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 큐레이터(학예사)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전시물의 수집과 관리 및 연구, 전시 기획 등 종합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직업. 대한민국의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는 '학예사'라는 표현으로도 쓰인다.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은 기본이고 전시물의 가치(소속 기관이 수집할 만한)를 판단할 수 있는 안목과 특정 테마로 전시를 기획할 수 있는 예술적인 감각, 거기에 보유하지 못한 전시물을 수배해 끌어올 수 있는 인맥과 정보력까지 두루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전시 시설의 영업 사원이다.
게다가 대관 전문 갤러리가 아니라면 좋은 작품을 택해 꾸준히 수집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 사듯 하는 게 아니라 경매에서 다른 수집가 혹은 큐레이터들과 경쟁하거나, 원 소유주에게 적절한 가격에 사들이거나, 깊은 산 속까지 쫓아가서라도 팔거나 기증해달라고 사정해야 하는 등 득템 역시 쉽지 않다. 거기에 박물관 소속 큐레이터라면 발굴까지 업무에 추가되는데, 그때부터는 수집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손상된 부분의 복원이나 연구도 해야 한다. 더군다나 대한민국의 경우 전시 디자인의 개념이 생소한지라 전시 디자인 또한 큐레이터의 몫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국립현대미술관을 시작으로 각종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도 별도의 디자인 팀을 만들어 이 부분은 나아지고는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대형 국공립 뮤지엄 한정이다.
온갖 관련 상품을 사 모으고, 전시하며 해당 상품에 관련된 것을 꿰고 있는 오덕들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어지간한 덕력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한 마디로 예술 작품, 유물 덕후라고 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갤러리와 전시 시설의 분야가 확장되어 예술 작품이나 유물 말고도 다양한 분야의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역시 전시품에 대한 깊은 애정과 역사에 대한 이해 없이는 쉽게 일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참고로, 대한민국에서는 아직도 인식이 적어, 전시회 가면 옆에서 마이크 들고 작품 설명하는 가이드가 큐레이터인 줄 아는 사람이 있다. 이런 전시 해설을 전담하는 건 가이드나 큐레이터가 아니라 도슨트다.
박물관의 특성에 따라 다르다. 아직 한국의 경우에는 계약직이 많은 편이라 고용 안정성은 썩 좋지 못하다. 대부분 1, 2년짜리 단기 계약직이라고 보면 되고, 30~40대에 정규직이 못 된 전공자들이 수두룩하다. 심지어 흔히 서울 상위권 대학이라 불리는 곳 석사 이상 출신임에도 그러한 처지에 있는 이들이 많고, 서울 소재 국립 미술관, 박물관엔 서울대 출신까지 심심치 않게 있다. 애초에 직종 특성상 정규직 선발 때 대부분의 지원자가 기본적으로 기간제 인턴을 몇 년씩 한 상태이기도 하다.
국공립 박물관/미술관이 아닌 이상 정규직이 되어도 업무 강도 대비 임금이 좋은 편이 아니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30대 중후반 즈음에 그만두는 사람이 꽤 많다. 그래서인지 큐레이터는 흔히 금전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이 하기 좋은 직종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돈을 많이 버는 직종이 아니면서도 지속적으로 예술에 심취할 수 있는 여건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예술계 특성상 인맥과 연륜을 중요시하는 풍토가 만연해 있어 최소 수십 년 정도의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큐레이터로서 제대로 자리를 잡기 힘들고, 그 경력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한 인내력과 자금력이 상당히 요구된다. 군소 규모 갤러리의 경우 급여가 월 최저시급 맞추는 정도의 열정페이 수준이다. 다만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과 함께 일하는 덕업일치 특성 때문인지 직무 만족도는 매우 높다고 한다. 이런 점은 시간 강사와 계약직 연구원을 전전하면서도 학문을 놓지 못하는 연구자들과 비슷하다.
