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중에서 주말을 제외하고는 목요일과 금요일이 제일 기다려진다.
목요일 부산일보와 금요일 국제신문에 산행안내와 산소개가 있어 신문을 보고는
대개 주말에 어디로 갈까 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신문을 봐도 갈 산을 결정하지 못하면 안내책을 보거나
지금까지 스크랩을 한 신문을 보고 정한다.
가고싶은 산이 정해지면 또 친구나 직장동료나 아내에게 동참을 권유한다.
모두 개인 사정으로 갈 수가 없으면 어쩔 수 없이 혼자 가야한다.
이럴 때는 정말로 아내 모르게 산타는 애인이 한 명만 있었으면......
요즘은 아내도 마음대로 데리고 갈 수가 없는 날이 많아 눈치를 봐야 한다.
지천명을 넘어서도 아내의 눈치를 보고 살아야 할까?
지난 주말도 신문을 보니 마땅히 가고싶은 산이 없다.
너무 더워서 가까운 곳으로 내가 안 간 산이 안내산행으로 나왔으면 가고 싶었는 데,
모두 장거리 산행이라 선뜻 결정을 할 수가 없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결정을 못 하고 있으니,
아내가 자기 산악회의 가지산 학심이골에 같이 가자고 한다.
지금까지 서너 번 초대아닌 권유를 받았지만 혹시 내가 따라가면
아내가 회원들과 불편할
것 같아 거절을 하곤 했다.
못 난 남자들이 여자가 가는 데 따라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아내도 일주일간 집에서 살림을 열심히 살았는 데,
일요일 하루는 남편과 자녀의 뒷바라지
를 떠나 휴가를 준다.
난 주중에 열심히 돈을 벌어줘서 산행으로 건강을 단련해야 하고,
아내는 주중에 열심히 가정을 위해 봉사를 해서
일요일 휴가를 갈 수 있는 특권을 줘야하고,
이래저래 산행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많다.
그래, 가자.
학심이골에서 목욕도 하고.
기회가 좋으면 가족탕도 마련해줄런지......ㅋㅋ
한 번 가보고 피해를 줬다고 생각이 들면
다음에는 아내 혼자만 보내면 되는 것이다.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고 했으니
한 번 하고 후회하는 게 좋은 것이다.
아침 8시, 서면 영광도서 앞에 도착하니 산꾼뿐인 것 같다.
파란풍선 님, 그리고 직장동료 이병우 님과는 우리는 일일손님이다.
가지산, 영남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산(1240미터)이다.
영남알프스란 지명도 1970년대 부산의 산악인 곽수웅(현재 월간 "사람과 산" 부산지사장)씨
와 원로산악인 성산 씨가 지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70년대 일본의 북알프스를 산행하고 돌아와서는 우리도 좋은 산이 있다면 밀양, 울주, 청
도, 경주에 걸쳐있는 1000미터가 넘는 산과 그 언저리를 영남알프스라고 작명을 한 것이다.
일본은 모방의 천재로써 스위스의 알프스를 본떠 북알프스를 지었다.
석남고개에서 중봉을 향해 오르니 오르막으로 운동은 잘 하지만, 땀은 비오듯 쏟아진다.
여름산행을 하면 살이 빠지는 게 정상이다.
땀을 비오듯 흘리는 데 살이 안 빠진다면 정상이 아니다.
오늘은 다행히 운무로 인하여 조망의 즐거움은 누릴 수가 없었지만
산행하기에는 좋은 날이다.
중봉에 오르니 정상은 고사하고 앞만 겨우 보인다.
날이 덥지 않아 산행하기는 좋았지만,
조망이 없이 허전한 마음은 숨길 수가 없다.
세상에 정자 좋고, 물 좋고, 여자 좋은 데가 어디 있겠는가?
하나가 좋으면, 하나는 포기를 해야지.
가지산 정상을 거쳐, 쌀바위에 도착해도 운무는
오늘 만큼 친구를 하자며 물러설 기미가 없다.
쌀바위대피소 옆에서 점심을 먹으니 산상부페이다.
산에서 먹는 재미보다 더 좋은 게 뭐가 있겠는가.
고되고, 덥고 할 때는 양귀비나 클레오파트라가
살아서 지나가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 한몸도 지탱하기가 힘드는 데......
석남고개에서 학심이고개까지는 가지산에서 낙동정맥이다.
우린 낙동정맥의 일부를 산행하였으니 의미가 크기도 하다.
학심이고개에서 학심이골로 내려가면서
계곡에서 세수도 하면서 피로를 푼다.
목욕도 하고 싶었지만, 산악회에서
가지산탄산온천에 목욕을 시켜준다고 하니 참았다.
학심이골로 하산을 하면서 오늘 산행의 백미는
학소대폭포의 시원스런 물줄기를 구경한 것이다.
코뿔소 진양수 님은 수영으로 본전을 충분히 뽑았다고 생각이 들고.....
학소대폭포는 영남알프스에서 신불산 파래소폭포,
홍류폭포와 더불어 3대폭포이다.
목욕을 하면서 수박이라도 한조각 먹었으면 얼마나 시원했을까.
사리암 주차장에서 운문사를 지나
매표소 입구 주차장까지 가는 것이 고통아닌 고통이다.
아스팔트길.....휴, 한숨이 나온다.
관광버스에 오르니 시원한 캔맥주 한 병, 고맙고 고맙다.
어찌 내가 술을 못 먹는 줄 알고 갈증 해소용으로 맥주를 준비했을까.
석남휴게소에서는 저녁으로 육개장을 먹는 기분, 회비 2만원을 내고
너무 호사를 하는 것 같다.
이렇게 대접이 좋은 줄 알았다면 진작부터 참석을 했을 텐데.....
7차 산행에 처음 참석을 한 게 아쉽기만 하다.
아내와 회원들한테 폐를 끼친다고 생각한 것은 기우였다.
아내의 산악회원들과의 산행,
오랫만에 아내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싶다.
오늘 산행 잘 하고, 대접도 잘 받았습니다.
9월에도 참석을 할게요.
부산시민 등산 아카데미 4기 회원들에게는 건강과 사랑을,
아내에게는 사랑과 건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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