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9시, 원지동 느티나무아래 백록 춘계산행을 위하여 집합하기로
늘 상 일찍 일어나는 습관에 어제 저녁에도 대취하여 잠이 들었어도 5시에 어김없이 기상하였다.
컴퓨터 확인하고 여름철 반바지 찾느라 온통 다 뒤져 찾다보니 바로 눈앞에 찾기 좋게 둔 것을.
모처럼 후배들과의 산행이라 처가 여러 가지 안주를 담고 부추 해물전을 부쳐 준다.
술은 확보한 가양주 한통이다.
8시 30분 서초동 아파트를 처의 차로 나선다. 집으로 돌아 올 때 처가 운전해 가면 되니까.
보통이면 20분이면 도착할 거리인데도 염곡교차로에서 신호가 3번이 바뀌어도 진행을 못하고 얌체 차들이 비집고 들어온다.
내려서 두들겨 패 줄 수도 없고. 9시가 넘어 후배로부터 전화를 받고, 간신히 도착하니까 9시 15분,
평소보다 시간이 두 배가 더 걸렸다. 이미 여러 명의 후배들이 와있다.
다른 후배 하나가 아직 양재동이라 하여 후배가 얻어 온 국순당 막걸리 샘플 한잔을 마시고 나니까 알딸딸해서 에라 모르겠다
배낭도 가볍게 할 겸 술과 안주를 펼쳐 낸다.
9시 45분 드디어 산행 시작. 초입부터 쉬운 코스로 가자고 누군가 엄살을 떤다.
나 역시 비슷한 컨디션이라 가장 경사가 완만하고 조용한 진달래능선으로 잡는다.
첫 번 쉼터인 약수터는 그래도 물이 흘러 나와 한잔 청하고, 유명한 삼각지 김 용안과자점의 전병, 생강과자, 땅콩과자 등
촌스러운 과자를 먹는다. 어디선가 꿩, 꿩하는 꿩소리 들리고 보이지도 않는 이름 모를 새가 따라 오며 노래한다.
이윽고 오르막의 끝, 진달래능선의 시작이다.
진달래는 푸르름으로 바뀌었고, 언젠가 장마철 마치 삼태기처럼 생긴 근사한 색의 노랑 삼태기 버섯을 이곳에서 보았지요.
다음 쉼터에서 한 후배가 미국에서 사 온 오리지널 오레오와 쵸컬릿,
또 다른 후배는 며칠 전 프랑스 출장에서 가져온 쑈콜레를 먹으며,
만나는 쉼터마다 쉬었기 때문에 오늘의 산행은 “청계산 쉼터 산행”으로 명명하였다.
갈림길에서 능선과 옥녀봉으로 오르는 코스를 잡고 곧이어 능선과 옥녀봉으로 나누이는 길에서
옥녀봉을 다녀 온 것으로 하고 능선 길로 바로 빠져 오늘의 정상인 쉼터에서 한판 벌인다.
술이 소주, 이과도주, 홍삼주 등, 안주는 과일과 내가 가지고 간 블루베리, 땅콩, 북해도산 어포까지,
어렵소, 한 후배가 스팸까지 딴다. 숲속의 맑은 공기 속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시간들이다.
누가 오후 꼭 가야할 결혼식, 다른 후배는 자기는 12시 이전에 지붕 있는 곳에서 반드시 식사를 하여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고,
힘든 산행을 싫어하는 대다수의 회원들 의견에 따라 바로 하산 길로 접어들었다.
전나무 우거진 7부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약수가 있는 제 1 야영장으로 나온다.
이 약수는 몇년전 내가 그 위의 숲에 소변을 보았더니 아직도 맛이 찝질하다. 믿거나 말거나 !
내려오는 길가에는 조금 있으면 보랏빛 꽃을 피울 비비추, 노란 꽃이 아름다운 피나물과
그 아래의 팔각정 옆에는 금낭화를 심어 놓았네.
마지막 다 내려와서 인원을 확인하니 3명이 안 보인다.
내 그래서 이런 산행을 할 때는 앞뒤사람거리는 10미터 이상을 이격시키지 말아라. 하였는데.
이럴 때는 편리한 휴대폰,
겨우 일행을 모두 모아 “정선으로 가는 길”에서 곤드레 돌솥 나물밥과 돼지고기 구이를 시켰다.
우리가 늘 좋아하는 계란 찜, 꽁치 고추장 무 졸임, 특이하게도 곰취 장아찌와 뽕잎 나물이 나왔다.
밥을 비벼 먹을 때는 양념장이나 된장으로 하고, 밥을 퍼내고 난 뒤의 돌솥에는 물을 부어 누룽지를 만들고.
참 술을 뺄 수가 없지요. 맥주, 막걸리와 25도짜리 빨간 뚜껑 진로 소주 한 병까지 청하여
토요일 점심을 기분 좋게 보내고 후배 차를 타고 귀가하였다.
무엇이 부족하였을까?
그러나 오늘도 등산으로 체중조절은 완전히 글렀다.
첫댓글 여기에서 백록은 나의 45년 된 고등학교 써클입니다.
유교수는 그렇게 많이 먹으면서도, 그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신통합니다. 나도 아마 당뇨 없었으면, 유교수 버금가게 먹었을 것 같은데, 그놈의 당뇨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