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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01 통권 564 호 신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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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빠진 기(氣) 채워주는 가을 섭생법 |
추어, 장어, 전어와 ‘ 화이트 푸드’로 정력 쑤욱, 피로 싹! |
이윤진 건강전문 프리랜서 nestra@naver.com |
여름을 보내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다름 아닌 정력.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와 열대야로 잠을 설치다 보면 식욕도 떨어지고 기력도 바닥난다. 정력에 문제가 생기면 집에서나 바깥에서 자신감을 갖기 힘들어진다. 가을을 활기차게 보내기 위한 각계 전문가의 제철 정력 보강법. |
무더위가 한풀 꺾여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기도 하지만 몸은 좀처럼 여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 몸은 바뀐 계절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 여러 가지 이상증상을 나타낸다. 기운이 없고 비실거리며 늘 졸음이 온다. 이렇듯 어떤 일에도 흥이 나지 않고 귀찮게만 느껴진다면 몸이 아직 계절의 순환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어떻게 하면 거머리처럼 달라붙은 여름의 피로를 털고 몸도 마음도 신선한 가을을 맞을 수 있을까.
여름 동안 빠진 기운을 보충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보양식 섭취다. 경희대 한의대 이경섭 교수(강남경희한방병원장)는 “추어탕, 장어, 붕어 등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한 제철 생선요리를 즐겨 먹으면 원기회복에 좋다”고 추천한다.
가을에 제 맛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추어탕’. 그 재료인 미꾸라지는 추어(鰍魚)라는 한자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여름에 빠진 기를 보충해주고 가을을 준비하는 데 더없이 좋은 보양식이다. 추어탕이 우리 역사에 처음 모습을 나타낸 것은 고려 중엽으로, 송나라 사신 서긍의 ‘선화봉사 고려도경’에 고려인이 미꾸라지로 탕을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서민들 사이에선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추어탕을 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을 생선의 힘
추어탕은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과 조리법이 다르다. 경상도에서는 미꾸라지를 삶아 으깨서 어린 배추, 토란대, 부추 와 함께 맑게 끓이고, 거기에 고추, 방아잎과 산초를 넣어 그 맛이 매콤하면서도 독특한 향을 낸다. 전라도에서는 된장과 들깨, 산초로 맛을 낸다. 서울에선 사골과 내장으로 육수를 내어 두부,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고 끓이는데, 다른 지역과는 조리법과 맛이 달라 ‘추탕’이라고 한다.
‘동의보감’에는 미꾸라지가 “맛이 달고 성질이 따뜻하며 독이 없어 지라와 위장을 좋게 하고 설사를 멎게 한다”고 씌어 있다. ‘본초강목’에서도 “미꾸라지는 배를 덥게 하고 원기를 돋우며, 술을 빨리 깨게 한다. 정력을 보하여 발기불능에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미꾸라지의 약용 효과를 극찬했다. 미꾸라지는 위에 부담이 없고 소화가 빨라 위장질환을 앓거나, 나이가 들어 소화력이 떨어진 경우, 수술 전후 회복식으로 먹어도 좋다.
정력을 증강시키는 식품으로는 장어를 빼놓을 수 없다. ‘첫날밤 치르기 전에 장어를 먹어라’라는 옛말이 있을 만큼 장어는 정력에 효과가 크다. 특히 가을 장어는 산란기를 대비해 온몸에 풍부한 영양과 맛을 숨겨놓고 있어 최상의 보양식이라 할 수 있다.
