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지난해 12월 29일, KTX를 타면 2시간30분에 닿는 '출.퇴근 생활권' 서울~부산을 이틀에 걸쳐 내려갔다.
"2006년 한해 많이 힘들었을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었어요. 또 2007년은 좋은 일들만 가득했으면 하는 의미에서 세배 퍼포먼스를 펼치기로 했어요."
이들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시내버스 노선을 확보한 뒤 최단거리를 측정, 이틀 안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계획을 세웠다. 올해 만으로 24세가 되는 이들은 모두 '황금돼지'띠. 이중 돼지 모자를 쓴 서성록씨는 시내버스를 타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복을 가져다주는 마스코트로 소개하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서울~부산 시내버스' 행군은 29일 오전 7시30분부터 시작됐다. 서울 강남역에서 출발하는 수원행 버스 3000번으로 첫걸음을 뗐다. 이들은 버스에 올라 "2007년 다가오는 해 힘내시길 바라며 서로를 위해 박수를 쳐보는 것은 어떨까요"라고 제안했다. 서씨는 "힘들었던 2006년은 다 잊으시고 2007년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빕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큰 절을 올렸고 승객들은 박수로 화답하며 "장하다" "힘내라"고 격려했다.
이어 수원~오산~평택~온양~유구를 거쳐 공주~유성~대전~옥천으로 이어진 첫날 행군은 당일 저녁 6시50분에야 마무리됐다. 시나리오 상으로는 추풍령을 넘어야 했지만 공주에서 유성까지 가는 길에 만난 어느 한 할머니 때문에 계획이 다소 변경됐다. 아픈 며느리를 위해 음식을 싸 가지고 가는 할머니의 짐이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할머니의 짐을 들어 며느리가 있는 병원까지 모셔다 드리느라 1시간 정도 지체하게 됐다. 그래도 서씨는 "몸도 불편하신데 며느리를 간호하러 가는 할머니가 안쓰러워 짐을 들어드렸어요.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니 어깨가 가볍더라고요"라고 말했다.
하룻밤을 여관에서 묵은 뒤 이들은 다음날 아침 7시 옥천을 떠났다. 눈이 소복이 쌓인 옥천의 한 저수지를 넘어 양산을 지나곤 영동~추풍령~김천~구미~왜관을 거쳐 북대구~서대구~동대구~영천~아화~경주~모화~울산까지 한걸음에 달려갔다. 그동안 사람들을 향한 세배와 응원은 계속됐고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점심은 버스 안에서 해결했다. 오후 10시40분 드디어 부산. 그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24대 버스의 운전기사 24명에게서 받은 사인을 감격스럽게 흔들어 보였다.
사실 이번 프로젝트는 영상공모전에 내놓을 작품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서울~부산 시내버스 일주'를 하면서 더 큰 깨달음의 수확을 얻었다. 24대의 버스를 갈아타면서 24번의 큰 절을 하며 손바닥이 까지고 무릎에 멍이 드는 등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쳤다. 몇번인가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어김없이 '고마우신' 분들이 등장했다. 서씨는 "장하다며 1만원, 2만원을 세뱃돈으로 주신 분도 계셨고, 뻥튀기를 드시다 배고프겠다며 먹던 뻥튀기를 나눠주시는 분도 계셨어요. 또 모자 장사를 하시는 분은 머리가 시릴 것이라며 모자를 선뜻 내주시기도 했고요"라고 밝혔다. 그는 "그래도 아직은 따뜻한 세상이라는 것을 느꼈고, 앞으로 사회를 훈훈하게 만드는 영상을 만들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최근 한 동영상 사이트 공모전에 '서울~부산 시내버스 일주'를 출품, 최우수작품으로 뽑히는 기쁨까지 함께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