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윤동주
여기 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놓고
나무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 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보면
손바닥에는 파란 물감이 묻어 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 본다.
손금에도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