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당했다고 생각한 장군들은 어색한 분위기를 이기고자 연신 술을 돌렸다. 불과 1시간이 안 돼 모두가 대취했다. 이런 판에 여당 이총무가 뒤늦게 나타나자 장군들은 화풀이하듯, "후래자 삼배"(늦게 온 사람은 벌주 세 잔을 마심)를 외며 그에게 술을 강권했다. 마셔라, 못 한다 거친 말이 오갔다. 군인들이 술이 취해 행패를 부린다고 생각한 한 의원이 결국 맥주잔을 벽에 내던졌다. 잔이 깨지며 튄 파편에 장군 한명이 피를 흘렸고 흥분한 그는 발차기로 그 의원을 공격했다. 의원도 입에서 피를 흘렸다.
당시 사건내용은 정확히 보도되지 않았지만 국회의원과 장군들이 폭탄주를 마시고 난투극을 벌였다는 소문은 금세 시중에 퍼졌다. 물론 국회의원들이 막무가내로 맞았다는 얘기였다. 이 때문에 국회는 공전하고 여야 대치상태가 한동안 이어졌다. 그런데 시중에선 묘한 일이 벌어졌다. 욕하면서 닮는다는 말이 있듯 국회의원과 군인들을 싸잡아 비난하면서도 폭탄주 돌려 마시기가 대유행한 것이다. "높은 놈들이 마신다는 술, 우리도 먹어보자"는 심리가 발동한 것이었다.
|