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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일상의 따뜻한 감동을 모아
시적 상상력으로 아름답게 승화시킨 동시들!
동심이 가득한 세계로 어린이들을 초대해 온 청개구리 출판사의 동시집 시리즈 〈시 읽는 어린이〉 158번째 도서 『무지개 윙크』가 출간되었다. 1981년 부산MBC에서 공모하는 신인문예상에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와 부산아동문학상, 최계락문학상 등을 받은 구옥순 시인의 신작 동시집이다. 구 시인은 부산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오랜 시간 교사로서 아이들과 함께 지냈으며, 「벌」이라는 작품이 국어 교과서에 실리는 등 문단의 주목과 독자들의 사랑을 두루두루 받은 시인이다. 『무지개 윙크』는 구옥순 시인의 여섯 번째 동시집으로서, 밝고 따뜻한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노래한 57편의 따뜻한 동시가 수록되어 있다.
우크라이나에 미사일이 터졌다
피난 가는 샤사 마코비는
기저귀 찬 두 살짜리 비라 등에
이름과 나이, 전화번호를 적었다
혹시 엄마와 헤어지더라도
제 이름과 나이는 알아야 한다고
어린 비라는 생각했겠지
‘엄마가 내 등에서 글자 놀이하나?’
인제 그만 우크라이나에
웃음 폭탄이나 마구 터졌으면 좋겠다
-「비라의 피난 준비」전문
얼마 전, 한 사진이 전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다. 아직 기저귀를 찬 어린 딸아이의 등에 급하게 적은 듯한 글자가 적혀 있다. 아이의 이름과 생년월일, 그리고 가족의 연락처다. 러시아의 침략으로 전쟁이 발발한 이후 우크라이나 엄마들은 자신이 죽고 아이만 살아남는 경우를 대비해서 아이들 몸에 이렇게 중요한 정보를 남겨온 것이다. 한 글자 한 글자 적을 때마다 목구멍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울음을 비라의 엄마는 어떻게 참았을까. 아마 숨죽여 눈물만 흘리고 있지 않았을까. 어린아이는 엄마에게 등을 내주고 있으니 엄마의 눈물은 보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엄마가 내 등에서 글자 놀이하나?” 하고 천진한 생각을 했으리라고 화자는 짐작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의 생명이 꺼져가는 상황에서, 아이의 천진한 의문이 대조되면서 비극성을 더욱 강조하는 작품이다.
21세기인 지금도 전쟁은 지구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시인은 이런 참담한 심정으로 「비라의 피난 준비」라는 작품을 썼을 것이다. 이제 그만 우크라이나에 ‘미사일’ 대신 “웃음 폭탄이나 마구 터졌으면 좋겠다”는 마지막 시구도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무엇보다도 전쟁의 한복판에서 어린 비라의 몸에 꼭 필요한 정보를 적어 내려간 엄마 샤사 마코비의 뭉클한 모성이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무화과는
꽃 없는 열매라는데
손으로 툭 잘라 보면
열매 속은
온통 꽃밭이다
꽃이란 꽃은 몽땅
열매에게 다 줘 버린
무화과나무
울 엄마
쏙 닮았다
-「꽃은 다 어디 갔을까」전문
「꽃은 다 어디 갔을까」는 구옥순 시인이 모성을 형상화한 또 하나의 작품이다.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주는 ‘엄마’를 무화과로 비유하였다. 무화과는 ‘꽃이 없는 과일’이라는 뜻을 지녔다. 하지만 실제로는 과실 안에서 속꽃이 열매와 함께 자란다. 결국 우리가 먹는 빨간 부분이 꽃이고, 우리 눈에 보이는 껍질은 꽃받침인 것이다. 구옥순 시인은 무화과의 생태와 속성을 잘 알고 엄마의 사랑에 비유하였다. 이 시를 읽고 나면 독자는 과일 하나를 먹으면서도 엄마의 사랑을 떠올리게 된다.
