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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큐레이터(학예사)
아래에서는 임기제 학예연구사를 제외하면 주로 (1)의 서류-시험-면접 채용 형태를 설명한다. (2)는 스펙 잘 쌓으라는 말 외에 할말이 없기 때문.(...)
국가직 학예연구사
대부분은 문체부 공무원이며 일부는 그 외 부처에서도 뽑는다. 정책 관련해서 중앙부처에도 일하나 대부분은 문체부 산하 또는 각 부처 산하 국립박물관에서 일하게 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을 위시한 국립 메이저 박물관의 필기시험은 객관식은 없고 서술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통 과목당 서술형 2~3문제에서 5문제 사이로 출제되며, 광범위한 해당 전공 분야에서 무엇이 나올지 알 수도 없고 어쩌다 아는게 나와도 본인이 그 전공분야의 연구자가 아니면 사실상 쓸 게 한정적이게 된다. 그래서 어느정도 운도 작용해야 하는 편. 거기에 객관식 필기만으로 대부분이 결정되는 지자체 채용과 달리 국립 채용은 서류와 면접의 중요도도 굉장히 높다. 그리고 해가 갈수록 특정 전공을 굉장히 세부화해서 요구한다. 예를 들어 2021년 국립중앙박물관의 정규직 공채의 채용 세부분야는 단순 고고학, 미술사 전공자가 아닌 백제고고학, 불교조각사의 전공 안의 세부 전공자를 요구해서 고고학이나 미술사의 석사를 취득해봐야 논문이 여기에 해당되지 않으면 지원할 생각조차 못한다. 면접 난이도 역시 높은 데다 비중이 매우 크고 해당 기관마다 면접 형태가 달라서 정말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이렇듯 채용 과정은 단순 전공자에서 더 깊이 들어간 세부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를 요구한다. 일부 국립박물관은 전공 범위가 넓은 대신에 NCS에 전공 위주 객관식 시험을 실시하기도 해서 어떻게 보면 더 어렵다.
국가기관 및 연구소 학예연구사
대표적으로 문화재청과 문화재청 소속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같은 연구 기관에서 학예연구사를 채용한다. 채용은 기본적으로는 역사학, 고고학, 박물관학, 민속학, 미술 등의 범위 안에서 채용한다. 학위는 기본적으로 석사 이상을 요구하고, 필기시험은 국립박물관과 마찬가지로 과목당 5문제 기준으로 서술형으로 실시한다. 다만 국립박물관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나마 세부 전공을 덜 요구한다. 그러나 근무지에 따라서 연구하는 분야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고고학이라도 그 안에서 뭘 연구했는지 안 볼 수가 없다.
지방직 학예연구사
일반 공무원 시험처럼 철저한 객관식이고 한국문화사, 문화사, 세계사, 박물관학 등을 시험본다. 과목은 한정적이지만 해당분야 난이도로만 따지면 한능검이나 9급 한국사 시험에선 듣도보도 못한 수준의 문제가 여럿 나온다. 또한 범위가 한정적이어서 예전에는 그냥 먹고 들어가던 박물관학 같은 과목은 최근에는 실제 전시, 공연 경험자 또는 관련 전공자만 아는 수준의 킬러 문제들도 꽤 많이 나온다. 국립 계열 채용과 달리 응시 자격 범위가 매우 넓어 대충 역사학, 고고학, 미술사의 석사면 응시 자격이 된다. 단, 몇몇 지자체에서는 석사+정3급 학예사 자격증을 응시 자격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서울과 울산을 비롯한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는 지역 제한이 걸려있어 해당 지역 거주자가 아닌이상 시험 응시가 불가능하다. 오로지 필기시험 1, 2등만 뽑는 구조라서 면접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지자체 학예연구사의 업무는 한 가지로 특정할 수 없고, 전혀 전공과 상관없는 일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에 시청 내의 순환 근무라서 문화예술 관련 행정 처리하는 일반직 공무원이라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전문성이 요구되는 학예직을 꿈꾸고 왔다가 단순 행정공무원으로 천착하게 된 자괴감이 적지 않다.
임기제 학예연구사
채용 직위는 일반임기제, 전문임기제, 한시임기제(시간선택제) 등으로 나뉜다. 국립기관보다 지자체에서 채용이 더 활발한 편이다. 공통적으로 서류-면접 과정으로 실시되는데 바로 전문 업무에 투입되어야 하는 특성상 상당한 경력과 업무실적을 요구내야 한다. 전문임기제 및 일반임기제의 경우 기간 내 평가를 통해 연장 여부가 결정된다. 모든 임기제는 공고에 명시한 1~5년 내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공채로 실시되는 채용에 재응시해서 합격해야 계속 근무를 할 수 있다. 보통 국립에서 주로 채용하는 전문임기제는 고스펙 박사학위 소지자가 많고, 일반임기제 및 한시임기제는 석사들도 많다.
