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지
[노다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노다지]는 여러 가지 뜻이 있고, 아직도 일상적으로 쓰고 있지만 그 어원을 몰라서 다르게 이해하는 면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노다지]라는 말에 대해서 살펴 보겠습니다.
첫째, [노다지]는 [밭]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노다지]의 [노]는 [논], [들]이라는 말입니다. [농사(農事)]도 [논일], [들일]이라는 뜻입니다. [논]은 [밭]과 비슷한 말이었습니다. 물 없는 논이 밭이고, 물 대는 밭이 논인 것입니다. 그만큼 [논]과 [밭]은 밀접한 말입니다.
[밭]을 [밭땅]이라고도 합니다. [땅]이라는 말은 [땋], [따], [당], [닥] 등의 말로 변형되어 남아 있는데, [밭땅]은 [바탕], [바당], [마당], [바닥] 등의 말로 변형되었습니다. 북한에서는 [마당]을 [바당]이라고도 합니다. [밑바탕]은 [밑마당]이라는 말입니다. [밑바탕]을 [바닥]이라고 합니다.
[밭땅]이 있다면 [논땅]도 있습니다. [논땅]은 [노땅]이며 [노닥]과 같습니다.
[손바닥]을 [손뼉]이라고 합니다. [손뼉]은 [손뼘]이라고 합니다. 즉, [뼘]은 [바닥]을 의미합니다. [논바닥]을 [논배미]라고 하는데, [배미]는 [바닥]을 뜻합니다.
결국, [논바닥], [논배미], [노닥], [논땅], [논] 등은 같은 말이며, 이 말은 다시 [밭], [바닥], [밭땅], [바탕], [바당], [마당] 등과도 통하는 말입니다. 판소리에서 [한바탕] 판을 벌리기를 열두 번 하면 [열두 마당]이 됩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노닥]은 [밭]과 통하는 말입니다. 그러면 [노닥]이 무슨 말일까요? [닥]은 [땅]이라는 말인데, [닥]은 [다지]라는 말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그닥]을 [그다지]로 하기도 하고, [길을 닦다]를 [길을 다지다]라고 하기도 합니다.
[논땅]이 [노닥]이며, [노닥]이 [노다지]인데 이 말은 다시 [밭]과 같은 말입니다. [밭]이라는 말을 좀 더 생각해 보면, [많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자갈밭], [모래밭], [지뢰밭], [꽃밭], [잔디밭] 등에서 알 수 있습니다.
[천지 삐깔이다]는 말은 [천지 밭깔이다]는 말로 볼 수 있습니다. [깔]은 [깔다], [깔렸다]는 말입니다. 즉, [온 밭에 깔렸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노다지]라는 의미도 [많이 모여 있는 곳], 즉, [밭]이라는 말과 같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미역이 노다지로 많다], [여기에 산나물이 노다지로 많다]라는 식으로 사용합니다. 또, [울콩은 밭에 노다지로 심는 것이 아니고 울타리 밑에 심는 콩이다]라는 식으로도 씁니다.
[노다지]의 첫째 의미는 이처럼 [많이 모여 있는 밭]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둘째, [노다지]는 [맨바닥]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노닥]이 [논땅], [노땅]이고 [바닥]과 같습니다. 그래서 [흙 바닥에 노다지로 않지 말고 신문지라도 깔고 앉아라]는 식으로 말합니다. [떡을 상 위에 노다지 놓지 말고 접시에 놓아라]라는 식으로도 말합니다.
[바닥]은 [밭땅], [노다지]는 [논땅]의 의미를 가지며, 두 말은 같은 말인 것입니다.
셋째, [노다지]는 [무작정]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말은 위의 두번 째 [노다지]라는 말에서 파생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노다지 놀지 말고 때 되면 나와서 일해라]는 식으로 표현합니다. [아무런 계획 없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퍼질러 앉아서 놀지 말고 때 되면 나와서 일해라]는 말입니다.
넷째, [노다지]는 [금덩이]를 의미합니다. [노]는 [황금]을 뜻합니다. [금(金)] 색깔을 [노랗다]고 합니다. [노], [놀], [놋]은 같은 말입니다. [놋쇠]는 [노란 쇠], 또는 [금빛 쇠]라는 말입니다. [금(金)]을 [황금(黃金)]이라고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노나다]는 말이 있습니다. [금(金)이 나오다]는 뜻으로 [횡재(橫財)]함을 뜻합니다. 도깨비 방망이로 [금 나와라 뚝딱!]이라고 하는 것을 봐도 [금]은 [나오는] 것입니다.
[후금(청나라)]를 세운 여진족 추장 [누루하치]는 [멧돼지가죽]이라는 말입니다. [누린 내]의 [누리]는 [돼지 내]로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우리나라와 여진족은 서로 말이 통했다고 합니다. 여진족은 말갈족이며, 만주족입니다. 고구려와 함께 발해를 세웠습니다. 서로 언어가 통하기 때문에 함께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누루하치]가 [멧돼지 가죽]이라는 뜻 외에 또 다른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금의 후예]라는 의미입니다. [누루]는 [빛나다, 광명]의 뜻을 가지고 있는데, [금(金)]의 의미와 같습니다. [하지]는 [후예], [후손]이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4(四)]를 보고 [죽을 사(死)]를 떠 올리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말이 이중의 뜻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예를 들어 [김용호(容浩)]라는 우리나라 사람의 이름에서 [용(容)]은 [얼굴 용(容)]이지만 [용(龍)]을 뜻하는 중의(衆意)가 있는 것입니다. 고사를 지낼 때, 돼지머리를 놓고 그 입에다가 돈을 물리는 것은 [돼지 돈(豚)]이 돈을 연상하기 때문인 것입니다.
이처럼, [누르하치]는 [멧돼지 가죽]이라는 뜻을 가진 동시에 [금(金)의 후예]라는 뜻도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누르하치]는 [금(金)]의 후예라는 의미로 [후금(後金)]이라는 나라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성씨를 [애신각라(愛新覺羅)]라고 했습니다. 여기에 [신라(新羅)]라는 말이 들어 있습니다. 말갈족의 선조는 신라출신 [김씨(金氏)]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한국]을 [대한민국]이라고 부르듯이, [신라(新羅)]를 [애신각라(愛新覺羅)]라고 한 것으로 보입니다. 신라의 지배층은 [김씨]였습니다. 지금의 함경도 지역은 사실상 옛 여진족(말갈족) 거주지였습니다. 임진왜란이 터지자 [후금(後金)]은 조선을 형제의 나라라고 해서 도와 주기 위해 원군을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조선에서 하찮은 오랑캐의 호의라며 거절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으로 미루어 [누르하치]의 [누르]를 [금(金)]이라는 의미로 본다면 [누르]는 [눌]과 같은 말이며, 이는 [누]혹은 [노]라는 말로 볼 수 있습니다. [후금(後金)]은 나중에 [청(淸)]으로 국호를 바꾸는데, 그 황제들은 모두 황금색 곤룡포를 입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노다지]의 [노]는 [금(金)]의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노다지]의 [다지]는 [닥]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닥]은 [딱]과 같은데, [딱딱]하게 굳은 것을 [덩어리]라고 하듯이 [닥]은 [덩어리]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노다지]는 [금 덩어리] 또는 [금덩이]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노다지]를 [No touch!]에서 온 말로 우기면 정말 곤란한 일입니다.
새늘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