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과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외로운 박사, 그는 왜 폭탄을 사랑하게 되었나
영국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미래 3부작 중 하나, 美 ‘100대 영화’ 26위
우아한 음악과 함께 터지는 핵폭발… 우스운 듯 섬뜩한 대사·장면 압권
등을 보이고 있는 두 남자는 미국의 대통령과 소련의 서기장이다. 두 사람은 인류를 대재앙으로 몰고 갈지 모를 사건에 대해 통화하고 있는데, 소련은 여자와 노닥거리고 있는 중이다. 풍자적인 카툰으로 절체절명의 순간에 익살을 떠는 영화의 분위기를 살려냈다.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 토미 웅거러 작(作). 출처=Hawk
머킨 머플리(왼쪽) 대통령, 라이오넬 맨드레이크 대령. 출처=Hawk
|
북한 김정은의 모습은 누가 봐도 우스꽝스럽다. 젊은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기형적인 뚱뚱한 몸, 옆머리를 바짝 짧게 치고 가발을 얹어 놓은 듯한 헤어스타일이 실소를 자아낸다. 턱살 위로 심술이 잔뜩 묻어나는 두툼한 양 볼 또한, 우습다. 어찌 보면 서유기의 ‘저팔계’를 연상케 한다. 그래서인지 국내외에서 소개되는 합성 동영상엔 전형적 악당 캐릭터로 자주 나온다. 할리우드 영화에선 주인공에게 맞아 죽거나, 혹은 어처구니없게 자기 실수로 죽는 악당으로 그려진다. ‘우스꽝스러운’ 김정은을 암살한다는 내용의 미국 영화 ‘인터뷰’는 아예 그런 김정은을 전면에 내세웠다.
스트레인지러브 박사를 연기한 1인3역의 피터 셀러스. 출처=Hawk
|
실제로 북한 김정은은 국제사회에서 구제 불능의 악동이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세계뿐만 아니라 한때 혈맹이었던 중국에도 성가신 존재다. 최근 그들의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발표한 ‘핵보유국’ 선언이 대표적인 예다. 우리나라와 미국 등 서방국가 심지어 중국·러시아까지도 세계 평화를 위해 핵 개발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라고 설득, 경고하고 있지만 쇠귀에 경 읽기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엉뚱하고, 어리석고, 예측 불가하게 감정을 폭발시키는 김정은의 모습을 여러 인물이 등장해 그려내고 있다. 영화는 핵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부제인 ‘나는 어찌하여 근심을 멈추고 폭탄을 사랑하게 됐는가(How I Learned To Stop Worrying And Love The Bomb)’의 ‘나’를 ‘김정은’으로 바꾸면 딱 맞다.
|
미국·소련의 핵전쟁을 재치있게 풀어내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미국과 소련 간의 핵전쟁을 다룬 영화다.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테크놀로지의 엄청난 파괴력을 우스꽝스러운 상황과 섬뜩한 대사로 풀어낸다.
영화는 공상과학 영화이자 깊은 생각을 요구하는 블랙코미디다. 핵전쟁을 벌이는 미쳐 있거나, 멍청하거나, 불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기둥이다.
첫 번째 인물은 전쟁광 잭 리퍼 공군 장성이다. 그는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나머지 핵 공격을 명령하고 정작 자신은 자살하는 예측불허의 극단적인 인간형이다. 폐쇄적이며 감정 제어가 안 되는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을 닮았다.
두 번째는 벅 터짓슨 장군. 그는 “약간의 민간인 희생만 감수한다면 저들(소련)을 쓸어버릴 수 있다”라며 별다른 논리 없이 공격만 되풀이 주장하는 호전적인 인물이다.
세 번째는 콩 소령이다. 폭격기 B-52의 기장인 그는 통신장치가 두절돼 작전중지명령이 내려진 걸 모르고 소련을 공격한다. 폭탄을 떨어뜨리려 하는데 투하장치가 고장 나자 그걸 고치다가, 폭탄 위에 걸터앉은 채 함께 목표물로 떨어지는 멍청한 인물이다.
이 세 명을 합쳐놓은 것이 북한 김정은이다.
엉뚱하고 무기력한 캐릭터 총출동
이 밖의 다른 인물들 역시 핵전쟁을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지만 무기력하거나 무책임한 캐릭터들이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스트레인지러브 박사는 한쪽 팔이 기계로 된 기괴한 외모를 갖고 있는데 전쟁과 기계의 파괴력에 관해 설명할 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기계팔은 제멋대로 움직인다. 그가 다른 손으로 제어해보지만, 기계팔은 그의 목을 조르기도 하고 나치 경례를 하는 등 통제 불능이다. 기계와 컴퓨터의 힘을 숭배하는 자가 그 기계에 지배당하는 모습이 역설적이다.
영화는 핵폭발 장면을 가수 베라 린이 부른 노래 ‘우리 다시 만나요(We’ll Meet Again)’와 함께 보여주며 묘한 여운을 남기는데, 스트레인지러브 박사의 말을 빌려 “핵무기에 지구의 운명이 달려있다는 사실이 너무 명백하므로 핵무기로 상황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영국의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연출한 것으로 문제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계태엽 오렌지’ 등과 함께 미래 3부작 중 한편이다.
영화는 미국 영화협회의 100년, 100대 영화 중 26위에 올라 있다. 피터 셀러스는 이 영화에서 1인 3역으로, 머킨 머플리 대통령, 발광한 리퍼 장군의 부관인 영국 공군 대위 라이오넬 맨드레이크, 전 나치주의자였던 천재 과학자 스트레인지러브 박사로 등장한다. 소련 대사와 미국 장군이 몸싸움하는 것을 보고 주인공 역할의 피터 셀러스가 말한 “신사 여러분, 여기에선 싸우면 안 돼요! 여긴 전쟁을 하는 방이니까요!”는 미국 영화협회의 100년, 100대 인용에 64위로 올라가 있다. 영화는 미국 국립영화보존소에 소장돼 있다.
어떤 것보다 국익 먼저 생각해야 할 때
1964년에 제작된 이 영화는 ‘영화에서 보여주는 사건들은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 등장하는 어떤 인물도 실존 인물이 아니다’로 시작하지만 50년 지난 그 단언은 핵무장만을 고집하는 북한 김정은의 출현으로 빗나가고 말았다.
우리가 김정은과 대치하고 있다는 것은 불행이지만 현실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다른 것은 몰라도 국방에 관한 한 사익과 지역주의에 묻히지 말고 국익과 국가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Dr. Strangelove), 1964 감독: 스탠리 큐브릭 / 출연: 피터 셀러스, 조지 C. 스콧
<김병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
추억의 영화 음악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