박물관, 미술관의 끝판왕인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지자체 학예연구직 등을 살펴보면, 비록 한 번에 뽑는 T.O.는 많지 않았어도 그 숫자가 많았고, 인력 순환이 원활하게 되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열심히 노력하면 학부 출신이라도 희망을 가지고 지원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국립과 공립의 대다수 계약직 연구원들이 정규직화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새로 들어오려는 지원자들과 밖에 있는 사람들은 애초의 열악한 환경에서 몇 배나 더 힘들어져 버렸다. 특히 메이저 국립박물관의 경우 기간제 연구원 한 명 뽑는데 경쟁률이 100:1인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정규직화된 만큼 신규 기간제 채용이 줄어들었고 계약직 순환이 없어져버리니 예전처럼 국공립 박물관에서 경력 쌓기는 매우 어려워진 것. 기간제 연구원이 이러하니 정규직/공무직 경력경쟁채용은 더 살인적인 것이 당연. 100:1 정도는 최소치이며, 200:1(!) 이상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모 국립박물관의 모 년도 미술사 관련 직렬 경쟁률은 허수 없이 150:1이었고, 모 국립박물관의 모 년도 일반학예직렬 경쟁률은 300:1을 상회했던 적도 있으며, 2020년 2월 국립항공박물관 정규직 학예연구원 필기시험은 2명 뽑는데 203명이 응시했다. 경쟁 인플레는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2020년 하반기 국립중앙박물관의 공무직 채용은 1명 채용에 경쟁률 150:1(!)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으며, 실제로 서류 응시 번호가 100이 넘었다. 그리고 2021년 서울시 학예연구사 응시율은 2명 채용에 448명(!)이 응시했다.
보통은 관련 전공 학위가 필요한데, 박물관/전시관의 테마에 부합하는 전공을 가진 사람이 우대받는다. 보편적으로는 미술/예술사, 인류학이나 고고학 계열을 선호하지만, 기계나 탈것 등을 다루는 박물관 같은 경우는 이공학 학위가 우대받는다. 그리고 한문 해독 능력과 외국어 능력 등이 요구된다. 일부 기관은 토익 점수를 내라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기관은 공인 외국어 점수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박물관에서 요구하는 고문서 등을 해독할 능력을 가진 사람은 극소수다. 후술할 정3급 학예사 자격증은 생각 외로 필수 사항이 아니다. 자격증이 정말 인플레라 할 만큼 쏟아지는 데다 현장에서부터 자격증을 조금 무시한다. 아무튼 영어 외의 제2외국어 구사 능력은 상황에 따라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일선에서는 파트와 업무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쓸 일은 많지 않다. 그러나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남들과 다른 일을 맡아서 할 수 있다. 박물관에서는 한문 해독 가능자, 일본어 구사자를 선호하고, 미술관에서는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제2외국어 능력자를 선호한다. 특히 미술관, 갤러리는 업무 분야 특성상 영어 못하면 애초에 진입할 수 없다.
보통 전공은 역사학(사학과), 고고학, 미술사학, 미학, 역사교육학, 예술학, 문화재학, 박물관학, 민속학, 인류학, 순수미술 등이 있으며 이외에 박물관의 특성에 따라 자연과학, 건축공학, 디자인 전공자들을 찾기도 한다.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국립박물관의 기본 연구원부터 석사학위는 필수라고 보면 된다. 국립박물관 연구원의 채용 기준이 석사 또는 3년 이상의 학예 경력(3급 정학예사)이다. 지자체 학예사는 학위보다는 정3급, 준학예사 자격을 필수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국립중앙박물관 등 최상위 기관 학예사는 박사 학위에 유학 경험까지 갖춘 응시자가 대부분이다. 박물관과 미술관을 막론하고 특히 해외 서구권 대학의 미술사를 비롯한 큐레이팅 관련 석사학위를 갖고 있는 사람을 매우 선호한다. 아무래도 서구권의 경우 오래전부터 큐레이팅이 대한민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깊게 연구하고 다뤄지는 분야다 보니 그런 곳에서 공부를 한 사람을 선호하는 건 박물관이나 미술관 입장에선 당연할 수밖에 없다. 해외대학 학위는 박물관보다 미술관이 특히 더 심하게 선호하는 편인데 왜냐하면 유명 해외 작가들의 전시를 성사시킬 수 있는 인맥이나 언어 능력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잘나가는 동문 누구누구냐, 혹시 친하냐는 질문을 면접에서 진짜 대놓고 물어보기도 한다.
