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적 인간 혹은 욕망 그리고 아픔에 대하여
박재철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자전적 서사의 일부를 가져와 회화적인 상상력에 의해 번안해 내는 가운데 인간의 삶과 욕망에 대한 작가의 시각을 드러내는 작업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작가가 인간의 삶에서 특별히 주목하고 있는 것은 그가 전시 주제에서도 제시하고 있듯이 ‘가족 공동체’라고 지칭하는 인간 삶의 한 양태인 것을 그의 작업 가운데 발견하게 된다. 아마도 작가는 인간의 삶이란 사실 단독적일 수 없고 모든 인간의 생명이 부모와 자식으로 구성되는 가족이라는 형태에서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기에 인간의 삶이란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종속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보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특성이 잘 나타나 있는 작품이 <붉은카펫>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나무와 인간이 특징적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나무에는 나뭇잎과 나무열매 대신 대부분 지폐가 무성하게 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함께 보이는 인간의 모습은 나무를 가꾸고 있는 것 같은데 나무는 보호됨과 동시에 인간에 의해 위치와 모양을 일정한 형태가 되도록 강요 받고 있는 것 같은 상황이다. 주변에 보이는 사람들은 웨딩사진의 일부나 운동하는 일상의 한 부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화면 중앙의 붉은 카펫 위에는 칼과 돈과 미술서적이 뒤엉켜 널려있는 비일상적 모습들이 섞여 있다. 그리고 특징적인 것은 화면의 좌우에는 작가와 작가의 배우자처럼 보이는 남녀가 벌거벗은 모습으로 손과 발에 피를 흘리고 있는 부분이다.
일상과 비일상, 현실과 초현실이 함께 섞여 있는 것 같은 이 화면은 편안하기 보다는 불편한 느낌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남녀 인간의 손과 발뿐만 아니라 나무들도 나뭇가지가 잘려나간 구멍에서 무엇인가를 피처럼 흘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작품 안에는 이처럼 여러 상황을 상상하게 만드는 일종의 복선과도 같은 여러 이야기들의 파편이 곳곳에 숨어 있다. 마치 비극적인 한 순간이 담겨 있는 것 같은 이 화면은 여기 등장하는 인간들과 동질의 아픔을 느끼고 있을 것 같은 나무들이 아름다운 꽃과 나뭇잎 혹은 탐스러운 열매 대신 돈다발을 가지 위로 드러내고 있는 지점에서 절정에 이르게 되는 것같이 보인다. 어디선가 혹은 무엇인가 잘못되어 버린 것 같은 이 혼란스러운 장면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것 같은 적막감 속에서 비애적 정서만을 전해주고 있는 것 같다.
작가는 이 모든 상황들이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작업에서 인간이 사랑하고 결혼을 하게 되며 이후 가족을 이루는 과정은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인간의 욕망은 한 순간 이 모든 것을 모순적인 상황으로 바꿔버릴 수 있음을 작가는 보여주고자 했을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일종의 초현실적이고 비극적인 서사를 그려냄으로써 선과 악,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이분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모순적이고 이중적인 인간상의 실체를 그대로 드러내서 그의 작업 가운데 보여주는 것이 필요했을 것이다.
박재철 작가가 작품 명제로 제시한 것 중에는 <봄은 아프다>라는 것이 있다. 이 작품 명제처럼 사실 그의 작업에는 인간의 욕망보다는 인간의 아픔이 담겨 있다. 어쩌면 작가가 말한 욕망이라는 것에는 양날의 검처럼 기쁨과 아픔이 동시에 새겨져 있는지 모른다. 작가는 그 검을 가지고 기쁨을 얻어내기 보다 아픔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이때 그가 발견한 것은 인간의 밝고 아름다운 면 이면에 감춰져 있는 어둡고 모순적인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 역시 인간의 모습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전시장에서 보게 되는 박재철 작가의 작업에는 인간의 욕망 아래 감춰진 것들을 숨기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아픔의 모습 그대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마도 작가는 인간의 내면에는 양날의 검과 같은 모순적인 욕망이 숨어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승훈 미술비평
학력사항
1993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졸업
1998 홍익대학교 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개인전
2018 비천한 길_박재철展, h갤러리, 서울
2016 울지 못하는 남자_박재철展, h갤러리, 서울
1999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_박재철展, 서남미술전시관, 서울
단체전
2018 광주화루_10인의 작가展, 국립아시아 문화전당 문화창조원, 광주
평화를 그리다展, 인천문화예술회관, 인천
전남 국제 수묵비엔날레, 노적봉미술관, 목포
2017 화화-반려교감展, 세종문화회관미술관, 서울
키워드_한국미술 2017:광장예술 ‘햇불에서 촛불로’, 제주도립미술관, 제주
2002 젊은창작 보는 것, 보이는것展, 세종문화회관미술관, 서울
대한민국 청년 비엔날레 2002展,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사군자 탈 사군자展, 가람화랑, 서울
식물성의 사유展, 갤러리 라메르, 서울
2001 흩어지다展,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서울
2000 일상. 삶. 미술展, 대전시립미술관, 대전
1996 일상의 힘, 체험이 옮겨질때展, 관훈미술관, 서울
글을 쓰고 그린 어린이책
2014 <게와 원숭이와 냠냠시루떡>, 길벗어린이 출판사
2009 <팥이영감과 우르르 산토끼>, 길벗어린이 출판사
2006 <봄이의 동네관찰일기>, 길벗어린이 출판사
2004 <행복한 봉숭아>, 길벗어린이 출판사
수상경력
2018 제2회 광주 화루 <대상>, ㈜광주은행, 국립아시아 문화전당 주최
2006 <봄이의 동네관찰일기>, 과학기술부 인증 우수과학도서 선정
1998 서남 미술아카데미 1999 작가 선정
1996 제15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작품소장
서울시립미술관, 서남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