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구약 성경은 계약의 궤 안에 하느님께서 십계명을 써 주신 돌판이 있었다고 전합니다(신명 10, 1 - 5 참조). 그 궤는 백성 가운데에 하느님께서 현존하심을 보여 주는 것이기에 매우 소중한 것이었습니다(탈출 25, 10 - 22 참조). 만남의 천막에 있던 그 궤는 민수기에서 광야를 걸어가는 백성의 중심이었고(민수 2장 참조), 오늘 읽은 역대기의 장면에서는 다윗이 예루살렘에 자리를 잡은 다음, 궤를 모실 자리를 마련하고 성대하게 그 궤를 모셔 옵니다. 다윗은 기뻐서 뛰며 춤을 추었다고 하지요. 화답송 시편에서 볼 수 있듯이, 그 궤가 있는 곳은 하느님의 거처였습니다.
신약 성경에서 하느님께서는 다른 방법으로 사람들 가운데에 머무르십니다. 어떤 한 장소에 계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십니다(요한 1, 14 참조). 그런데 이렇게 하느님께서 세상 안에 현존하시고자 먼저 머무르셨던 곳이 성모님의 태중이었습니다. 그래서 성모 호칭 기도에서는 성모님을 가리켜 “계약의 궤” 라고 부릅니다. 하느님께서 그 분의 태 안에 자리를 잡으셨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사람들은 이렇게 하느님의 거처로 선택된 성모님을 복되시다고 칭송하는데, 예수님께서는 우리도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에 따라 살아감으로써 같은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만남의 천막이나 성모님 태중에만 계시는 것이 아니라 당신 말씀을 품는 우리 안에도 계십니다. 금과 아카시아로 궤를 꾸미고 그 앞에서 다윗이 춤추었던 것처럼, 우리에게 오시는 하느님의 말씀을 귀하게 맞이합시다. 그러면 우리도 찬란한 계약의 궤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