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 출신의 학교 후배 몇몇이서 영축산 종주산행을 도와 달랜다. 그래서 이름하여, 「통도사 17 산내 암자 도보순례」를 기획하였다. 원래는 4 명이 가기로 했는데, 둘은 개인 사정으로 불참. 김박 · 강박 등 셋이서 내 차로 부산을 7시 넘어 출발. 8시쯤 산문 주차장에서 산행 개시. 참가자 면면을 보니, 진행자의 입장에선 후미 그룹에 대한 부담이 없어 좋다.
도보 순례 개념도
산문 주차장에서 바라본 나들목. 수목과 아파트 사이로 진행함.
관음암에 도착하니 예정 시간보다 약 10분 정도 지체되었다. 그래도 강박(개업의)은 암자 구석구석 핧는다. 이렇게나 독실한 불자인 줄 …. 한동안 평탄한 길(그래서인지 양박은 끊임없이 조잘조잘 … ㅋ)이던 게 임도와 교차되는 지점부턴 급경사다. 헥~헥! 그래도 한라산 때와는 달리 등짐이 가벼워서 매우 흡족했다.
관음암의 고색창연한 관음보살
암자의 마당이 2층 구조로 되어 있다. 보통의 경우 만세루를 지은 다음 그 누각의 1층에 저런 계단을 만들어 놓는다. 1층은 속계인 반면 2층은 부처님이 계시는 화엄세계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이윽고 도착한 취서산장! 가 보신 이들은 알리라. 절벽 위에 세워져 있기에 조망은 끝내준다. 안방은 자글자글 끓는다. 숨을 고르고 바로 출발했으면 싶은데, 어느 순간에 강박이 동동주 1되(만냥)와 두부김치(역시 〃)를 게사 시키고 만다(30분 정도 지체됨). 산객들이 뜸한 혹한기이기에 술이 초가 되기 직전이다.
산장을 지나자 곧 눈이 이만큼이나 쌓여 있다. 아이젠을 꺼내 신고 … 11시쯤 정상 접수. 우리 외엔 50대로 보이는 한 쌍의 남녀가 있을 뿐이다. 근데 이들은 아이젠도 없다. 어디로 올라 왔나? 물어보는 내용으로 미루어 완전 초보인 것 같다. 주변 산세를 묻고 답하다보니, 점심도 아니 가져왔댄다. 허~참! 영축 산신령인데 땡깡부릴 일 있나? 그래서 우리 일정과 코스를 소개해 주면서 준비해 간 개념도를 참고하라꼬 건네줬다. 아~ 참, 고급 정볼 또 하나 건네줬다. 함박등 → 함박재를 거쳐 백운암엘 가면 점심 공양을 공짜로, 눈치볼 필요없이 할 수 있음을 … 얼마나 고마웠든지 아줌씨는 백운암에서 배꼽인사를 하고 가더라.
백운암에는 이미 수많은 산객들이 마당에 마련된 식탁에서 떡국을 드시고 계신다. 난 법당불전함에 세종대왕을 시주하는 걸로, 강박은 떡국 배달꾼으로, 김박(센텀병원 영상의학과장)은 자리 지킴이로 직무를 분할했다. 아나운서 급의 낭랑한 목소리로 ‘생명의 말씀’을 틀어주고 있다. 차~암 행복하다. 역시 꽃보다 사람이 더 아름다움을 느낀 첫 번째 시간이었다. 난 떡국만 해도 많은데, 양 박은 가져온 밥까지도 한 치의 갈등도 없이 풍덩~(에구~ 똥구녕이 욕하겠수!)
길따라 쭉~쭉 내려간다. 어려울 것 하나도 없다. 이정표가 워낙 잘 되어 있으니 …. 비로암을 둘렀다 극락암엘 가니, 「극락영지」 위 홍예교가 일품이다. 돌을 하나하나 맞추어 기둥 없이 무지개다리를 만들어 놨다. 여성들은 잘 못 올라설 정도로, 한 가운데는 어지럼이 심했다.
용감무쌍한 김박! 기둥 하나 없이 돌조각 하나하나를 끼워 넣은 경이로운 모습이다. 생각과는 달리, 저 한복판엘 서면 어지러움이 심하다.
다음엔 반야암이다. 반드시 공양깐 옆 쪽문으로 나가 바로 숲길로 들어설 경우, 한 20분쯤 단축시킬 수 있다. 50대 중반의 중늙은이 둘이 체신머리없게도 암자를 관통하는 개울물 위의 출렁다릴를 타고선 알라들마냥 즐거워한다. 서축암 → 금수암 → 자장암.
