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하니리포터 가족 여러분.
저는 3월 20일 00:20 분경 귀가도중 홍은동 스위스 그랜드 호텔 근처에서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리포터 여러분께 제 경험을 말씀드리고 싶어서 글을 올립니다. 같은 상황이 재현된다면 여러분께서는 저처럼
당황하지 마시라는 뜻에서...
저는 연구실에서 책을 보다 늦어 시내버스 막차를 놓쳤습니다.(8번버스가 평상시 보다 10여분 먼저 떠나버렸지요.) 어제는 뭔가 이상한 날이었지요. 귀가 전 가방에 디지털카메라와 소형 녹음기 등을 챙겨 갈까 하다가 눈은 갔지만 그냥 무시하고 귀가를 서둘렀습니다.
집으로 가는 택시를 타고 가는데 앞으로 오트바이에 두명이 타고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스위스 그랜드 호텔 근처에서 오토바이가 넘어져
있고 한 사람이 쓰러져 있다 일어나서 다리를 절며 무서운 속도로 한
택시를 쫓아 가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앗! 사고구나. 뺑소니?"하는 생각이 들었고 제가 탄 택시도 뒤를
따랐습니다.
오토바이를 탔던 사람이 다리를 절면서도 계속 택시를 쫓았고 잠시
후 100여 미터 질주 후 앞서 달리던 사고 차량의 택시가 멈추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해당 택시의 승객이 멈추라고 계속 요구를 했다는 군요.)
택시가 멈추고 저도 타고 오던 택시에서 급히 내렸습니다.
"아 이런!" 택시 밑에 사람이 끼어서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사고차량운전자에게 사람을 먼저꺼내자고 하였습니다.
운전기사는 차를 후진하고 끼어 있는 사람을 가까스로 끄집어 내다시피 하였습니다.
그 후 응급처치가 필요하고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피해자를
부축하고 있는 사이 가해 운전사가 "차를 옆에 세우겠다.'고 한 후 차를 몰고 갑자기 사려져 버렸습니다.
피해 여성은 옷이 갈갈이 찢끼고 메고 있던 가방은 도로 바닥에 심하게 긁혀서 또한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습니다.
소리를 지르며 여자는 고통을 호소하고 발목을 보니 찢어진 신발과
양말 사이로 뼈가 돌출하여 있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허리와 다리 팔의 통증에 "죽을 것 같아요. 살려주세요."라고 소리를 지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119응급차량이 올 때까지 혹시 움직이면 허리 등의 신경에 문제가 있을까봐서 옆에서 계속 부축해 주면서 통증을 잊으라고 말을 시키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100여 미터를 택시 밑에서 깔려서 차와 함께 아스팔트를 질주하게된
피해자의 고통을 저는 미루어 짐작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근처를 순찰하던 경찰차량이 사고 직후 6분여 지나 도착했습니다.(119에도 신고가 들어가고) 그리고 10분여 지나 119응급차량이 왔습니다.
* 문제 하나! (수송시 환자의 부상 상태를 점검하고 허리통증과 다리
등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에 대한 사전 부상상태 조사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들 것에 바로 올려 놓고 하여 혹시나 모를 신경마비 등의 걱정이 되었습니다.
제가 오히려 신경마비 등의 이유를 들어 조심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으니까요. 우리의 응급구조 절차상의 문제를 하나 지적합니다.)
그 피해 여성은 강북 삼성 병원으로 후송되었습니다.(잘 치료를 받고
빨리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가해차량의 승객과 함께 현장목격을 진술하기 위해 은평구 서부
경찰서에
갔습니다.
그리고 한겨레 사회부에도 제보를 하였습니다.
경찰서에서 목격 내용을 적고, 가해 택시의 승객의 말을 들어보면
'스위스 그랜드 호텔 근처에서 가해 차량이 불법 유턴을 하다가 오토바이를 치고 나서 방향을 돌려 홍제역 방향으로 질주를 하여 타고 있던 승객이 정지를 계속해서 외쳤다는 군요. 그리고 피해 오토바이 차량 운전자는 같이 동승한 친구가 차 밑에 끼어 차가 질주해서 정신없이 온 힘을 다해 가해 차량을 뒤를 쫓았고......)
경찰서에서 목격자 진술을 하고 신분증 카피를 하고 .....
그리고 서로 알고 있는 차량번호를 말하여 차적 조회를 했습니다.
가해 차량의 승객은 차량 뒷 번호를 기억하고 있었고 제가 타고 있던
택시의 운전기사는 차량이 프린스 개인 이었다고 말해주고 오토바이를 탔던 피해 남성도 가해 차량번호를 말하여 조합하여 조회를 한 결과 15여분 만에 차량조회가 끝나 가해 차량 소유자를 알게 되었습니다.
.......
조사 후 경찰차를 타고 귀가하던 중 , 가해 차량 운전자가 현장에 다시
돌아와 경찰과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다행입니다.
차량 밑에 여자가 깔려 있다는 것은 모르고 달렸다고 생각하지만, 그
운전자의 택시가 조금만 빨리 멈추지 않았더라면, 다른 사람들의 제지가 없었더라면
목숨을 앗아 갈 수도 있었다고 봅니다.
차량에 매달려서도 아니고 차량 밑에 끼어 아스팔트에 내 팽게쳐져서
....
끔직한 상황이었습니다.
리포터 여러분!
저는 그 당시 너무 당황하여
1) 택시 번호도 볼 생각을 못했습니다.
2)제가 택시를 타고 왔다는 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저를 태우고 온 택시기사님께서 제가 타고 왔다고 말해서 내가 택시를 탔구나!
고 알았습니다.)
3) 심착성을 상실했습니다. 환자 앞에서 그 고통에 압도되어 .......
여러분께서 저와 같은 경우를 당하신다면
1)먼저 차량 번호를 적거나 기억을 먼저하시고
2)환자가 당황하지 않도록 하시고
3)본인도 침착하게 대처하시기 바랍니다.
리포터 여러분, 항상 펜과 종이를 호주머니에 준비합시다. 그리고 가벼운 응급치료법도 배워두고 무엇보다 당황하지 말고 제 3자의 입장이 되어 차분하게 대처하도록 했으면 합니다.
오늘 새벽 백종호 기자님만 제가 괴롭혔습니다. 한밤중에 전화를 해서...한겨레에 알려야 하는데 하는 생각에..... 제가 보기에는 넘 끔찍했거든요. 빨리 제보를 하자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여러분, 항상 차 조심 합시다. 그리고 여러분은 저와 같은 상황에서 당황하지 마시고 침착히 대응하시기를 바라는 맘에서 적었습니다.
피해자들의 쾌유를 빕니다. 그리고 차 밑에 끼어 가는 여자친구를 위해 본인도사고로 아픈 몸일텐데 다리를 절면서도 초인의 힘을 발휘하여 질주하는 택시를 끝까지 추적한 남자친구에 경의를 표합니다.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남경국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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