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5일 병원을 순회하며 집회로 부상당한 사람들에 대해 연행을 시도하던 경찰이 다음날 아침 동부협 사무실에 들이닥쳤다. 10여명의 순천경찰서 소속 경찰들은 동부협 박상욱 의장을 연행하겠다며 오전 8시경 사무실로 찾아왔다. 사무실의 노조원들이 이를 가로막자 경찰과 노조원 사이에서는 고성이 오가는 등 격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노조원들은 "체포영장을 가지고왔냐"고 항의했으며 경찰은 "긴급체포기 때문에 영장이 필요없다"는 입장을 되풀이 했다. 경찰은 "그렇게 법을 잘지키는 사람들이 버스에 불을 지르고 쇠파이프를 휘둘렀냐"며 고성을 지르고 "연행을 방해하면 모조리 공무집행 방해로 연행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출두한 경찰의 책임자로 보이는 간부는 "5분이내에 박상욱씨가 제발로 걸어나오지 않으면 모조리 연행하겠다"는 엄포를 내린 상태다. 그러나 이들은 경찰 신분증과 체포영장 등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 경찰 책임자는 "여기 방해하는 사람들 모두 찍어두고 공무집행 방해로 연행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사라졌으며 현재 채증이 시작된 상태다. 이에 노조원들은 "전경들이 폭력을 휘두르지 않았으면 되는거 아니냐"며 오히려 어제 집회의 강경한 진압책임을 물으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원들은 "일단 물러가면 자진출두하겠다"면서 "서장과 통화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경찰은 연행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히 폭력을 휘두른 것이 아니라 버스까지 불태운 어제 집회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할 것"이라면서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농성중인 하이스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조만간 정리가 되지 않겠냐... 시기를 보고 있다"면서 진압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노동운동의 희망을 보았다" - '연대의 모범' 성과 속 풀어야할 과제 남긴 투쟁
"순천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이 딱 세번 있다. 첫번째가 1919년 만세운동, 두번째는 1945년 광복을 맞아 흰옷을 입을 사람들이 거리로 뛰어나왔을 때, 그리고 바로 오늘이다" 동부협 박상욱 의장은 집회 대회사에서 이같은 말을 했다. 5,000여명의 노동자가 모인 10월 25일 총궐기는 순천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상최대 규모의 집회라는 타이틀과 함께 순천최초의 연대파업이라는 의미가 부여된 집회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3000여명의 건설노동자들은 파업을 하고 참석했으며 다른 사업장도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김대환 장관 퇴근 않고 실시간 보고받아.. 비정규직문제 전국화 성공" 쌓일대로 쌓인 분노, '연대의 모범' 으로 분출되다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 류광수 수석부본부장은 "순천 하이스코 공장앞에서 노동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는 동안 김대환 노동부 장관이 퇴근을 하지 않은채 실시간 보고를 받고 있었다"고 전하고 "오늘 투쟁은 하이스코 비정규직 문제를 쟁점화하고 전국화하는데 큰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성공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리집회를 마치고 막 나오던 한 여성은 "우리가 졌다"면서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초반 가열찬 투쟁 양상에 비해 비교적 맥 빠지게 집회가 정리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공농성중인 하이스코 노동자들에게 음식물을 전해주지도 못했으며 사측이 교섭으로 나올지도 불투명한 상태. 또한 이같은 패배적인 판단에는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부상자가 부지기수로 나온 점도 작용하고 있다. 류 수석부본부장은 이같은 의견에 대해 "전술상의 미흡한 점은 있었다"고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오늘 투쟁은 멀리서 보면 난장판으로 보일 수 있을 정도로 자발적인 투쟁의지에 의해 이끌어진 판이었다"면서 "앞으로 이같은 평가를 대중과 나누는 것이 관건"이라고 전했다. 민주노동당 전남도당 이준상 위원장도 "오늘처럼 엄청난 투쟁을 할수 있었던 것은 자본에 대한 분노가 쌓일 만큼 쌓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오늘 싸움은 비정규직의 분노와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위원장은 "오늘 투쟁은 많은 노동자가 비정규직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끌어안고 나섰기에 가능했다"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가지고 많은 노동자가 연대해서 함께 싸웠다는 것 자체가 크게 의미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많은 사람들이 노동운동의 위기라 하지만 분노가 쌓인 노동자들이 함께 싸우는 광경을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연대의 모범을 보인 집회였다. 