자장암! 「자장동천」과 金蛙로 유명하다. 통일신라 때 자장율사가 여기서 공불 하셨는데, 공양을 위해 쌀을 씻는데, 개구리가 자꾸만 물을 흐리게 했단다. 존 말로 타이르다가 끝내는 큰 바위의 구멍 안에 가두기에 이른다. 그 개구리가 아직도 그 구멍 안에 살아 계신단다. 그래서 수많은 이들이 금와를 친견키 위해 이 암자를 찾는다. 우리의 양 박도 들여다보는 거리와 각도를 조절해 가면서 애를 써보지만, 벌레 씹은 표정이다. 소용 없슈~ 마음이 깨끗해야 …. 그러면서 4년 전 내가 금와를 친견했을 때 찍은 사진을 보여주니, 입을 못 다문다. ㅋㅋ
이젠 사명암으로 넘어가야 한다. 잘만 하몬 무려 40여 분이나 단축시킬 수 있다. 먼저 금와堂 뒤편 야산에 3층 석탑이 보인다. 그 탑에서 무명봉을 거쳐 지나야 한다. 그 탑 오른 쪽 뒤편부터 산길의 한 2~30m 정도는 길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단다. 또 암자에서 탑까지 가는 길이 없다. 그래서 주위 눈치를 살피면서 월장해야 하는데, 강박은 배낭이 나뭇가지에 걸리고 석축 모서리에 끼이면서 버벅대고 낑낑댄다. ㅋ. 내가 앞장서서 가는데, 한참을 가도 분명한 길이 안 나온다. 혹시나 하는 맘에서, 강박보고 앞장서랬다. ‘역시나’ 였다. 그래서 김박이 GPS를 켰는데, 에궁!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더라. 무명봉을 거쳐야 하기에 오르막 모드여야 하는데 내리막이었으니 … 강쌍김의 긴급 3자 영수 회담을 열고선, 우선 큰길로 탈출하기에 이르렀다. 에구~ 초대형 알바 덕에 단축은커녕 생고생만 했다. 나중에 그 산길이 사명암 대문과 함께 도로의 양쪽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확인하고선, 양 박은 매우 통분 애석해 하더라!
3층 석탑 오른 쪽 뒷길로 나가 무명봉을 거치면 사명암 일주문 바로 앞의 이 길로 나온다.
그 옛날 사명대사가 공부하셨다는 암자를 나와 오솔길을 질러(꼴랑 3분 단축. ㅋ) 백련암으로 간다. 지난 여름 한 달 보름 정도 머물렀던 요사채의 내 방 마루에 걸터 앉아본다. 특히 여름 소나기라도 쏟아질 때면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매우 평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곳이다. 처사 님과 공양주 보살님이 무척 반기신다. 신도회 회장 집과 고시생 공부방을 지나 옥련암으로 거울을 건너간다(백련암 텃밭 끝구역을 스쳐 지나가면 말라빠진 계곡이 나옴. 약 10 여분 단축)
통도사 경내 부지가 약 백 수십만 평 되지 싶다. 그러니 곳곳에 특용 작물을 심어 놓았다. 문제는 그 밭 가장자리에 이런 고압(?) 전선을 설치해 놓았더라. 그러니 조심해야 한다. 잘못하다간 내일부터 버스에 올라 볼펜 팔아 연명하게 될지 모른다. ㅋㅋ
변비에 특효라는 ‘장군약수’로 유명하다. 공양칸 앞 급수대에서 물통을 채우고 있는데, 마침 주지 스님이 공양하러 나오신다. 합장을 하니 의례적으로 합장하시다가, 곧 깜짝 놀랜다. 요즈음엔 뜸했지만, 인연을 맺은 지 한 30년 정도 된 것 같다. “등산오셨습니까? 모두들 공양하러 가십시다” “예~” 했는데, 공양칸에 들어가질 않고 자꾸 주위에서 머무신다. 그래서 실은 산내 암자 순례 중인데 아직 네 군데가 남았다고 하니, 서운암으로 질러가는 길을 알려 주신다. 모른 척하고선, “아이쿠~, 고맙습니다” 캤다.