2020년 코로나19의 범유행으로 인해 존재 자체가 위협받게 된 직업 중 하나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전 세계 대부분의 전시 시설들이 적자에 시달리고, 메츠나 루브르마저도 기업 파티용 대관이나 전시물 대여에 의존하는 실정이었는데, 관람객마저 급감하면서 치명타를 입은 것. 유네스코 리포트에 따르면 코로나19 범유행으로 전 세계 전시 시설의 90%가 휴관에 들어갔으며, 그중 최소 10%는 다시는 문을 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의 박물관/미술관들이 비대면 콘텐츠를 시도하고 있으나,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는 분명히 외국에서는 매우 심각하지만, 대한민국은 큰 상관이 없다. 한국의 경우 박물관/미술관을 ICOM의 원론적인 정의를 철저하게 추구하여, 비영리를 국가적으로 강요하고 있는 편이라, 애초부터 대다수가 국공립이고 입장료는 무료에 세금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애초부터 자선사업 및 문화복지 차원에서 설립, 운영되기 때문에, 수익이 나던 말던 관람객이 늘던 줄던 박물관 업계에는 거의 영향이 없다. 오히려 최근 2년간의 코로나 시대에도 국공립이 주도해서 세금을 투입하는 박물관은 꾸준히 새로이 개관했고 앞으로도 국가의 입장이 변하지 않는한 신규 박물관이 개관 예정이다. 사실 서구권에서는 ICOM의 정의는 이미 낡은 기준으로 판단해서 폐기하고, 자유시장경제에 입각해서 관람수익으로 박물관 재정과 자립도를 충당하는 자본이익적 구조가 성립되었는데 코로나19로 관람 수익이 저하되자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관련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대한민국 큐레이팅의 가장 큰 문제점이 국공립에 종속되면서 의존해야 하는 체제 라는 것을 보면 지금의 상황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국공립 박물관/미술관
나랏돈으로 운영되는 국공립 박물관의 경우 안정적인 월급을 받는 탄탄대로처럼 보이겠지만, 소수의 정규직 학예연구사를 제외하면 최저임금 수준의 인건비를 자랑한다. 그야말로 인문학계의 3D 업종. 이렇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결국 돈인데, 태생부터 박물관은 수익 시설이 아니라 '공공 시설'이기 때문이다. 박물관법에서 박물관/미술관은 일반공중의 사회교육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가에서 박물관으로 공인된 시설은 수익 사업을 하는 데 제한을 받으며, 입장료 기준에도 암묵적인 제한을 받는다. 이는 고질적으로 지적받는 한국 박물관계의 문제점. 예를 들어 한국의 모든 국공립박물관에서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의 절반 수준의 입장료라도 받고, 공짜로 대여하는 오디오 가이드 같은 부속 서비스를 유료 전환만 하여도 박물관 적자는 해소된다.
