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리 항은 한적하다. 이곳 호리항은 가로림만의 가장 하류에 있다.‘가로림만’ ‘넓은 들판’이라는 이름이 참 고운 이 만은 연안 면적이 1만5985ha, 전체 해안선 길이는 162km이며, 개펄만 8000ha에 이른다. 가로림만은 서해안에서 유일하게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호리병 모양의 만으로 태안군 이원면 만대와 서산시 대산읍 벌말을 마주하고 있다. 항아리처럼 생긴 커다란 바다인 가로림만은 2005년에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는 개펄로 선정되었고, 2007년에는 환경 가치 평가에서도 1위에 올랐다.
나는 한 시절 전에 인천으로 가는 배가 떠났다지만 지금은 한적한 구도항, 가로림만이 한눈에 보이는 항구에서 파도소리를 음악소리라고 여기며 듣다가 보들레르의 시 한 편을 떠올린다.
“음악은 때때로 바다처럼 나를 사로잡는다.
나는 출범한다. 창백한 별을 향해 자욱한 안개 밑으로,
때로는 끝없는 창공 속으로
돛대처럼 부푼 가슴
앞으로 내밀고,
밤에 묻혀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를
나는 탄다.
나는 느낀다. 신음하는 배의
온갖 정열이 진동함을
순풍과 폭우가 그리고 그 진동이
나를 흔든다.
광막한 바다 위에서
음악은 때로는 고요한 바다
내 절망의 거대한 거울“
보들레르의 <음악>이라는 시 한 편이다.
가로림만은 더없이 고요하고 잔잔하다. 아름답고 한적한 곳이라서 그런지 이곳 가로림만에는 여름의 진객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점박이 물범들이 찾아와 노니는 곳으로 운이 좋으면 그들을 볼 수도 있다.
조선시대에 파지도영이 있었던 구도항은 구항이라고도 부르는데, 이곳에 호리산성터가 있다. 고려 때 파지도영이 고파도리에 있었는데, 수군만호가 기거하였고, 태종 때 이곳으로 영을 옮기고 중종 11년인 1516년에 이곳에 둘레가 1, 337자에 높이가 11자인 성을 쌓았다.
그런 연유에 기인한 것인지, 지금도 이곳 호리항에서 가로림만이라는 바다에 둘러싸인 팔봉면의 고파도리로 가는 배가 떠나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