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지리산!
나는 저 산만 보면 피가 끓는다.
눈 쌓인 저 산만 보면 .....
(중략)
김지하의 시에 가락을 붙인 '지리산' 이라는 노래다.
설 명절을 보내고 찌든 찌꺼기를 배출하고자하는 즈음에 반가운 소식이 전해진다.
평소에 가깝게 지낸 후배들이 지리산을 1박으로 종주를 하자는 전갈이다.
대피소에 예약도, 행동식과 부식도 준비를 해 놓았다는 덧붙임도~~
지난 가을에 이어 지리산을 종주한다는(개인적으론 12번째) 설렘으로 밤은 빨리 지나갔다.
2월 11일 광천 터미널에서 06:35분발 구례행 직행버스에 몸을 싣고서 내 달린다.
아침을 안 먹은 상태여서 부담스런 입장을 접은 채, 성삼재행 군내버스는 혹한기엔 운행을
안한다는 매표원의 안내에 오히려 잘되었음을 주지하고, 화엄사행(08:10) 버스에 올라타는데,
일행들은 상기된 표정들이 역력하다.
20여분정도 지나 화엄사 관광단지에 도착하여 장비와 몸상태를 점검하고 계곡 넘어
한화콘도를 힐끗 쳐다본 뒤 매표소에서 1인당 3800원을 지불, 아스팔트를 타고서 차 시배지를
곁눈으로 쳐다도 보고 이른곳이 천년고찰 화엄사였다.
일정과는 달리 거리상으로 5km를 더 타는 관계로 발걸음을 재촉하여 계곡으로 접어든 후
늦은 아침을 김치찌개로 해결하고서 코재를 향하여 진군을 시작하였다.
조금 올라서니 연기암이 보였고,본격적인 오르막이 돌계단으로 이루어져
가슴과 심장에 쌓인 노폐물이 조금씩 새 나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일행들 중엔 속도를 늦춰달라는 간청도 있었으나 지리종주의 깊은 의미를 심어주고
극기와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기위하여 모르쇠로 일관하고 올라선 곳이 성삼재와
노고단 사이인 코재였다.
그 시간이 11:50분으로 화엄사에서 2시간 10분이 소요되었다.
지리산의 여러 대피소와 위락시설 중에서 최고급을 자랑하는 노고단호텔(?)에서 잠시
숨을 고른 다음 노고단정상 방향으로 출발,가까이는 반야봉,멀리는 천왕봉을 조망하고서
점심을 할 임걸령으로 지리산 마루금을 밟기 시작하였다.
등산로엔 하얀주단을 깔아 놓은 듯 감촉이 좋았으며,아이젠은 무거운 짐만 되었다.
멧돼지가 많이 출몰하였다는 돼지령을 지나고 허기진 배를 채우려는 지점인 임걸령에
당도하여 급수도 보충하고서 노루목과 삼도봉,그리고 하동과 남원을 연결하였던 화개재를
지나고 그 다음엔 숙박할 벽소령대피소에 늦게 도착한다는 연락을 취한 후에 긴 계단이
힘을들게 한 토끼봉에 올라섰다.
그 즈음에 오전의 흐린 하늘이 파랗게 변하는 광경에서 지리의 10경중에 하나인 반야봉의
낙조를 살짜기 음미하는 멋 들어진 공간도 지나게 되었다.
해발 1586m인 명선봉을 지나고 연하천에 이르니 이곳에서 숙박하려는 다른 일행들의
모습들이 보였고,우린 떨어지는 체력을 달래는 행동식을 먹은 후에 형제봉을 바라보면서
배낭을 어깨에 멨으며,아울러 헤드랜턴도 장전하였다.
야간산행을 금지하는 국립공원의 규정를 어겨가면서 진군하는 맛 또한 하나의 별미라고
여기고 오늘의 막바지 고빗길을 독려하다보니 두개의 불빛이 환하게 반겨주는 벽소령 대피소
였으며 그 시간은 19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산행거리는 약 20km였고 소요시간은 식사시간 포함하여 11시간 30분이었다.
여느 대피소와는 달리 친절하고 포근함이 깃든 벽소령의 정을 만끽하면서 먹는 저녁은
꿀맛에 비할 바가 아니었으며,이슬주가 띄어주는 분위기도 최상급 그 자체였다.
취침을위한 소등이 20;30분이어서 긴 여운은 내일로 미루고 양치질로 하루를 마무리를
짓고서 고즈넉한 지리의 영혼과 정기에 몸을 맡기었다.
[벽소령 대피소를 출발하면서]
간밤의 목마름과 긴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아침을 해결,그 다음의 산행을 시작하려고
하니 07:10분이었으며,다른 일행들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덕평봉,칠선봉,
그리고 영신봉을 거치고서 10:10분에 세석대피소에 배낭을 내려 놓았다.
숨도 고르고,식수도 채우고서 촛대봉과 바위가 멋을 지닌 연하봉을 경유하여
중식을 해결 할 장터목에 도착하였다.좀 서둘러서 오다 보니 시간이 절약되어
12:00 이길래 여유로운 공간을 즐감하는 차원에서 우동국물이 시원함을 갖다주었고,
커피향도 곁들어졌다.
[눈으로 쌓인 덕평봉의 자락에서]
[세석 산장에서]
어깨가 가벼워진 느낌을 안고서 이번 종주의 막바지인 제석봉으로 올라섰고 통천문을
통과하여 "韓國人의 氣像 여기서 發源되다" 가 맞아주는 천왕봉에 등산화를 올려놓았다.
가스가 차 올라 멀리의 조망은 접고서 하얀 살결의 속살에 펼쳐지는 지리산의 풍광을
육안에 가득 채우고 렌즈에도 부탁을 한 뒤 갈길을 재촉하여 장터목으로 내려왔다.
[통천문 위에서]
[천왕봉에서]
이 시간이 14:50분이어서 버스시간을 맞추려는 고뇌가 발동하여 눈으로 인하여
평소보다 더 잘 닦여진 백무동 계곡을 즈려 밟아 1시간 50분만에 주차장에 이르고 말았다.
버스로 인월로,다시 남원으로,그리고 빛고을로 오는 도중에 피로감도 잊은 채 긴 산행의
오롯한 뒷맛을 되새김질하고,봄철 통제기간 전엔 유평리로 2박을 하는 종주를 설계하고
무디여진 다리와 어깨에게 친절함을 보내주는 찜찔로 모든 산행을 마무리하였다.
산행거리는 총 약41km였으며,즐산과 안산을 같이한 님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 註; 찍사의 착오로 사진의 날짜가 틀리게 되었음..
♬지리산 / 김지하 시.박종화 노래
/ 유 목 민 /
첫댓글 무척 힘들었겠지만 행복이 많이 충전 되었겟어요..
부럽습니다,즐거운산행 기분짱이겠내요..
아~~지리산...내겐 왜그리 멀까...설악산을 찾아나서기보다 (거리감이 있어서일까?)마음은 지리산에 더 닿아있는데...(어쩌면 고향이 빛고을이라서일까?) 올 여름엔 휴양림 예약 하지 말고 산장을 예약해야지..아니 여름엔 비박도 괜찮겠지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