2. 민간 기관의 학예연구사
해당 민간 기관의 종류와 규모에 따라 채용 절차가 천차만별이므로 특정할 수 없다. 다만 대부분의 경우 3급 정학예사 이상의 자격증과 실무 경력을 요구한다. 1종 또는 2종 박물관으로 등록하기 위해선 학예사 자격증 소지자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대기업 계열이나 특수 기업을 제외하면 공직에 있는 학예연구사보다는 임금, 워라밸, 복지 등의 처우가 매우 안 좋은 편이다. 사립 기관 학예연구사의 상당수는 주말 근무를 요구하며, 대신 월요일을 포함한 평일에 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3. 공기업, 공공기관, 문화재단, 출자 기관, 지자체 위탁 기관 등의 학예연구사
1의 형태에 속해 있지 않은 나머지 공공 특성이 들어간 기관들은 민간 기관과 마찬가지로 워낙 바운더리가 넓어 특정할 수 없다. 무늬만 공공의 탈을 쓴 막장의 끝을 달리는 곳이 수두룩하며 반대로 국립 정규직 이상의 연봉과 처우를 보장하는 곳도 주로 공기업 중에서 드물지만 존재한다. 상당수 문화재단과 공기업 계열은 특히 공기업 쪽이 NCS는 기본에 PSAT, 전공필기시험, 인적성이 기본으로 치뤄져서 전공을 살려 들어가는 연구직 공무원과 달리 공기업 응시생들에게 굉장히 유리한 상황이다. 응시 조건은 일반 지자체 채용과 비슷하지만 몇몇 기관은 세부 전공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런 채용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역시 채용공정성 때문이지만 지역 문화재단의 대다수가 순환보직을 실시해서 학예직을 뽑아놓고 다른 직무로 배치하는 경우가 무척 많아 전문가를 굳이 요구하지 않는다.
1) 본인이 일하고자 하는 곳이 박물관인지, 지자체인지, 연구 기관인지 목표를 명확히 하는 것이 좋다. 또한 국립인지 사립인지 공공기관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채용하는 곳에 따라 요구하는 자격과 채용 전형이 다르기 때문이다.
2) 박물관이나 미술관 관련 '석사학위' 이상은 반드시 취득해야 한다. 이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 조건에 가깝다. 학력인플레 때문에 학사학위만 가지고는 경쟁에서 이겨낼 수가 없다.
3) 석사 취득 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인정하는 경력 인정 대상 기관에서 실무 경력을 2년 이상 쌓아 정3급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좋다. 스펙 인플레가 너무 심해져서 정3급을 취득해도 국립 기간제 뚫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 그리고 정3급 자격증은 이제 막 걸음마를 벗어났다는 증명서이지 어떤 보장 수단이 아니다.
4) 국공립 박물관 및 미술관, 문화재청 소속 연구소, 지자체 등 연구직 공무원으로 일하고자 하는 사람은 해당 기관에서 요구하는 전공과 필기시험 과목을 별도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학예연구사 시험만을 위한 별도의 입시 학원은 없으며 기출문제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오로지 본인의 노력과 정보력에 의존하여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 보통 공무원 한국사가 베이스가 되며, 한국사, 세계사 가리지 않고 교원임용시험 자료도 참고할만하다. 또한 국립중앙박물관 수준의 전공심화 문제는 학부 수준의 지식으로 혼자서 공부가 불가능하다. 최소한 대학원에서 관련 자료를 겉핥기라도 겪어 보고, 비슷한 레벨의 사람들과 스터디를 하면서 파는게 현실적이다.(위에서 석사학위 취득을 하라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도 있다. 최소한 논문을 쓰면서 관련 지식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기 때문.) 박물관학의 경우는 독학이 가능하나 최근 변별력을 위해 전문적인 전시 기법이나 장르 등도 묻기 때문에 순수미술 기초이론 및 전시기법 쪽 관련된 공부도 별도로 하는 것이 좋다.
5) 공기업 및 공공기관, 문화재단 등의 입사를 노린다면 전공지식보다는 NCS, PSAT, 인적성을 집중적으로 파야 한다. 그리고 일반 공기업 취준생처럼 다른 스펙(커리어, 어학, 자격증 등)도 갖춰놓아야 확률이 높아진다. 다만 학예직만을 고집하면 기관을 잘 보면서 선택해야 한다.
6) 자신의 시험머리는 도저히 시험공부는 자신없다 혹은 나이가 너무 많거나 상황상 시험공부를 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서류-면접 형태의 경채를 틈틈히 노릴 수 밖에 없다. 이 경우는 여러 바닥을 잘 굴려다니면서 경력과 연구 실적을 축적하면서 인맥쌓기 그리고 운과 기회를 엿보는 것 말고 답이 없다. 현실적으로 시험준비보다 훨씬 어렵고 쉽지 않은 길이라 말할 수 있다.
불가피한 이직/전직
앞에서 충분히 상술했듯이 학예 계열은 일하려는 사람은 미친 듯이 많지만 온전히 노년까지 이어갈 수 있는 확률은 많지 않은 전형적인 상후하박 업계이다. 정3급 학예사 취득자가 7천 명이 넘고, 한 해에 수백 명 이상 정3급 취득자가 나온다. 유관 전공자는 연간 1천 명 이상 꾸준히 배출되는 상황에서 이 인원을 모두 수용 못 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이러다보니 중간에 그만두거나 혹은 관련 업계 이직/전직 등으로 활로를 찾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조금 더 자세히 냉정히 말해서 김제동 류의 근거없이 다 잘될 거라는 식의 조언은 이 일을 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오히려 더 큰 독이 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이 업종 역시 일종의 테크트리가 존재하며, 분명히 나이의 영향을 받는 직종이다. 큐레이터(학예) 업계의 얼마 안되는 장점은 시작 난이도와 문화, 체계 등의 이유로 나이의 영향이 다른 업종에 비해서 덜한 편이다. 경력 몇 년씩 고달프게 쌓으면서 대부분 30대의 나이에 무엇이든 해서 자리잡는 것이 일반적인 테크에다 고생길이 더 길어지는 추세다. 그러나 30대 중반 넘어가면 어디 계약직 하나 들어가기도 급속히 쉽지 않아지며, 설령 들어가더라도 살인적인 급여 때문에 나이 먹으면서 더 버티기 어려워진다. 국공립의 학예연구사 임용 연령은 얼추 30대 초반~중반부터인데 대한민국 정서상 자신보다 나이 많은 부하는 기피하게 된다. 다른 직종과 마찬가지로 일정 나이와 경력을 넘어선 시기부터 실무를 넘어 관리자의 역할을 요구받는다. 허나 경력직이 널리고 널린 학예 업종에서도 관리자급 채용은 정말 관리자를 해본 경력자 위주로 채용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학예 업계의 관리직군은 정규직 학예연구사(특성상 공무직, 기간제를 보조로 두고 일하는 일종의 관리직), 공공기관의 학예팀장, 사업수행팀장을 수행해본 임기제 학예연구사, 민간 기업의 과장이나 팀장급 이상들이다. 이 바닥이 아무리 경력자가 널린 직종이지만 관리자급은 거르고 걸려 살아남은 인력이라 해당자가 정말 적어진다. 이를 뒤집는 시험 한 방이 존재하지만, 실질적 가능성은 지자체 소속 정규직 외에 힘들다.