오늘 집회로 노동운동의 희망을 보았다." 이 위원장은 "조중동 등에게 민주노총을 공격하는 구실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들기도 한다"는 애정어린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현대 하이스코가 이 지역 노동자들 다 죽이게 생겼다" 그러나 외지인들이 이날 투쟁에 후한 점수를 주는데 비해 순천 노동운동가들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30명 연행, 100여명에 달하는 중상자가 말해주듯 순천지역 노동조합의 피해가 극심했기 때문이다. 동부협 박상욱 의장은 "다같이 평가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이렇게 부상당하고 연행당한 동지들이 많은데 어떻게 승리적이라고만 이야기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그는 "현대하이스코가 비정규직 뿐만 아니라 이 지역노동자들 다 죽이게 생겼다"며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박 의장은 "전술 상 전선이 크게 쳐지고 서로 의사소통에 결함이 있었던 문제도 있고.."라며 말을 흐리고는 "논의 후에 이야기하자"고 말을 맺었다. 이에 대해 동부협 교선국 김교열 씨도 "아쉽다. 투쟁이 우리가 계획했던 대로 된 것이 거의 없다"면서 이와 비슷한 평가를 내놓았다. 조합원들의 부상과 연행 소식이 하나하나 전해지면서 '승리적 투쟁'에 어울리지 않는 침통한 상황실의 분위기는 이날 투쟁의 평가가 관건이라는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공장 밖은 전쟁터.. 침묵하는 정규직 또한 이번 투쟁을 놓고 '연대의 모범'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실제 정규직을 조직하지 못한 점은 한계로 꼽힌다. 하이스코 정규직 노조 이황배 위원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애매한 것이 많아서 분명한 입장을 말하기가 어렵다"고 얼버무린후 "지금 공장장 면담가는 중"이라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하이스코 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날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집회가 끝나자마자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원청놈들이 뒤에서 돌을 던지더라"는 식의 이야기가 돌았다. 실제 사실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비정규직과 정규직간의 깊은 골을 확인시켜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재미있는 것은 하이스코 정규직 노조도 민주노총 산하 노조라는 것.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올인'하겠다는 민주노총 지도부의 공언이 각 사업장에서 얼마나 실현되고 있는가 돌아봐야 하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순천지역 노조관계자는 "그 사람들(정규직 노조)도 민주노총이 이야기하는 대의에는 다 공감을 한다"면서도 "그러나 일단 사업장 안으로 들어오면 이야기가 틀려진다"고 꼬집었다. 순천 최초의 연대파업, 강력한 투쟁을 벌이며 '연대의 모범'이라 불린 이날의 투쟁이 반쪽짜리 '모범'으로 남지 않으려면 앞으로도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아 보였다
<3신 오후 11시 30분> 경찰, 병원 돌며 부상자 연행시도 10월 25일, 집회의 부상자는 갈수록 늘어갔다. 현재 애초 집계된 60여명보다 훨씬 많은 100여명이 보고된 상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들 100명중 대부분은 응급실 환자라는 것. 심각한 환자들이 하나하나 보고되자 상황실은 급박하게 들어갔다. 특히 서ㅇㅇ 씨는 폐가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다. 그는 넘어진 가운데 전경들의 방패에 의해 난타당한 케이스다. 방패는 갈비뼈를 부러뜨렸고 갈비뼈는 폐를 찌르고 들어갔다. 또한 고ㅇㅇ씨는 머리가 함몰되기도 했다. 역시 방패에의한 타격이다. 이밖에도 뼈가 부러지거나 살이 찢어지는 부상은 헤아릴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나 더욱 문제는 따로있다. 경찰이 병원을 하나하나 돌며 부상자들을 집회참석자로 간주, 연행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서모씨나 고모씨의 경우와 같은 중상자를 빼고 대부분 연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상황실은 신원이 파악된 환자들에게 일일히 연락을 취해 퇴원을 시키는 중이다. 또한 경찰은 연행자들의 면회도 거부하고 있는 상황. 이에 상황실은 또 다시 면회 투쟁을 조직하는데 여념이 없다. <2신 오후 10시> 집회 정리 "하이스코 동지들에게 의리를 다하자" 5000여 대오가 뿔뿔히 흩어진 후 집회 참가자들은 안전한 정리집회를 요구하며 시위를 계속했으며 이과정에서 경찰은 또 다시 무리한 진압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집회참가자들이 타고온 차량 30여대를 파손하고 집회참가자가 잡히면 무자비한 폭행을 가했다. 그러나 건설노동자가 주축이되서 전열을 재정비한 대오는 이번에는 쉽게 밀리지 않았으며 오후 9시께 정리집회를 마칠수가 있었다.