해원한의원 신재용 원장은 그의 저서 ‘남성동의보감’에서 “장어를 통에 넣고 막대로 휘저으면 피부에서 끈적이는 점액이 나오는데 이 점액이 바로 장어에서 얻는 천연의 강장제”라고 설명한다. 또 불에 양념이 떨어지면서 나는 연기를 가지고 장어를 구우면 강장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게 신 원장의 설명이다. 장어구이집이 대개 도심에서 다소 떨어진 바람 잘 통하는 곳에 자리잡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해 고단백 식품의 으뜸이라 하는 장어는 생식작용에 관여하는 비타민A 함유량이 쇠고기의 200~500배에 달할 만큼 풍부하다. 신혼 첫날밤을 치르기 전에 장어를 먹이는 것도 나름대로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셈. 예로부터 아픈 사람에게는 장어를 먹이지 말라고 했는데, 이는 몸이 허한 사람이 장어를 먹고 넘치는 정력을 주체하지 못해 몸이 더 상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을 전어도 강정식으로 빠질 수 없다. “가을 전어 맛은 깨가 서 말”이라고 하지만, 영양도 맛에 뒤지지 않을 만큼 풍부하다. 한여름부터 잡히기 시작하는데 가을이 다가올수록 기름기가 많아지고 고소한 맛도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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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말도 있다. 집 나간 며느리도 불러들일 만큼 별미로 꼽히는 가을 전어의 보양 효능은 그 살에 있는 지방질에 있다. 이 시기에는 봄이나 겨울에 비해 3배 이상의 지방이 붙는다. 지방이 풍부하다고 하면 성인병을 우려하는데,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전어 지방의 대부분은 불포화지방산으로 오히려 성인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생기는 글루타민산과 핵산이 풍부해 두뇌 성장과 간 기능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건강한 노후를 위해 투자하고 싶다면 올가을, 전국 각지의 전어축제장을 찾아 전어로 배를 채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 시기에는 뼈와 껍질까지 통째로 먹을 수 있다는 점도 가을 전어의 매력 중 하나다.
천연 비아그라, 오자(五子)
등 푸른 생선 고등어도 가을이 제철이다. 허영만의 만화 ‘식객’을 보면 “가을 배와 가을 고등어는 며느리에게도 주지 않는다”는 속담을 소개하며 가을 고등어의 절묘한 맛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고등어는 가을이 되면 살에 지방이 차오르면서 그 맛이 절정에 달하는데, 이때 살코기의 지방함유량이 20%까지 올라간다. 고등어의 평균 지방함유량은 16.5%. 또 고등어는 DHA의 보고(寶庫)로 뇌기능을 증진시키고 치매, 동맥경화, 뇌졸중, 심근경색 등 각종 성인병 예방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한방에서는 전통적으로 여름에 지친 몸의 강장을 위해 주로 오자(五子)를 처방해왔다. 오자는 오미자, 구기자, 차전자(질경이씨), 복분자, 토사자(새삼씨) 다섯 가지 열매를 가리키는 것으로, 예로부터 천연 정력제 구실을 해온 한약재다. 박경호한의원의 박경호 원장은 “한방에서는 신장 기능이 생식능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에 신장을 강화하는 약재를 먹으면 정력을 증강시킬 수 있다. 특히 ‘자(子)’로 끝나는 약재에는 심상치 않은 효능이 숨어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들을 모아 오자라고 부른다”라고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한방에서는 ‘열매는 뿌리를 보한다’고 해 열매를 많이 먹으면 남성의 뿌리, 즉 정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오미자는 남성의 정기를 돋우는데, 특히 오미자로 만든 조청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액이 흐르는 몽정, 유정, 활정을 다스리는 데 쓰인다. 또 오미자는 단백질 합성을 자극해 정액 생산에 영향을 미친다. 만약 사정에 문제가 있다면 오미자를 먹는 것이 좋다. 산딸기의 일종인 복분자는 ‘100살 노인이 복분자를 먹고 요강에 소변을 보니 요강이 뒤집혔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한방에서는 정력의 ‘전설’로 자리잡고 있다.
정력에 좋은 것으로 따지면 구기자도 복분자 못지않다. ‘본초강목’을 보면 “100살 넘은 노인이 구기자를 먹었더니 갑자기 걸음이 빨라지고 머리가 검게 되고 새로 치아가 나면서 성 기능이 왕성해졌다”는 대목이 나온다. 한방에서는 간 기능이 저하되어 생기는 피로나 노화, 혹은 피로로 인해 성욕이 생기지 않을 경우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새삼의 씨를 일컫는 토사자 또한 음양곽, 하수오와 더불어 대표적인 정력식품으로 꼽힌다. ‘동의보감’을 보면 “토사자는 정력을 증강시키고 기운을 북돋운다. 요통과 무릎이 시린 증상에 잘 듣고, 당뇨가 있는 사람은 이를 달여 수시로 마시면 좋다”고 씌어 있다. 토사자에는 칼슘, 마그네슘, 니켈, 아연 등 미네랄과 비타민B가 풍부하다.