서울과 지방의 격차
그래서 아둥바둥 국공립의 정규직 학예연구사가 되지 못하면 한해가 지날수록 심각히 진로를 고민하게 된다. 대한민국의 여러 전문 경력직의 처우 하향은 학예 업종이라 다르지 않다. 이 바닥의 경력직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국공립의 임기제 학예연구사는 과거에는 한번 들어가면 거의 종신직이라 취급할 만큼 통상 5년 임용 계약 만료 후 다시 5년의 재계약이 쉬웠다. 그러나 2021년을 지나가는 현재는 고용 안정성이 정말 많이 퇴색되었고, 시간선택제 채용 증가, 채용 직급 하향, 짧아진 계약 기간, 임용 평가 강화 등 갈수록 처우 하향이 가속화되는 추세이다. 변호사를 비롯한 전문직들마저 공공기관의 임용 직급이 계속 하향되는 추세에서 레드 오션인 학예직렬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이마저 서울권의 정규직은 고사하고, 채용 티오가 몇배 더 많은 임기제 공무원은 정말 대단한 경력자 아니고서는 서류 통과조차 뚫을 수 없게 되었음을 종사자들이 토로한다. 소위 고인물 파티가 숙성되다 못해 썩고 있는 셈이다. 가뜩이나 서울권에서 살아남기 힘든 마당에 2021년 서울시는 서울시 임기제 공무원에 대한 구조조정, 근무평정 강화, 재계약 조건 강화 등을 내걸면서 임기제 학예연구사의 처우 하향은 현재 진행 중이다. 게다가 서울시의 상징성을 고려하면 서울시의 정책 기조가 당연히 다른 지방에 영향을 안 줄 수 없다.
서울에서 밀려난 경력자들이 상대적 경쟁이 약한 지방으로 가서 생명 연장하는 경우는 과거부터 지속되다 현재 더 심해졌다. 상술한 중박, 항박, 서울시의 경쟁률은 모두 서울권에 위치한 기관으로 지방 정규직은 이보다 경쟁률이 심하게 낮다. 서울을 벗어나면 수백 대 1의 경쟁률은 고사하고 반의 반에 반도 안되는 경쟁률에 경쟁 인력 풀도 서울권보다 비할 수 없이 만만하다. 예를 들어 지방직 학예연구사 임용을 살펴보면, 수도권처럼 경쟁률이 센 곳은 기본 80점 중후반의 합격선에 경쟁률이 100~200:1을 넘는 곳들이 있는 살인적인 경쟁률이다. 하지만 경기도 이남의 지역은 개별 시군 차이는 있지만 굉장히 합격선이 낮다. 2019년 전라남도 학예연구사 필기합격선은 목포시는 72점에 경쟁률은 고작 10:1, 응시율도 58%에 불과하다. 채용 시장이 악화된 현 상황의 구직자들은 일단 경력쌓기 위해 계약직이라도 감수하고 내려가는 사례도 많아졌다. 중박에 소속된 지방 국박의 기간제 연구원부터 해당 도시가 아닌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타지에서 온 인력들이 일하는 상황이 대다수다.
다만 위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은, 단순한 난이도나 수준, 워라밸 등의 문제가 아닌 정부의 채용 기조 때문이다. 지방을 살린다는 기조하에 지방직 시험 응시 자격이나 계약직 모집 조건을 해당 지역 인구만 응시 가능, 상당수 연구직 공채는 같은 날 치뤄짐으로 어차피 지역제한이 없어도 여러곳에 응시를 못한다. 즉, 지방 경쟁률이 낮은 것은 타지인들은 애초부터 해당 지역에 응시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서울, 수도권으로 선택하게 돼서 박 터지는 것이다. 경기 이남은 울산을 제외하고 토시 하나 안 틀린 제한조건을 걸고 있으며, 심지어 경기도에서조차 공공기관, 문화재단 채용 시 해당 지역 거주자만 뽑는 등 주로 지방직 채용에서 요구되는 스펙은 전문성이나 실력, 직무적합성 등을 무시하고 오로지 지역만이 1티어 스펙이 되어버린 주객전도의 상황이 되어 버렸다.
실제로 전국에서 지역 제한 없이 연구직 공무원에 응시 가능한 지자체는 서울시와 울산시 두 곳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해당 지역 거주자 또는 거주 이력이 있어야만 응시가 가능하다. 이런 추세에서 제일 억울한 것은 수도권 태생 거주자인데, 서울경기는 안 그래도 박터지는 경쟁을 해야 하는데, 다른 곳엔 응시 자격조차 안되니 레드오션을 넘어 블러드오션에서 허우적 댈 수밖에 없는 상황. 그게 아니면 뽑힐지 말지 장담할수도 없는 그리고 시험날짜부터 따져야 하는 상황에서 시험 응시를 위해, 지방에 위장전입을 하거나 정말로 방을 구해 주소를 옮겨야 하는데 이마저도 공고일 이전 기준이라 의미를 찾기 어렵다.
