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誰知東海觀音庵(수지동해관음암) 누군가 동해 관음암을 아시나요
俯見武陵高深處(부견무릉고심처) 높고 깊숙한 곳 발아래는 무릉계곡
蘇公云亂石崩雲(소공운난석봉운) 구름 뚫고 바위가 솟았다고 소동파는 읊었는데
窈窕淸尼伴雲修(요조청니반운수) 고운 스님은 구름을 벗삼고 수도하고 있네요
묵호에 있는 검역소에서 근무했던 옛 직장 동료 이능재(李能宰) 선생이 두타산 관음암을 소재로 두 편의 한시(漢詩)를 발표했다. 묵호(墨湖)를 아호로 쓰고 있는 서예가로서, 요즘도 중어중문학을 공부하고 있는 그의 글을 여기 옮겨 본다.
내 사무실 창밖으로는 두타산과 청옥산이 벽에 걸린 풍경화처럼 한눈에 들어온다. 두 산자락이 어우러진 곳에 청류반석(淸流盤石)의 무릉계곡(武陵溪谷)이 있다. 그 계곡 위 높직한 곳, 양지바른 바위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암자가 관음암이다. (‘작은 암자’는 이제 옛 이야기가 되었다-필자 주). 무릉계곡을 내려다보며 관음암까지 오르는 산길은 제법 험하고 인적이 드물었다. 암벽과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한적한 관음사에 다다르면 더 이상 길이 없어 근처 샘가 바위에 앉아 쉬었다가 내려오곤 했다.
그러던 언제부터인가. 암자에서 수도 중이던 젊고 고운 비구니 스님과 친하게 되었다. 내가 서예공부를 겸하여 쓴 세필(細筆)의 반야심경(般若心經)을 암자에 출입하는 보살들에게 나누어 주던 것이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그 젊고 아름다운 비구니 스님이 점심공양도 해주고 상냥하게 말 상대도 해 주었다. 주위의 수려한 경치 속에서 나는 ‘선계(仙界)가 별건가’ 하는 감정을 느끼며 잠시 머물다 오곤 했었다. 마음 내키는 대로라면 잠시가 아니라 온종일 머물고 싶었지만, 행여 고운 스님께 누라도 될까 봐 그러지를 못했다. 즐거움을 아끼면서 그런 관계를 오래도록 갖고 싶었지만 티끌먼지 가득한 수도권 속세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얼마의 세월이 흘렀을까. 오랜만에 무릉계곡을 다시 찾았다. 그것은 내가 좋아했던 호젓한 그런 산길이 아니었다. 그런데다 나를 더욱 실망시킨 것은 암자에 계셔야 할 그 ‘그리웠던 스님’이 계시지 않았다는 것이다. 속인들의 출입이 많아진 관음암이 싫어져서 호젓한 다른 암자를 찾아 거처를 옮긴 것일까. 동행인 친구는 스님의 행처를 수소문해 보라고 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속세와의 인연을 멀리 하려는 맑고 아름다운 스님의 마음을 흐려 놓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것은 ‘위선’이라고 열을 올리는 친구의 말을 웃음으로 흘려버렸다.
서글픈 장한가(長恨歌) 구절이 떠올랐다. 타고 난 미모 때문에 천명을 다하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은 양귀비(楊貴妃)가 신선이 되어 사랑하던 애인(?) 현종(玄宗)이 있는 장안(長安)을 내려다보다가 읊었다는 대사 ‘장안은 보이지 않고 티끌 먼지만 보이네요(不見長安見塵霧 불견장안견진무)’를 흉내 내어 칠언시(七言詩) 한 편 ‘다시 찾은 관음암(復尋觀音庵 부심관음암)’을 적어 본다.