차전자는 길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질경이의 다른 이름인 차전초의 씨를 가리킨다. 차가 다니는 길가에서도 잘 자란다고 붙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강인한 생명력이 특징이다. 단백질과 지방산이 풍부하며 성욕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매일 정시에 일어나라
이들 오자는 가까운 시장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약재로, 굳이 탕재를 만들어 먹지 않아도 뜨거운 물에 넣어 우려 차로 마시면 된다. 향기가 좋아 가을의 정취와도 딱 어울리고 생활의 여유도 맛볼 수 있다.
후텁지근한 여름밤. 계속되는 열대야는 모기만큼이나 숙면을 방해한다. 아무리 수면시간이 길어도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집중력과 판단력이 저하되고 식욕과 기력이 급속도로 떨어진다. 문제는 이런 숙면 부족 현상이 가을이 되어서도 계속되는 사람들에게서 발생한다. 숙면 부족은 비만, 심장병, 당뇨 등 성인병에 걸릴 위험을 높여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본 국립정신신경센터의 우치야마 마코토 교수는 “기온, 일조량의 변화로 생활리듬에 혼란이 생기거나 스트레스, 불안 등 정신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 몸의 수면을 조정하는 ‘체내 시계’에 이상이 생기면서 잠을 설치게 된다. 체내 시계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숙면을 취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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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내 시계를 정상화하고 숙면을 취하도록 그가 제시한 방법은 간단하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각에 일어나는 것’이다.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서 햇빛을 쐬면 설사 체내 시계가 흐트러져 있다 하더라도 광합성 작용으로 분비되는 멜라토닌의 작용 때문에 체내 시계가 정상화하면서 그날 밤에는 숙면을 취할 수 있다는 논리다.
열대야 때문에 깊은 잠을 못 이룬 사람들도 있지만 지나친 냉방 때문에 숙면 장애를 일으킨 사람도 있다. ‘몸이 차졌다’는 말은 곧 체온 유지를 담당하는 혈액순환에 이상이 생겼음을 의미한다. 이는 숙면뿐 아니라 소화불량, 여성의 경우라면 생리불순, 생리통 등 몸의 이상을 초래한다. 특정 질환 때문에 몸이 차진 것이 아니라면 속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증상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하루 몇 잔의 따뜻한 차도 도움이 된다.
몸을 따뜻하게 하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은 가벼운 운동이다. 문제는 어떤 운동을 하느냐다. 남들이 효과를 봤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운동법은 아니며 체질에 따라 자신에게 적합한 운동이 따로 있다. 한방에서 사용하는 사상체질별 운동법도 체질별 운동법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신재용 원장이 권하는, 체질별로 좋은 운동을 보자.
상체보다 하체가 약한 태양인이라면 탁구와 걷기 운동이 적합하다. 이때 주의할 점은 처음부터 무리하게 움직이는 게 아니라 매일 조금씩 운동량과 시간을 늘려가야 한다는 것. 위장이 좋고 신장이 약한 소양인에겐 전신운동이 잘 맞는데 걷기, 달리기, 에어로빅, 자전거 타기 등 몸 전체를 움직이는 운동을 해주면 변비와 비만을 예방하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심폐 기능이 약하고 복부비만의 우려가 있는 태음인에겐 심폐 기능을 강화해주고 시간에 비해 운동량이 많은 배드민턴, 테니스, 수영이 좋다. 하지만 이 모두 지나치면 몸에 무리를 줄 수 있는 운동이니 자신의 체력을 잘 살피면서 하는 게 중요하다. 40~50대라면 테니스를 칠 때 단식보다는 다른 사람과 호흡을 맞추면서 운동량을 조절할 수 있는 복식경기가 좋다.
신장이 튼튼한 반면 위장이 약한 소음인에게 가장 좋은 운동은 등산과 줄넘기다. 장시간 몸을 움직일 수 있으며 지구력과 근력을 함께 키울 수 있는 유산소운동이기 때문이다. 등산할 때는 나이에 따라 1시간에 1km 전후로 이동하도록 운동량을 조절하며 30분에 5~10분씩 휴식을 취해 체력이 손상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줄넘기는 에너지 소모량이 많으니 ‘30초 줄넘기, 10초 휴식’을 원칙으로 하여 조금씩 횟수와 시간을 늘려가는 것이 좋다.
