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2360gtWBFeA?si=ZNMmyYI97tkZ5vV0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4번은 1808년 12월 22일 목요일 저녁 안 데어 빈 극장에서 열린 무려 4시간에 걸친 마라톤 콘서트에서 <합창 환상곡> Op.80과 함께 초연되었다. 이 두 작품에서 베토벤은 피아노 솔로를 맡았고 5번과 6번 교향곡을 비롯하여 <C장조 미사곡>에서 발췌한 연주회용 아리아 'Ah, perfido!'와 즉석에서 작곡한 듯한 피아노 독주를 위한 환상곡 등이 함께 초연되었다. 이날의 연주회 프로그램은 후일 사람들이 생각해보았을 때 인간의 본질에 대한 베토벤의 이상적인 신념을 뒷받침해주는 기념비적인 것이었지만 막상 당시 청중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오케스트라는 충분한 연습을 하지 못했고, 소프라노는 아마추어 수준에 지나지 않았던 동시에 무대 공포감을 가지고 있었다.
베토벤이 남긴 다섯 개의 피아노 협주곡 가운데 형식으로나 내용으로나 가장 독창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 피아노 협주곡 4번은 당시 청중들이 외면했다기보다는 제대로 연주되지 못해 인정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베토벤 사후 1836년까지 이 작품은 계속 묻혀 있다가 멘델스존이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며 이 작품을 널리 알리는 데 적극 앞장선 후에야 비로소 청중들은 이 작품의 위대함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곡은 베토벤의 개성이 너무 강했을뿐더러 당시의 수준 이상의 테크닉을 필요로 했다. 그만큼 이 작품은 초연 당시 베토벤의 연주와는 상관없이 19세기 초반 빈의 청중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담은 협주곡으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피아노 협주곡 4번은 시적인 정취, 자유로운 분위기, 서정미가 빛을 발하는 걸작이다
https://youtu.be/Nv_-ioMA9nM?si=RX6kCcdqU3WXXYXs
(Beethoven Piano Concerto no 4 in G major Paul Lewis)
시적이고 장엄하며 자유로운 느낌의 협주곡
베토벤은 1804년 2월경 이 작품의 작곡을 시작하여 그의 형인 카를이 출판업자에게 악보를 넘긴 1806년 3월경에 작품을 완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1808년 역사적인 연주회보다 1807년 3월 베토벤의 적극적인 후원자 가운데 한 명이었던 로브코비츠 왕자의 궁에서 열린 사설 연주회에서의 4번 협주곡 연주가 더욱 의미 있을 듯하다. 당시에는 4번 교향곡과 <코리올란 서곡>이 함께 초연되었는데, 아무래도 궁정 연주자들의 기량도 훨씬 높았을 뿐만 아니라 참석했던 청중들의 이해 수준 또한 한결 높았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4번 협주곡은 베토벤의 다섯 개의 피아노 협주곡 가운데 가장 시적이고 장엄하며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 비록 5번 ‘황제 협주곡’의 그 위풍당당한 스케일에 밀리는 듯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이 작품이 요구하는 고도의 기교와 시적 고양감의 절묘한 조화만큼은 베토벤의 협주곡들 가운데 단연 압도적이다. 그러한 만큼 모차르트가 꿈꾸었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상상력 풍부한 대화, 즉 협주곡의 이상향을 계승한 최초의 작품으로 이 작품을 꼽는다 하더라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런 까닭에 마지막 악장이 모차르트에 의해 완성된 형식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는 점 또한 결코 우연은 아니다.