해설을 쓴 박선미 동시인도 구옥순 시인의 시세계의 한 특성으로 ‘모성애’를 꼽았다. 그만큼 『무지개 윙크』 전체에는 모성애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여럿 보인다. 대지진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간 엄마가 아기만은 무사히 지켜낸 실화를 담은 「지진도 못 말려」처럼 직접적으로 모성을 그린 작품뿐만 아니라, 다른 사물이나 존재의 특성에서 자연스럽게 엄마의 사랑을 연상하게 되는 작품들도 충분히 감동적이다. 울먹이는 ‘나’의 등을 가만가만 토닥이며 이마며 귓불이며 어깨를 따뜻하게 쓰다듬으며 “걱정하지 마, 난 항상 네 편이야!”라고 말해주는 「햇살의 손」, 쉬지 않고 뽀뽀해 주고 토닥토닥 어루만져 주는 「맨발 걷기」, 화장한 눈으로 ‘나’를 보며 윙크하는 「무지개 윙크」 등의 작품에서 ‘나’를 향한 사랑으로 가득한 엄마의 눈길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뻐꾸기가 구슬프게 우는 이유」,「억울하겠다, 뱁새」,「귀지 파는 날」 등의 작품도 함께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젊어서는 큰 나무로
온 산을 파랗게 품기도 했고
늙어서는
난로에 들어가 환하게 웃으며
세상을 따뜻하게 하였고
이제는 보드라운 먼지로
씨감자 상처 어루만지다가
다시 흙으로 돌아가
꿈꾸는 작은 씨앗 다독일 테지
-「재」전문
모든 사람들이 모성, 즉 엄마의 마음이 담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의 마음으로 사물과 자연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이들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존중과 배려와 같은 지혜를 배우는 자세를 시인은 『무지개 윙크』 전반에 걸쳐 보여주고 있다. 위의 시 「재」에서도 한 존재를 따스하게 바라보면서 그의 삶의 의의를 감동적으로 독자들에게 드러내 보인다.
화자는 한 그루의 나무를 떠올린다. 그는 큰 나무로서 온 산을 파랗게 품었던 포부 있던 젊은 시절을 지나, 늙어서는 땔감이 되어 세상을 따뜻하게 하였고, 이후에는 재가 되었다. 흙으로 돌아갔으나 그의 삶은 이렇게 끝이 난 것이 아니었다. 세상에 제 존재를 드러낼 날만을 꿈꾸며 기다리는 작은 씨앗을 다독이기 때문이다. 지구의 모든 존재는 생명의 불씨가 꺼져가면서 자신의 존재를 단순히 잃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의 삶을 돕는 생명의 순환에 참여하게 되는 아름다운 과정을 시인은 이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구옥순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이 세상 살아가는 모습이 힘들고 고달프게 보이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감동”을 하게 된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이러한 모습이 바로 ‘이 세상에 숨어 있는 귀한 보물’이라면서 ‘동시 쓰기’를 이러한 귀한 보물을 찾아내는 재미있는 놀이라고 비유하였다. 「하루살이의 춤」「벽걸이 시계에게」「골프공」「누룽지가 사랑받는 이유」「건전지가 하는 말」「오동나무의 소원」「목탁 소리」「껌딱지」「손수건」 등은 힘든 일이 있어도 참고 감싸안으면 곧 멋진 일이 기다린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넌지시 건네는 작품들이다. 독자들이 찬찬히 읽어보면서 이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시인이 숨겨놓은 귀한 보물을 찾아내길 바란다.
하느님의
낚싯바늘인가 보다
해 질 녘
붉게 물든 서쪽 하늘
쳐다보는
내 마음
훅
채 가는
-「초승달」전문
구옥순 시인은 같은 사물을 바라보면서도 어린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과 기발한 발상으로 재미성과 문학성을 확보하는 작품을 쓴다. 「초승달」은 하루를 마감하는 늦은 저녁, 해가 지는 서쪽 하늘을 쳐다보는 화자가 등장한다. 오늘 하루 화자에게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는 따로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은 보통 무언가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이 있을 때나, 마음의 동요가 있을 때 주로 하늘을 바라본다. 화자도 그렇지 않을까. 자신의 하루를 되돌아보고 잘못한 일을 반성하고 있거나, 누군가를 그리워하거나, 자신이 처한 힘든 상황을 이겨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는 화자의 마음을 “훅 채 가는” “하느님의 낚싯바늘”이 바로 초승달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자연을 노래하며 다른 대상에 비유한 작품으로는 「무지개 윙크」「소금쟁이」「무지개」 등으로,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 참신하고 강렬한 인상을 준다.
『무지개 윙크』에는 모성애 가득한 눈으로 세상의 모든 존재를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다. 힘든 일이 있어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노력하다 보면 곧 멋진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시인의 따뜻한 응원과 위로가 독자들에게 넌지시 건네지기를 바란다.
첫댓글 구옥순 선생님,
동시집 발간 축하드립니다.
<무지개 윙크>
'재'라는 소재를 뒤적여
시를 적은 마음에 뭉클해집니다.
소멸하는 것들에 대한 애졍과 찬사.
구옥순 선생님만이
표현할 수 있는 따스함입니다.
구선생님, 새 동시집 발간을 축하합니다 ☆
김재원 선배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미혜 선생님!
축하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