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 회상ㅣ한강#노벨문학상ㅣ한강 시/한강 소설(낭송:봉경미/음악:손방원팬플룻)백학(악기:페루전통악기/깨나)
https://youtu.be/hNk08KrV0fY?si=7WMOscZmDtL4F39H
우리의 삶을 위로하는 한강의 문장들.
- 이 도시의 고통이 가만히 앞질러 가면
나는 가만히 뒤쳐져 가고
- 네가 잠시 안 들여다보는
거울의 찬 뒷면에 등을 기대고
아무렇게나 흥얼거려야지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거울 저편의 겨울 4 中
어떤 종류의 슬픔은 물기 없이 단단해서,
어떤 칼로도 연마되지 않는 원석과 같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몇 개의 이야기 12 中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 어느 늦은 저녁 中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 서시 中
- 아내가 채식을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그녀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 나무들이 똑바로 서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알게 됐어
모두 두 팔로 땅을 받치고 있는 거더라구
저거 봐, 놀랍지 않아?
<채식주의자> 中
- 당신을 잃은 뒤
우리들의 시간은 저녁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집과 거리가 저녁이 되었습니다.
-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소년이 온다> 中
- 어떤 사람들은 떠날 때
자신이 가진 가장 예리한 칼을 꺼내든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가까웠기에 정확히 알고 있는,
상대의 가장 연한 부분을 베기 위해.
- 반쯤 넘어진 사람처럼 살고 싶지 않아,
당신처럼.
살고 싶어서 너를 떠나는 거야.
사는 것같이 살고 싶어서.
<작별하지 않는다> 中
- 가장 아름다운 것은 눈이었습니다.
고독한 노동으로 단련된 사람의 눈.
진지함과 장난스러움, 따스함과 슬픔이
부드럽게 뒤섞인 눈.
무엇이든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일단 들여다보겠다는 듯,
커다랗게 열린 채
무심히 일렁이는 검은 눈.
- 눈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침묵이라면,
비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끝없이
긴 문장들인지도 모른다.
- 새벽에 눈을 뜨기 전에 이미 당신의 얼굴은
내 눈꺼풀 안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희랍어 시간>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