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의사였는데 굉장한 부잣집 딸과 결혼을 하여 딸하나 아들 하나를 두었죠.
어느날 가족 모두 해외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이 갑이란 사람은 무슨 사정이 있었던지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가족모두를 태우고 가던 대한항공 소속 항공기가 괌에서 추락을 해 갑을 제외한 가족 모두가 사망해버린 것이죠.
갑은 대습상속을 원인으로 피상속인인 장인의 재산을 모두 자기앞으로 이전했습니다.
이 때 피상속인의 형제들이(즉 갑의 처삼촌이죠) 대습상속은 상속개시 전에 상속인들이 사망한 경우에 인정되는 것으로 항공기 추락사고로 동시사망의 추정이 되는 본 건에서는 대습상속이 되지 않는다고 딴지를 걸고 나선거죠.
(그도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자기 가문 사람들은 다 죽고, 재혼해버리면 완전 딴 가문 사람이 되는 사위에게 자기 형제의 피같은 재산을 다 뺏긴다고 생각해보세요.)
원심은 형제들의 손을 들어주었는데 대법원에서 원심을 뒤집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지요.
요약하면 만약 상속개시전에 상속인들이 사망했다면 갑이 대습상속을 받게 될 것이고 상속개시후에 사망했다면 본위상속을 받게 될 것인데 동시에 사망한 경우에만 상속을 받지 못하게 한다면 공평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죠.
상세한 판시사항은 아래와 같습니다.
[1] ① 우리 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오랫동안 며느리의 대습상속이 인정되어 왔고, 1958. 2. 22. 제정된 민법에서도 며느리의 대습상속을 인정하였으며, 1990. 1. 13. 개정된 민법에서 며느리에게만 대습상속을 인정하는 것은 남녀평등·부부평등에 반한다는 것을 근거로 하여 사위에게도 대습상속을 인정하는 것으로 개정한 점, ② 헌법 제11조 제1항이 누구든지 성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헌법 제36조 제1항이 혼인과 가족생활은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③ 현대 사회에서 딸이나 사위가 친정 부모 내지 장인장모를 봉양, 간호하거나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드물지 아니한 점, ④ 배우자의 대습상속은 혈족상속과 배우자상속이 충돌하는 부분인데 이와 관련한 상속순위와 상속분은 입법자가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으로서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재량에 속한다고 할 것인 점, ⑤ 상속순위와 상속분은 그 나라 고유의 전통과 문화에 따라 결정될 사항이지 다른 나라의 입법례에 크게 좌우될 것은 아닌 점, ⑥ 피상속인의 방계혈족에 불과한 피상속인의 형제자매가 피상속인의 재산을 상속받을 것을 기대하는 지위는 피상속인의 직계혈족의 그러한 지위만큼 입법적으로 보호하여야 할 당위성이 강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외국에서 사위의 대습상속권을 인정한 입법례를 찾기 어렵고, 피상속인의 사위가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보다 우선하여 단독으로 대습상속하는 것이 반드시 공평한 것인지 의문을 가져볼 수는 있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곧바로 피상속인의 사위가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보다 우선하여 단독으로 대습상속할 수 있음이 규정된 민법 제1003조 제2항이 입법형성의 재량의 범위를 일탈하여 행복추구권이나 재산권보장 등에 관한 헌법규정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2] 원래 대습상속제도는 대습자의 상속에 대한 기대를 보호함으로써 공평을 꾀하고 생존 배우자의 생계를 보장하여 주려는 것이고, 또한 동시사망 추정규정도 자연과학적으로 엄밀한 의미의 동시사망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나 사망의 선후를 입증할 수 없는 경우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다루는 것이 결과에 있어 가장 공평하고 합리적이라는 데에 그 입법 취지가 있는 것인바,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이나 형제자매(피대습자)의 직계비속 또는 배우자(대습자)는 피대습자가 상속개시 전에 사망한 경우에는 대습상속을 하고, 피대습자가 상속개시 후에 사망한 경우에는 피대습자를 거쳐 피상속인의 재산을 본위상속을 하므로 두 경우 모두 상속을 하는데, 만일 피대습자가 피상속인의 사망, 즉 상속개시와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에만 그 직계비속 또는 배우자가 본위상속과 대습상속의 어느 쪽도 하지 못하게 된다면 동시사망 추정 이외의 경우에 비하여 현저히 불공평하고 불합리한 것이라 할 것이고, 이는 앞서 본 대습상속제도 및 동시사망 추정규정의 입법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므로, 민법 제1001조의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이 상속개시 전에 사망한 경우'에는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이 상속개시와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도 포함하는 것으로 합목적적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대법원 2001. 3. 9. 선고 99다13157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말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