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식 졸업예복 그만 입자
이성수/ 종단팀장[불교신문 2109호/ 3월4일자]
졸업시즌이 끝났다. 올해도 대부분의 대학 졸업식장 모습이 비슷했다. 검정색 가운과 사각모의 획일적인 졸업예복을 입은 학생들이 교정을 검게 물들였다. 검은색 졸업예복의 물결은 종립대학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부 불교교양대 졸업식에서도 검은색 졸업예복을 발견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유럽 성직자 복장 모방>
지금 입는 졸업예복의 유래는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중세시대 성직자들의 외출복이었던 ‘카파 클라우사(Cappa clause)’를 대학 교복으로 채택하면서 비롯됐다. 이 같은 교복이 뒷날 유럽대학의 졸업예복으로 정착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12세기 무렵 유럽에서 성직자 교사들이 겨울철 추위를 막기 위해 착용했던 ‘방한용 성직자 복장’이 변화된 것이라고 한다. 이때의 성직자 복장은 교회마다 조금씩 달랐으며 점차 변해 지금의 대학과 교회에서 사용하는 의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즉 검은색 졸업예복은 유럽의 성직자 복장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각모를 갖춘 현대적 졸업예복은 1284년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교 성 베드로 대학에서 처음 사용됐다는 기록이 전한다. 대학별로 규정에 따라 학사ㆍ석사ㆍ박사 등의 학위와 단과대학 및 전공이 구별되도록 모양과 색깔을 달리했다. 우리나라에는 미국의 영향으로 검정색 졸업예복이 들어왔다. 최초의 현대식 고등교육기관인 제중원이 1908년 제1회 졸업식을 거행했는데 이 때 처음 도입됐다고 한다. 당시 미국 유학생들의 경험과 기억을 토대로 졸업예복이 만들어진 것이다. 바지와 저고리에 두루마기를 입고 정장차림의 검은색 가운을 걸치는 형태였다. 그 뒤로 근 100년 동안 우리는 남의 나라에서 온 옷을 입고 졸업식을 가졌던 것이다.
(좌: 캠브리지대 우: 옥스퍼드대 졸업 가운)
그러나 몇 해 전에 우리 옷에 바탕을 두고 졸업예복을 새롭게 만든 성균관대의 시도이후 대학 졸업식에서 검정가운과 사각모가 점차 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성균관대는 창학 600주년을 맞은 지난 1998년 8월 하기졸업식 때부터 조선시대 관복과 유생들의 복식을 혼합한 전통 졸업예복을 착용해 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산하 국제정책대학원도 1998년 12월 첫 졸업식 때부터 학생들에게 학교 상징인 진녹색 졸업예복을 입도록 했다.
(좌: 성균관대 우: 중앙대 국악대 졸업 가운)
특히 올해는 중앙대학교 국악대와 고려대, 숙명여대 등이 학교의 상징색을 넣어 세련되게 만든 졸업예복을 선보여 박수를 받았다. 중앙대 국악대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학자 예복인‘학창의’를 단순화한 졸업예복을 선보였다. 고려대는 지난해 졸업식부터 조선시대 과거급제자의 두루마기를 기본으로 하여 서양식을 가미한 졸업예복을 부분적으로 지급하고 있다.
(좌: 고려대 우: 숙명여대 졸업 가운)
<종립대학부터 바꾸자>
이에 비해 전통문화유산과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불교계 대학들은 이 같은 변화의 물결에서 한발 뒤처져 있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우리식 복장을 입는다고 해서 폐쇄적이라는 지적을 받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우리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있듯이 종립대학들이 우리 옷을 모델로 한 새로운 졸업예복을 만들었으면 한다. 전문가들에게 디자인을 의뢰한 후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단점을 보완한 뒤 우리의 혼과 정신이 깃든 졸업예복이 탄생되길 기대해 본다.
(좌: 동국대 임윤아 우: 미브라운대 엠마 왓슨 졸업식)
첫댓글 예 그렇군요 나무아미타불
감사합니다. 불교교양대 졸업식만이라도 고운 우리 옷 한복이나 수련복(생활한복)이 훨씬 좋다고 생각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