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늘 일어나는 시간에 나를 깨웠습니다. 다른 때와 달리 이부자리를 털고 일어나지 못하고 게으름을 피우다 근 한 시간을 뒹굴 거리다 오전 6시 10분 전에 일어나 거실로 나갔습니다. 오늘따라 게으름을 피우는 주인의 행색을 알았는지 방문 앞까지 찾아와 컹컹 짖고 돌아갔다가 다시 와서 강도가 더 세게 짖어 되는 반려견 등쌀에 일어나 거실 주방가까이 설치된 식탁으로 나가 앉았습니다. 서둘러 혈압체크하여 체크리스트에 기록해 놓았습니다. 5분 간격으로 체크한 혈압은 117, 62, 60 그리고 107, 60, 60이었습니다. 체온은 36.8, 혈압체크를 한 후 알약 한 알을 복용 후 찜통에 고구마를 삶으려고 하다가 어제 이웃에서 보내준 고구마와 연시감이 떠올라 두 가지를 다 냉장고에서 꺼냈습니다. 감은 냉동실에 넣어 셔벗 감을 만들려고 넣어 둔 후 고구마는 너무 차 찜통에 넣고 약 5분간 덮여 먹기로 하였습니다. 5분 후 온기가 감도는 고구마를 꺼내 아침식사 대용으로 반려견에게 반토막을 주기 위하여 준비하여 싱크대 코너에 올려놓고 고구마와 차를 끓여 아침대용으로 먹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식사를 다 마친 후 반려견 몫으로 남겨둔 고구마를 꺼내 반려견에게 준 후 간단하게 청소를 끝내고 산책 나갈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오자 비가 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일기예보 상으로는 오후에 비가 온다고 하였는데 오전 8시부터 먹구름사이를 비집고 내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천기를 살펴보니 쉽게 끝 치는 비가 아니었습니다. 산책용 옷과 준비물을 전부 벗어놓고 다시 실내복으로 갈아입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실내에서 지내면서 할 소일거리를 찾아 몰입하기로 하였습니다.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지만 그래도 오늘 같은 기상환경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래도 정리정돈과 청소가 제일 적합합니다. 오전 내내 환경미화작업이라는 주제아래 월동을 준비하는 자세로 나름 잘 정비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반려견을 잠시 밖으로 데리고 나가 용변을 보게 한 후 다시 실내로 들어와 안락의자에 앉아 있다가 불현듯 노래방 기계가 떠올라 장비 점검을 헤보 았습니다. 우선 전원을 넣고 작동을 한 후 마이크 테스트까지 점검해 보자 모든 것이 정상이었습니다. 내친김에 선곡을 하여 노래까지 불러 음향까지 살피자면 부를 준비를 끝내고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지만 반주 따로 노래 따로 불일치로 곤욕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하였습니다. 그래 가만히 생각해 보니 노래를 불러 본 적도 요즈음에는 전혀 없고 노래방 반주기를 놓고 노래를 부른 적도 참 오래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녹슬어 버린 음감도 문제지만 발성감각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 삼일 반복하여 음감을 찾다 보면 곧 정상화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며칠 시간을 갖고 노력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우리의 인체라는 것은 반복하여 훈련되어 있지 못하면 자연퇴화된다는 사실을 여지없이 증명한 시간이었습니다. 반복하여 불러보니 서서히 자리를 잡아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후 책을 읽다 늦은 오후 비가 멈춰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걸음여행 복장을 챙겨 입고 트레킹화도 신고 우산 하나를 준비하고 산막을 출발하였습니다.
비 온 후 자연은 늘 신선감 깃든 아름다움을 대면하게 되어 참 좋습니다. 우선 물소리가 평소보다 몇 옥타브가 오른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얼핏 듣게 되면 졸졸 흐르며 내는 공명음 같은 물소리는 사람들이 모여 앉아 두런두런 정담을 나누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분명 환청이겠지만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정담처럼 행복한 일도 없을 것입니다. 주제는 아무 상관없습니다. 편안한 마음과 연민의 마음만으로도 족한 것이 정담입니다. 정담은 소음이 아니라 정을 나누는 소리이니 참 가치 있는 일이 아닌가 합니다. 대화의 소중함 새삼 흐르는 개울 물소리를 들으며 깨닫습니다. 산막에서 여러 날 지내다 보면 거의 묵언의 수준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것은 대화의 상대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단 한 번만이라도 침묵수행이라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수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반려견과의 교감에서도 대회의 뜻이 얼핏 묻어나기도 합니다. 사료를 주거나 먹을거리를 챙겨 줄 때 많이 먹어라 하고 툭 던지는 말을 알아듣고 달려들어 먹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 서 느낀 생각입니다. 그리고 청아한 새소리가 산막 추녀나 지붕 또는 뜰에 심어진 나뭇가지에 앉아 조잘거리며 한 동안 앉아 있을 때 그리고 바람소리와 햇살이 퍼지는 광경 속에서도 교감 어린 대화의 흔적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도 그리운 것은 누구에게나 사람과의 대화 일 것입니다. 만물은 어느 것이든 자신만의 대화법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는 글로서 독자와 대화를 하듯이 편지글도 하나의 정감 어린 대화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오랜 시간 잊고 살던 이에게 보내온 편지한 줄이 얼마나 소중한지 누구나 경험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새삼 푸른빛이 여물어 가을빛으로 채집되어 가는 자연물을 응시하면서 익어 고개 숙인 나락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두런거리며 움직이는 입술이 연상되었습니다. 그 사이로 새어 나오는 소리는 늘 참 소리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멈추었던 가을비 다시 또 떨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우산을 필까? 하다 말까 하며 스스로 웃으며 남은 길을 향해 어림짐작으로 숙련된 만보감각으로 산막으로 가는 길로 돌아섰습니다. 너무 앞서 간 반려견을 챙기기 위하여 어스름하게 쓰러져 가는 오늘 마지막 낯빛 사이로 파이야 하고 경계선의 의미인 소리를 보내 챙겼습니다. 그 녀석과의 이런 대화법은 늘 신속하게 통하는 것이 참 좋습니다. 어느새 돌아와 산막으로 돌아가는 길잡이가 되어 앞서가는 파이 모습이 참 의젓합니다. 싸락눈처럼 느껴지는 비를 맞으며 산막에 도착한 후 몇 줄의 안부를 챙기는 정담을 담아 편지글을 챙겨 두었다가 보내야겠다고 생각의 추렴을 해두며 언덕바지를 기분 좋게 오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왼손에 들고 있는 지우산을 내려다보면 가을비 우산 속이라는 유행가를 흥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함께 들어 보시렵니까?
그리움이 눈처럼 쌓여 가는 가을입니다. 그리움에 지치지 마시고 겨울이 오기 전 그리움을 사랑으로 풀어놓으시기 바랍니다. 갈수록 낮과 밤의 기온 차 크게 벌어지는 계절입니다. 건강, 건강 유의하시고 행복하시기를 소원합니다. 그리고 혹독한 겨울을 넘어 새 생명들과 함께 시작될 나날도 행복을 이어가시기를 기도드립니다.~~ 그대로 이루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