다른 업계와 마찬가지로 일부 특수 기관의 정규직을 제외하면 지방에서 다시 서울로 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불어 나이든 상태에서 연고도 없는 지방 가서, 특히 중소 시군 단위라면 정말 적응이 쉽지 않다. 결혼했다면 애들 교육 때문이라도 힘들다. 서울공화국에서 비롯된 서울 프리미엄은 어느 직종을 막론하고 심각히 높은 편인데 학예 직종은 여러 측면에서 더 심한 편이다. 서울에서 나오는 자리는 적을뿐더러 상술했듯이 엄청난 난이도를 자랑한다. 서울의 살인적인 경쟁에서 밀려나면, 커리어를 위해 아예 연고도 없는 먼 시군 단위의 지자체 채용을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연고자 아니고서는 타지에서 적응하기 어렵고, 합격자의 상당수는 어떻게든 서울로 다시 갈려고 기를 쓰는 것은 뻔히 보인다. 지방 지자체도 이를 알고 잦은 퇴사를 방지하기 위해 앞서 설명했듯이 응시자의 지역제한이 대다수 존재한다. 결론을 내려보면 학예 업종만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적인 문제로 대안이 없다. 인구유출에 허덕이는 지자체가 지역제한이라도 걸어두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일할 인재를 잡을 방법이 없다. 매년 인구 증감에 목숨거는 지자체가 취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 있겠는가?
현재는 워낙 자리가 없어 지방 일자리도 절대 들어가기 절대 쉽지 않다. 특히 지방 정규직 채용이 지역제한이 없다면 경쟁률이 엄청나다. 일례로 2021년 울산광역시의 학예직은 지역 제한이 없으니 경쟁률이 매우 높고 결시율은 낮았다. 반면 서울권에 대형 국립기관이 생기면 전국 각지에서 경력자고 뭐고 상경하려고 줄을 서서 수천대1도 찍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이런 요소들이 학예 업계의 이직률과 전직을 한층 높여주는 요인이 된다.
이런 경쟁률을 거쳐 올라온 이 바닥의 최고 수준인 정규직 학예연구사들도 의외로 이직/전직 확률이 낮지 않고 상당히 높다. 그리고 공공기관의 공무직은 젊을 때는 몰라도 나이가 들면 들수록 못 해먹을 급여와 업무상 보조라는 한계를 못 이겨 이직과 전직을 시도하는 징검다리 이상 이하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군소 박물관보다 대규모 인원과 전문성을 갖춘 국립 박물관, 미술관에서 활발한 편이다. 이 업계 역시 통상적인 이직/전직과 마찬가지로 몸담고 있는 곳의 네임밸류와 위상이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사회적 대접은 공공기관 그중에서도 중앙 부처와 소속기관을 더 크게 보는 경향이 크다. 각자가 밟아온 커리어패스에 따라 입사 난이도가 달라지며 아무래도 들어가기 힘든 곳일수록 가지고 있는 스펙과 대접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하물며 같은 기관에 응시한 정규직이라도 본관과 분관 등을 비롯한 소재 지역에 따라 경쟁률과 합격 스펙 그리고 사회적 시선은 하늘과 땅차이다. 이런 점들이 모여 결국 사회에서 쳐주는 평가가 결정된다.
다양한 이직/전직 진로
정규직, 전문임기제를 따낸 국립 메이저 박물관/미술관 학예연구사들이 선망하는 이직 테크는 단연 교수 혹은 연구원이다. 실제로 인서울 대학들의 교수 가운데 국현, 중박, 민박, 대박을 비롯한 국립 메이저 박물관/미술관의 정규직 학예사 출신들이 상당하다. 당연히 정규직까지 따낸 학예연구사들은 그들이 전공한 학과 혹은 박물관/미술관 계열 학과의 교수로 가려한다. 국립 학예연구사, 학예연구관의 최상위 스펙은 박사 학위 소지자들이 매우 많으며 그들은 당연히 교수에 대한 꿈이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그들의 위치가 사람을 만들기 때문에 학계 인맥과 보통 연구자들이 갖출 수 없는 실무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 이는 교수 임용에 엄청난 장점이라서 학교의 스카우트 내지 교수나 연구원 경력경쟁에 응시해서 되는 경우가 많다. 학맥이 없어도 학회, 기관 사업 등을 통해 교수들과 친분이 쌓인다. 최상급 연구원 내지 학술 연구 재단 연구원으로 이직, 혹은 학교나 연구소로 다시 복귀해서 경력을 쌓아 교수가 된 케이스들도 있다. 하지만 교수 자리는 이제 하늘이 내려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과거보다 되기 어렵고, 경력과 학력이 모두 받쳐주지 않는 단순 교수 지망 연구자는 말할 필요가 없다. 또 대기업 박물관/미술관의 관장, 학예실장 등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는 국립 메이저 학예연구사와 학예연구관의 이야기이다. 지방직 학예연구사는 서울시만 해당되지 나머지는 상술한 테크트리와 전혀 무관하다.