정리집회에서 연사로 나선 전남동부경남서부지역 건설노동조합 윤갑인제 위원장은 "동지들 정말 잘싸웠다"고 말한 뒤 "이 여세를 모아 하반기 투쟁에 꼭 승리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여수건설 이기붕 위원장은 "하이스코 동지에 대한 의리를 다한 투쟁이었다"는 평가로 집회를 마무리했다. 현재 순천 동부협 사무실에 꾸려진 상황실은 부상자와 연행자를 파악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일단 상황실이 파악한 것에 따르면 부상자 68명, 연행자는 27명이다. 이 부상자중 10여명은 중태라고 알려졌다. 이 수치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뷰] 이준상 민주노동당 전남도당위원장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대오가 뿔뿔이 흩어지고 곳곳에서 전경들의 구타가 그치지 않자 이준상 위원장은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는 경찰 책임자를 만나야겠다며 서두르고 있었다. 집회장에서 그를 만나 보았다. - 오늘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시민사회단체들은 수차례에 걸쳐 하이스코 사측에 대화를 요구해왔으나 사측은 단 한번도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이같은 사측의 행동을 보면 충돌은 예견된 되어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만 봐도 2틀째 식사를 못하고 있는 농성단에게 음식물 반입만 허용했어도 이같은 충돌을 막을수 있었지 않나? - 경찰의 진압이 무척 거세지 않았나? 부상자가 헤아릴수가 없다. 마치 5공때의 경찰 작전이 연상될 정도다. - 민주노동당은 오늘 경찰의 강경진압에 어떻게 대처할것인가? 도대체 누가 젊은 전투 경찰들의 혈기를 자극해서 이같은 폭력을 유발했는지 반드시 찾아낼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이 사태의 진상규명을 하고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겠다. - 하이스코 비정규직 문제에도 당이 나설 생각인가? 지역과 중앙당이 모두 나서야 한다. 현재 사측은 그 어떠한 교섭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민주노동당은 사측이 교섭으로 나오도록 노력을 다 할 것이다.
<1신 오후 7시> 노동자들, 비정규노동자 고공농성 중인 공장 진입 시도 현대하이스코에서 벌어진 비정규직 정리해고를 둘러싸고 지역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25일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정문앞에서는 5천여명의 지역노동자들이 모인 가운데 '하이스코 심판을 위한 광주전남지역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집회를 마친 노동자들은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 61명이 고공농성중인 공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은 집회 시작전부터 경찰버스를 동원해 공장담벼락을 둘러치고, 4천여명의 병력을 동원해 정문을 봉쇄한 상태였다. 노동자들과 경찰은 각목과 진압봉으로 맞섰으며, 물대포를 앞세운 경찰의 공세로 7시 현재 대열은 정문앞에서 뒤로 밀려나 있는 상태다. 집회에는 아이를 데리고 온 어머니들과 여성들의 참석이 많았는데, 경찰의 갑작스런 공세에 대열이 흩어지면서 서로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등 안타까운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지역 건설노동자 중심으로 5천여명 모여 ⓒ민중의소리
이날 집회는 "비정규직 철폐하고 해고자를 복직하자"는 구호와 함께 시작되었다. 연설에 나선 이들은 비정규직 노조를 결성했다는 이유만으로 120명의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고, 4개의 하청업체를 위장폐업한 현대하이코스 자본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대회사에 나선 민주노총전남동부지구협의회 박상욱 의장은 "8백만 비정규직의 절망과 설움을 풀어내기 위해 이자리에 섰다"면서 "하이스코 노조의 승리를 위해 함께 싸우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장은 "하이스코 말고도 또 손봐야 할 곳이 있다"면서 GS칼텍스를 지목했다. GS칼텍스의 노동탄압 사례를 하나하나 열거한 그는 "모든 문제는 비정규직 때문"이라며 "힘을 모아서 비정규직 철폐하자"고 주장했다. 순천을 찾은 금속연맹 이우봉 부위원장은 "비정규직이 싸울 때 정규직이 함께 싸우는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며 하이스코 정규직 노조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단결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전남도당 유준상 위원장도 "민주노동당은 점잖게 싸우고 싶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을 거리로 내몰고 과격하게 투쟁하게 만드는 것은 정부와 자본"이라고 밝힌뒤 "우리도 노동자와 함께 격렬하게 싸움에 임하겠다"고 노동자들을 격려했다. 이어 크레인 점거에 나선 하이스코비정규직지부의 박정훈 지회장과의 전화통화가 이루어졌다. 박 지회장은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수많은 동지들을 보니 힘이 절로 난다"면서 "춥고 배고프지만 동지들을 믿고 힘차게 싸우겠다"고 말했다. 박 지회장의 발언을 끝으로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고공농성중인 노동자들에게 음식물을 전달하겠다면서 회사 진입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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