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서재를 정돈해 보았다. 해묵은 신문과 잡지를 모두 골라내고 책상과 책꽂이에 앉은 먼지를 털어내고 나름대로 옛 선비들이 아침 일찍 일어나 맑은 물에 세수하고 양치를 하듯 서재에 깨끗한 물을 칠하고 벌레가 집을 짓지 못하도록 벽과 구석을 말끔히 닦아내었다.
서재에 앉아 책을 보는 이유는 지혜[智:지혜 지, 慧:지혜 혜]를 얻기 위함이다. 세상에 지식은 넘쳐나지만 삶을 살아가는 참 지혜가 부족한 것이 오늘날 우리네 삶이 아닌가 하여 온 국민이 6월 새 정부가 시작과 함께 서재에서 좋은 생각 많이 하길 바라면서 서재(書齋)라는 한자를 풀이해 보고자 한다.
글 서(書)는 붓 율(聿)에 가로 왈(曰)을 짝지어 놓은 한자이다. 전자는 붓 사(肀)에 두 이(二)를 합친 모양을 본뜬 상형자로‘붓’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聿자의 갑골문을 보면 붓을 들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후에 대나무 죽(竹)자가 더해진 붓 필(筆)자가 따로 만들어지게 되었는데, 이는 붓의 재질이 대나무임을 알 수 있다. 후자는 입 구(口) 가운데에 혀를 뜻하는 한 일(一)을 그은 글자로 입을 열어 말하는 모양을 표현했는데, 마음에 있는 생각을 말로 나타낸다는 데서‘가로되’,‘말하다’ 등의 뜻을 나타낸다. 왈가왈부(曰可曰否:어떤 일에 좋거나 좋지 않거니 하는 말)이 알맞은 용례이다. 書를 종합적으로 말해 보면 말로 전해져 내려오는 것을 붓으로 옮겨 쓴다는 뜻으로 후에는 ‘글’, ‘책’의 뜻으로 발전하였다. 서가(書架: 책을 얹는 선반), 서류(書類: 글자로 기록한 문서)가 좋은 용례이다.
재계할 재(齋)는 가지런할 제(齊)에 신(神)을 모시는 일을 뜻하는 글자 보일 시(示)로 구성된 상형자이다. 몸을 가지런하고 정하게 하여 신에게 제사 지낼 때 몸을 정결하게 하는 뜻은 내포하고 있다. 매일 홍수와 같은 지식의 물결이 우리의 삶을 장악하지만, 우리의 삶을 지혜의 요람으로 인도하는 경우는 드물다. 지식으로 먹을 빵을 얻고 입을 옷을 살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빵을 얻고 옷을 살 수 있는 여건에 대하여 감사하는 지혜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올해에 책을 몇 권이나 읽고 있는가? 나라를 위해 용감한 거사를 마치고 영어(囹圄)의 몸이 된 안중근 의사는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하루에 독서하지 않으면, 口中生荊棘: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라고 쓰고 손바닥 도장을 찍어 그의 삶의 흔적을 남겼다. 오십 줄을 넘기고 살아오면서 입안에 가시가 돋아나 힘들어하는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사람의 입이 식물의 입도 아닌데 어찌 입안에서 광대싸리와 가시나무의 가시가 자라고 돋친단 말인가?
저자는 안중근 의사의 말씀을 이렇게 생각 해 본다. 하루에 독서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고 동물이고 하루에 독서하지 않으면 호랑이나 이리의 날카로운 이빨보다 더 날카로운 말이, 입안에서 돋아 주위 사람들을 해친다는 뜻으로 해석해 본다. 그렇다. 사람으로 태어나 하루라도 독서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본성을 잃어버리고 무서운 짐승과 같은 말을 하고 남을 해치는 행동을 하는 것이 인간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렇다. 하루라도 독서하지 않는 순간에 나의 빵만 챙기고 나의 옷을 더 화려하게 꾸밀 줄만 하는 짐승과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사람은 빵을 나눌 줄 알고 헐벗은 이웃에게 따스하게 할 수 있는 옷을 나눌 줄 아는 것이 인간 본연의 모습이다. 지식만 늘어 나의 빵과 나의 옷만 챙기는 사람이 나 일 수 있다. 아니다. 이런 모습으로 살고 싶은 것이 아니다. 콩 하나라도 이웃과 나누고 누더기라도 감사하며 자랑스럽게 입고 다니고 싶은 것이 저자의 마음이다. 서재에서 책을 읽고 사색함으로 짐승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모습을 회복한다. 서재가 오늘따라 참으로 멋져 보이는 이유는 서재에 있는 한 권, 한 권의 책이 짐승의 탈을 벗게 해 주고, 그 책 속에 담긴 내용을 묵상하고 실천함으로 입속에 돋친 날카로운 짐승의 이빨을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
몇 년 전 독립기념관에서 본 안중근 의사의 손도장과 글을 보면서 지식으로 가득 찬 머리에 짐승의 지식을 버리고 인간의 지혜를 담아 본다. 감사한 마음으로 한 권의 책을 눈에 등불을 켜고 읽어본다. 소리 내어 크게 읽어보니, 몇 평 안 되는 나의 서재가 평안한 쉼터이고 치열한 수련장이며 때론 간절한 기도처가 된다. 베란다에서 수유 전에 피어난 백합화가 활짝 웃어준다. 그 뜻을 이해한 듯이 흠치르한 자태로 하얗게 피어 미소를 지어 준다.
`
| 書 | = | 聿 | + | 曰 |
| 글 서 |
| 붓 율 |
| 가로 왈 |
| 齋 | = | 齊 | + | 示 |
| 재계할 재 |
| 가지런할 제 |
| 보일 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