여기까지 모두가 선망하며 업계 최고인 국립 메이저 정규직 학예연구사의 신선놀음이라면, 대다수를 차지하는 학예 인력들은 다양한 상황에 다양한 진로로 갈 수밖에 없다. 먼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이직/전직을 고민하는 시점은 정3급 학예사 자격을 취득한 시점이다. 사실 정3급 학예사 자격 자체는 분명히 취득이 쉬운 자격증이 절대 아니다. 객관적으로 대학원 석사와 학예 경력 2년(인증 박물관의 경력)은 매우 어려운 조건이다. 현재 3급 정학예사 취득은 문재인 정부에 접어들어 자격 취득 난이도가 헬 수준으로 높아진 것은 충분히 상술했다. 그렇지 않더라도 학예를 시작한 이들은 기본적으로 정3급 취득에 목을 매며 자격증 취득이란 명확한 목표가 보이는지라 어떻게든 버티며 따려한다. 하물며 지방직 학예연구사 시험 응시 조건을 정3급 자격증 소지를 걸어버리는 지자체가 많으며 사립박물관은 아예 정3급이 조건이라 자격증이 없으면 취업할 수 없다. 정3급을 따지 못해서 낙오하는 사람들부터 상당수다. 버텨가며 자격증을 취득하면 본격적인 진로 고민이 시작된다. 몸담고 있는 곳이 국공립의 공무직이라면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그렇지 않은 위치면 매우 큰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여성들은 과거에는 결혼만 하면 된다는 인식이 있어 실제 결혼하고 그만두는 케이스가 많았지만 이젠 옛말일 뿐이며 결혼 출산 상관없이 본인의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어 한다. 현 시대에 냉정히 결혼해서 일을 그만두는 경우는 정말 남편이 충분히 잘 버는 외벌이가 가능할 만큼 시집을 잘 갔을 경우이다. 그리고 비혼율이 갈수록 천장을 뚫는 시대에서 혼테크 드립은 현 시대와 맞지 않다. 또 최근 취업 공고는 육아휴직 들어간 공무직의 대체 인력을 뽑는 공고가 상당수다. 결혼/출산해서 그만두는 케이스는 정말 결혼 잘하지 않는 이상 정규직/공무직 모두 줄어들었다.
여하튼 다양한 계열로 진출하는 편이지만 대체적으로 유관 업계로 이직/전직을 시행한다. 정3급 취득자는 석사와 경력2년이 패시브라서 이를 갖춘 사람들이 아예 무관한 업계로 갈 확률이 적다. 후술되는 도슨트, 에듀케이터, 기록물 관리, 고문서, 학술 발굴사업 등으로 진출이 활발하다. 기본적으로 저 업계들은 학예 계열과 관련성이 강하기 때문에 예를 들어 박물관, 미술관에서 소장품 담당하는 직원이 기록학을 병행하는 경우가 있다. 규모있는 국립 박물관은 아카이브 구축이 필수이고 주로 학예 파트에서 담당한다. 소장품 담당자가 필요에 의해서 혹은 이런 분야가 있음을 알게 된 후 기록학 대학원이나 기록관리교육원에서 기록학을 배워 투 트랙을 타는 것이다. 서로 유사성이 있는데다 업무적으로 메리트가 있어서 학예 경력자가 기록 구축 분야로 진출하는 경우가 있다. 어차피 유관 업계인 미술관, 박물관 학예 경력은 기록학에서도 쳐줄 만한 경력이고, 사기업에서는 아예 미술관, 박물관과 협력 사업이 많아서 오히려 경험자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학계나 관련 연구직으로 진출 역시 활발하다. 대체적으로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진학한다. 취업이 매우 어려운 현시점에서 연구자들 대다수는 정말 올인보다 가급적 일하면서 학업을 마치려 한다. 그러나 박사 커리큘럼 자체가 일과 병행하며 하기에 매우매우 어렵다. 많은 연구자들이 본인이 원하는 학예 경력을 취득하면 박사 논문을 쓰기 위해 그만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규직 학예연구사가 아닌 그 미만 커리어는 박사 학위를 취득해도 정규직 채용 등의 보장이 없기 때문에 박사 진학에서 얻은 기회나 연구 계통으로 빠지는 경우가 상당하다. 애초에 대학원 학위를 위해 진학한 연구자들은 학예사 자격증과 학예 경력이 커리어에 좋은 요인이 되기 때문에 자기계발 겸 돈벌이 목적으로 들어와 목적을 달성하면 빠지는 편이다.
국립, 지자체 직영의 박물관, 미술관이 아닌 지자체나 혹은 문화재단이 위탁 운영하는 공립 박물관, 미술관, 전시관의 수요도 있다. 이들의 운영 형태는 보통 지자체나 문화재단 등이 사업자에게 하청을 주는 위탁 운영이라 계약 주체의 재정적 지원과 감독을 받으나 계약 주체 소속이 아니다. 즉 학예사는 위탁 사업자와 고용 계약을 맺었지 지자체 혹은 문화재단과 맺은 것이 아니다. 계약주체가 위탁 사업자와 재계약을 거부하면 자동적으로 학예사는 계약 해지가 되는 고용보장이 떨어지는 편이다. 급여 수준은 대개 정3급 학예사를 고용해서 받는 지원금으로 충당되기 때문에 금액이 매우 낮은 편이다. 그리고 이런 곳은 거의 학예사 1명이 근무하는지라 학예, 행정은 기본에 심지어 건물 청소까지 본인이 다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연유로 오래 근무하는 사람이 적다. 그래도 학예 경력 인정은 되기 때문에 국립이나 지자체에 가기 어려울 시 임시방편으로 선택한다.
전시 전문 공사라던지 박물관, 미술관 사업을 수행하는 사기업은 헬조선을 보여주는 기업이 많은 편이라 국공립에 있는 직원들이 이직 대상으로 선호하지 않는다. 당장 잡플래닛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관련 회사들의 평이 아주 나쁘다.
