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저녁 한나절
김민술
9월 말 10 월초 연휴가 견우 직녀 오작교 연결이다. 직장 다니는 사람들을 조상님 성묘, 그리고 여유롭게 관광 여행으로 살맛이 낫다. 나는 정기적으로 먹는 약 떨어져 거래병원 처방받아 타 왔다. 어쩜 투약 양이 너무 많아서 한주먹 먹기 힘들어 성가시고 안 먹을 수도 없어 죽을 맛이다. 괜히 부화 나고 동생 보고 싶어 점심 사냥하게 제수씨 같이 왔으면 전화 했더니 쾌히 제수씨 동행이다. 역시 차편은 동생 차로 아내와 넷이 함께 전주 완주 접경 동족골 곰탕 집으로 차는 미끄러진다.
연휴인지 사람은 만원이다. 동족골 곰탕은 진하고 소금 안 넣는 게 고집이다. 건강 유념으로 손님이 알아서 적당히 넣는다. 거기다 밑반찬이 정갈하고 겉절이는 특유하다. 넷이 함께 찌그러진 툭 박이 쩔쩔 끓는 국물을 호루록 마신다. 반찬은 먹을만침 알아서 가저다 먹는다. 맛있게 감식했다. 차도 마시고 동생이 차 머리를 집으로 갈 줄 알았는데 구이 저수지로 행한다.
폭염은 자취 감추고 쾌청한 한가운데 가을, 덥지도 춥지도 않은 아주 좋은 가을날, 모악 산과 경각 산 사이로 병풍이 고즈넉하게 펼쳐있다. 장엄하다 못해 위대한 풍경이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있을까, 1953 년 착공 9년 동안 둑을 싸 1962 년 준공하여 담수한 저수지다. 오늘따라 잔잔한 물결이 가을 바람에 찰랑거려 은물결을 만들어 눈 부시다. 제방 둘래. 길 3.3킬로미터 잘 정리된 길이다. 언제나 처럼 걸었던 낫 익은 둘래. 길 처럼 느긋이 걷는다. 그런데 왜 발 뒤꿈치에 흙덩이가 매달렸는지 무겁다. 세월은 유리가 흡수 못하는 것 처럼 허우대는 괜찮은데 영 말을 듣지 않는다. 헛소리 아니고 나이 87, 극 노인데 하기야 지금도 산행도 즐기고 장애인 일자리도 참여한다. 하지만 세월이 풍화돼 별 볼일 없는데, 억지로 날 세어본다.
동생이 제빙길 들어가기 전 농협 매점 들러 무엇인가 한 보따리 들고 온다. 요즘 광고는 과학이고 예술이며 게다가 첨단 연출로 지루하지 않고 고객들 구매력을 높인다. 동생이 사온 보따리 열었더니 ‘시모나’ 찰떡, 포장 표지에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 찰떡, 글이 침샘을 자극하고 입에 너니 쫄깃하고 목구멍이 시원하고 촉촉하다. 이러니 애들이 안 살 수 있는가.
차는 달리고 갓길에 ‘들꽃마을’ 입간판이 눈을 사로잡는다. 얼마나 정겹고 예쁜 이름인가? 마을 사람들 꽃심으로 갈등 없이 정답게 살리라, 마을 지나 술테마 박물관에 주차하고 산 자락 내리막길 끝에 샛길 경각 鯨角길과 모악 母岳길이 나온다. 아들 낳고 싶으면 경각 길로 딸 낳고 싶으면 모악 길로 가라 한다. 이유가 궁금하지 않은가? 완주 구이 저수지 둘래. 길 사랑이 이루어 지는 손 잡고 걷는 산책 코스 같았다
.구이 호수는 잔잔하고 주변 산은 부드럽게 솟아 음양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저수지는 경각 산과 모악 산 사이에 형성된 골짜기에 수줍은 듯 자리하고 있다. 아내가 내일 도토리 줍게 다시 한번 오잔다. 아들 딸 입양하러 온다면 몰라도 도토리는 아니다.
(2023.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