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이적설은 무성했지만, 실질적인 제의는 들어오지 않아 이번 윈터브레이크 기간내 이적은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카이저슬라우테른의 독일 출신 포워드 미로슬라프 클로제(25, Miroslav Klose)의 이적협상이 드디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최근 카이저슬라우테른 구단측에 클로제를 사기위한 적정 가격을 문의해왔고, 500만 파운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월드컵에서 5골을 모두 머리로 받아 넣는 놀라운 활약을 보인 이후, 클로제는 바이에른 뮌헨, AS 로마, 바이어 레버쿠젠 등 탑 클래스 레벨의 팀들에게 줄곧 구애를 받아 왔지만, 그의 이적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윈터브레이크 기간 동안 '공식적' 으로 제의가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프리미어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아스날도 카이저슬라우테른에 오퍼를 날렸으나, 그 액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보다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사진:클로제, 이제 카이저와 작별인사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제시한 500만 파운드는 월드컵 직후 AS 로마가 제시했다고 전해지는 850만 파운드 보다는 줄어든 액수지만, 최근 카이저슬라우테른의 급박한 재정난과 얼어 붙은 유럽 축구 시장을 감안하면 적은 액수는 결코 아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최근 '이 멤버로 여름까지 갈 것인지, 아니면 겨울에 새로운 선수를 영입할지 확실히 말해달라' 라는 팬들의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었던 상황에서, 선수 보강 쪽으로 가닥을 잡은 셈. 이번 맨유의 제의로 인해, 분데스리가 잔류쪽으로 방향이 잡혀가던 클로제의 행방은 큰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맨유의 선수영입 전례로 볼때, 함부로 가격을 논하는 행동은 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맨유의 오퍼는 '가격대만 적당하다면' 클로제를 잡기로 팀의 내부방침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최근 여러명의 포워드들과 연계 되어 있었고, 대표적인 선수가 파올로 디 카니오(웨스트 햄), 아이더 구드욘슨(첼시), 클라우디오 로페스(라치오) 등이었다. 다만, 이 선수들은 팀내 상황과 이적료 등 여러가지 조건에서 맨유 입성에 난항을 겪고 있었던 선수들. 이런 선수들과 대비해서, 구단에서 이미 눈물을 머금고 이적 시장에 내놓아 적당한 이적료만 지불한다면 영입에 전혀 문제가 없는 클로제는 비교적 손 쉽게 영입할 수 있는 선수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에, 맨유로서는 차선책인 클로제라도 영입해 팀의 전력을 강화시키자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클로제는 지난 시즌과 월드컵에서의 맹활약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지만, 올 시즌에는 단 3골밖에 뽑아내지 못할 정도로 부진에 빠져 있는 상황. 다만, 이것은 강등권에서 허덕이고 있는 카이저슬라우테른에서, 동료들의 지원이 예전만큼 못하다는 것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클로제는 전반기 막판으로 갈수록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며 그를 비난하던 전문가들을 침묵하게 만들었고, 골은 뽑아내지 못하더라도 카이저슬라우테른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맨유 관계자들을 만족시킨 것으로 보인다.
일단, 클로제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적응하기는 로마나 레버쿠젠 등의 타 클럽에 비해 비교적 무난한것이 사실. 클로제는 월드컵에서 '헤딩머신' 으로만 인식됐지만, 지난시즌 그가 넣은 16골중 12골이 발로 넣은 골일 정도로 빠르고 득점에 대한 센스가 있는 선수다. 또, 카이저슬라우테른에서의 로크벤치, 그리고 독일 대표팀에서의 얀커 같이 확고한 타켓맨이 있다면 더 위력을 발휘하는 선수. 위치 선정이 뛰어나고, 또한 순간적인 스피드가 매우 좋은 선수이기 때문에, 루드 반 니스텔로이라는 타켓맨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는 선수가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적응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더군다나, 데이비드 베컴과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 같은 '패스의 마법사' 들이 있는 맨유에서 클로제의 탁월한 위치 선정 능력은 빛을 발할 수 있을 전망.
물론 포를란, 숄샤르 등 수준급 포워드들과 자칫 잘못하면 베스트 11 자리를 놓고 경쟁자가 될 수도 있는 베론, 스콜스 등 탑 클래스의 선수들이 버티고 있는 맨유에서의 주전 경쟁이 힘들기는 하겠지만, 일단 기본적으로 클로제는 포를란, 숄샤르 같은 선수들과는 그 스타일이 다른 선수다. 따라서 스쿼드의 선수들을 필요에 따라 유기적으로 사용하는 데 정평이 나 있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 밑에서 적지 않은 출전 시간을 얻을 수 있을 것 으로 보인다. 같은 스타일의 선수들이 여럿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문제가 되지만, 서로 다른 스타일의 선수들이 스쿼드에 여럿 포진 되어 있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기 때문.
맨유가 먼저 선방을 날린 상황에서, 이제 앞으로 이때까지 클로제에게 관심을 보였던 팀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상당히 흥미로운 대목이다. 특히, 한때 클로제의 행선지로 거의 낙점된 듯 보였던 바이에른 뮌헨의 반응도 관심거리. 클로제의 이적에 대비해 지오바니 에우베르와 알렉산더 치클러까지 이적리스트에 올려놓은 바이에른 뮌헨은 클로제를 라이벌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빼앗긴 다면 자존심은 물론 팀의 장기적인 계획에도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재정난에 빠져 있는 카이저슬라우테른으로서는 일단 '돈' 이 우선이기 때문에, 유럽 클럽중 재정 수입면에서 나란히 1,2위를 달리는 '공룡 클럽' 맨유와 바이에른이 클로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면, 카이저슬라우테른 으로서는 득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독일 대표 선수들은 대부분 자국 리그에서 뛰고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하는 모습을 서서히 볼 수 있다. 리버풀 부동의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하는 디트마어 하만을 비롯, 위력적인 왼발을 자랑하는 크리스티안 치게와 '독일 병정' 슈테판 프로인트(이상 토튼햄 핫스퍼), 그리고 최근 아스톤 빌라의 새로운 중앙 미드필더로 떠올라 주전자리를 확보한 토마스 히츨스페르거 등 위르겐 클린스만의 대성공 이후 독일 선수들의 잉글랜드행은 꾸준히 계속 되고 있는 상황.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클로제가 이러한 프리미어리거 그룹에 가세할 수 있을지. 팬들의 이목이 다시 클로제에게 모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