미술관 계열은 본인이 영업력과 경력, 자본까지 갖춘 상태면 갤러리스트로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당장 유명 갤러리의 오너를 보면 국현 학예연구사 출신도 있다. 그러나 말 그대로 철저히 시장 법칙으로 움직이는 갤러리 업계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이하 생략. 금수저들, 특히 부잣집 마나님들이 명함 파려고 차리는 갤러리나 돈 세탁 용도로 간판만 걸어두는 갤러리는 심하면 얼굴 예쁜 항공운항과 출신들을 큐레이터라고 세워두는 경우까지 있다. 당연히 이런 곳들은 전문성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기 마련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대우(연봉이나 복지)는 훨씬 좋아서 고뇌하는 경우도 많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중소기업들이 그러하듯 큐레이터라 이름만 건 군소규모 갤러리/박물관의 경우 후술될 도슨트(전시 해설)와 에듀케이터(교육 프로그램)의 업무를 모두 진행하는 것은 양반에 행정에 청소까지 해야 하는 일도 다반사다. 즉 국립 계열이 아닌 이상 공립이나 기업형에 내려가면 큐레이터 혼자 전시 기획하고 교육 프로그램 짜고 작품해설 프로그램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어느곳은 큐레이터인지 미술 교육 강사인지 모를 정도. 취업을 준비할 경우 해당 시설의 운영체계에 대해 사전답사를 할 필요가 있다.
사이드 잡이라 할 수 있는 미술 비평가나 미술언론인은 본인의 스펙과 더불어 스토리가 있지 않는 이상 되기 어려울뿐더러 자리가 매우 한정적이다. 일단 월간지/계간지를 비롯한 출판업계 전반도 불황인데다, 연구과 집필은 엄연히 다른 분야다. 연구 보고서와 논문을 잘 쓰는 것과 사람들이 읽기 쉬운 칼럼이나 평론, 기사를 잘 작성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대기업이나 은행 계열의 박물관/미술관은 경력부터 대우가 워낙 좋아 당연히 모두 선망한다. 끝판왕은 삼성의 리움미술관. 그러나 채용 티오가 거의 없거나 아니면 기업 네임 밸류에 비해 무언가 안 좋아서 채용이 자주 나오는 곳이 많다. 대기업 계열 박물관/미술관의 급여와 특히 복지는 국립을 능가한다. 하지만 업무 강도와 내부 정치는 훨씬 엄격해서 국공립에서 이직했다 못 버티고 추노한 사람들도 많다. 결정적으로 어마어마한 능력자 아닌 이상 정규직은 정말 잘 주지 않으며 무조건 1년 단위의 계약직으로 뽑아서 아무리 잘해도 2년 미만으로 칼같이 자르고 다음 타자로 순환시킨다. 게다가 기업 산하 미술관들도 적자를 본사의 지원금으로 충당하는 건 마찬가지이며, 오직 오너의 예술사랑에 기대야 하는 신세다. 그렇다 보니 오너가 바뀌거나,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히면 당연히 시설 자체가 파리 목숨이 된다. 공립 박물관처럼 공익성에 대한 의무가 없기 때문에 더더욱.
미술관, 박물관과 관련성이 많지만 묘하게 다른 곳이 문화재단이다. 우선 문화재단에서 박물관, 미술관, 전시관, 아트센터를 운영하는 곳이 많아 학예인력 채용이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이런 곳들은 국공립이든 대기업이든 막론하고 정3급 취득에 필요한 학예 경력을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묘한 상황. 정3급 자격 취득은 어디까지나 인증 박물관, 미술관의 학예 경력 한정이다. 게다가 인증 박물관은 전시물의 매매를 영리 목적으로 보고 제한하기 때문에 상당수 미술관이 박물관 인증을 받지 않고 있다. 즉 분명히 학예 일을 하지만 국가는 학예 경력으로 인정 안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그러면서 기간제 채용이나 정규직 시험 응시 조건을 정3급 취득 조건을 거는 재단이 대다수라서 다른 곳에서 정3급을 취득한 이들이 여기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 대우는 천차만별이지만, 기간제는 대우가 별로 좋지 않고 정규직도 기관마다 차이가 심하다. 같은 분야로 취급되지만 업무부터 경력 인정까지 정통 박물관, 미술관과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결정적으로 문화재단의 상당수는 순환 업무를 실시하기 때문에 큐레이터로 들어와서 인사발령을 받아 회계(!) 혹은 경영(!) 등의 정말 머리털 나서 처음 하는 업무를 해야 하는 상황을 만날 수 있다. 이래저래 큐레이터의 정체성을 지키기 애매하다. 결정적으로 문화재단의 주류이자 다수는 예술 경영이라서 소수인 학예쪽이 메인에 절대 올라설 수 없는 특수직 취급의 한계가 있다.
