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는 남겨주는 주민이 됩시다!
출처 : 책속 문장

부끄러운 일이 많은 생애를 보내왔습니다.
나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름답다고 느낀 것을 그대로 아름답게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건 얼마나 만만하고 어리석은 짓인가.
대가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자신의 주관에 따라 아름답게 창조하고,
혹은 추한 것에 구역질을 하면서도 그에 대한 관심을 숨기지 않고 표현의 기쁨에 젖는다.
즉,타인의 생각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화법의 원초적인 비전을 다케이치에게서 전수받은 것입니다.
'음지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인간 세상에서는 비참한 패배자,악덕한 자를 가리키는 말인 모양이지만,
나는 내가 태어날 때부터 음지인인 것만 같아서 세상 사람들에게 음지인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사람을 보면 그때마다 다정한 마음이 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나의 '다정한 마음'은 나 스스로도 감탄할 만큼 다정한 마음이었습니다.
또한 '죄의식'이라는 말도 있습니다.나는 이 인간 세상에서 평생 그 의식에 시달렸지만,
어쩌면 그건 내게 조강지처처럼 좋은 반려자고 그것과 함께 쓸쓸히 노닥노닥 살아가는 것도 내 삶의 방식 중 하나였는지 모릅니다.
또한 속된 말로 '정강이에 수상한 상처를 가진 몸'이라는 말도 있는 모양이지만,
나는 그런 상흔이 젖먹이 때부터 양쪽 정강이에 저절로 생겨나 나이가 들수록 치유되기는 커녕 뼛속에 달할 만큼 깊어졌습니다.
밤마다 그 고통스러운 아픔은 천변만화의 지옥이었습니다.하지만(이건 대단히 기묘한 말입니다만)
그러면서도 그 상처는 점점 내 피와 살보다 더 친해져서,상처가 주는 고통이 아예 상처의 살아 있는 감정,또는 애정의 속삭임으로까지 느껴졌습니다.
신께 묻습니다.무저항은 죄인가요?
모든 교제는 그저 고통스럽기만 할 뿐이어서
그 고통을 누그러뜨리려고 열심히 익살을 연기하느라
오히려 기진맥진해지곤 했습니다.
서로 속이면서,게다가 이상하게도 전혀 상처를 입지도 않고,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정말이지 산뜻하고 깨끗하고 밝고 명랑한 불신이
인간의 삶에는 충만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