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조 코타로大乗光太郎라는 리키시가 있습니다. 2007년 3월 바쇼 데뷔, 타카다가와 방 소속, 최고위 마쿠시타 43번. 스모협회 유튜브에서 어쩌다 보게 된 타카다가와 방 훈련 영상에서 (카타오나미의 세키토리 두 명 - 타마와시와 타마쇼호가 출장 참여했던 훈련이라 이들이 같이 나옵니다) 카메라를 들고 리키시들을 찍던 모습 때문에 기억에 남아 있던 사람이죠. 저 자신도 사진 찍고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관심이 안 갈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 스모에 발을 들여놓고 리키시 개인 단위에 관심을 들이기 시작했던 것도 누군가의 프로필에 적혀 있던 "취미: 사진 찍기"에 확 흥미가 당겨버렸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이야기가 약간 다른 데로 샜네요. 아무튼.
이 사람이 카메라에 심취하게 된 데에는 같은 스모방에 있었던 한 명의 동료가 있었다고 합니다. 같은 시기에 첫 도효를 밟았고 산단메로의 첫 승진도 같이 했었고, 힘든 훈련 사이에서도 시시한 이야기로 웃으며 13년을 함께 지내온 사이라고요. 동기 관계가 대체로 그러하듯 그에게는 어떤 면에서 각별한 사람이었는가 봅니다. 그 사람이 코로나로 갑자기 떠나버리기 전까지는요.
네, 일전에 쇼난노우미와 관련해서 썼던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요. 같은 방에 있던 쇼부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유족에게 보낼 메시지 보드를 쓰다가 문득 연습장을 떠나 서로 장난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은 있지만, 도효 위에서의 진검승부를 포착한 사진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대요. 인간이란 언제 죽을지 모르니 머릿속으로 기억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대로 기록에 남겨 두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고, 마침 우연히 사뒀던 카메라가 있어 그걸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답니다. 그러다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요. 리키시로서 훈련하는 사이 야간 사진 전문학교에 다니며 본격적으로 사진을 배웠다고 하네요.
올해 봄에 학교를 졸업했고, 지난 아키바쇼 직후에 스모방에서 찍은 사진들을 모아 사진전을 열기도 했죠. 소식 듣자마자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제가 일본에 있는 것도 아니고... 올라오는 후기들 보면서 현지팬들이 정말 부러웠네요. 원래 일정에서 하루를 더 연장했다는 거 보니 반응이 상당했나봅니다. 언젠가 사진집 같은 걸 낸다면 좋을 텐데요.
https://www.asahi.com/articles/ASR9T3VKTR9DUTQP01H.html
(사진전 당시 아사히신문에서 나온 기사. 유료 기사라서 구독하지 않으셨으면 앞부분만 읽기가 가능합니다. 저는 할인 프로모션으로 구독해서 읽었고요. 기사 선물하기 기능을 써서 24시간 한정으로 남들도 읽을 수 있게 할 수 있는데 하필 구독 기간이 끝나버려서... 할 수가 없네요.)
그렇게 팬들에게 사랑받던 다이조가 이번 규슈바쇼를 마지막으로 단발식을 마치고, 오늘 공식적인 은퇴 발표가 스모협회를 통해 나왔습니다. 마지막 반즈케에서는 산단메 동 74번, 현지 출신(후쿠오카 오노조시 출신) 리키시로서 5-2라는 유종의 미를 거뒀지요. 마지막 14일차에서의 경기를 그만 라이브에서 놓쳐버려서 못 본 게 너무 아쉬워요. 센슈라쿠에 단발식 한다는 소식을 그 이후에 들었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타카다가와 페이스북이든 블로그든 본인의 마지막 짧은 인사라도 올라오길 바랬지만 역시 너무 큰 바램이었던 듯. 대신 블로그에는 (이번 규슈바쇼에서 마쿠시타 5번에 있었던) 오오츠지가 단발식 이후 같이 찍은 사진을 올려줬고, 어제 페이스북에도 공식 소식이 올라왔네요. 리키시로서의 마지막 모습을 제대로 사진으로 볼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제2의 삶은 역시 사진작가이려나요? 이제 스모방 한 곳에 묶여 있는 몸이 아니니 여러 스모방을 돌면서 사진을 찍게 될지 궁금합니다. 어쩌면 신문사 사진기자로 볼 수 있을지도. 어떤 길을 선택하든 그가 원하는 길을 오롯이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출처: 타카다가와 방 페이스북, 공식 사이트 블로그 (위에 링크 달아놓았습니다)
첫댓글 스모선수를 한다는것...본인의 젊은 시절을 그대로 녹여야한다는점. 행동에대한 제한이많다는점. 미래에대해 많이생각해야한다는점 등등이 있죠. 그래도 젊은시기에 얼른 스모인생 이후의 삶은 선택한것에 대해 좋게생각합니다. 은퇴시기를 놓쳐서. 또는 은퇴이후 할게없게됫을때(백수)라던지, 그런경우가많은데 이선수는 한살이라도젊을때 본인의 장점을 살려서 은퇴하는군요
리키시만 볼 수 있는 시선들이 있겠죠. 아타미후지 경기 직전 코리도 저만치서 응원을하는 츠께비토 사토루를 뒤에서 안아주는 미도리의 천진난만한 표정도 놓치고싶지 않은 장면이듯..
오래전 안젤 아담스나 mapplethorpe 같은 작가들 전시회 열심히 따라다녔던 기억이.. 얼마전 테마여행 tv프로에 베트남 사진작가가 나무단을 짊어진 어린 소녀 사진을 자랑스레 보여주더군요. 가난하고 힘들지만 이렇게 행복한 표정을 누구에게서 찾겠냐며.
아무쪼록 스모 세계의 놓치기 쉬운 순간들을 사진에 담아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기를.
스모의 여러모습도 찍어서 보여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