미술관 역시 마찬가지. 2019년 진행되었던 서울시립미술관의 데이비드 호크니 특별전을 예로 들면, 영국의 테이트 미술관과 공동 주최를 하게 되었기에 무료 전시를 하지 못하고 인당 15,000원 가량의 입장료를 받았는데, 결과는 엄청난 흑자. 즉 박물관 및 미술관을 영리 사업하듯 굴리면 적자가 날 일이 없다. 해외의 경우에도 기부금보다는 입장료 수입으로 운영하는 쪽이 재정자립도가 높다. 헌데 문제는 국내 정서상 세금으로 운영되는 박물관과 미술관의 상설 전시 입장료를 인상시키면 곧장 민원부터 날아오고, 지역 맘카페와 노인들의 항의가 빗발친다는 것. 게다가 극소수 대형 박물관은 입장료를 올려도 사람들이 올 가능성이 높다 치지만, 군소 규모 박물관/미술관들은 그나마 근근이 오는 방문객마저 끊길까 봐 인상을 고려조차 못 하고 있다. 지역에 있는 전시 시설들은 무료 개방을 해도 사람이 안 온다. 결국 얼마 되지 않는 국가 지원만 바라보며 살림을 꾸려야 하니, 가장 만만한 인건비부터 줄인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인력 수요에 비해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은 제한되며, 현장에서는 없는 인원으로 일을 꾸려야 하니 업무 강도가 늘어나고 이것 저것 다 건들다보니 전문성도 떨어지게 된다. 예전에는 싼 값에 단기 계약직을 뽑아서 일이 있을 때 쓰고 버리는 식으로라도 굴릴 수 있었지만, 비정규직 철폐 정책이 안 좋은 시너지를 내는 바람에 구직자들의 상황이 악화됐다. 싸게 부려먹으려면 계약직을 뽑긴 뽑아야 하는데, 세금 지원을 받는 처지라서 정부 정책상 비정규직을 뽑을 순 없는 딜레마가 연출되는 것. 구직자 입장에서도 정규직 학예사 TO는 넘어가더라도, 계약직 자리마저 비정규직의 공무직 전환 이후 좀처럼 생기지 않아서 취업이 정말로 어렵다. 어쩌다 자리가 나면 정말 극악의 경쟁을 펼쳐야 한다. 윗 문단에서 충분히 상술했지만, 2015년에도 국립박물관 정규직 학예사 채용 2단계 면접의 경쟁률은 89:1이었다. 지원자들도 대학원 학위 이외에 상당 기간 계약직으로 경력을 쌓고 온 제대로 된 후보자들임을 명심해야 한다. 일단 되나 안되나 찔러보려고 넣은 허수가 절대 아니다.
당장 중박을 비롯한 국공립박물관들이 내는 TO는 1년에 학예사, 계약직 연구원까지 다 합쳐봐야 30~40명 될까 말까다. 저 취득 숫자는 2016년 하반기부터 2017년까지의 숫자일 뿐 더 이전부터 적체돼온 인원이 있다. 그리고 2021년 현재 정3급 이상 취득 누적 숫자가 8천 명을 넘어선 상황이다. 그래서 어느 자리에 가든 몇백 대 1의 살인적인 경쟁률에 허수가 없는 극악 난이도가 나오는 것이다. 심지어 매년 뽑지도 않는다. 그럼 국가 차원에서 정규직인 학예연구사를 늘리면 되지 않겠냐고? 국공립 박물관의 학예연구사란 연구직 공무원인데, 애초에 TO가 직제로 정해져 있어 이유없이 숫자를 늘릴 수도 없다. 국가직의 경우 국회의, 지자체의 경우 지자체 의회의 심의를 거치고 직제를 뜰어고치고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데 지금도 어떻게든 혹사해서 굴리더라도 돌아가긴 하고 있는데다가 공무직도 예산 때문에 서로 눈치를 보는 와중이라 굳이 번거롭게 해서 TO를 늘려줄리 만무하다.
