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2024. 2. 13. 화요일.
서울날씨는 최고온도 14도, 최저온도 4도.
마치 봄날처럼 포근했다.
오후에 농협에 들러서 만기가 된 정기예금을 1년 재연장했다. 이자율이 지난해보다 다소 적다.
귀가한 뒤에 늦은 점심을 먹고는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쉼터 서호로 나갔더니만 운동기구에 매달려서 몸을 푸는 노인네들이 무척이나 많았고, 돌벤치 위에서 바둑 장기를 두는 영감들도 많았다. 구경꾼들은 더욱 많이 둘러쌌다.
나는 어제 보았던 두 노인네를 찿으려고 했으나 보이지 않았다.
내가 찾는 이유는 있었다.
어제였다.
석촌호수 서호 쉼터로 가서 장기를 두는 영감 쩍으로 다가가는데 두 영감탱이가 싸우는 자세를 취하고, 한 노인네가 발길질하고, 주먹질을 했다. 주변에 있는 많은 노인네들은 먼둥먼둥 바라만 볼 뿐 어느 누구도 나서서 싸움을 말리지 않았다.
자칫하면 크게 다칠까 걱정이 되어서 나는 몸싸움질하는 현장으로 곧장 가면서 목소리를 높혀서 고함을 쳤다.
'뭣들 하는 거예요?'
하면서 두 팔을 좌우로 길게 내뻗쳐서 두 노인네를 떼어놨다.
80살이 훌쩍 넘을 것 같은 노인이, 체구가 다소 왜소한 노인네가 발길질을 해댔다. 나는 이 늙은이보다는 다소 젊고, 체격이 훨씬 큰 노인네 앞에서 두 팔을 뻗쳐서 그를 진정시켰다.
'싸우면 큰일나요. 크게 다칠 수 있어요. 싸움은 지는 게 곧 이기는 것이어요. 젊은사람이 참으세요.'
나보다 체구가 훨씬 더 크고, 나보다 젊어보이는 노인네가 말했다.
'나는 젊은이가 아니라 일흔다섯 살 노인입니다.'
'예. 알아요. 상대방 노인네보다는 젊군요. 자칫하다가는 큰일날 수 있지요.'
내가 두 팔을 길게 좌우로 뻗쳐서 싸움을 방해했더니만 키가 작은 80대 쯤은 노인네는 더 이상 대들지 않았다.
서로 주먹질하고, 발길질을 하면, 나잇살이 다소 적은 노인보다 체구가 훨씬 큰 사람이 후려갈기면 크게 다칠 터.
자칫하면 크게 얻어터져, 다쳐서 병원에 가고, 심지어는 경찰관한테 체포될 수도 있을 터.
다행이다. 두 노인네들이 진정했기에.
많은 사람들은 그저 먼둥먼둥하면서, 싸움이 일어나려다가 그만 둔 상황을 지켜만 보았다.
싸움이 진정되었기에 나는 현장에서 벗어나서 내가 관심을 두는 장기판이나 구경하기 시작했다.
어쩌다 보니 얼마 전까지 싸움질했던 두 노인네들이 화해를 했는지 서로 커피잔을 들고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석촌호수 쉼터 화장실 건물 내에 있는 간이음료수 가게에서 커피를 사서 서로 나눠서 자신다는 뜻이다.
노인네들도 때로는 성깔이 있어서 서로 주먹질, 발길질도 하나 내가 보기에는 별로이다.
몸싸움을 이기면 오히려 그게 범죄가 될 수도 있다.
상대방이 다친다면? 경찰파출서에 끌려가야 되고, 다친 사람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되고.... 피해보상도 해 주어야 하고....
이래저래 문제만 크게 생긴다.
사소한 감정싸움이 자칫하면 큰싸움이 될 수도 있기에 싸움을 피하는 게 최선이라고 본다. 즉 '몸싸움에서는 지는 것이 곧 이기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나는 나이가 제법 많은 늙은이다.
만나이 75살이고, 며칠 전 음력설을 쇠었기에 집나이 아흔일곱살이다.
늙어서 허리가 아파서 어기적거리는데도 누가 나한테 싸움을 걸면?
나는 꾹 참을 게다. 일단은 싸움을 피하려고 한다.
어린시절부터 운동에 유별스러웠던 나였다. 육상선수였고, 고교시절에는 학교에서 유도를 했고, 충남도청 경찰무도실에서 검도를 배웠고, 총검술을 좋아했고, 격투기를 좋아했고, 돌집아들이라서 무거운 역도로 어깨 근육을 키웠고... 또한 성깔이 급하고, 사나워서 뒷끝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내 아파트 안에는 한 발이 넘는 왕대나무 막대기가 있어서 이를 이용해서 등허리뼈를 펴고, 어깨 근육을 펴는 동작을 취한다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친 성격을 알기에 나는 늘 꼬리를 사리고는 뒤로 물러선다. 과격하고, 표독하고, 거침이 없는 성격을 지닌 나를 먼저 다스려야 하니까.
어제 두 노인네의 몸싸움에 내가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서 말린 이유는 있다.
자칫하면 노인네들이 크게 다칠 수 있다고 보았다.
늙은이의 삭신은 흐물거려서 자칫하면 뼈가 쉽게 부러질 수도 있다.
부러뜨린 뼈는 치료도 별로 신통하지도 않고.
노인들은 그저 매사를 참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며, 처신이다.
결코 이겨서는 안 되는 게 몸싸움이다.
'지는 게 곧 이기는 길이다'라는 명제를 오래 실천했으면 싶다.
'평화가 가장 나은 최선의 방법이다'라는 게 내 생활철학이다.
2.
내일 아침에는 밥 굶고는 빈속으로 내과병원에 가서 당뇨병에 대한 진찰을 받아야겠다.
다달이 병원에 들러서 혈당을 조사받고, 이에 대한 치료약을 처방받아서 조석으로 약을 먹는다.
벌써 20년도 더 넘는다.
내일 혈당검사에 큰 이상이 없었으면 싶다.
나날이 사그라지는 세월에 와 있는 나는 그저 늘 참아야 한다.
먹을거리, 마실거리를 적게 먹고, 적게 마셔야 한다.
만약에 내 곁에 신(神)이 있다면 이 자의 멱살을 움켜쥐고는 한방 후려쳐 갈길 게다.
'내가 먹고 마시는 게 그렇게 아깝냐? 왜 나한테 당뇨병 걸리게 했어?'' 하면서 혼낼 것이다.
2024. 2. 13. 화요일.
나중에 보탠다. 잠시라도 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