옥련암. 변비와 피부 미용에 탁월한'장군약수'로 유명하다. 주지 스님이 신학대학 출신으로 크리스마스엔 '경축, 예수보살 오신 날'라는 플랭카드를 암자 입구에 내건다. 문살이 이쁘고 특히 '큰빛의집'이라는 현판과 주렴이 한글인 점이 이색적이다.
이 길은 무려 40분 정도 단축된다. 작은 법당 옆길로 들어가면 공사장이 나오는데, 왼쪽 모퉁이로 들어서면 서운암 장경각이 보인다. 하나도 안 어렵다! 길이 없다. 뻘을 지나고 경사진 토사를 허무면서 개울을 건넌다. 많이 불편타! 개별 암자들을 연계시키는 길을 큰절 차원에서 정비해 두면, 산내 암자 도보 순례가 든든한 여행상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아마도 개별 암자 간에는 경쟁 등으로 네트워크이 부정적이고 폐쇄적인 성향이 많지 않나 여겨진다.
개별 암자의 역량으론 도저히 일궈낼 수 없을 정도의 큰 역사다.
개울 건너면 곧 서운암 장경각이 나온다. ‘16만 도자 대장경!’ 개별 암자로서는 도저히 이뤄낼 수 없을 것 같은 대단한 역사인데 …. 난 한 댓번 들어간 것 같다. 하여 양박이나 갔다오라고 등을 떠밀었다. 대신 젊은 남녀가 데리고 온 아기 강아지와 놀았다. 날 잘 따른다. 나이가 드니, 외로움을 잘 타게 되더라. 애들은 멀리 있고 … “자기야~ 우리도 강아지나 한 바리 키우자!”
영축산 정상을 배경으로
암자 중 가장 초라하고 궁색하며 또 저렴한(ㅋ) 수도암 옆문(연한 푸른색의 빗살 철문)을 나서니, 암자에서 멧돼지 식사 용으로 과일과 음식 찌꺼기를 모아 놓았다. 곧 이어 멧돼지 목욕탕이 나온다. 그러고 보니 사위가 어둑어둑한, 도야지 식사시간이 다돼 간다. 어~ 비상용 호각을 배낭에 매 두었는디, 없다. 할 수 없다. 노래를 불러야지! ㅋ. 핫~ 핫~ 핫! …. f(x)의 hot summer! ㅋ
멧돼지 목욕탕
이미 어두워졌기에 안양암 등을 처삼촌 묘소에 벌초하드끼 했으면 좋겠는데, 강박은 말리지 않으면 108 배라도 할 기세다. 안양암 정문을 나와 큰절 옆 개울을 스쳐가면 다리가 하나 나온다. 건넌 다음 다시 위로 역주행을 한 100m 쯤 하면, 문살이 칼라풀하여 이쁜 취운암이 나온다. 마지막 보타암엘 갔는데, 깜깜해서 뭐가 뭣인지 잘 모르겠다. 일별하고 혼자 나왔다.
취운암의 이쁜 문살
여기서 산문까지 족히 30분은 걸어야 한다. 우짜꼬? 얼른 먼저 나와, 신평 콜택시(055- 367-4700)로 콜하거나 빈 택시(50% 디시)를 잡을 요량이었다. 근데, 참말로 근데~ 깔끔한 승용차가 한 대 내 앞에 서더라. 그 때까지만 해도 뭔 시츄에이션인지 참말로 몰랐다. 창문이 열리면서, “어디까지 가십니까? ” “쪼오기~ 산문요!” “타시지요” 그제서야 국가적 재난이 일어났는 양, 암자 안에서 배낭 정리를 하던 양박을 급하게 불러댔다. 비구니 스님이었다. 내 눈에는 김태희보다 더 이쁘더라. 최소 탕웨이 급은 되겠더라. 이런 저런 이야길하는데, 산문까지 금방이더라. 아~ 아쉽다! 라떼 한잔하자고 할걸 …. 전번이라도 받아놀 걸…. ㅋㅋ. 이렇게 정리를 해도 될랑가 모리겠다. 결국 남자는 잘 생겨야 한다. ㅋㅋ. 깜깜한 밤길에 우락부락한 산적 같이 생긴 사내가 게다가 먼지투성이의 산객으로 서 있었다면 또 게다가 여성의 처지로, 세워주었을까?(으흠! 으흠!) 꽃보다 사람이 … 두 번 째
근데 다음 날 출근 길, 차문을 여니 바닥에 말라버린 흙의 발자국이 요란스럽다. 왜 아니 그렇겠나? 개별 암자들이 경내 구획 정리는 깔끔하게 하면서도 암자들을 연결시켜주는 통로를 딱아놓질 않았기에 우리는 뻘밭을 헤매고 다닌 셈이다. 그러니 ….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아차~ 싶었다. 내 차보다 먼저 올라탄 비구님 스님 차는 어떤 지경이었을까? 갑자기 가슴에 큰 멍울이 생긴다. 혹시나 하는 맘으로, 부랴부랴 통도사 HP에 들어가 보았지만 자유게시판에 글쓰는 방법이 나와있질 않다. 이걸 어쩌나~ 마음이 순정한 탈속인이기에, 차량은 월매나 깨끗하게 관리해 왔을까? 어쩌나~ 나로선 별 방법이 없다.
