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학교 입학생
봉천역을 지나면서...
3월입니다. 그간 정신 없이 지내다보니,
봉천동,
그 전철역을 지나다보니 풋풋한 청춘과 사연을 마주칩니다.
아...그 젋은 시절, 그 그리운 청춘이여....
이제는 또 다른 사연으로 그 길을 지나갑니다.
괜히 쓰잘데기 없는 기억을 되살려 봅니다.
봉천역...
한 어머니와 학생,
봉천 전철역에서 올라타더니 앉아있는 내 앞에 다가옵니다.
아마 아들이 올해 서울대에 입학하는 것 같았습니다.
고3 수험생의 찌들린 모습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서울대 마크가 찍힌 서류봉투를 들고 서 있는 아이와 어머니는?
그 어려운 서울대를 아들이 합격해서 이제 신입생
소집 행사도 치루고 돌아가는 길.
참 좋아보이더군요.
그들이 그동안 치뤘을 입시전쟁의 어려움을 떠올리면서
그 모자가 서로 나누는 눈길도 정겨워 보였습니다.
한두 정거장 지나서 내 옆자리가 비었습니다.
근데 아....그 아들놈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덥썩 그 자리를 앉는군요.
자기 어머니를 멀쩡히 세워놓은 채로... , 제가 물었습니다.
"서울대 들어간거니? " "네."
"그래 참 대단하다. 그 어려운 서울대를 합격했으니 얼마나 자랑스럽니?
너도 어머니도 참 고생많았구나. 근데... 학생, 어디 몸이 아픈데 있니?"
"...아닌데요? 왜요?---------"
"... 그런데 어찌 젊은 니가 자리를 앉고 있니? 니 어머니를 세워놓고...
어머님을 먼저 앉혀야 하는거 아니니?"
순간 이 친구 얼굴이 새빨개집니다.
아무말도 못하고 있던 이 친구, 재빨리 일어나 전철 문가로 가버립니다.
그 어머니는 미처 당황해서 나를 원망하는 눈치로 아들을 뒤쫒아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버렸습니다.
아주 잠깐 사이의 일이었고, 사실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니겠지요.
하지만...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학생이 서울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날들을 공부와 씨름하며 애 썼을가요.
그리고 그 어머님은 또 얼마나 노심초사,
애를 태워가며 아이 뒷바라지를 했던걸까요.
혹시나 공부 잘하는 아들이 방해될까봐 숨소리도 죽여가면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지금껏 아이와 함께 같은 수험생처럼
애닲게 고생했을겁니다. 맛있는거 있으면 아들 먼저 먹이고,
좋은 자리 있으면 아들부터 앉혀서 쉬게 하고...
그리하여 이제 드디어 서울대에 합격해서 신입생 소집 행사까지
치루고 돌아오는 길이건만....
이렇게 아들을 서울대 입학시키기 위해 애썼던 세월이 아직도 여전해서,
아들놈도 빈 자리 나자 당연히 자기가 먼저 앉았을 겁니다.
그래야 자기가 덜 피곤해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그러해야 어머님이 그리도 바라던 서울대에 들어갈 수 있었을테니까요.
하지만, 그 고통의 수험생 생활이 자신의 부모님 고생을 몰라 봐도 되고,
우선 자신 먼저 잘 살고 편해야 한다는 걸로 비약되어서는 안되는 거겠지요.
누구보다도 똑똑하고 성실해서,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국립서울대학교를 들어갈 수 있을 인재들이기에
더욱 자신의 부모님을 공양하고 자신을 키워준 많은 사람의 고마움을
알아야 하는거겠구요.
전철에서 내린 그 어머니와 아들이 어떻게 하루를 보냈을까요?
웬 재수 없는 아저씨가 잘난 체 해서 좋은 날
기분 망쳤다고 투덜대고 말았을까요?
늙고 나약한 엄마가 옆에 있었다는게 아들로선 원망스러웠을까요?
자그마한 이 경험이 자신을 되돌아보고,
이제 막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길을 걸어가는 초입의 그 학생에게
소중한 교훈이 되기를 바란다면 너무 큰 욕심이었을까요?
남보고 뭐라 하기에는 이미 너무 속물이 되어버린 몸일지라도 말입니다.
벌써 올해도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이
서울대 교정을 거닐며 자랑스러운 입학식을 치뤘겠습니다.
아마 누구라도 거의 다 자기 고등학교의 정문앞에 이름도 휘날렸을것이고
동네 학원 건물벽에 한번쯤은 이름 걸려봤을 아이들...
자기 사는 동네에서는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꽤나 유명할 서울대 학생들....
그 자랑스러운 서울대 입학을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모두 다 그 뛰어난 두뇌와 능력이
자신의 부모님, 친지, 이웃에 희망과 힘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존재가 되길 바래봅니다.
서울대에 입학하면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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