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주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참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 이야기를 먼저 꺼내자면 메이주의 시작은 애플의 아이팟을 베껴서 MP3 플레이어를 만들던 것이었다. 쉽게 말하면 짝퉁 제품을 만들던 회사인 셈이다. 그런데 짝퉁도 그럴싸하게 잘 베껴내다보니 메이주는 짝퉁계에서도 A급, 아니 SA급 정도로 평가를 받게 됐다.
애플이 시장의 중심을 아이팟에서 아이폰으로 넘어가게 되자, 메이주도 자연스럽게 따라간다. 아이폰을 닮은 스마트폰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스마트폰은 MP3플레이어와 달리 통신과 관련된 복잡한 기술이 들어가고, 운영체제도 복잡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메이주도 처음에는 조잡했지만 점차 그럴싸한 제품을 찍어내기 시작했고, 안드로이드 역시 어느 정도 표준화가 되면서 그 실력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어느새 그 베껴내는 기술이 실제 제품으로 이어지는 실력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셈이다.
프로5는 이 메이주가 공들여서 만드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이다. 미디어텍같은 저가 칩이 아닌 삼성전자의 엑시노스7 프로세서를 쓰고, 메모리도 3GB를 갖췄다. AMOLED 디스플레이에 2100만 화소 카메라까지 그리 우습게 볼 만한 스마트폰이 아니다. 사실상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조립PC처럼 모듈화, 정형화되면서 스펙만 놓고도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게 됐는데, 프로5는 대강 갤럭시S6와 어느 정도 비슷한 급의 스마트폰이라고 보면 된다.
지워지지 않는 아이폰의 흔적
디자인은 당연하게도 ‘딱 보는 순간 아이폰’이다. 5.7인치 디스플레이를 써서 ‘아이폰6s 플러스’보다 조금 크다. 테두리의 곡면이나 금속 재질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아이폰의 느낌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 사실 요즘 적지 않은 중국 스마트폰들이 경쟁적으로 채용하고 있는 디자인이긴 한데, 역시 메이주만큼 아이폰에 가깝게 디자인하는 제품도 흔치 않은 건 사실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홈버튼과 관련된 인터페이스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에 전원과 음량 조절 외에 하드웨어 버튼을 만들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지역 시장에서는 직접 누르는 버튼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중국 스마트폰의 상당수가 홈버튼을 갖고 있다. 자연스럽게 메뉴, 멀티태스킹, 뒤로가기 등의 버튼도 따라 붙는다.
프로5에도 홈 버튼이 있다. 홈버튼 이야기를 길게 한 건 이 인터페이스 자체가 좀 특이하기 때문이다. 이 버튼을 꾹 누르면 갤럭시처럼 홈 화면으로 빠져 나간다. 이 제품의 주 타겟이 아이폰이니 아이폰의 홈 버튼 방식이라고 봐도 되겠다. 그런데 이 버튼을 누르지 않고 살짝 터치하면 이전 화면으로 돌아간다. 이 제품에는 뒤로가기 버튼이 없다. 홈 버튼을 터치하는 것이 버튼을 대체한다. 이 버튼을 길게 누르면 전원이 꺼진다.
이 방식은 다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보기 어려운 UX다. 덕분에 아이폰처럼 하드웨어 홈버튼을 가지면서도 다른 버튼을 여러 개 가져가던 것을 버렸다. 낯설긴 한데, 익숙해지면 꽤 편하다. 덕분에 아이폰처럼 깔끔한 디자인도 갖게 됐다. ‘역시 메이주’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이다. 이 외에도 스마트 터치라는 기능도 들어갔다. iOS의 터치 지원(assistive touch)과 비슷한 기능으로 화면 오른쪽에 뜨는 작은 가상 버튼을 누르고 미는 것으로 몇가지 명령어를 내릴 수 있다. 큰 화면을 편하게 쓰도록 하는 UX라고 볼 수 있다.
USB 포트는 C타입이다. 앞 뒤를 구분 없이 꽂을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하다. 이 역시 USB-C에 대한 수요나 필요보다도 아이폰의 라이트닝포트와 비슷한 경험을 주기 위해서 만든 것으로 보인다.