도박적인 테크는 경력이 충분히 쌓였으면 아예 직업을 그만두고 지방직 학예사 등의 시험에 올인하는 경우다. 군소 계약직부터 심지어 국립 기관 공무직을 그만두고 시험 준비에 올인하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국가직/지방직 모두 해당 공부를 철저히 전념하지 않는 이상 단기간에 붙을 수 없는 시험이다. 더군다나 내가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는 오직 필기시험 1등만이 채용되는 구조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이런 국공립의 채용 티오 숫자가 무작정 전념하기에 도박이다. 채용 티오는 광역시, 도 기준으로 1~2명 수준에 어느 광역시, 도는 2~3년에 한 명 뽑을까 말까다. 당장 인구 300만에 근접한 인천광역시의 2020년 학예연구사 정규직 채용은 단 1명에 2021년 강원도 지방직 학예연구사 티오는 단 1명이다. 반대로 운 좋으면 인구 15만의 안동시에서 2020년에 5명을 채용할 수도 있다. 이런 시험에 평범한 공시생처럼 올인하기는 어렵다. 난이도나 경쟁자 상관없이 지방직은 오직 1등만을 해야 한다. 공부를 일과 병행하면 합격 확률이 매우 떨어지며, 붙더라도 아주 오랜 시간 걸리니 아예 그만두고 시험에 올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요즘 시대는 한번 그만두면 다시 재취업하기는 너무 힘들다. 만약 실패하면 학예 업계를 떠날 각오를 해야 한다. 30대 이상의 경력자는 널려 있고, 나이도 문제다. 30대 이상이면 취업 문제도 있지만, 인생 테크 때문에 전업 공시생처럼 전념하기는 매우 어렵다. 시험에서 안돼서 재취업하려 해도 자신보다 젊은 경력자들이 포화 배출되는 상황에서 나이를 더 먹은 공백기 있는 구직자를 채용하는 경우는 적다. 이렇다 보니 가급적 직장 다니면서 시험 공부 하기를 대다수가 조언한다.
관련 자격증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제6조(박물관·미술관 학예사) ①박물관과 미술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4조에 따른 박물관·미술관 사업을 담당하는 박물관·미술관 학예사(이하 "학예사"라 한다)를 둘 수 있다.
②학예사는 1급 정(正)학예사, 2급 정학예사, 3급 정학예사 및 준(準)학예사로 구분하고, 그 자격제도의 시행 방법과 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③ 제2항에 따른 학예사 자격을 취득하려는 사람은 학예사 업무의 수행과 관련된 실무경력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격요건을 갖추어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자격요건의 심사와 자격증 발급을 신청하여야 한다. 이 경우 준학예사 자격을 취득하려는 사람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실시하는 준학예사 시험에 합격하여야 한다.
④ 제3항에 따른 준학예사 시험에 응시하려는 사람은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응시수수료를 납부하여야 한다.
⑤학예사는 국제박물관협의회의 윤리 강령과 국제 협약을 지켜야 한다.
학예사 자격증 제도도 운영 중이다. 1, 2, 3급 정학예사와 준학예사로 나뉘며, 한국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총괄하여 운영하나, 박물관 및 미술관 준학예사 자격시험은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실시한다(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 제30조 제3항 제1호, 제48조 제1항).
관련 학과 대학원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소정 경력 보유 시 3급 정학예사 자격증이 나오며, 준학예사 시험에 통과하고 소정 경력을 보유하면 준학예사 자격증이 나온다.
준학예사 시험의 경우 필기시험 과목은 박물관학, 언어(영어, 한문,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등), 전공 과목(한국사, 문화사, 자연사, 고고학, 미술사, 보존과학, 서지학 등의 과목에서 2개 선택)을 보고 오전 200분(전공 2과목), 오후 80분(박물관학, 언어) 동안 시험을 쳐서 60점을 넘으면 합격이다. 한국사, 고고학, 미술사(주로 한국회화사나 도자사 등), 서지학 등은 사학과라면 대부분 개설되어 있는 과목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쉽게 시험 준비를 할 수 있다.
전공 과목의 경우 각 분야별 개론서 수준에서 출제가 되며 박물관학과 언어와 달리 주관식이다. 보통 어느 정도의 커트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전공자가 많은 과목일수록 어렵게 내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평이한 수준이나 역시 전공을 게을리하면 답하기 어려운 문제를 주로 출제한다.
전공 과목은 각 분야별로 범위 차이가 엄청나게 크다. 미술사의 경우 한국미술사와 서양미술사가 각각 출제되기 때문에 개론서 수준이라 하더라도 공부해야 할 범위가 다른 과목과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실제로 출제된 문제의 경우 '1. 추사 김정희의 회화와 서예에 대해 서술하시오 2. 20세기 서양의 개념 미술에 대해 서술하시오'로 출제되었다. 한국사나 문화사는 다른 방향으로 어려운데, 문제 자체가 어렵진 않지만 고득점을 노리려면 엄청나게 깊게 들어가야 하고, 특히 문화사의 경우 사실상 세계사 문제로 나오는데 범위가 굉장히 넓은 편이고 의외로 평가를 까다롭게 한다. 특히 사회문화사 관련 문제를 자주 내는데 전공자 아니면 거의 피 보는 수준.
2010년 이후에는 보통 응시율이 50%를 오가고, 그 안에서 15~20% 정도 합격한다. 시험 자체의 합격률보다 경력 인정 기간이 문제인데, 불안정한 고용 구조를 견디다 못해 포기하는 일이 많다. 사실 인턴 자격을 얻으려 해도 대학원생 이상을 주로 선발하고, 대학생을 뽑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요즘은 경력 인정 기간에도 무조건 봉급을 주도록 바꾸면서 더더욱 그렇게 됐다. 게다가 이 대학원생이라는 게 또 범위가 넓으면 괜찮은데 주로 미술사 전공자를 뽑는다. 그래서 타 전공자가 미술사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일도 심심찮게 있다.
과거에는 준학예사의 학력 기준을 오로지 '고등교육법' 상의 학교로만 인정했으나, 2017년 8월 8일부터 관련 규정이 개정되어 독학사나 학점은행제의 학사 학위로도 가능하게 되었다.
또, 2013년부터 무급 도슨트 자원봉사자는 경력 인정이 안 되는데 이때부터 무급 도슨트를 아예 비전문 자원봉사로 돌리는 추세이다.