이러한 형식의 차용에도 불구하고 이 협주곡은 여러 면에서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독특한 개성과 형식적인 독창성은 무반주로 피아노 솔로가 등장하는 1악장 도입부의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부드럽고 온화한 주제가 주는 귀족스러운 동시에 서정적인 분위기, 이를 반복하는 오케스트라의 위엄 있는 제시부 전개와 보다 교향악적으로 발전한 전개부의 다채로움 등이 그러하다. 더 나아가 이전 협주곡들과는 달리 독주자와 오케스트라가 지속적으로 번갈아 대화하며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는 모습은 독주자의 화려함을 강조하곤 했던 동시대의 다른 작곡가의 작품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또한 2악장에서 이질적인 주제들의 사용 또한 낯설음을 던져준다. 체르니는 이 중간 악장에 대해 ‘아주 오래된 고전 비극’이라고 표현하며 존경을 표한 바 있는데, 19세기의 많은 음악학자들 또한 이 곡이 마치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구하기 위해 지옥의 문을 지키는 복수의 여신들 에리니에스에게 애원하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마지막 악장은 앞선 두 악장과는 달리, 전혀 다른 세계로 뛰어드는 듯한 쾌속질주 또한 이 작품만의 특징이다.
1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
상상력이 풍부한 독주 피아노의 조용한 출발로 시작한다. 이 주제를 받은 오케스트라가 가세하며 강렬한 투티로 발전해나간다. 강렬한 초반 클라이맥스 이후 갑자기 음향은 여려지며 목관악기들이 서정적인 동기를 제시한다. 그리고 제1바이올린이 새로운 제2주제를 가져오고 다채로운 오케스트라는 풍요로운 콘텍스트의 토대를 다진다. 고전적인 균형미와 서사적인 비장미를 더하는 독주 피아노의 카덴차가 등장한 뒤 화려하게 이 악장은 끝을 맺는다.
2악장: 안단테 콘 모토
피아노 솔로와 오케스트라가 주고받는 대화가 인상적인 느린 악장. 어떻게 본다면 3악장을 위한 긴 서주의 성격 또한 가지고 있다. 음산한 느낌을 주는 주제를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서로 주고받으며 칸타빌레적인 아름다움을 최대한 강조한다.
3악장: 론도. 비바체
지금까지 내면에 존재하는 자아들의 대화를 밖으로 이끌어내어 환희를 향해 돌진하는 듯한 강인한 힘을 가지고 있는 론도 악장이다. 지금까지 발휘되었던 피아노의 눈부신 기교가 다시 한 번 빛을 발하는 대목으로, 피아노의 리듬과 이를 수반하는 오케스트라의 기민한 움직임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수직적인 상승감을 더한다. 독주 피아노의 카덴차는 베토벤 자신의 것으로, 마지막 절정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며 마지막 피날레로의 완벽한 이행을 유도한다.
추천음반
1. 이 작품에서는 루돌프 제르킨의 역할이 가장 두드러진다. 알렉산더 슈나이더/말보로 페스티벌과의 실황과 유진 오먼디/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의 CBS 녹음, 아르투로 토스카니니가 이끄는 NBC 심포니와의 모노럴 레코딩(RCA), 오자와 세이지와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타라와의 녹음(Telarc) 등등 많은 명연을 남겼는데, 이 가운데 오먼디와의 녹음이 가장 완성도가 높다.
2. 빌헬름 켐프는 페르디난트 라이트너/베를린 필하모닉과 남긴 스테레오 녹음(DG)이 파울 반 켐펜과의 모노럴 녹음(DG)보다 훌륭하다.
3. 이 작품 최고의 해석가로 손꼽히는 클라우디오 아라우 또한 다섯 종 이상의 음반을 남겼는데, 이 가운데 콜린 데이비스/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의 디지털 레코딩(Philips)이 가장 훌륭하다.
4. 한편 다니엘 바렌보임이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와 함께 지휘와 솔로를 맡은 영상물은 21세기에 녹음된 최상위급 베토벤 4번 협주곡으로서 일청을 권한다.
글 박제성(음악 칼럼니스트) <베토벤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의 역자. 클래식 음악 전문지 <음악동아> <객석> <그라모폰 코리아> <피아노 음악>과 여러 오디오 잡지에 리뷰와 평론을 써왔다. 공연, 방송, 저널활동, 음반리뷰, 음악강좌 등 클래식 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https://youtu.be/a_zW2CPlcyc?si=DX3MBzwTemONCmAL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1.09.07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5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