국공립 계열의 학예연구사 임용은 학위, 전공, 경력이 매우 중요하다. 학예연구사 경채 기본 응시 조건이 관련 전공의 석사학위 이상의 취득자 내지 정3급 학예사 취득자이며, 학력 인플레가 된 지금에는 박사급들도 많이 지원한다. 국립 기관과 서울시에서 뽑는 학예연구사의 경우, 상당수는 서류-필기시험-면접을 거쳐 뽑는다. 전공과 학위 논문이 해당 박물관/미술관의 채용 직군과 맞아야 하며 전공과 경력이 불일치하거나 일정 레벨을 넘지 못하면 면접에서 붙을 수 없다. 국립과 서울시의 면접은 과거보다 더욱 강화되었고, 특히 서울시의 면접은 정말 까다롭기로 악명 높다. 나머지 지자체는 결격사유 없으면 오직 시험 1등만 뽑는다. 또 서울시와 경기도를 제외한 나머지 지자체는 모조리 지역 제한이 있어서 당장 2020년 공고까지는 광역자치단체에서 고향 사람이 아니거나 살지 않았던 사람이 응시하기는 애초에 불가능하였다. 상당수의 국가직, 지방직 학예연구사의 선발 과정은 필기시험 등수가 가장 1순위이기 때문에, 시험이 포함된 채용 과정에서는 반드시 박사여야만 유리한건 아니다. 어떤식으로든 임용 후 연구관까지 기관 분위기든 필요에 의해서든 알아서 박사를 병행 취득을 하게 되거나 최소 일 때문이라도 학회에 여기저기 기웃거릴 수밖에 없다. 인문학 쪽 전문적 지식을 가장 임상적으로 써먹는 곳이 박물관/미술관이며 그 첨병이 학예연구사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공도 중요한데, 박물관 쪽에서는 보통 사학 및 고고학 전공자가 1티어로 자리한다. 기록이 부족하고 직접 유물 형태와 출토지 등을 통해 추론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고대~중세 초기는 고고학의 목소리가 크고, 관련 기록이 넘쳐나는 중세 이후는 사학 전공자가 기세등등하다. 미술사학도 여러 미술분야의 고물(古物)들의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분석하고 관련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전문 분야이므로 사학 및 고고학에 준하는 상위 티어로 본다. 다만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을 제외하고서는 대개 사학 전공 하위로 보며 수요에 비해 공급이 가장 많아서 문제. 그 외 인류학(민속학), 박물관학, 문화재관련 전공 등은 확실하게 앞선 전공들의 하위 티어이며, 보통 세부전공이 박물관에서 필요한 자리에 맞아떨어질 경우 강점이 생긴다. 그 외 보존처리과학의 경우는 아예 독자적인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이라 끼리끼리의 경쟁이고, 그 외 교육분야 및 다른 여타 인접학문들의 경우 그 계통의 박물관이나 해당 직렬이면 모를까 그 외의 전공 이점은 거의 없다.
경력 쪽을 살펴보면, 가장 밑바닥인 연구원(계약직)만 해도 해당 박물관의 다루는 분야의 석사 이상에 추가로 해당 업무의 2년 경력을 기본으로 요구한다. 요즘 추세는 더 까다로워져서 학예 경력 불인정되는 중소도시 문화재단이나 문화원 큐레이터마저 경력 3년+정3급 학예사를 요구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 서울시를 비롯한 공립 경력직 채용은 경력 3년과 정3급 학예사 자격을 보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여기서 경력은 채용 공고문이 요구하는 세분화된 분야의 경력을 요구하며, 경력증명서에 단순히 학예 경력이 찍혀봐야 해당 분야의 경력이 아니면 인정 안 해준다. 즉 전시 큐레이터 채용이면 전시 경력만, 교육이면 교육 경력만 인정해준다는 소리. 그리고 구라로 뭘 했다고 얘기해봐야 면접관들은 명색이 전문가들이라 이 사람의 서류만 보고도 어떤 사람인지 다 안다.
