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프한 남자의 꼬막삶는법과 맛있게 먹는 법
이웃집에서 벌교꼬막 20kg을 주문했다며 눈대중으로 5Kg 가량을 가져왔습니다. 이게 웬 떡, 아니 꼬막! 우리가 꼬막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아셨을까나?^^ 근데, 누가 요리하나? 저야 꼬막 관련 기술이라고는 먹어본 경험 뿐이지만, 명색이 주부인 초록손이 또한 꼬막을 무수히 먹어보긴 했지만 손질하거나 요리해본 적이 없다네요. 헐~!
이웃집에서 알려준 간단한 방법과 인터넷 조사를 토대로 우리만의 방식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너무 손이 많이 가면 다시는 해먹지 않는다!" 우리집 철칙입니다. 음식은 맛있게 해먹되 손이 많이 가지 않아야 합니다.
* 꼬막손질법과 삶는법
꼬막은 별도로 해감이 필요없다고 합니다. 그거 맘에 듭니다.^^ 요리 총 소요시간도 길어지면 피곤하다. 먼저 예식장갑을 끼고 그 위에 고무장갑을 낀 다음 무식하다 싶을 정도로 꼬막을 비벼줍니다. 새까만 뻘물이 나옵니다. 우둘툴툴한 설겆이통에 넣고 손빨래하듯이 비벼도 되겠습니다. 5~6번 물을 갈아줍니다. 뻘물이 조금 나오면서 우윳빛이 드러나면 멈춥니다. 엑기스 뺄 일은 없다!
빡빡 씻은 꼬막을 미리 끓여놓은 물에 튀기지 않게 투하합니다. 경고했으니 끓는 물에 팔뚝 데어도 책임추궁 없기! 한쪽 방향으로 살살 저어줍니다. 위아래 온도가 다르니 고루고루 익히라는거겠지요. 3~5분 정도(양에 따라 시간은 다를 것 같습니다) 지나면 꼬막 50개중 1~2개 정도가 입을 벌리더만요. 시간이 더 지나도 더 이상 안벌리더군-_-! 인내심(!)을 갖고 1~2분 더 기다린 다음 건져내서 소쿠리에 놓고 물기도 빼고 좀 식힙니다. 푹 삶아지면 망합니다. 푹 삶아졌다 싶으면 아예 국끓여 드세요! 요리 끝났습니다! 이젠 까드시면 됩니다.
아! 양념장은 꼭 만들어야 합니다. 양념장에 정말 살짝 찍어먹어야 합니다. 양념장 향과 꼬막 향이 어우러질 정도! 짠 양념꼬막 먹다보면 화가 날 때가 있습니다. 맛은 있는데 짜거든요. 꼬막이 짜다면 뭔가 수를 내야 합니다. 나중에 갈쳐드리지요. 이제부터 정말 맛있게 먹는, 터프한 남자의 비법을 알려드립니다.
* 정말 맛있게 먹는 방법
식탁 한 복판에 데친 꼬막을 소쿠리채 가져다 놓습니다. 소꼬막은 정말 입을 앙다물고 있더군요. 힘으로는 깔 수 없습니다. 쉽게 까는 방법은 꼬막 엉덩이 튀어나온 양 볼기짝 사이에 숟가락을 끼워넣고 비틀면 됩니다. 지렛대의 원리 사용! 이제 양 손을 걷어붙이고 까먹어야 합니다. 그래야 맛있습니다. 고운 손길로 절반만 까서 양념장 한숟갈씩 얹혀놓은 양념꼬막을 만들어주는 우렁각시가 있다해도 손수 까먹는게 더 맛있습니다.
막 담은 김장김치, 칼로 정갈하게 썰어놓았을 때가 맛있던가요, 아니면 한 잎씩 가져와 밥숟가락에 걸쳐먹는 게 맛있던가요? 그 차이입니다. 우렁각시 없다고 결핍감 느낄 필요도 없습니다.
* 정말 더 맛있게 먹는 방법
벌어진 꼬막은 간이 맞는데 대부분의 안벌어진 꼬막은 짠 경우가 많습니다. 꼬막 먹다 나트륨중독될 판입니다. 맛있는 양념장을 살짝 찍어먹어야 하는데, 짠데 또 짜게 먹을 수는 없습니다. 짜게 드시는 분은 맘대로 드세요.
우리는 위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미온수 떠다놓고 씻어 먹었습니다. 당연히 밍밍한 물맛 때문에 풍미가 좀 떨어집니다. 그래도 짠 꼬막 풍미 맛보는 것보다는 짜지 않은 밍밍한 꼬막을 양념장 찍어먹는데 더 낫더군요. 맛에 민감한 우리 청소년들, 한 번 시도해보더니 묵묵히 물 그릇 하나씩 갖다놓고 씼어먹습니다.
이럴 경우 물론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왜 궁리해내지 못하겠습니까? 귀찮아서(!) 실행치 않았을 뿐입니다. 저는 안해봤지만 틀림없을 겁니다. 세상 이치는 돌고돌거든요. 삶아서 말린 행주에 씻은 꼬막 넣고 물기를 가볍게 톡톡 찍어낸 다음 양념장 찍어먹기입니다. 횟집에서 횟감생선 물기 수시로 닦아냅니다. 그 원리를 적용해서 밍밍한 물맛 빼자는 거지요.^^ 더 맛있게 먹는 방법 아시는 분은 댓글로 귀띰해주세요. 같이 맛있게 먹자구요.
* 아~ 이런! 추신!!
이 글을 막 끝냈는데 꼬막 준 이웃집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불안했던 게지요. 우리를 아주 잘 압니다^^ 요리조리해서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고 하니까, 즉시 혀를 찹니다. 천천히 씻으면서 짠기를 뺏어야 한다는 거지요. 세상에! 그걸 터프한 손놀림으로 빡빡 대여섯번 씻었지만 시간은 눈 깜짝할 새 였거든요. 그럴 줄 알았으면 2~30분 해캄시키듯 할 꺼~얼! OTL
첫댓글 헐 ㅋㅋㅋ 이제 정확히 알았으니 다음에 먹을 땐 짠기를 빼서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겠네요ㅋㅋㅋ
삶은 꼬막은 처음 먹어봤는데 맛있었어요 ㅎ
다음번 기회가 있으면 더 맛있게 먹겠네요^^ / 전 밥먹을 때 대부분, 거의 언제나 있는 그대로 먹어서 더 맛있게 먹을 방법을 궁리하지 않는데 먹을 때도 계속 생각을 해야겠네요 ㅋㅋ
저도 꼬막 먹고싶어요!!! 좀만 일찍올걸ㅠㅠ
짰지만 그래도 맛있었습니다. 다행히도 방법을 알았으니 다음엔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