알맹이는 갤럭시S6
독특한 것은 알맹이다. 디자인은 아이폰을 거의 빼다 박았지만 사실 프로5의 내용물은 갤럭시에 더 가깝다. 일단 5.7인치 디스플레이는 AMOLED를 쓰고 있다. QHD는 아니고 1920x1080 해상도의 풀HD다. AMOLED를 쓰는 스마트폰은 흔치 않기에 눈이 가는 부분이다. 색깔이 두드러지게 튀지도 않는다.
더 재미있는 것은 프로세서다. 메이주 프로5는 엑시노스 7420칩이 들어간다. 갤럭시S6에 들어가는 옥타코어 프로세서다. 삼성전자가 칩을 만드는 이유는 자체적으로 스마트폰을 완성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지만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에게 공급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제조사들이 퀄컴을 선호했고, 삼성도 엑시노스의 공급이 빡빡했기 때문에 흔한 경우는 아니었다. 기기적으로 따져 보면 메이주 프로5는 아이폰의 탈을 쓴 갤럭시라고 해야 할까? 몇 가지 테스트로 성능을 훑어보자.
안투투(Antutu) 벤치마크 점수는 8만3000점 정도, 긱벤치(Geekbench)는 5400~5500점 정도의 점수가 나온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칩을 쓴 갤럭시S6보다 높게 나온다는 점이다. 중국 스마트폰들이 벤치마크 점수에 유리하도록 설정해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성능에서 부족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점수만으로 보면 퀄컴의 스냅드래곤810 프로세서와 비교해도 높은 점수를 낸다.
안정성 자체도 좋다. 벤치마크 테스트를 돌리는 동안 스마트폰이 뜨거워지는 경우가 많은데, 프로5는 프로세서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열이 별로 나지 않는다. 엑시노스7 프로세서 자체가 안정 단계에 접어든 것이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
잘 만든 짝퉁에서 제 색깔 찾아가는 과정
메이주 프로5에는 안드로이드 5.1이 깔려 있다. 사실 안드로이드 5.1이라는 이름보다도 이 안드로이드 기반의 플라이미(Flyme) OS라고 보는 편이 맞다. 자체적인 역시 많은 중국 스마트폰이 그렇듯 앱 서랍이 없다. 앱 서랍에 익숙해져 있다면 따로 런처를 깔아서 쓰는 편이 낫다. 프로5의 기본 런처는 아이폰의 iOS를 떠올리듯 기능보다는 아주 간단한 구조로 앱 목록을 보여주는 데에 집중되어 있는데, 디자인이 아기자기해서 그 자체로도 꽤 인기가 있는 운영체제이기도 하다.
메이주는 알리바바의 자회사로 들어가긴 했지만, 이 역시 특허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애초 수출보다도 중국 내에서 알리바바의 서비스에 최적화된 스마트폰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따로 해외 수출 버전을 만들지 않는다. 한글화는 롬을 교체하는 방식으로는 안 되고, 당연히 구글플레이 스토어나 G메일 등 구글과 관련된 서비스도 안 된다.
국내에서 프로5를 쓰려면 따로 로케일을 깔아 한국에서 쓰는 것으로 인식시키고, 구글 관련 앱도 강제로 설치해야 한다. 한글 키보드를 깔아 쓰는 건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긴 하지만 기본 설정 자체는 다소 번거로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 외에 설정 메뉴를 비롯한 안드로이드의 기본기는 아주 탄탄하다. 하드웨어 최적화도 잘 되어 있어서 기기가 특별히 말썽을 부린다거나 하는 일도 없다. 과거 중국산 짝퉁폰이나, 아이폰을 꿈꾸던 초기 메이주의 스마트폰을 머리에 떠올릴 지 모르겠지만 그 기기들과는 천지차이라고 할 만하다.
어쩌면 샤오미나 화웨이를 비롯한 여느 제조사들의 스마트폰보다 더 위협적인 부분도 있다. 그 출발 자체가 짝퉁에서 시작했고, 지금도 그 자체를 그리 부담스러워 하거나 지우려고 하지 않으면서도 그 완성도가 여느 메이저 제품들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메이주 프로5는 그렇게 쓰기 쉽기만 한 제품은 아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를 조금만 다룰 수 있다면 성능과 가격을 두루 누릴 수 있고, 그 자체가 재미를 주는 부분도 있다. 아이폰과 갤럭시의 느낌을 동시에 품은 이 스마트폰은 중국 가격으로 2799위안, 우리 돈으로 약 50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