頭陀靑玉如前聳(두타청옥여전용) 두타산 청옥산은 여전히 솟아 있고
武陵溪流更淸凉(무릉계류경청량) 무릉계곡 흐르는 물 더욱 맑고 시원하네
復到觀音尋淸尼(부도관음심청니) 관음암에 다시 와서 맑은 스님 찾았지만
不見佳人見雲層(불견가인견운층) 아름다운 님 볼 수 없고 먹구름만 보이네
미각정에 앉으면 나도 신선 - 무릉회관
두타산과 청옥산은 동해시와 삼척시 경계를 이룬다. 그래서 삼척쪽에서 보면 삼척의 산이기도 하겠지만, 무릉계곡이나 용추폭포 등의 절경들이 동해시쪽에 치우쳐 있으므로 산행기점 역시 동해쪽이다. 산행 나들목인 무릉계곡 입구에도 여느 명산들처럼 집단시설지구가 조성되어 있다. 일체의 호객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고 보기 좋다. 별난 식당이 없고 모두가 비슷한 음식들을 내놓는다.
산채음식과 토종닭백숙이 음식의 주종을 이루는 식당가 맨 윗쪽에 ‘무릉회관’(033-534-9990)이 자리잡고 있다. 주인 권영일씨(58)는 이 지역의 터줏대감이자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28개 업소가 영업하고 있는 이 지역 상인조합장을 역임했다. 20여 년 전 이곳에서 식당과 민박을 시작하면서 만 20년 전통의 동해산악구조대 창설의 주역을 맡았고, 지금도 현역 대원으로 유사시에는 젊은 후배들과 현장으로 뛰어간다. 두타산 산행 안내를 정확하게 잘 해 주고 있다는 평판이 경향 각지 산악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무릉회관(식당)은 부인 최정여씨(53)가 맡아 운영하고 있는데, 토종닭백숙을 잘 만든다는 평이다. 식당 지하는 간이시설이지만 샤워가 가능하다. 산행을 마치고 이 집에 들러 땀을 씻고 식당 안쪽 계곡가에 만들어 놓은 정자 미각정(味閣亭)에 앉아 계곡 물소리를 풍악 삼고 생맥주 한 잔이라도 걸치고 나면 신선이 된 기분이 된다. 민박도 가능하고 매점도 함께 운영한다.
토종닭백숙, 닭도리탕 각 30,000원. 산채백반, 산채비빔밥, 산나물, 도토리묵, 감자부침 각 5,000원. 산채정식, 동동주 각 6,000원. 파전 8,000원. 더덕구이 10,000원. 150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규모로 집단시설지구에서는 가장 큰 편에 속한다.
아름다운 인테리어 산나물꾼의 집 - 두타쉼터
집단시설지구에서 식당 치장을 가장 아름답게 해놓은 집으로 ‘두타쉼터(033-534-8288)’를 꼽는다. 그것도 집주인인 박윤수씨(50)가 방과 벽을 황토로 직접 꾸몄다. 박윤수씨는 산악구조대장을 역임한 산꾼이자 산나물꾼으로도 소문이 나 있다. 식탁에 올리는 곰취, 곤드래, 자옥이, 나물취 등 모든 산나물이 다른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직접 채취한 것들이다. 말하자면 두타쉼터에서는 ‘오리지널 산나물’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인 김옥분씨(47)의 호칭은 ‘두타야’다. 이곳 식당가에서는 안주인들의 호칭을 식당 옥호를 가져다가 쓰고 있다. 유독 이 집에서는 ‘두타야’가 담근 ‘두타삼지구엽주’라는 비장의 술이 주전자에 담겨져서 식탁에 올라온다. 이 술은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대에서 채취한 삼지구엽초에 대추, 인삼, 토종꿀을 일정 비율 섞고 소주를 부어 1년 이상 숙성시킨 술이다. 안주는 생더덕을 고추장에 찍어서 먹는 것이 제격이라는데, 회춘에 효험이 높다는 소문으로 이 술을 마시기 위해 전국에서 찾는 손님들이 꽤나 많다고 한다.
두타산 가는 길목 으뜸 음식점 - 굴뚝촌
두타산 가는 길가에는 쌍용시멘트 공장이 있다. 이 공장 건너편으로 이채로운 분위기의 집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1,000평쯤 되는 넓은 땅에다가 별난 형태의 지붕을 인 60평 크기의 개량 황토집 ‘굴뚝촌’(033-534-9199)이다. 별난 음식 대나무밥을 먹을 수 있는 집으로, 동해시에서는 드물게도 으뜸 음식점으로 지정했다.
