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백신
현역의사 접종 체험기
인구 30만 도시에도 75세 이상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연락을 받고 접수처로 찾아가 신청을 마쳤고 어제 일요일 전화로 주사 맞을 날짜와 장소를 알려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백신주사라 믿음이 가질 않았기에 전화한 여성에게 짜증을 냈다. 일시와 장소만 간단하게 문자로 보내면 될 걸 가지고 쉬는 날에 사람을 왜 귀찮게 하느냐하고. 고령자들이 문자로 소통하는데 익숙지 않아 직접 통화로 배려한 것을 백신을 제 때 확보 못하고 또 웃돈을 1조나 얹어주고 구입하는 무능한 정권에 대한 불만을 그에게 터뜨렸던 것이다.
전화를 끊고 나자 이틀 후 맞아야하는 접종에 불안한 마음이 생겼지만 어디 마땅히 물어볼 데도 없었다. 이런 사정을 마치 알기라도 한 듯 박정기 전임 한전사장께서 백신접종 체험기를 보내주셨다. 그 분의 학창 친구로 대구에서 대형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현직 의사의 아래 체험기를 더 많은 분들과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인류애도 함께 들어 있었다. 여든 후반 권영재 박사는 비교적 안전하다는 화이자를 맞을 연령임에도 그의 부인과 친구들을 위해 일부러 아스트라 제네카AZ 주사를 맞고 올린 체험기라 그에게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아스트라 제네카
'나의 백신접종 체험기'
신경과 의사 권 영 재
20일 전 우리 병원의 65세 이하 환자와 직원 200여명이 AZ주사를 맞았다. 이 주사는 100% 부작용이 온다. 오전에 주사 맞으면 오후에 증상이 나타난다. 가벼운 경우는 주사 맞은 자리가 아프고 붓는다. 조금 심하면 으슬으슬 춥고 전신이 뻐근하며 몸살기가 난다. 주사 맞고 집에 가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중간 정도 되는 이는 초저녁에 열이 38도쯤 오르고 한기가 들고 몸이 아프다. 재수 없어 심해지는 사람은 밤부터 39도까지 열이 오른다. 다음날 출근해서도 고열이 나는 사람이 있다. 고열나면 죽는 수도 있어 응급실을 가야 하는데 요즘 열나서 병원가면 코로나로 오인해서 받아주지 않는다. 자기 병원이 없는 환자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언론은 직접 자신들이 경험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정부에 아부하느라 예방주사가 이런 부작용이 있는 줄도 모르고 죽지 않으니까 별 것 아닌 것처럼 보도를 한다. 고열에 몸살을 경험해봐라. 기저질환 있는 이는 죽는다. 그러나 모두들 병원 직원들이라 해열제 맞고 링거를 맞고 자가 치료하는 덕에 큰일 없이 지나지만 고열 외에도 어지럽거나 기운이 하나도 없기도 하고 식욕이 왕창 났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주사 맞은 팔이 퉁퉁 붓는다는 자잘한 부작용은 수도 없이 많다. 이러니까 정부가 늙은이는 효과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면서 예방주사를 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혼자 연구를 해봤다.
이런 고통은 대개 사흘 만에 없어진다. 물론 아직도 빌빌거리는 직원들이 있지만 그건 소수에 불과하다. 60세 넘은 노인들은 부작용이 미약하여 고열이 나는 사람도 없고 몸살 나서 죽을 것 같다는 사람도 거의 없다. 심한 부작용은 거의 30~40대 직원들이었다. 그들은 항체가 급속히 생기느라 부작용도 빠르며 격하게 나타나고 노인들은 항체가 서서히 생기므로 부작용도 약하며 느리고 오래가는 것 같았다. 우리 병원은 나이가 많아 예방주사 맞지 않았던 65세 이상 직원과 환자 약 50명에게 AZ주사를 접종했다. 나는 75세를 넘었기 때문에 AZ가 아니고 화이자를 맞을 나이다. 그런데 이번에 이 주사를 맞겠다고 자원한 이유가 있다.
전번에 주사 맞고 초죽음 되는 환자와 직원들 보고 우리 병원 간호사 둘과 의사 둘이 예방주사 맞기를 거부했다. 다른 직원 4명도 거부했다가 관리부장에게 꾸중 듣고 나서 주사를 맞았다. AZ는 동기들 절반쯤과 마누라가 맞아야 될 주사다. 그래서 내가 시험 삼아 한 번 맞아 본 것이다. 솔직히 맞는 날 아침부터 겉으론 웃고 다녔지만 속으론 많이 떨었다. 우선 아나필락틱 쇼크가 나서 죽지 않을까 무서웠지만 태연한 척했다. 주사 맞고 오후가 되니까 열이 37.5도로 올라가 해열제를 먹었다. 겁이 났다. 밤중에 고열나면 어떻게 조치할 것인가 하고 밤새 안절부절 못했다. 그러나 마누라 눈치가 보여 태연한 척하고 잤다.
새벽이 되니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몽둥이로 맞은 듯 아팠으나 열은 없었다. 진통제와 안정제를 먹고 나니 새벽 3시인데 잠은 오지 않았다. 출근 때까지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아침밥을 먹는데 그때서야 몸이 살만해졌다. 문자와 전화가 여럿 왔다. 혹시 죽었을까 혹시 고열로 고생했을까 문상과 분병이 이어진다. 어제 하루 종일 나른했지만 근무에 큰 지장은 없었다. 어젯밤에 동료 의사가 전화했었다. 내일 근무 대신해줄 테니 하루 쉬라고 한다. 그 친구는 예방주사를 기피했다.
하루 자고 나니 멀쩡하다. 역시 나이 든 측은 부작용도 훨씬 적었다. 이제 나의 AZ에 대한 임상시험이 끝났다. 한마디로 친구들 걱정 말고 주사 맞으라. 화이자든 아스트라이든 관계없다. 노인들은 간단한 몸살 정도로 끝나니까 용감하게 주사 맞아도 된다. 마누라도 날보고 안심하고 주사 맞겠다고 한다. 나는 200명이 코로나 걸린 병원에서 오늘도 근무를 하고 있고 아침저녁으로 버스 타고 치하철 타고 출퇴근 한다. 인명은 재천이니 친구들 저를 보고 기운들 내세요.
추신
고령자들은 부작용이 경미하므로 예방주사 접종을 권장하나 젊은이들은 부작용이 심각하므로 정부는 치밀한 대책을 세운 뒤 접종해야할 것이다. 막연하게 강행하다가는 커다란 저항운동에 맞닥뜨릴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