가을을 위한 음식, ‘화이트 푸드’
운동과 함께 음식으로 몸의 균형을 맞춰주는 것도 환절기 숙면에 도움을 준다. ‘요리하는 한의사’로 알려진 원초당한의원 왕혜문 원장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환절기에는 건조한 대기가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들어와 자칫 폐가 건조해질 수도 있다”며 “도라지, 무, 마늘, 양파, 배, 더덕, 인삼 같은 화이트 푸드를 많이 먹을 것”을 권했다.
화이트 푸드 특유의 백색 또는 담황색을 내는 색소는 플라보노이드 계열의 안토크산틴으로, 이 색소는 체내의 산화작용을 억제하고 유해물질을 배출하며 각종 유해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주는 기능을 한다. 화이트 푸드가 감기와 호흡기 질환 등 환절기 질환을 예방하는 최상의 식품으로 꼽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화이트 푸드를 이용한 음식 중에 배숙이란 게 있다. 배를 익혔다고 해 이숙(梨熟)이라고도 하는 배숙은 궁중에서 먹던 음료로, 수정과와 함께 대표적인 전통음료다. 배의 속을 파낸 후 도라지, 더덕, 대추, 잣을 채워 넣고 쪄서 즙과 함께 먹으면 기침이 가라앉고 변비를 해소하는 데도 큰 효과가 있다. 하지만 배는 찬 성질이 강하기 때문에 평소 장이 약하거나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피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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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건조한 공기에 지친 폐를 촉촉하게 해주는 음식을 말하면서 마를 빼놓을 수 없다. 따뜻한 성질의 마는 끈적거리는 질감 때문에 집에선 좀처럼 먹지 않는 식품이었다. 요리할 방법이 없었던 까닭. 하지만 최근 들어 마의 여러 효능이 알려지면서 다양한 조리법이 소개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갈은 마에 부추를 곁들여 부침개를 부쳐 먹으면 마의 부드러운 질감과 부추의 강장, 강정작용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마는 오래가는 기침을 다스리며 하체를 튼튼히 해주는 효과도 있다.
화이트 푸드로 마음의 건강도 다스릴 수 있다. 유난히 가을을 타는 사람, 평상시 감정의 기복이 심한 사람이라면 화이트 푸드를 많이 먹는 것이 좋다. 불안, 스트레스, 혹은 가벼운 우울증을 보일 때도 화이트 푸드로 마음을 가라앉혀보자. 화이트 푸드에 다량 함유된 성분 중 하나인 이소플라본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동일한 효능이 있어 폐경기 초기 증상을 완화하고, 폐경기의 불안 증상을 해소하는 효과도 있다.
지친 피부와 머리숱엔 ‘블랙 푸드’
환절기의 차고 건조한 공기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신체기관 중 하나가 머리카락이다. 수면 부족과 땀에 온갖 고초를 겪은 머리카락은 날씨의 변화에 도무지 적응하지 못하고 우수수 빠지기 시작한다.
이럴 때는 모발의 주성분인 단백질을 많이 함유한 식품을 충분히 섭취함으로써 탈모를 방지할 수 있다. 모발에 좋다고 알려진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검은콩이 있다. 고려대 한정순 교수(식품영양학)는 검은콩을 “여름 내내 무더위와 자외선으로 손상된 피부와 모발을 회복해주는 최고의 식품”이라고 평하면서 “꼭 탈모 방지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환절기에는 검은콩을 비롯한 블랙 푸드를 많이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덧붙였다. 블랙 푸드에 다량 함유된 필수지방산, 필수 아미노산, 비타민이 노화를 억제하고 피부의 윤기를 되찾아줘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블랙 푸드는 항산화 작용으로 피부를 매끄럽게 해준다. 한동안 유행처럼 우리 식탁을 장식했던 블랙 푸드의 비밀은 바로 표면의 검은색을 내는 안토시아닌 색소에 있다. 이 색소는 항산화 작용을 도와주며 면역력을 향상시켜 각종 성인병 예방과 노화 방지, 항암 작용을 한다. 대표적인 블랙 푸드로는 검은콩, 검은쌀, 검은깨, 메밀 같은 곡식류와 미역, 다시마, 톳 등 해조류, 목이버섯이나 표고버섯 등 버섯류가 있다.
