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년 12월 24일(일요일-성탄 전날)
왕겨 태우는 것 때문에 송암리와 집을 오가다. 아랫 부분부터 겉으로 검게 타나온다. 검은 부분을 조금 헤쳐보면 속엔 재가 되어가고 있다. 다시 위에서 덜 탄 왕겨를 끌어내려 검게탄 부분을 덮고. 몇 시간 있다가 다시 가면 역시 아랫부분은 타고 위는 그냥. 다시 끌어내려 덮고.
벌써 이틀 동안 그러고 있다. 밤에는 혹시 다 타버릴가봐 왕겨를 새로 가져다 덮고. 아침에 가서는 다시 끌어내려 덮고... 열 푸대로 시작했는데 벌써 열다섯 푸대가 들어갔다. 겉은 타는데 중심부 연통 주위가 안 탄 이유가 뭘까??? 연통이 너무 작았나?
06년 12월 25일(월요일)
새벽같이 송암리 하우스로. 아직 어두운데 왕겨를 보니 검게 탄 부분이 많아 졌다. 거의 48시간 걸려서 왕겨 열다섯 푸대를 태웠다. 열기가 겉으로 새나온다. 연기도 많아지고. 그냥 두면 훈탄이 아니라 재가 될판. 양수기를 작동시켰다. 물호수가 얼었다. 물호수 걷어다 왕겨타는 불로 녹이고 다시 시도. 그래도 언 부분이 있어 물은 안나오고 점점 많아지는 연기 속에서 다시 녹이고... 두어시간 씨름한 끝에 겨우 물이 나온다. 대부분 검게 탄 왕겨위에 물 샤워. 아무리 물을 부어도 겉에만 불이 꺼질 뿐 속은 불씨가 그대로. 일단 물을 부었으니 열기가 잦아들었다. 준비했던 비닐을 두겹으로 겹쳐 왕겨를 덮고 흙으로 둘레를 묻다. 먼동이 훤히 튼다. 물 나오는 집 가까이에서 했으면 이 고생 안 했을터인데...
06년 12월 26일(화요일)
훈탄 만든것 확인하러 송암리 가다.
물뿌리고 비닐로 폭 싸두었는데 만져보니 아직도 열기가 있다. 속에선 아직 불이 완전히 소화되지 않은 모양이다. 왕겨 불끄기가 어렵다더니 얼른 꺼지지 않는다.
퇴비만들어 놓은 것에 온도계를 찔러 넣었다.
60도. 역시 수분이 부족해 온도가 빨리 올라가는 것 같다. 70도를 넘어서면 곧 1차 뒤집기를 해야하리라.
06년 12월 27일(수요일, 추워지다)
아침, 마을 대동계 하는 날. 다연엄마는 미루어 두었던 허리치료를 위해 입원하러가고 나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이장세 쌀 한말, 반장세 살 반말 걷다. 반장세로 걷은 쌀은 모아서 반상회할 때 떡해 먹어야겠다.
마을 회관.1년간 마을행사며 수입지출 등 결산하다. 역시 숫자는 어려워...
회의 중간에 춘천친환경연합회창립을 위한 준비모임하러 시내로. 아무래도 조직이 없던 설움을 모두 느껴서인지 참가율도, 분위기도 좋다. 자료준비해 발제하고 정관까지 논의하고 해산.
다연엄마 입원한 병원들러 잠시보고 서울 고모네 보내기로 한 다연이 터미널 데려다주다. 컴퓨터학원들러 홈페이지와 포토샵 공부하고 돌아오다. 애들도 없고, 마누라도 없이 혼자 자다. 썰렁하구만...
06년 12월 28일(목요일, 무지 춥다 그래도 아직 호수물이 안 얼었다)
아침에 회관들러 어제 못다한 결산 정리하고 송암리 가니 왕겨에선 열기가 없다.
비닐 벗기니 덜 탄놈들이 군데군데 섞여 있기는 하다.
헤쳐보니 속엔 아직도 열기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재가 되지는 않았다. 더이상 타들어 갈것 같지도 않다. 까만 알갱이가 반짝인다. 드뎌 훈탄 완성. 처음 만드는 훈탄치고는 그런대로 잘 되었다. 노인네들이 불을 어떻게 끌거냐고 걱정했는데 비닐로 덮어 3일을 방치해 쉽게 진화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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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새낭골님, 왕겨훈탄 용도 좀 알려주세요~
왕겨훈탄은 저도 올해 처음 만들어 봅니다. 저는 우선 토양개량제로 사용하는 것과 상토에 첨가하여 사용하려 합니다. 지난해 왕겨를 발효시켜 토양개량제로 사용했는데 발효도 어렵고 양도 많이 만들다보니 뒤집는 것도 꽤나 고생했습니다. 올해는 수고좀 덜려고 훈탄을 만들었는데 물이 얼어서 고생 좀 했지요. 왕겨가 불끄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물만 괜찮으면 쉬운데... 그리고 토양개량은 토양의 보습성이나 통기성을 좋게하는 것으로 훈탄이 매우 좋을 것 같습니다. 내 땅의 토양을 상토처럼 만들어보는 게 꿈이지요.
네 좋은거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