대나무밥은 현미에 율무, 수수, 차좁쌀, 찹쌀, 검정콩, 밤, 대추, 은행, 잣, 흑미(검정쌀) 등을 대나무통에 담고 가마솥에 앉혀 1시간 반 정도 익혀서 짓는다. 버섯불고기를 곁들여 상(1인분 10,000원)을 차려내는 이 음식에는 대단한 정성이 들어간다.
대나무밥은 대나무에서 나오는 죽력(竹力)이라는 기운이 위장장애를 치유하고 혈기를 왕성케 한다. 사람의 피를 맑게 하고, 피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효험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 집은 계절에 관계없이 늘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고 했다. 44세 동갑내기 김문희-박성인씨 주인내외는 이 밥을 짓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전국 각지를 순회하는 극성을 부리기까지 했다. 그 결과 산자락의 여느 집들과는 다른 음식을 차려내는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한다.
버섯전골과 낙지전골(각 10,000원), 황태두부전골(9,000원)도 먹을 수 있다. 식당 앞쪽으로는 전통차를 마실 수 있는 찻집도 함께 운영한다. 80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식탁에 주차공간도 넉넉하다.
식탁은 바다 위에, 일출은 침대에서 - 궁전횟집
두타산 산행길은 바다가 있기에 그 즐거움은 두 배가 된다. 동해시 묵호항 어달리에는 크고 작은 횟집들이 즐비하다. 그 중에서도 ‘궁전횟집(033-531-7400)’만은 절대로 빠뜨릴 수 없는 집이다. 그 이유는 바닷가 횟집에서 싱싱한 회를 먹는다는 것이야 기본인데, 이 식당에는 딸린 덤이 너무 많아서다.
우선 이 집의 식탁은 바다위에 떠 있다. 바다에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평상을 깔아 놓았다. 해 저문 동해 바닷가 식탁에서는 파도소리가 귀를 즐겁게 해 준다. 식탁 바깥에는 해금강의 한 부분을 축소해 놓은 듯한 절경에 밝은 조명을 해 놓았다. 부딪히는 파도의 색깔이 희디희다. 순백(純白)이라는 것은 아마 이런 빛깔을 두고 하는 표현이겠지. 눈이 즐겁다. 먼 수평선 위로는 오징어배가 떠 있다. 캄캄한 밤인데도 눈이 부신다. 성질 급한 낚시꾼은 식탁에 앉아 낚싯줄을 바다로 내던진다. 낚시꾼이야 손까지 즐겁겠다.
소주 한 잔에 싱싱한 오징어 회맛을 즐기고, 식당에 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호텔 숙소로 올라간다. 식당 2층에서 7층까지는 호텔 객실이고, 방마다 바다에 접한 방 한 쪽은 맑은 통유리다. 방안에서는 마치 극장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창밖 하늘에는 달이 떠오른다. 별빛도 총총하다. 새벽에는 누운 채로 장엄한 일출을 보게 된다. 바다 위로 해가 떠오르면 바다 일터로 나가는 배들이 극장 스크린 같은 창밖에서 움직이는 그림들을 그려낸다.
이틀씩이나 이 방에서 밤을 보낸 시간은 마치 꿈을 꾼 것만 같다. 그렇지만 꿈은 아니다. 생생한 삶의 현세에서 이런 풍경 속에 파묻혀 볼 수 있었다는 아, 이 행복! 이 행복은 두타산 산행길에서 누구라도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어달리 곰칫국 전문점 - 주문진횟집
술 한 잔이라도 걸친 다음날 아침에는 해장국 생각이 나게 마련이다. 동해시에서 먹어야 하는 해장국은 곰칫국이라고 한다. 전주였다면 콩나물 해장국이라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그렇지만 곰칫국 집이 많은 것은 아니다. 물어 물어 찾아간 집이 묵호항에 인접한 일출공원 옆에 있는 ‘주문진횟집(033-531-7511)’이다. 식당 앞 길 건너편으로 까막바위가 있고 문어동상이 서 있다. 이 지점은 서울 남대문에서 ‘정동방(正東方)’이라며 그 표지석도 세워 놓았다.