블랙 푸드의 대명사로 꼽히는 검은콩에는 일반 콩에 비해 노화 억제와 항암 능력이 4배 이상 되는 이소플라본이 함유되어 있다. 또한 피부의 콜라겐과 비슷한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피부에 탄력을 주고 피부 노화를 방지해주는 효과도 있다. 검은쌀은 검은콩에 비해 안토시아닌이 4배 이상 함유되어 뛰어난 항산화, 항암효과를 자랑한다. 몸에 좋다고 검은쌀로만 밥을 하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아연, 철, 셀레늄 등 미네랄 성분이 많아 과하게 먹으면 신장에 무리가 갈 수도 있기 때문. 반드시 백미의 3~5%로 양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피부에 좋은 비타민 E를 다량 함유한 검은깨는 피부를 매끄럽게 해주는데, 특히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에게 권장되는 식품이기도 하다. 모발을 매끄럽게 해주는 효과도 있다. 이외에도 필수지방산이 풍부한 호두, 땅콩, 잣도 피부와 모발에 영양을 공급함으로써 우리 몸에 쌓인 여름의 흔적을 말끔히 씻어내준다.
포도의 해독효과
제철 음식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음식은 제철에 먹어야 영양도 풍부하고 제맛이 난다는 뜻이다. 각종 식재료에 든 영양소는 가공하거나 저장하게 되면 파괴되는 것이 많아 제철에 먹지 않으면 그 효능이 거의 없어지거나 반감된다.
대표적인 제철 채소로 꼽히는 늙은 호박은 특히 남성에게 좋다. 호박에 든 비타민과 셀레늄은 면역력을 높여줘 독감 예방에 효과적이며 전립선염의 발병률을 낮추는 기능도 한다. 미국 국립암연구소는 늙은 호박을 지속적으로 먹을 경우 그 속에 함유된 카로티노이드라는 성분(노란색을 내는 성분)이 폐암을 예방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외에 늙은 호박에는 해독 기능이 있어 비만 해소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술, 담배로 찌든 몸을 깨끗하게 정화해주는 기능도 있다.
포도도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 가을 과일이다. 포도는 예로부터 뼈와 살을 강화하고 기력을 더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스태미나 증진 식품으로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영양학적으로 과당과 포도당이 주성분인 포도는 소화흡수가 빨라 피로회복에 도움이 되며, 포도에 다량 함유된 펙틴과 타닌은 장운동을 촉진해 변비를 해소해준다. 이외에도 바이러스에 대한 항균작용을 갖고 있어 해독효과가 크고 각종 비타민과 칼슘, 칼륨 등 무기질이 풍부한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이 환절기의 건강 회복에 빼놓을 수 없는 과일로 포도를 꼽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한방에서 해독요법이 유행하는 것과 관련, 경희대 이경섭 교수는 “가정에서 포도를 즐겨 먹어도 충분한 해독효과를 볼 수 있다”고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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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학에서도 포도를 최상의 노화방지 식품으로 인정한다. 포도에 들어 있는 안토시안 성분이 혈액 속에 흡수되면서 항산화 작용과 노화방지 효과를 내기 때문. 학설로 인정된 것은 아니지만 하루에 500~1800g의 포도만 먹고 암을 비롯한 만성 질환을 치료했다는 보고도 잇따라 나왔다.
제철 과일의 힘
포도의 약용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되도록 껍질째 씨와 함께 먹는 것이 좋다. 포도의 껍질에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안토시안 성분이 속살보다 훨씬 많고, 씨에는 지방질, 니놀산, 스테이닌이 많아 강장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무더위로 인해 높아진 불쾌지수는 우리 몸에 피로물질을 누적시킨다. 고려대 한정순 교수는 “이 경우 비타민 C가 많이 든 제철 과일을 많이 먹으면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적극 권한다. 수박, 참외 등 여름 과일에는 수분 함유량이 많은데, 이들은 땀으로 부족해지기 쉬운 수분을 보충해준다는 점에서 여름에는 좋지만 땀이 줄어드는 가을로 접어들면 점차 그 효용이 떨어진다는 것. 반면 사과, 감, 배, 잣 같은 가을 과일은 수분은 적은 대신 비타민이 풍부해 여름내 쌓인 피로를 풀어주는 데 제격이다. 특히 무더위가 가시면서 나오기 시작하는 햇사과는 장을 청소하는 작용을 해 약해진 장이 튼튼해지는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자연은 항상 자신이 입힌 폐해를 스스로 복구한다는 말이 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여름이 남긴 심신의 피로는 가을의 제철 음식과 운동으로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