며 지나간다. 사람들 틈에 섞이는 두 사람. 카메라, 하늘로 치솟은 건물 옥상 한쪽을 비추면,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흑운의 모습이 보인다! 고개를 들어 기운을 모으는 흑운. 이 위로 먹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흑운에게서 빠르게 빠져나가는 카메라.
씬 39. 침술원 내부 - 실내/낮
빠르게 도심을 훑고 날아가던 카메라는 침술원에서 정좌하고 있는 자운에게 도착한다. 상체를 벗고 몸에 뜸을 뜨고 있는 자운. 자운의 등에는 커다란 용문신이 새겨져있다. 지긋이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뜨는 자운.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낀 듯 땀을 흘리며 현기증을 느끼는데- 따르릉! 전화벨이 울린다.
씬 40. 무운의 도장과 침술원의 교차 - 실내/낮
무운의 도장에서는 흑운이 저지른 사고현장을 보도하는 뉴스가 흐르고 있다.
무운: 나야……. 오늘 뉴스 봤어?
자운: 혹시……. 흑운 소식인가?
무운: 아무래도……. 봉인진이 뚫린 것 같아……. 합마기흡음공을 사용한 사건이 두 건이나 있어…….
자운: !……. 언젠가 뚫릴 줄은 알았지만, 아직 마루치도 찾지 못했는데……. 우리가 너무 느긋했어.
무운: 지금 와서 후회한다고 무슨 소용이야…….
자운: 어쨌든 확인을 한 번 해봐야겠네. 그 동안 상환이 녀석 좀 맡겨도 되겠지?
무운: 자네 정말 그 친구에게 기운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자운: 이미 우리 옆에 어둠이 왔다면 그 옆에 빛도 있다는 거 아닌가.
씬 41. 방송국 스튜디오 - 실내/낮
와아- 하는 방청객들의 함성과 함께 진행자들이 무대 위로 등장한다.
진행자: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지난 한 주일 동안 우리 "고수를 찾아서" 시간만 기다리시느라 안과에 가신 분들이 많데요.
패널: 안과에는 왜요?
진행자: 기다리다 눈이 빠져서요.
꺄르르- 진행자의 말도 안 되는 유머에 열심히 웃는 방청객들과 방청객들에게 웃음을 유도하는 FD. 스튜디오 구석에서 썰렁하게 이 모습을 지켜보는 상환과 의진.
의진: 원래 우린 사람들 앞에서 시범보이고 하는 게 금기였어. 그런데 젊은 사람들이 워낙 관심이 없어서 내부에서도 변화가 좀 생겼지. 요즘엔 뭐든지 직접 보여줘야 믿잖아. 너처럼…….
상환: ……. 야 근데 너 나 언제 봤다고 첨 볼 때부터 반말이냐?
이때, 다시 꺄르르- 터지는 방청객들의 웃음소리…….
진행자: 자, 그럼, 우리 VJ가 만나 뵙고 온 이 두 분의 기인들을 이곳으로 모셔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쩌면 이분들은 신체 이동 술로 이곳에 등장하실 지도 모르니까 정신들 바짝 차리세요!! 득도의 경지로 안내합니다! 육봉 스님과 설운 도사님 나와 주세요!
방청객들의 박수와 함께 무대로 나오며 정중히 답례하는 육봉 스님과 설운.
진행자: 아, 두 분을 모시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오시느라고 수고가 많으셨을 텐데……. (육봉 스님의 헝겊가방을 가리키며) 아, 이건 뭔가요?
육봉스님: 아무래도 복잡한 시내에서 다닐 땐 이렇게 돌이라도 이고 다니지 않으면, 제가 너무 빨라서 사람들하고 자꾸 부딪쳐요. 나야 괜찮지만 부딪친 사람들 내상이 걱정 돼서…….
진행자: (말문이 막힌 듯) 아……. 정말 빠르신가 보군요……. 그럼 오늘도 축지법으로 오신 겁니까?
육봉스님: 77번 버스 타고 왔습니다.
진행자: 예……. 아무래도 우리 시청자 여러분들께서는 많은 설명보다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길 원하실 겁니다……. 놀라운 신체능력의 현장! 파괴의 장입니다!…….
무대에 엄청난 통나무가 들어온다. 이를 보며 자신들도 모르게 긴장하는 상환과 의진. 육봉 스님, 무대에 준비된 두꺼운 통나무의 격파시범을 보이려 호흡을 가다듬는다. 눈을 가늘게 뜨며 숨을 멈춘 상태로 들어가는 기합!!! 상환이 집중해서 살펴본다. 엄청난 기운……. !!! "이얍!!!" 통나무를 향해 내리치는 육봉 스님의 손날! 퍽!……. 고요한 실내……. 긴장하는 사람들……. 멀쩡한 통나무……. 눈을 돌리는 의진. 당황한 육봉과 설운.
진행자: 아하, 역시 방송국이란 곳이 이렇게 산으로 들로 수련하러 다니시는 분들께는 좀 긴장되는 장소죠? 여러분 응원의 박수 부탁드립니다!
방청객과 진행자, 긴장이 풀리며 다시 격려의 박수를 친다. 다시 정중하게 인사하는 육봉 스님…….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기합에 들어간다. 두 번째 격파! 여전히 꿈쩍도 안 하는 통나무. 무안해진 진행자와 썰렁한 객석. 어이가 없는 상환. 머리를 쥐어뜯는 PD…….
진행자: 하하하……. 지금 이런 기술은 매우 어렵고 위험하기 때문에 이렇게 평생 수련을 하신 분들도 쉽게 격파하기가 힘든 거죠. (통나무로 다가가 직접 내리치려는 듯) 보시다시피 이게 일반인들은 그냥 내리치기도 힘든 겁니다 이게…….
진행자가 힘을 주어 내리치자 금이 쩍 가며 두 동강이 나는 통나무. 자신도 놀라는 진행자……. 놀라는 사람들……. 한심하게 이들을 바라보는 상환.
씬 42. 거리 - 실외/밤
전자상점 앞에서 유심히 방송을 보고 있는 흑운……. 텔레비전 안에는 설운이 경공 시범을 보인다며 형광등 위를 올라갔다가 형광등을 다 깨뜨리는 장면이 흐르고 있다. 이를 유심히 살펴보는 흑운.
씬 43. 무운의 도장 - 실내/밤
상환과 의진이 무운 도사의 도장 문을 열고 들어서면, 심각한 자세로 명상을 하며 상환과 의진을 맞이하는 무운. 의진, 방해 될 새라 조심조심 하는데, 무운이 눈을 감은 채 말문을 연다.
무운: 강호에 들어오는 길은 여러 갈래일지 모르나 무림은 하나다.
웬 알 수 없는 소리야? 하는 표정으로 뻘줌히 서있는 상환에게 앉으라는 제스처를 취하는 의진. 못마땅한 표정으로 도장 바닥에 앉는 상환. 상환을 마주 앉혀놓고 무공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무운: 무릇 모든 일의 경계는 그 마음가짐에서부터 출발하는 것. 예전에 백호 선생은 속리산을 떠나며 "도가 사람을 멀리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도를 멀리한 것이요, 산이 세속을 떠난 것이 아니라 세속이 산을 떠난 것"이라 하셨다…….
상환: (쩌억 하품하며) 오늘 하루 종일 얘한역사를 돌아보며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하고
10 희철방
벌컥 열리는 서랍
희철 영주의 편지를 찾아 읽기 시작한
실망의 느낌이 짙어지는 그의 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