양박이 의논을 하더만, 뒷풀이는 우리 동네가서 하잔다. 고맙네! 식당에선 김박이 한우를 시키더만, 오늘은 자기가 계산하겠단다. 우~와!(꽃…, 끝! ㅋ) 술이 몇 순배 돌고나니, 석골사로 종주 산행(13 시간 예정으로 출발했는데, 종주에는 실패하고 맘. 원래 16 시간의 난이도 극강인 코스임)을 떠난 또 다른 코스 팀이 도착하면서 분위기 메이커인 홍일점인 ‘함’이 등장하자, 식당은 우리가 전세낸 것 같이 불금보다 더 좋은 ‘일밤’은 더욱 뜨거워만 가더라.
온 산야가 진초록으로 물들었을 때, 죽마고우들과도 함 가보고 싶어 올립니다. 정상을 기준으로 오른 쪽 4 암자와 영축산 정상을 생략하면 즉 백운암에서 시작하게 되면 한 5 시간쯤 소요되지 싶습니다.
첫댓글 우선 동기의 글을 읽어면서 하루코스로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지난번에 우리의 동기들도 자네가 다녀 온 course는 아니지만 기억이 있어서 여기 cafe를 검색하니 2010년 2월의 산행으로 지내마을 - 취서산장 - 영축산 정상 - 백운암 - 극락암 - 지내마을로 다녀왔는데 산행이 무려 6시간이 소요되었서 역시나 자네와 젊은이(?)들의 힘이 부럽네!!
또한 언제가는 참고 자료가 될 course 안내도와 함께 선명한 사진과 산행일지를 재미있게 잘 보았네.
언젠가는 자네가 다녀온 意味있는 곳을 한 번은 다녀오고 싶은 곳인데 생각과 같이 체력이 뒤받침하여 줄지가 question mark 이네.그리고 친구는 꽂보다 사람이라고
내도 영축산 한번 더 가보고 싶푼디 가것나 휴~
하였는데 아침 동네 등반길에 만난 어떤분은 성악을 전공하였는지는 모르지만 우리가곡을 산에서 곧잘 부르고 하신분이 계셨는데 그 노래를 들은 또 다른 어떤분이 "새 소리가 아무리 아름답다고 하지만 역시 사람보다 못하다"는 말씀을 들언 적이 있다네 역시 인간은 만물의 영장위에 있는가?
친구야~ 우리는 이 코스로 10 시간 5분 걸렸단다. 그래서 우선 개념도를 살펴 보시게! 산문과 영축산 정상을 일직선으로 그은 다음 우측에 있는 4 암자 그리고 정상은 생략한 채 왼쪽의 암자만 둘러보면 아마 5시간쯤 예상된다네. 그 정도의 시간은 정기 산행 때와 같질 않나? 다만 내가 남달리 암자 사이를 질러가는 길을 많이 알고 있다는 거지. 5월!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에는 온 산야가 진초록으로 그 자태를 뽐내고 있을 때 그 때는 환상, 몽환적이라고 해야 할 게야.
지산마을 - 취서산장 - 독수리바위 - 영축산 - 샘터 - 반야암능선 - 지산마을 코스는 도상거리 약 7Km로 산행시간 4시간, 휴식 및 중식시간 1시간 후미기준 30분 더하기해도 5시간 30분 소요되니 정기산행으로 딱~
지산마을 - 취서산장 - 독수리바위 - 영축산(1,081m) - 함박등(1,052m) - 함박재 - 백운암 - 극락암 - 반야암 - 지산마을 도상거리 9.8Km 약 5시간 소요, 휴식 및 중식시간 포함해도 6시간 이면...
체력이 될려나? 좋은 날 택해서 21산우회랑 친구가 산행대장이되어 안내 한번 하여 이끌어 주려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