문제는 상술한 바와 같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 실시한 비정규직 철폐 정책의 부작용으로 후발 구직자들의 상황이 악화됐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사다리 걷어차기. 문 정부 이전 인력들은 일단 관련 석사가 있으면 국공립 박물관에서 계약직으로 들어가 2년만 버티면 학예사 정3급을 취득하는 게 가능했다. 그리고 문 정부 이전에는 대학원 석사 과정에 다니고 있으면 일단 응시 조건하에서 국립 박물관 문턱을 밟을 수 있었다. 허나 비정규직 철폐 정책 시행 이후 구직하는 후발 주자들은 정3급 취득에 필요한 기본 경력 쌓는 것이 극도로 어려워졌다. 중박+산하 국박과 문화재청을 제외한 나머지 메이저 국박 기준으로 연간 채용은 정규직 학예사 1~2명 수준에 공무직 몇 명, 그리고 기간제 몇 명 채용하는 수준이다. 여타 학위나 자격을 요구하지 않아 아무나 다 볼 수 있는 일반 공무원 시험보다도 경쟁 자체는 난이도가 훨씬 높다. 그렇다고 정책 목표대로 기간제 계약직이 완전히 없어지지도 않았다. 현실적으로 계약직 없이는 박물관 운영이 절대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계약직 역시 가뭄에 콩 나듯 뽑고는 있다. 단 대부분은 정규직도 아닌 공무직의 육아휴직 대체 기간 혹은 연초에 공고 내서 10개월 정도를 채우는 계약이 대부분. 육아휴직은 둘째치고 10개월 계약이 성행하는 이유는,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는 처사도 있지만 대체로 예산 행정의 문제 때문. 즉 예산이 확정이 되어야 인력을 뽑는데, 차년도 예산이 해 넘기기 전에 확정되는 경우가 드물어, 결국 공고 기간 등의 행정적 문제 등을 모두 고려하면 3월에야 뽑는 행정이 일반화된 것. 해를 넘기는 계약이 불가능한 이유도 어디까지나 당해년도 예산으로 결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계약 기간과 최저임금 수준의 봉급에도 불구하고 석사급 인력들이 대한민국 어디서든 기본 몇십 대 1~몇백 대 1의 경쟁에 목을 매는 것이 박물관 업계의 현실이다. 지방 소도시에 자리한 국립박물관의 공무직이 아닌 기간제 근로자 채용마저 수십 대 1을 찍고 있는 상황이다.참조 그나마 최근에는 연수단원이나 뉴딜일자리, 사립박물관 전문인력 지원사업 등으로 국공립박물관에서 후발 주자들이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 큰 효과는 없다. 결국 궁극적인 해결책은 결국 돈인데, 누적 적자조차 해결되지 않아서 시민들에게 '세금도둑' 취급당하며 눈총받는 시설에 추가 예산이 배정될 리도 만무하고, 획기적인 수익 개선 모델이 갑자기 나타날 가능성도 없다. 그나마 가능한 것이 스미소니언처럼 기업의 기부를 통한 예산 확보인데, 한국 재벌들은 그럴 돈이 있으면 자율성이 보장되어 기업 홍보에 좋은 자체 재단을 설립하는 경향이 강하다. 심지어 그 사설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풍족한 것도 아니다. 후술되겠지만 삼성부터 박물관/미술관에 돈을 안 쓰려고 난리인 상황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서울시립미술관 같은 최상위 미술관과 많은수의 국립기관의 정규직 학예직 채용은 특성상 필기시험 없이 서류-면접으로 단순화 된 경력채용을 진행한다. 흔히 이 바닥을 착각하는 경우가 무조건 공무원 학예연구사를 비롯한 정규직 채용이 서류-시험-면접 순으로만 진행되는 줄로 안다.