준학예사 자격증이 취업을 꼭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2014년까지 누적 합격자(경력 인정을 받으면 준학예사가 될 수 있는 사람)는 1,300명 정도이나, 2020년 기준 준학예사보다 높게 치는 3급 정학예사가 약 7천 명 내외이므로 사실상 준학예사 자격증만으로는 구직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 준학예사 자격이 처음 생긴 2000년 시점에서는 박물관과 전시 시설 활성화를 위해 학예사 인력을 수급할 필요가 있었다. 허나 2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정학예사 자격을 갖춘 인력이 과잉 수급되는 상황에 이르렀고, 자격 취득을 위해 전공 학점을 이수하거나 학위를 취득할 방법이 늘어났다. 박물관은 의무적으로 학예사를 1명 이상 고용해야 하지만 이미 정학예사 구직자가 넘쳐난다.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전문성에 대한 검증 수준이 낮은 준학예사의 수요가 사라져 버린 것. 이렇다보니 준학예사 자격증은 그 자체로 취업 수단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비전공자의 정학예사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디딤돌, 혹은 정학예사 전공 분야와 연관이 적었던 신규 분야 박물관(취미박물관 등)의 인력 수급 수단 정도로 봐야 한다.
도슨트
관련된 직업으로 도슨트(Docent)가 있다. ‘가르치다’라는 뜻의 라틴어 Docere에서 유래하였다. 이쪽도 박물관이나 갤러리에서 일하지만 큐레이터와는 달리 관람객에게 작품에 대한 해설을 해 주는 게 주된 업무다. 도슨트의 주된 업무는 주어진 전시 내용을 이해하고 이용자에게 이를 설명하는 것이다. 큐레이터가 유물에 대해 연구, 정리하고 전시를 기획하는 프로듀서라면 도슨트는 이를 전달하는 아나운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숲해설가 역시 일종의 도슨트라고 볼 수 있다. 간단하게, 어떤 전시나 견학을 할 때에 확성기 들고 (요즘은 도슨트 전용 송신기도 많이 쓴다) 사람들 앞에서 이 시설(전시물)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그에 때한 질문을 받고 대답해 주는 사람이 도슨트이다. 소설가 김유정 생가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설명하는 자원봉사 지역 어르신도 도슨트이며, 현대자동차나 포항종합제철 생산 라인을 견학할 때 방문객들을 데리고 다니며 설명하는 직원도 그 때의 임무는 도슨트이다. 창덕궁 후원인 세계 문화 유산 비원을 방문한 관광객을 시간에 맞추어 데리고 다니며 여러 전각과 시설물을 외국어와 한국어로 설명하는 사람도 도슨트이다.
해외에서는 도슨트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으나 국내에서는 큐레이터는 석박사 이상의 연구직으로 분류하고 도슨트는 보통 무급 자원봉사로 분류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도슨트는 큐레이터의 하위직이라는 인식이 있다. 일부 박물관에서는 '전문 전시 해설'이라는 이름으로 유료 도슨트를 고용하기도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처럼 큐레이터가 직접 '큐레이터와의 대화'를 운영하며 도슨트를 겸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의 박물관에서는 도슨트 자원봉사자를 주로 쓴다. 보통 학예사 자격시험 전 경력을 위해 도슨트 자원봉사를 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2013년 이후 무급 도슨트 자원봉사는 경력 인정에서 제외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되자 각 박물관이 도슨트를 유료로 바꾸는 대신 큐레이터에게 시키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큐레이터 업무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일부 박물관만이 계약직으로 도슨트를 채용하는 수준인데 가뭄에 콩나기. 게다가 외국어 능력을 기본으로 요구하기에 여기에 자신이 없으면 결국 일반 큐레이터 계약직을 노려야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상반기, 하반기 나누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청년멘토라는 이름으로 도슨트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하니 관심있는 사람들은 지원해보자. 일부 비전공자들 중에서는 이렇게 도슨트 업무를 경험한 후 교육/투어 프로그램 기획을 공부해서 전문 에듀케이터로 방향을 선회하는 케이스도 종종 나온다.
최근에는 기업들의 자사 브랜드 전시 시설 증가로 해당 시설을 담당하는 도슨트들의 채용이 늘어나는 추세. 학예사 자격 보유자나 전공자들을 우대하는 경우도 많은데, 아이러니하게도 전문 박물관이나 미술관보다 이런 기업 산하 전시시설이 도슨트나 큐레이터에 대한 대우는 훨씬 좋다. 대부분이 대기업 계열, 혹은 하청으로 운영되는데 초봉으로 2700~3200대에 정규직으로 중견기업 수준의 연봉과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곳들이 많다. 덕분에 현타 맞고 이쪽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꽤 있다. 다만 시업 산하 시설이니 만큼 예술이나 유물보다는 자사 홍보가 주목적이기 때문에 다른 의미로 꿈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현실. 또한 대부분의 시설들이 본사 홍보 팀에서 만든 콘텐츠를 읊기만 하게 할 뿐, 전시 기획에 참여하게 해 주는 경우도 거의 없다. 기업 산하 전시 시설에는 서비스직과 전시 업무가 애매하게 섞인 특성상 도슨트 출신, 전공자(공학/철학 등), 리포터 출신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며, 정규직임에도 불구하고 이직이 매우 잦은 편이다. 전공자 출신들은 뼈저린 현타 때문에, 서비스나 방송 관련 직무 출신들은 꿈에 다시 도전하기 위해서 등. 같은 팀에서 일하던 사람 중 한 명은 쇼호스트가 되어서 홈쇼핑에 나오고, 한 명은 갤러리 큐레이터로 가는 어메이징한 경험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