고향이 주문진이라 옥호를 고향땅 이름을 가져다 쓴다는 멋쟁이 주인 김만배씨(58)는 동해수협 대리중매인 88호다. 대학에서 수산 분야 박사학위를 받지는 않았지만, 바다 물고기에 관해서만은 박사라고 자부했다. 해저 1,000m 깊은 바닷물 속에 사는 곰치를 손바닥 위에 얹어 놓은 듯 소상하게 설명한 다음에야 주방에다가 음식 장만을 시켰다.
많은 사람들이 서해와 남해에서 잡히는 물메기와 구별하지 못한다며 외형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물고기임을 강조했다. 물메기 보다는 훨씬 더 맛있는 고기임을 뜻하는 것이다. 곰치의 육질은 허물허물한데, 먹는 먹이는 단단한 껍질을 쓰고 있는 새우 게 가재들이라고 설명하며, 참 신기한 일이라며 웃는다. 이 집 곰칫국을 아침 일찍 먹으려면 미리 예약해 줄 것을 당부했다. 옥호 그대로 자연산 활어회를 먹을 수 있는 업소다. 곰치국 1인분 6,000원.
대게는 비싼 것만은 아니다 - 태평양수산
묵호에는 항구가 세 곳이나 된다. 서울이나 수도권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게 되는 울릉도행 여객터미널이 있고, 연안 여객선 부두와 어항 등 세 곳이다. 늘 파시(波市)가 열리는 묵호 어항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러시아 바다에서 잡아 올린 대게가 들어오는 곳으로 성시(盛市)를 이룬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러시아 대게의 90% 이상이 목호 어항을 통해서 들어온다. 전국 각지에서 먹는 대게의 대부분이 이 어항을 통해서 공급이 되는 셈이라 어항 부근에는 대게 도소매상들이 늘어 서 있다.
이들 업소들 중에서 러시아 대게 전문도매센터 ‘태평양수산(대표 권순일·033-532-2202)’이 단연 눈에 띈다. 가장 큰 규모인데다 내용면에서도 이 업계의 선두주자이자 동해 제일의 업소다. 단백질 함량이 풍부한 대게는 어린이 성장발육에 좋은 식품으로 뇌를 활성화시키고 소화기능을 돕는다. 그 밖에 대게가 사람에게는 무척 이로운 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상태라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인데 반해 가격이 높은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던 것이 러시아에서 대량으로 들어오는 대게 덕분에 가격이 무척 싸졌다. 태평양수산으로 들어오는 대게 종류가 10여 종인데, kg당 12,000~25,000원 수준이다. 이 업소를 다녀가는 고객들 대부분이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2층에 잘 차려 놓은 셀프식당(200석 규모)에서 많은 손님들이 금방 쪄낸 대게를 즐기기도 하고 포장해서 사 갖고 가기도 한다.
한편 전국 각지로 택배 시키는 물량도 엄청나게 많다고 했다. 냉동수산물 전문업체로 처음 문을 연 태평양수산이라 그 격에 맞는 훌륭한 냉동시설이 완비되어 있고 취급하는 수산물들을 열거해 보면 마치 해산물 ,사전을 펴 놓은 것 같다. 전국 어느 곳에서나 집에서 택배로 받을 수 있는 품목을 이 지면에 나열해 본다.
새우 낙지 아구 홍합 전복 오징어 가리비 문어 석화 복어 대구포 킹구포 도루묵 대구두 참치 한치 해파리 꽃게 소라 장어 연어 열기 가자미 고등어 대구 명태 꽁치 이면수 가오리 등 각종 수산물과 젓갈류다.
/ 글·사진 박재곤 산촌미락회 고문·60대산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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