그러나 국립중앙도서관, 국가보훈처, 국가기록원, 국립극장, 전쟁기념관, 기상청,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비롯한 상당한 국립기관과 공공 및 민간기관들이 서류-면접 만으로 학예연구사부터 학예연구관을 채용한다. 필기시험이 없는 경력채용인 만큼 학위, 전공, 어학, 커리어 등 웬만한 기업체를 넘어서는 초고스펙을 요구한다. 미술관을 예시로 설명하면 가장 수요있는 서양미술 및 현대예술의 경우는 주로 해외 유수의 대학에서 공부하고 온 유학파들이 대부분이며, 동양미술도 특정 국가에서 유학하고 온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만 공부한 경우는 국내 메이저 대학 출신에 자신이 전공한 분야일 경우거나, 본인이 현업 작가 생활을 해서 해당 분야의 포트폴리오가 짱짱하거나, 유수의 갤러리 혹은 대기업 미술관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역전의 베테랑이 아니라면 일반적으로는 거의 문턱을 넘기 힘들다. 아니면 미술관 특성상 본인이 수준을 넘긴다는 전제하에 인맥이 대단한 경우다. 그렇다고 서류-면접만의 경력경채가 문제있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현장에서는 이런 경력경채로 뽑힌 사람들의 업무능력이나 실적이 매우 좋을 수 밖에 없다. 당연히 경력경채를 통과할 정도면 기본적으로 구르다가 구른 최상위 경력직이라 바로바로 퍼포먼스로 증명하기 때문이다. 사실 필기시험은 공공기관에서 가장 민감한 채용공정성 때문에 굳이 진행하는 것이지 업무성과나 경력과 전혀 상관없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큐레이터는 기본적으로 경력직이고, 필기시험의 효용성이 매우 낮은 분야이다. 하나 묻자면 예술을 필기시험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 각 기관의 특성에 따라서 그리고 전문인력의 퍼포먼스, 인맥, 전문성을 중시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서류-면접으로 단순화시킨 경채를 통해 최상위 경력자를 선발하는 것이다.
1. 연구직 공무원 학예연구사가 되는 방법(국가직 기관 기준)
1) 국공립기관의 학예연구사(관)란?
여기서 국립은 국가직, 공립은 지방직을 말한다. 통상 '학예연구사'라고 말할 때는 이 기관에서 일하는 6~7급 상당의 공무원을 말한다. 국가직과 지방직의 차이가 있어서 보통 6.5급으로 통칭한다. 학예연구관의 경우 국가직이 TO도 많고 좀 더 되기 쉬운 편이며, 지방직의 경우는 TO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
2) 직위 형태: 국가직, 지방직, 임기제
국가직과 지방직은 근무하는 곳과 성격의 차이이며 둘 다 똑같은 정식 연구직 공무원이고 정년이 보장된다. 임기제의 경우는 전문임기제, 일반임기제, 한시임기제로 나뉘며 보통 전문의 경우 5년, 일반은 3년, 한시임기제는 1년 6개월 이내에서 계약한다. 전문임기제와 일반임기제는 보수, 수당, 복지가 정식 공무원과 차이가 없고 연장 가능성도 있으나, 한시임기제는 신분만 공무원이고 주 35시간 상한에(그래서 시간선택제라고도 한다) 고정급에 별도 수당도 없고 복지도 한정적인 땜빵용 계약직에 불과하다.
3) 공무원 신분의 정규직 학예연구사가 되는 방법
박물관 기준으로 모든 채용기관은 공통적으로 전공 혹은 경력을 요구되는 조건대로 갖춘다. 채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분류된다.
(1) 서류-시험-면접 순으로 진행되는 방법: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등 국립 박물관과 지방직 학예연구사 등을 비롯한 대다수 박물관 계열과 지방직의 채용 방식.
(2) 서류-면접 순으로 진행되는 방법: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을 비롯한 최상위 미술관 계열 및 국립중앙도서관, 국립극장, 기상청,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국가보훈처, 국가기록원, 전쟁기념관을 비롯한 상당수의 박물관, 문화시설, 몇몇 문화재단, 미술관 계열의 정규직 채용 방식. 그리고 임기제 공무원은 모두 서류-면접 형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